▲ 15년 만에 떠난 유럽행 신혼여행을 낯선 이의 호화요트에서 무료로 하다니, 과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이대로 행복한 여행은 잘 끝날 것인지. 넷플릭스 머더 미스터리.

넷플릭스 올해의 신작으로 배우들이 눈에 익은 작품이라 속지 않을 것 같아 보게 되었습니다. 두 남녀 주인공은 아시다시피 코믹하고 웃기는 연기를 잘하는 아담 샌들러와 프렌즈의 대표 배우인 제니퍼 애니스턴입니다. 일단 두 명의 걸출한 배우가 등장하니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믿고 보게 됩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내용이었죠. 또한 두명의 친숙한 얼굴이 등장하는데요. 루크 에반스와 젬마 아터튼입니다. 루크는 일단 얼굴이 꽤나 잘 생겼죠. 다른 유명한 영화에 몇몇 나왔는데 확실히 기억은 안 나네요. 젬마는 보바리 부인이라는 영화에서 주연으로 나왔었습니다.


스포가 약하게 있다는 것은 유념하시고요. 앉아서 노트북으로 보다가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이리 저리 뒹굴거리면서 보다 보니 한 번 봐가지고는 대략적인 내용만 알게 되지 자세히 기술하기에는 좀 어렵더라고요. 영화관에서 관람하면 중간에 휴식이나 나가버릴 수도 없는 환경이라서 어느 정도 집중해서 보게 되지요.

 

▲ 비행기안인지 시내의 술집인지. 잘생긴 귀족과 이야기가 착착 진행되는데, 남편은 죽었다고 소개하다니. 죽은 것처럼 자고 있다는 얘기를 돌려서 저렇게 험악하게 멘트를 날리는 센스쟁이.

게다가 만원 정도의 돈을 낸 것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넷플릭스 영화는 보다가 안볼수도 있고 나중에 볼 수도 있고 하니 스토리 연결이 띄엄띄엄 해지네요. 여하튼 그런 불리한 단점이라도 언제 어느 때나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더 세지요. 이 영화는 장르가 코미디입니다. 

 

두 주연배우를 보면 잘 알수 있죠. 제목에서 보이듯이 살인에 관한 미스터리입니다. 살인자를 찾아가는 추적 코미디라고 할까요. 게다가 나중에는 자동차 추격씬까지 추가되어 액션과 모험이 조미료처럼 배합이 되었습니다. 아담은 극 중에 닉으로 불리고 뉴욕의 경찰입니다.

 

경찰이라고는 하는데 형사 시험에 세번이상 낙방을 해서 형사가 아니라 그 밑의 계급쯤 되는 경찰인가 봅니다. 자존심 때문에 아내와 타인에게는 형사 인척 거짓말을 하지요. 월급도 올랐다고 속이기도 하지요. 제니퍼는 극 중 오드리로 아내로 나오고 미용사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던 나날이 15년이 넘어가자 유럽여행을 보내주겠다고 15년전에 약속한 것에 화가 나 언제 여행 갈 거냐고 남편 닉에게 불만을 터뜨리지요. 역시 남편 닉은 결혼 15주년 기념 신혼여행을 가자고 하고 바로 떠납니다. 비행기에도 1등석 쪽에는 술 먹을 수 있는 바가 있는데 이곳에 오드리가 들어왔다가 귀족의 돈 많은 루크 에반스를 만나게 됩니다. 

 

실제는 남편 닉이 코를 곯아서 귀에 꽂는 귀마개를 슬쩍하기 위해서 들렀던 것이었죠. 얘기를 나누다가 루크 에반스는 자신과 함께 요트 여행에 닉 가족을 초대합니다. 닉 부부는 첨엔 좁아터진 일반 버스여행을 하려다가 급기야 포기하고 요트 여행 쪽으로 갈아타지요.


요트에 탔을때 루크의 전 아내였다고 하는 젊은 일본 여자가 등장하고 그녀는 나이 많은 자기의 친척과 결혼한 사이라고 하지요. 또한 젬마 아터튼이 유명한 여배우로 등장하고 아랍풍의 귀족도 등장합니다. 나이 많은 할배를 지켜줬다는 아프리카 풍의 군인과 뚱뚱한 보드가드도 속속 나타납니다.

 

▲ 정전이 됐다가 불이 들어오니 할배는 쓰러져 있네요. 시체에 손대지 말라는데 칼을 뺏다가 다시 꽂아 드리는 황당한 에피소드.

요트 여행이 뭔가 심상치가 않지요. 나이 든 할배의 진짜 아들도 끼어있군요. 할배는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자기의 재산을 젊은 일본 여자한테 물려주겠다고 하고 유언장에 서명을 하려 하지요. 하지만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비명소리와 총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불을 켜보니 할배는 가슴에 칼이 꽂힌 채 죽어있고 서로 누가 범인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물론 우리의 남녀 두 주인공은 범인이 아니겠죠. 범인을 잡아야 하는 역할들이니까요. 과연 여기 모인 사람들은 무슨 연유로 이 호화 요트까지 와서 유언장 작성을 참관한 것이고 범인은 누구일까요? 

 

추리를 하고 범인의 알리바이를 하나씩 제거해 가면서 한명씩 좁혀 들어가게 됩니다. 남주 닉이 중간에 깨알같이 엉뚱한 말을 한다던가 웃음코드를 유발하는 장면들은 상당히 유쾌합니다. 그와 같이 맞받아치는 오드리도 만만치가 않지요. 호화 여객선의 외양과 내부의 룸들을 보는 재미가 있지요. 

 

▲ 총 든 범인을 처치하기 위해서 책장 도미노로 쓰러뜨리기에 도전하는 닉부부. 도서관이 무슨 죄인가요? 책장과 책 아까워라.

몬테카를로를 배경으로 직접 달리면서 추격하고 넘어지는 씬들도 볼만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장을 밀쳐 도미노처럼 넘어뜨리는 장면은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인데 나름대로 만족스럽지요. 자동차 추격씬도 빨간색 외제고급차를 손상시키면서 액셀을 밟아대는데 스릴이 꽤 있습니다.

 

범인도 반전에 반전에 다시 반전을 해서 급기야 뒷통수를 때릴 정도이지요. 여자였다가 남자였다가 다시 남자로 가는 관객의 추리를 몇 번씩 뒤집게 만듭니다. 그동안 봐왔던 넷플릭스 영화 중에서 그래도 꽤 만족스럽습니다. 코미디와 액션과 추리와 모험이 적절히 버무려진 영화로 급 추천드리고 싶네요. 

 

두 주인공의 다소 푼수끼가 있는 캐릭터가 극의 재미를 더 한다고 봐야겠지요. 진지함보다는 가벼운 유머를 간간히 던져주는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넷플릭스 작품들은 대개 기괴하거나 우울하거나 조금은 병맛스러운게 대부분이었는데 오래간만에 행복한 웃음을 제공하는 좋은 작품을 보게 된 것 같네요.

 

 

▲ 젊은 일본여자와 대치하는 장면. 심각한 대화 속에서도 빛나는 유머를 남발하는 닉부부. 오드리의 신발 밑창에 브랜드 딱지를 붙이고서 여태껏 광고를 하고 다녔다는 유머같지 않은 유머.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배우들의 깊은 관록과 경험이 묻어 나오는 그런 코미디를 느껴보아서 다행입니다. 머더 미스터리(Murder Mystery). 첨에는 발음상 엄마(Mother)에 관한 미스터리인 줄 알았는데 호화 여객선에서 벌어진 유산상속에 관한 살인 이야기이면서 코미디입니다. 

 

배경과 느낌이 마치 알타마르 영화의 구조와 비슷한 듯하군요. 외관상 세월의 연륜을 좀 느껴지게 하는 두 배우의 고급 푼수 코믹 연기 잘 감상했습니다. 

 

▲ 남의 슈퍼카를 마치 추격 경찰차처럼 마구 밟아대는 오드리. 그를 부추기는 뉴욕경찰 닉. 찰떡궁합 부부의 아주 비싼 추격씬.

 

머더 미스터리 | Netflix 공식 사이트

결혼하고 처음으로 떠난 유럽 여행. 뉴욕 경찰 닉과 미용사인 그의 아내 오드리는 황당한 누명을 쓴다. 요트 안에서 억만장자를 살해했다니?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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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netflix)

▲ 삼단으로 내려오는 삼부연폭포. 기암괴석에 둘러싼 모습과 물줄기가 수만년동안 끊어짐없이 흘러내렸다는 그 웅장함에 기가 죽네요.

강원도 철원으로의 탐방에 대한 글 두 번째입니다. 전에는 철원의 제일 명소인 고석정에 대해서 알아봤고요. 이번에는 9경 중에 속하는 비경을 쫓아가기로 하지요. 더운 초여름의 날씨를 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물이 있는 곳을 찾게 되지요. 이번에 들를 곳은 삼부연폭포라는 곳인데요. 

 

철원의 행정구역상 하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장소만 따로 뚝 떨어져서 한참을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고석정에서도 거의 40분 이상 또는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이지요. 그야말로 철원의 중앙에서 남하를 하여 아래로 관통해야 하는 코스입니다. 

 

가는 도중의 산세는 정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비경입니다. 강원도만의 조용하고 한적함 속에 왠지 나 혼자만 있는 세상에 툭 던져진 그런 느낌이 들죠. 때론 잠시 무서운 생각도 퍼뜩 듭니다. 낮이라 망정이지 어두운 밤에 혼자 드라이브하는 것도 머리가 쭈뼛 설듯하네요. 

 

▲  철원 팔경중 하나인 삼부연폭포에 이렇듯 전설이 있었다니 새롭습니다. 용 3마리가 승천했다니 용가리나 디워가 감히 생각나네요.

정말 차 없이는 어느 누구도 다니지 않을 그런 첩첩산중에 서 있는 폭포입니다. 약 20미터 높이인데 가느다란 물줄기에 아래에 널찍하게 물웅덩이가 메워져 있네요. 이미 비경인지라 몇몇이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열심히 하고 있네요. 앞쪽에 차 한두 대가 오른쪽 도로에 파킹 되어 있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자연 속에 쏙 쌓여있네요.

 

물 떨어지는 소리가 시원한 계곡임을 여실히 말해주지요. 물 아래쪽으로는 못 내려가도록 막아놓았습니다. 안전을 위한 거겠지요. 주변에는 온통 초록색 나무로 덮여있어서 다른 나라나 세상에 와 있는 듯합니다. 갑자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족들 한 무리가 굉음을 내면서 지나가네요. 

 

좋은 관광코스와 드라이브하기 좋은 도로라면 여지없이 나타나시는 바로 그 멋지신 분들, 오토바이가 멋있기는 하네요. 차 한 대 값보다도 더 비싸 보이네요. 더워도 폭포 물속에 들어갈 수는 없는 법. 눈도장을 확실히 찍고서 다음 장소는 순담계곡으로 향했습니다. 

 

▲ 겹겹이 괴석이 쌓여있는 순담계곡. 햄버거 사이에 고기를 얹어 놓은 듯 먹음직 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곳은 다시 북쪽 방향으로 철원의 중심인 철원군청을 지나 고석정 가기 전에 위치해 있네요. 철원의 넓은 들판에 펼쳐진 논과 밭의 풍경은 너무나 드넓었습니다. 이 곳에서도 철원쌀이 이름이 있지요. 순담계곡도 역시 예상외로 가슴이 탁 트이는 드넓은 풍경에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계곡 위쪽에 몇몇 카페와 먹거리를 파는 곳도 있어서 이미 관광객들이 북적이네요. 날이 덥고 비가 많이 안 와서 강물은 수위가 그리 높지 않고 물이 좀 빠진 듯한 모습입니다. 좌측에 펼쳐진 기암괴석으로 겹겹이 쌓인 듯한 절벽은 어떻게 만든 것인지 신기하기만 하지요. 


계곡을 내려가는 계단 중앙에는 보트들을 운반하도록 도르래 같은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어서 색다른 느낌입니다. 그야말로 협곡이라고 해야 할 듯 하지요. 물이 좀 더 채워지면 보트 래프팅 하면 그야말로 재미 백배일 듯합니다. 많이 가물어서 지금은 그저 고요함과 적막함만이 있지요. 

 

▲  오른쪽에는 카페가 있어서 좋은 명당자리 인듯 합니다. 물이 불면 저 바위들이 전부 비취색 한탄강에 잠길 것입니다. 

한창 성수기 때가 되면 아마도 이곳도 발 디딜 틈이 없어서 사람들로 바글바글할 것 같네요. 인터넷에서 물이 불었을 때 보니까 좀 무시무시합니다. 지금 이상태가 경치 구경에는 너무 좋군요. 다음 코스는 송대소 주상절리라고 하는 곳입니다. 내비로 이곳저곳을 돌고 돌아가다 보니 빨간색 다리에서 번지 점프하는 곳도 보입니다. 

 

양쪽 도로가로 차들이 엄청나게 늘어서 있네요. 주상절리는 희한하게 논두렁을 가로지르는 길을 안내하네요. 처음엔 잘못 안내하나 해서 가야 말지 했는데 제대로 가는 길이었네요. 그 끝자락에 역시나 캠핑장과 숙박시설이 있습니다. 말처럼 주상절리의 경치는 정말이지 철원에서 가장 보아야 할 장관의 모습입니다. 

 

거의 전망대 수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깎아지른 듯 병풍처럼 펼쳐진 양쪽 협곡의 경치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군요. 중앙에는 철로 된 다리도 있고 낚시꾼의 모습도 보입니다. 어떻게 건너간 건지 강 반대편에서 혼자만의 자리를 차지하고 낮잠을 주무시는 분도 계시네요.

 

▲ 송대소 주상절리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기암적벽. 중국의 영화 적벽대전을 찍어도 손상 없을 정도로 화면이 시원합니다.

 

 

천하태평 이런데가 또 어디 있을까요. 낚시하시는 분은 옷 입은 채로 그대로 강에 들어가서 몸의 열기를 식히고 있네요. 강태공이 바로 이런 생활을 한 게 아닐까요. 다리를 건너서 바윗돌 위에 앉아 있으니 정말로 집에 가기가 싫어지기까지 합니다. 낚시라도 할 줄 알면 텐트 치고 며칠 살았으면 좋겠네요. 

 

이 곳 캠핑장은 정말 천하 요새의 절경에 자리 잡은 최적의 장소입니다. 가족들과 모닥불도 피우고 고기도 구워 먹으면서 술 한잔 하면 세상 다 가진 것 같을 겁니다. 주상절리의 깎아지른 적벽의 높이는 30미터에 달한다고 하지요. 그와 맞닿은 한탄강의 비취색과의 조화는 그 신비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마련입니다.

 

▲ 캠핑장이 저 적벽 위 쪽에 위치합니다. 아래의 낚시하시는 분은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닌듯 합니다. 한없이 부러운 광경이지요.

정말 강추하고 싶은 장소 송대소 주상절리! 꼭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이렇게 삼부연폭포, 순담계곡, 송대소 주상절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다음에 나머지 비경을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 여주인공 미라와 그의 남친 파헤드. 처음엔 좋은 사이였는데 소환사의 등장으로 새남친으로 오해하게 되죠. 파헤드의 집요한 성격과 의심때문에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과연 어떻게 될런지요.

이번 <지니>라고 하는 드라마는 국적이 중동 필이 짙은 화면입니다. 실제로 배우들의 음성이 아랍어로 되어 있죠. 처음에는 영어로 말하길래 조금 보다 보니 이상하게 말과 입이 언밸런스 한 느낌이 확 들더라고요. 역시나 자막과 음성을 선택해보니 아랍어가 따로 있었지요.

 

아랍어로 하니 연기가 자연스럽게 보이네요. 넷플릭스는 전세계의 여러 나라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어느 한 국가에 편중된 작품만 보는 것보다는 다른 나라들의 문화도 접하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편식만 하면 건강에 안 좋듯이 골고루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중동이라고는 하는데 딱히 어느나라에서 제작했다는 나라는 표기가 돼있질 않군요. 여하튼 중동 하면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스라엘, 이라크 정도 되지 않을까요. 시리아나 이라크처럼 내전이 있거나 전쟁으로 불안한 나라에서는 안 만들었을 것 같고 이스라엘이나 요르단 정도 되지 않을 런지요.

 

▲ 페트라 유적지의 성스럽고 고즈넉한 밤 풍경의 모습. 학생들은 성스러운 유적의 전설을 들으면서 눈을 감고 각자의 소원을 비는 의식을 행합니다. 이럴때 꼭 살짝 옆으로 빠지는 인간들이 있지요. 

여하튼, 영화의 색감은 상당히 좋습니다. 황토색과 노란색 배경으로 물든 유명 유적지를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눈요기로는 그만입니다. 이야기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이 페트라(Petra)라고 하는 요르단의 유적지입니다.

 

바위를 깎아 만든 암벽으로 세워진 도시인데요. 거대한 절벽과 낭떠러지들로 구성되어 무언가 깊은 전설이 있을 정도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지요. 10대들이 등장하는 하이틴물에는 어김없이 동료간의 질투와 시기심 그로 인한 싸움이 있고, 잘 나가는 남녀끼리의 풋풋한 사랑 얘기가 있죠.

 

이 드라마도 당연히 그런 절차를 보여주고 있지요.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여배우의 극중 이름은 미라입니다.
미이라도 아닌 미라입니다. 이름 잘 지었네요. 한국의 여자 이름과도 같네요. 덕분에 기억하기 쉽습니다. 박미라. 왠지 친척분 중의 누님 이름 같네요.

 

 

역시 비주얼이 중동 배우스러우면서도 큰 눈을 가진 상당히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으로 나옵니다. 역시 그를 좋아하는 핸섬급의 거친 남성(파헤드)과 그 친구들도 있죠. 드라마 시작부터 학교에서 힘센 녀석(타레크)과 그 무리들에게 시달림을 받는 연약 하지만 나름대로 고집이 있는 캐릭터(야신)가 꼭 있습니다.

 

처음부터 시비 거는 무리들한테 많이 쪼임을 당하지요. 유적지에 가서도 계속 얻어맞다가 어느 커다란 동굴같은 곳으로 도망쳤는데 그만 구덩이에 빠져버립니다. 핸드폰을 빠트린 거지요. 구덩이가 너무 깊어서 혼자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정도입니다.

 

그걸 본 시비거는 짱(타레크)이 구해주기는 커녕 구덩이에다가 쉬를 갈겨버립니다. 그렇게 그냥 가버리고 말지요. 하나 구원의 여신이 등장하지요. 지나가던 급우. 그런데 이 여자는 코걸이를 했지요. 코걸이 여자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온 우리 허당이. 밤에 모두들 모여서 유적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과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 끝나고 각자 자유시간을 갖지요. 

 

▲ 추락사한 학생의 사인을 밝혀보고자 사고장소를 직접 찾아간 인솔교사. 술에 취했다고 해도 천길 낭떠러지 절벽 꼭대기까지 와서 일을 볼 수는 없으리라 생각하지요. 누가 그를 이곳까지 데려온걸까요?

이때 우리 친구들은 모여서 급기야 여주인공 미라가 가져온 술을 돌려 먹게 되지요. 그런데 시비 걸었던 짱(타레크)이 소변을 보러 간 후 갑자기 하늘에서 털썩하는 소리.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고 말지요. 삽시간에 수학여행의 분위기는 쑥대밭이 되고 모두 조기 귀환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여주 미라는 자기가 술을 가져와서 벌어진 사건이라며 심한 죄책감에 빠집니다. 집에 와서도 아버지의 고지식한 태도에 못마땅해하고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지요. 그럴 때 갑자기 나타난 터번을 둘러쓴 핸섬남. 연기와 함께 나타나지요. 초능력이 있는지 여주를 소리치지 못하게 목소리를 막는 재주가 있네요. 

 

과거에서 온 정체불명의 소년인데요. 추락해 죽은 친구는 살해된 거라 하고 이 모든 것을 여주가 해결할 수 있다는 믿지 못할 말만 남기면서 연기와 함께 다시 사라집니다. 지금 한창 상영 중인 알라딘 영화에서도 지니(Genie)가 나오잖습니까. 램프의 요정으로 불리죠. 

 

 

▲ 베일에 쌓였던 미지의 소년 바로 그분. 연기와 함께 들쑥날쑥하면서 여주 미라에게 무언가를 자꾸 주문하는데. 여주 미라의 친구 라일라의 먼 사촌이라고 속이고 태연하게 수업까지 듣는 센스. 왜 자꾸 나타나는 걸까요?

혹시 이 작품도 알라딘의 지니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이름도 같고 같은 아랍권인데 램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갑자기 연기를 뿜으면서 자기 나오고 싶을 때만 나오는데 말이죠. 다음날 학생들이 다 모인 강당에서 추모를 하려 하는데 갑자기 한 학생(나세르)이 걸어 나와서는 칼로 자기 목을 긋는 자해를 합니다. 

 

유적지를 다녀오고부터 증세가 이상했었는데 아마도 소환사의 령이 씌운 것이겠지요. 이렇게 1편 에피소드는 끝나게 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저예산으로 자기 회사만의 드라마를 최대한 빨리 제작해서 업로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작까지는 갈 수 없을 겁니다.

 

▲ 여주 미라의 친구 라일라에게 고백하지만 거절당한 나세르. 유적지에서 어떤 연기를 마시고부터 이상해진 상태. 급기야 대강당에서 자해소동을 일으키는데 과연 살아남을런지요.

어찌 보면 병맛스러운 면이 다분히 있지요. 그런데도 계속 다음 편을 보게 되는 그런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짧고 굵게 끝나는 블록버스터급의 매력과는 사뭇 다른 조금씩 조금씩 나눠 보게되는 그런 것 말입니다. 이번 지니도 총 5부작으로 약 30분씩 밖에 안되어 시간 내서 한 번에 주욱 볼만 하겠네요.

 

그동안 못 봤던 신선한 배우들을 보는 맛도 있고 중동스러운 배경과 알아들을 수 없는 현란한 아랍어의 소음도 느끼면서 가볍게 감상하기 좋을 듯합니다. 

 

 

지니 | Netflix 공식 사이트

페트라로 수학여행을 간 고등학교. 이곳에서 지니가 인간세계에 합류한다. 선한 지니와 악한 지니의 팽팽한 대립. 초자연적인 힘이 폭발하는 놀라운 싸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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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Netflix)

▲ "책을 읽는다고 해서 돈이 되지는 않는다." <독서만담>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펴냄 / 북디자인 경놈 / 일러스트 오희령 

도서관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관심이 가게 되는 분야가 바로 독서와 관계된 책들입니다. 매주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다시 대여하는 일이 때론 즐겁기까지 하지요. 버릇처럼 돼버렸다고 할까요. 일주일에 한 번 가는 날이 항상 기다려지기까지 하니까 말이지요.

 

책을 왕창 빌렸다고 해서 다 읽는 것도 아니고 발췌독으로 하다보니 그렇게 부담이 가지는 않는 듯합니다. 예전에는 책을 빌리면 어떻게든 재미가 없더라도 다 읽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이 종종 있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다 보니까 굳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미있으면 다 읽는 것이고 보다가 도저히 못 읽겠다면 그 쯤에서 놓아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되는 것 같아요. 책의 목차를 보고 제일 관심 가는 챕터와 에피소드부터 읽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겁니다. 일단은 거부감이 들지 않다는 것이지요. 물론 소설 같은 장르는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어야 이야기를 알 수 있겠지만요.

 

▲ 대학 시절 첫 강의 때 받아쓰기만 2시간을 하였지요. 독서에 관한 글이었는데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답니다. 혹시 시험에 나올지 몰라서 그 누구도 항의하지 못했답니다 

너무 서두가 길게 갔는데요. 아무튼 이번에 고른 도서는 <독서만담>이라는 제목입니다. 독서로 만담을 한다? 그 옛날 코미디언들이 명절 때에 콤비로 나와서 끝도 없이 해대는 대화가 만담 아니던가요? 요즘 책 제목은 독자들의 이목을 잘 끌도록 잘 짓습니다. 

 

처음 접하는 저자이신데 책 내용이 상당히 유머스러움을 깔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필체는 일본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를 떠오르게 하지요. 곳곳에 숨어있는 위트와 피식 웃음짓게 만드는 묘사와 대사들이 장점이지요. 이 책에서도 그런 웃음기를 머금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아직 부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거지요. 그렇다고 독서가 읽는 즐거움과 마음의 양식으로만 그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필체 스타일이 바로 해학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지요. 똑같은 상황이라도 웃기게 묘사한다는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겁니다. 남 웃기는 게 어렵잖아요? 개그맨들이 시청자를 웃게 만들려고 얼마나 아이디어를 쥐어짜는지 아시잖습니까. 

 

저자는 이야기의 배경을 본인의 가족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소재의 대부분을 찾고 있고 그 상황에서 웃음코드들을 발췌해 냅니다. 또한, 그에 파생되는 생각거리를 본인이 독서한 책들을 열거하면서 부연설명들을 하고 있지요. 먼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챕터가 관심이 갔는데요.

 

저자가 학교에 발령을 받아 숙소를 결정할때, 학생 기숙사에서 학생들과 같이 기거하게 되고 그곳의 나이 드신 사감이 수시로 스피커 방송을 해대는 통에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요. 결국엔 스피커의 선을 살짝 끊어버리는 센스로 일단락 졌는데요. 

 

▲ 왜 행운은 나만 피해 다니는 것일까요? 왜 나는 항상 패배자가 되는 것일까? 라는 자책에 시달리시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을 깨울때는 10대 아이돌의 시끄러운 음악을 마구 틀지만 점심때 아무도 없을 때는 흘러간 옛 노래를 틀던 사감의 정감 있는 마음을 이해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저자 본인은 기러기 아빠의 바로 하위 버전인 갈매기 아빠라는 것도 재미있네요. 

 


게다가 영국인 코미디언인 이안 무어가 교통체증으로 꽉막힌 영국 도심에서 벗어나 프랑스 시골마을에 정착하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많이 부러워하지요. 하지만 편안하기만 할 것 같은 프랑스 전원생활도 예상치 못하게 더 힘들더라는 말은 역시 어딜 가나 새로운 환경에서는 잘 적응하는 적응력이 있어야 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 애주가들이 술을 마시면 두 개의 세상을 사는 것처럼 느낀다고 하지요. 그러면 긍정적 흡연가들은 비흡연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과연 경험할까요? 

 

담배가 뭐길래라는 에피소드는 저녁을 먹고 운동을 가자는 와이프의 권유를 은근슬쩍 뿌리치고 몰래 담배를 피러 나가려다가 와이프에게 걸려서 차에 뭐 가지러 간다는 거짓말로 당황하는 상황을 재미있게 묘사한 장면입니다. 집안에서는 가장이지만 그런 파워를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와이프에 절절매는 모습이 웃음을 참기가 힘들지요.

 

웃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요샛말로 웃프다고 해야겠지요. 그러면서 담배에 대한 숭배론자들이 쓴 책들을 소개합니다. 담배를 피우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그런 단점을 생각지 말고 담배의 장점만을 생각하고 맛있게 피우라는 거지요. 바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설을 저자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  한국 남자들이 왜 자동차에 열광하고 튜닝하는데 열중할까요? 집안에서 애완동물에게도 서열이 밀리는 불쌍한 이들이 자기가 하자는 대로, 가자는 대로 순종하고 따르는게 자동차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수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편도 있는데요. 집 현관에 있는 등이 고장이 났는데 전기에 감전될까봐 고치기를 망설이다가 결국은 용기를 내서 고친 후에 와이프한테 칭찬을 받는 얘기입니다. 남자라면 집안에서 고장 나거나 수리가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들은 스스로 고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자동차까지 고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요. 실제 일본작가가 쓴 자동차 수리에 관한 책을 보면 정비소에 가서도 맞짱을 뜰 수 있다고 하지요. 행복하게 패배하는 법도 있습니다. 아내와의 냉전 중일 때 저녁에 와보니 식탁에 김치볶음밥이 놓여있었지요. 

 

 

▲ 좋은 패배자를 곁에 둔다는 것은 느긋함과 배려심, 인정 넘치는 삶을 산다는 뜻이 아닐런지요.

 

덥석 볶음밥을 먹으면 아내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 같아 참다가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는 척하지요. 다시 방에 있다가 물을 먹으려고 나와보니 아뿔싸 볶음밥을 딸이 먹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 모두는 항상 무언가에 패배를 하고 삽니다. 

 

아내와의 싸움에서 항상 지고, 동료와 골프를 몇 타 차로 지고, 상사에 까이고 후배한테 시달리고 등등 이토록 패배의 연속입니다. 이와 더불어서 바로 위대한 위인들 중에서 1등이 아닌 2등의 패배자로 더욱 유명한 분들의 예를 듭니다. 앨 고어, 체 게바라, 루이 16세, 반 고흐, 롬멜 장군, 앨런 튜링 등 많은 위대한 패배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지치고 힘들더라도 다시 한번 힘을 얻고 살아가게 됩니다. 

 

▲ 하나도 쓸모 없는 책 이야기, 찌질한 아저씨의 위대한 패배, 하지만 오늘도 나는 괜찮다. !!


어려운 경제 사정에서도 한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도 아내를 위해, 아들 딸들을 위해 행복한 패배자가 기꺼이 되려는 한국의 아버지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는 착한 도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독서만담

『오래된 새 책』에서 헌책, 절판본에 얽힌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들려주었던 북칼럼니스트 박균호의 신작. 재치 있는 입담으로 페이스북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일상 이야기와 책에 얽힌 에피소드를 엮었다. 작가는 책에 미쳐 서재를 정원처럼 가꾸고, 정신적 사랑을 나누지만 흔히 예상되는 책벌레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희귀본을 손에 넣기 위해 판매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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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도서] 독서만담)

▲ 호주 SF 스릴러 넷플릭스 영화 <나의 마더> I AM MOTHER. 미래의 로봇엄마가 키운 딸이 엄마의 숨겨진 실체를 알게되는 극한 스토리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보이는 내용들에는 미래의 장소를 배경으로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가 꽤 됩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는 나의 마더라고 하는 영화인데요. 러닝타임 약 2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혹시 공포영화는 아니겠지 하는 믿음으로 클릭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유령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영화는 아니었고 자칭 엄마역할을 하는 기계 로봇이 등장하지요. 머리 모양이 마치 컴퓨터 데스크톱처럼 생겼고 움직임이 대체적으로 부드럽습니다. CG로 처리한 건지 사람이 뒤집어쓰고 연기를 하는 건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너무 동작들이 부드러워서 사람이 연기한다에 한표를 좀 주고 싶은데요. 어쨌든 추측일 따름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인원이 적지요. 로봇 엄마와 인간으로는 핵심 주요 인물 딱 두 명입니다. 정말 영화 찍기 쉬웠을 듯 하지만 딸 역을 한 여주인공은 연기하기에 어려웠을 듯합니다.

 

나중에 갑자기 쳐들어오는 여자 역할에는 힐러리 스웽크라는 배우가 열연을 하고 있지요. 예전에 몇 번 뉴스나 방송에서 비쳤던 것 같은데 그다지 크게 히트한 작품은 유달리 없는 듯합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지금은 좀 아줌마 티가 많이 나더군요. 

 

▲ 수많은 인간태아의 배아 중에서 선택많아 태어난 딸은 로봇의 지극정성으로 무럭무럭 자라게 되지요. 진짜엄마 같은 느낌이 들까요. 

약간 사이코 있는 여전사 스타일로 나오는데 여주인공 딸을 자기의 숙소까지 강제로 끌고 가는 무지막지한 묘령의 여인입니다. 때는 인류가 모두 사라져 커다란 벙커 같은 곳에 엄마 로봇만 남았습니다. 이 로봇은 조그만 인간의 배아들을 여럿 가지고 있는데, 이 중에서 하나를 배양해서 키운 것이 바로 이 여주인공 딸(클라라 루고르 역)입니다.

 

이 벙커 안에서 로봇의 지시에 의해서 먹고 자라면서 어느 정도 성년이 되었습니다. 역시 자기 혼자만 존재하는 것이지요. 인간으로는 말입니다. 로봇 엄마가 시키는 대로 교육을 받고 심리검사 같은 것도 주기적으로 시험을 치고 실내 운동도 하면서 그렇게 계속 무료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던 어느 날 벙커 외부에서 인기척이 들려오는데 부상을 입은 낯선 여자가 문을 두드립니다. 외부의 감염을 막기 위해 보호장구를 입게 하고 엄마의 출입 불가 명령에도 반하고 결국은 낯선 여자를 들여오게 됩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한애정이라고 할까요.

 

부상까지 당한 여자를 모른 척할 수 없는 딸의 따듯한 인간성을 발휘한 거지요. 낯선 여인은 로봇과 딸 둘만 있는 이곳이 위험하다고 하며 같이 외부의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것을 제안합니다. 딸은 이해를 못하고 반신반의하면서도 왠지 바깥의 세계에 가보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되지요.

 

▲ 로봇엄마의 행동에 점점 의심이 들기 시작하는 우리의 딸. 내가 이러라고 이렇게 애지중지 키웠단 말이냐! 로봇엄마도 열받을 수 있겠네요.

그와 동시에 로봇 엄마가 그동안 배아를 했던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도 전에 죽인 흔적들을 발견하고는 엄마를 의심하고 믿지 못할 존재로 생각을 굳혀가게 되지요. 낯선 여자가 지니고 있던 노트에는 외부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여러 명의  인물들을 연필 초상화로 그려놓았습니다.

 

이를 본 딸은 더욱 외부세계를 동경하게 되지요. 그렇게 생각을 굳히고 딸은 낯선 여인을 도와서 급기야 벙커를 탈출하여 여인이 살고 있다는 숙소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은 허허벌판 바닷가의 컨테이너 박스 안이었지요. 그곳엔 그 여인 말고는 다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여인의 거짓말이 들통나 버린 거지요. 딸은 다시 벙커 안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벙커 주위에는 이미 로봇 드로이드들의 삼엄한 경계로 죽음의 위험까지 느끼지만 다행히 로봇 엄마의 도움으로 입성하게 됩니다. 로봇 엄마는 새로운 아기를 다시 태어나도록 했는데 다시 돌아온 딸을 위해서 남동생으로 결정합니다.

 

갓 태어난 모습이 남자이긴 한데 백인은 아닌듯합니다. 벙커 밖에서는 드로이드들의 공격으로 철문을 레이저로 쏴서 녹여서 무너뜨리고 있지요. 하지만 딸이 겨눈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 밖의 위험도 멈추고 맙니다. 아마도 로봇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듯 합니다.

 

▲ 외부의 낯선 침입자 힐러리스왱크. 잘 살고 있는 딸을 꾀어서 자기의 안전한 숙소로 가자고 자꾸 보채는데. 왠지 믿음이 가는 듯 하면서도 꺼림칙 합니다. 

 

 

그 직후 낯선 여인의 컨테이너 박스에 로봇이 찾아와서 문을 닫아 버리는 장면은 어떤 경우인지 좀 의아스럽기도 하지요. 결국 딸은 어린 남동생을 스스로 키워야 하는 또 다른 엄마가 되는 듯 보입니다. 그동안 로봇이지만 엄마로서 딸이 아무 탈없이 크도록 다 돌봐 주어야 했는데 이제는 엄마가 없는 상황. 

 

얼마나 난감할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벙커 안이 철통 방호가 되고 내부에 충분한 식량들만 있다면 그야말로 1차적인 안심은 되겠지만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미래를 배경으로 일어날 만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독의 사이버펑크적이고 암울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런 환경이 온다면 정말로 살기가 싫을 겁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누구의 간섭도 없어서 불편한 일은 없겠지요.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인간의 태아들을 최대한 빨리 배양을 시켜서 많이 만들어내야 그나마 사람답게 사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요.

 

▲ 갓 태어난 남동생을 끌어안고 엄마와 대치하는 딸. 로봇엄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런지. 딸과 행복하게 살기를 꿈꿨건만 우리 악수하자 딸아!

로봇이 없고 인간들만이 존재하는 그런 사회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이겠지요. 지구 상에 인류가 아담과 이브에 의해서 계속 번성되가듯이 그런 것 말입니다. 딸의 책임감이 엄청날 듯합니다. 이 작품은 엄마의 역할을 했던 로봇과 실제 사람인 딸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입니다.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다시 엄마가 되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때 가져야 하는 상황도 고민하게 만듭니다. 과연 로봇이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런 로봇에 우리 인간은 엄마의 포근함과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을는지 의문입니다. 딸 역할을 했던 배우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많은 생각과 고민을 던져주는 넷플릭스의 이런 영화가 앞으로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나의 마더 | Netflix 공식 사이트

지구에서 멸종된 인류. 소녀에겐 자신을 키워준 로봇 ‘마더’가 전부였고, 마더 역시 ‘딸’인 소녀가 전부였다. 그들은 안전했다. 낯선 인간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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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NETFLIX)

▲ 책속에 등장하는 구술자들을 일일이 만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답니다. 면담과정은 노년에 접어든 그들의 전쟁과 사업화 시대를 살아내었던 지난한 여정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관심이 있어서 골랐던 도서는 베트남 전쟁에 관련된 책입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치러진 큰 전쟁은 아마도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일 겁니다. 특히나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패배한 유일한 전쟁이지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굳은 의지로 우리의 맹호부대, 백마부대 등의 군인들이 직접 베트남에 파병이 되었고 그와 같이 기술을 가진 근로자들도 파월을 했습니다.

근로자들이 외국에 나간 사례로는 독일에 간 광부나 간호사분들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로 간 노동자분들이 생각나는 게 다였지요. 그런데 전쟁에도 많은 기술자들이 일하러 갔다는 게 조금은 생소한데요. 잘 생각해보면 당연히 군대의 군인이 가서 전투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 추측이 되지요.

전쟁에도 직접적 전투외에도 그와 관계된 많은 군수물자들을 항구에서 실어 나르는 항만하역작업이나 운송작업은 관련 기술자들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그런 관계로 파월 기술자들의 경쟁률이 10대 1이 넘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임금이 상당히 많아서 일 겁니다.

▲  베트남 전쟁을 경험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때론 고달프지만, 그간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하는 학문적 여정입니다. 

당시 근로자 소득의 10배 이상 되었다고 하니 가히 몇 년 만에 큰돈을 만질 수 있을 정도이지요. 그렇게 번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 집도 새로 사고 큰 차도 굴릴 수 있는 기회가 인생에서 그리 흔하게 찾아오지는 않겠지요. 게다가 애국이라는 좋은 명분까지도 있으니 일석삼조입니다. 

당시 베트남에는 우리나라의 기업 60여 개 업체가 진출해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업이 바로 현재의 한진인 한진상사였습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한진의 회장님이 계시지요. 전쟁으로 인해 돈을 번 나라가 바로 미국이지요.

많은 전쟁과 관련된 무기와 군수물자를 팔아서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고 하지요. 베트남 전쟁도 바로 한국에 그런 기회를 준 셈입니다. 당시 한국이 무기를 팔아서 번 것은 아니고요. 지금도 대기업들이 잘 써먹는 방법이지요.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한 것입니다. 

▲ "한 다발의 삐라와 신문이 감추어진 가방을 메고 행운의 빛을 전하는 새처럼 잠든 사이공을 날아다닌다." 노래 <사이공의 흰 옷>의 가사.

그곳에서 군수 관련 일을 독점한 미국의 6개 컨소시엄 독점업체가 있었는데 한국은 당연히 그들의 하청업체로써 일하게 되지요. 일례로 빈 넬(Vinnell)이라는 미국의 군수지원 업체에서 일하는 정기 사원과 한국의 한진 소속으로 일하는 근로자와의 임금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지요.

미국 업체에서 실제 내려주는 1인당 임금은 천불 이상인데 실제 한진의 근로자들이 쥐는 돈은 3백 불 정도였다는 것이지요. 그 차이인 약 7백 불 이상을 한진에서 가져간 거지요. 이렇게 해서 초기 베트남에 트럭 몇대로 시작한 사업이 몇 년 만에 몇백대로 늘면서 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바로 파월 근로자들의 피땀 어린 노동과 임금착취의 결과로 인한 것이지요. 현재의 우리 근로자들의 모습도 이와 전혀 다르지 않지요. 하청에 재하청을 거치면서 현장에서 실제 각종 스트레스와 위험을 마다하고 묵묵히 일하는 근로자의 피를 빨아먹고 있지 않나요? 

▲ 초창기 파병시 열악한 주거환경인 24인용 천막에서의 생활과, 몇대에서 시작한 트럭이 점점 늘어나는 한진상사의 모습입니다. 

이런 구조를 시원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정말 안타깝습니다. 건설이건 IT 현장이건 대부분의 일하는 방식이 모두 하청 위주인지 심히 의심스럽고 실망이 큽니다. 이런 구조는 모두가 느끼고 또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은 현 일하는 구조의 전체적인 문제일 겁니다. 

아무튼 전쟁 당시에도 10배 이상의 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들에게도 그런 속 쓰린 아픔이 있었네요. 국내 사람들이 들으면 그 무슨 배부른 소리냐. 우리보다 10배나 벌면 나 같으면 하루 종일 일하겠다는 말이 나올 듯합니다. 하지만 당해  본 사람만이 그 현상을 이해할 겁니다. 실제로 체험을 해봐야 아는 것이지요.

거기에 간 근로자들도 돈을 많이 번다는 부푼 꿈을 갖고 찾아갔을 겁니다. 초기엔 24인용 막사에서 생활을 하다가 조금씩 개선이 되었고, 그래도 세끼 식사에는 고기가 빠지지 않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그렇게 하역과 운송작업을 하다 보니, 부두 쪽 보다는 육지로의 운송작업이 점점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 본연의 업무보다 총으로 경계까지 해야 하는 최악의 근무환경. 멋진 자세는 아니지만 선글라스가 한 몫을 합니다. 

곳곳에 베트콩의 표적이 되는 것이지요. 이에 운전을 하면서도 총으로 무장을 하고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릅니다. 결국엔, 근로자들 중 에서 자체 경비를 위해 경비를 서고 경계를 하는 일까지 도맡게 되지요. 원래는 호송과 보호 임무를 미군 쪽이나 한국 파병부대원들이 해주어야 정상인데, 미국은 자기들 인원이 아닌 제3세계 인원들로 대체시킨  겁니다. 

이렇듯 미국은 자국민 보호와 적은 임금과 비용으로 베트남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지금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행하는 내용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듯 악조건의 환경 속에서 일하는 동안 많은 불리한 행태들을 느끼게 되지요. 

외박과 여행 같은 것은 금지되었고 하루에도 12시간 이상씩 쳇바퀴 돌듯 행해지는 무지막지한 근무시간이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게다가 정규사원과 계약사원 간의 임금의 차이도 한 몫하지요. 이렇게 누적된 불만들은 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근로자들 사이의 모임에서 불거지게 되고 많은 초과근무에 대한 임금을 요구하는 미불임금투쟁을 벌이게 됩니다.

▲ 베트남전쟁의 이면에는 강대국과 대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착취와 대우가 도사리고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생사를 오가는 전쟁 속에서 사망자와 부상자들도 심심찮게 발생했었지요. 이런 투쟁에 대해 언론과 정부 한진에서는 배부른 자들의 과대망상의 현상이라고 일축하거나 그 마음을 이해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까지 주지는 않지요. 

이렇듯 갖은 민원과 재청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한진의 심장부인 칼 빌딩에 방화를 하는 사건까지 가고 말지요. 그동안 참고 참았던 울분이 한순간에 폭발해 버리고 만 것이지요. 이에 많은 주동자들이 잡혀 들어가 징역을 살게 됩니다. 베트남 전쟁이 미국이 주도한 전쟁으로 우방국인 한국이 어쩔 수 없이 참가했습니다만 그에 반사적으로 한진 같은 기업이 상업적으로 큰 이득을 보게 되고 그 이면에는 파견 근로자들의 역할한 환경에서의 고된 노동이 있었습니다.

그에 맞는 적절한 대우를 바라는 작은 저항의 소리를 가차 없이 짓밟아 버린 대기업의 이중적인 잣대를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도서는 이렇듯 베트남 전쟁에서 보이지 않게 희생했던 파견 근로자들의 노동 경험과 생활들의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제 참가했던 증언자들의 생생한 진술 내용들을 들을 수 있고, 그 전쟁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를 심히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베트남전쟁의 한국 사회사

최근까지 한국의 베트남전쟁 참전에 관한 많은 연구는 참전의 배경과 과정, 참전의 영향 등을 정치·외교·경제 등의 거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데 관심을 집중했다. 여기에는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 전쟁과 더불어 변해갔던 사회, 전쟁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개인적 회한과 사회적 갈등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이 책의 저자 윤충로(한국학중앙연구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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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서] 베트남전쟁의 한국 사회사)

▲ 한탄강 스파호텔의 전경. 고석정과 바로 붙어 있어서 관람후에 이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 이 곳 주차장이 아주 커서 편리합니다. 

안녕하세요. 국내에서 아직 안 가본 곳이 너무 많아서 결정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지난번에는 경북과 전남을 방문했던지라 이번에는 다른 도를 가는 것이 나을 듯했습니다. 편식만 하면 조금 지겨운 경우가 있잖아요. 매번 다양한 곳으로의 방문이 지루함도 없애고 매너리즘 같은 것도 제거해주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한국도 다녀보다 보면 경치와 풍경이 꽤 좋은 곳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강원도 쪽으로 잡았는데 바로 철원입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어서 마치 경기도에 있는 곳인가 착각하게도 되지요. 지도상으로는 중부전선을 맡고 있는 군사적 요충지 이기도 합니다.

철원이라고 하면 그 옛날 대학교 시절에 방학을 이용하여 체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3사단 백골부대인데요. 아직도 하얀 두개골에 뼈다귀가 엑스자로 받쳐진 모습의 커다란 형상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에도 철원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다 보니 몇 번 백골부대 형상을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의 흉상. 뭐라도 금방 무너뜨릴 저 런지자세는 근육남의 표본같기도 합니다. 워킹데드의 남자 미숀이랄까요.

 

부대 이름과 마크가 너무 강렬하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철원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면 첫번째로 고석정이 나오지요. 어감이 바다에서 전투할 때 쓰는 고속정이 언뜻 떠오릅니다. 철원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곳 아홉 군데의 제일 첫 번째 명소인 고석정이지요.

오랜 옛날부터 형성된 기이한 기암으로써 한탄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절경 중앙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그 위용이 어떨지는 처음 방문한 사람은 잘 상상이 안 가지요. 고석정까지는 차량으로 대략 2시간 거리가 되는데, 업데이트한 지 좀 된 아이나비 내비게이션과 다음의 카카오 네비를 같이 켜놓고 찾아갔지요.

가끔씩 아이나비가 경고창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고속주행 중에 뜨면 영 난감하지가 않지요. 그래서 네비를 두 개씩이나 켜놓는 이런 센스. 누구는 네비 없이도 목적지를 잘 찾아간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차원입니다.

▲ 고석정으로 내려가는 길에 바라본 경치입니다. 한탄강을 사이로 우뚝 솟은 바위가 정말 멋져 보이지요. 때마침 유람선까지 지나가주는 센스.

고석정에 도착하니 안내원이 주차할 곳을 다른 곳으로 가리키네요. 주욱 가다가 오른쪽의 빨간 표지를 보고 들어가면 넓은 운동장 같은 게 나온다고 합니다. 무슨 행사 때문인지 주차장이 있는데도 못 들어가게 임시로 폐쇄를 해 놓은 듯하네요.

알려준 곳으로 향하다 보니 공터가 있기는 한데 영 남의 집에 대놓은 거 같아서, 정문이 있고 넓은 곳에 주차를 해놓고 보니 호텔 겸 스파를 하는 곳이네요. 이름하여 한탄리버 스파호텔이라고 영어로 씌어 있습니다. 일단 상황을 보니 이곳에 주차해도 될 듯은 해 보입니다. 

곳곳에 무대 준비를 하는지 계속 드럼 두드리고 기타 조율하고 마이크 테스트를 쉴 새 없이 하는지라 귀가 따갑기도 합니다. 화장실도 쓸 겸 들어간 곳은 관광안내소라고 하네요. 1,2층에 전시관도 있어서 둘러보니 철원 전체에 대한 개략적인 관광명소들의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 고석정 아래 물가까지 갈 수 있어서 사진들을 많이 찍으시지요. 바위 꼭대기에 올라가면 더 좋겠지만 당연히 위험해서 출입금지이지요.

일단, 보기 좋게 지도들도 있고 해서 카메라로 저장을 해놓게 됩니다. 카운터에는 관광안내도라고 하는 커다란 팸플릿도 있어서 한 손에 쥐고 다니니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DMZ 안보관광 코스와 생태평화공원 코스는 출발시간들이 있는 것 같아서 일단 옆으로 제쳤습니다.

코스를 다 보는 것도 보통 3시간 이상이 걸리고 시간에 제약을 받는 것도 별로라서 가고는 싶지만 이번에는 제외를 하였죠. 또 언젠가 나중에 꼭 코스를 견학하리라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핑계로 말이지요. 아마도 오늘 이 곳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뮤직 페스티벌 같은 게 열리는 듯합니다.

오고 가다 현수막을 보니 혁오, 잔나비, 정태춘 등 가수들의 이름들이 써져 있더군요. 준비하는 외국인 스텝들도 보입니다. 광장 중앙에는 검은색 동상이 있는데 임꺽정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의적 임꺽정이 이 곳 고석정의 작은 동굴에서 기거하면서 활동했었다고 하네요. 이런 유래가 있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 고석정과 같이 있는 관광안내소 광장에는 각종 디즈니 캐릭터들과 탱크, 비행기 실물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이 즐겁습니다. 

곳곳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보이는데 군복을 입은 군인들도 가끔씩 있네요. 전방 지대라서 주변에 군부대가 많다 보니 그런 것이겠지요. 이 더운 날에 베레모에 전투화까지 신은 모습은 정말 더워 보입니다. 군복도 계절에 맞는 복장들로 개량을 했으면 합니다.

고석정에는 경치를 볼 수 있는 정자와 함께 유람선 보트를 탈 수 있는 선착장도 있습니다. 주위에는 기암절벽으로 한탄강이 흐르는 중앙 양옆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정말 신선들이 이런 곳에서 놀겠구나 생각이 들지요. 중앙 10미터 높이의 바위가 바로 이곳의 핵심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그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조그만 백사장처럼 바로 물가에 까지 다가갈 수 있죠. 물가에서 바위를 보면 겹겹이 쌓인 돌들을 칼로 자른듯한 형상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수천만 년 동안 자연이 이루어 낸 조각 작품 아닐는지요. 압도적인 경치에 경외감마저 들게 됩니다. 

▲ 고석정 옆에는 코스모스 십리길의 꽃밭이 펼쳐져 있지요. 꽃으로 둘러쌓인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꽃은 정말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하지요.

이런 대자연속의 우리네 인간은 얼마나 작은 미물이며, 백 년도 못 사는 기간이 찰나의 시간보다도 못한 기간이잖아요. 그 기간마저도 얼마나 많은 고통과 근심으로 아등바등 살려고 합니까. 인생의 무상함과 어떻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것인지 되묻게 되는 그런 광경입니다.

이런 절경을 마주하면 정말로 집이 있는 도시의 현실 속으로 가기가 정말 싫지요. 보트는 약 10명 정도 태울 수 있는 소형입니다. 모두들 빨간색의 구명조끼는 입은 듯 보이네요. 강 왼쪽에서는 구령에 맞춰서 노를 저으며 래프팅 하는 고무보트가 보이네요. 

고석정 주변에는 꽃들로 장식된 꽃길 가는 곳이 있습니다. 드넓은 대지에 갈대와 노란색의 보리들, 빨간색의 양귀비, 보라색의 수레국화 등 꽃 속에 파묻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바로 고석정 코스모스 십리길이라고 하고 고석정 꽃밭 가는 길 로도 써져 있네요.

▲ 꽃밭길을 일주할 수 있는 깡통열차. 뒷태가 정말 깡통이네요. 조그만 농기계가 끄는 이색체험 열차입니다. 후진은 어려울 듯 무조건 직진 앞으로 고고 입니다. 

중간중간에 나무와 캐릭터 인형들이 놓여 있고 트랙터가 운전하는 깡통 열차가 다니고 있지요. 모두들 빨간색 헬멧을 쓰고 움직이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 어린이 기차놀이하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지지요. 따듯한 햇살과 함께 이렇게 싱그러운 꽃밭을 거니는 호사로움은 복잡 다난한 한국을 사는 모든 직장인들의 바람일지 모릅니다.

철원의 고석정 얘기만 해도 분량이 많아지네요. 다음 편에 철원의 8경에 대해서 더 알아보겠습니다. 

 

고석정

한탄강의 중류, 신라 진평왕이 이곳에 고석정이라는 정자를 세운 이후로 주변 지역까지 통틀어 고석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강 한가운데는 높이 10m나 되는 고석암이라는 바위가 서 있어 절경을 만들고 있고, 강 언덕에는 바이킹과 관람차가 있는 고석정랜드가 있습니다. 고석정은 조선시대 의적으로 활약했던 임꺽정이 이곳에 숨어 활동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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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의 자살이유를 찾고자 그녀의 소셜 계정에 접속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게 되는 엄마의 마음이 간절합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새로이 시즌5 블랙미러가 오픈되어서 궁금증을 많이 유발하여 계속 보게 되는데요. 세편밖에 이번 시즌에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괜찮게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스미더린입니다. 작은 파편들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인터넷 회사의 이름이 스미더린입니다. 그 자체가 가상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회사를 지칭합니다. 마치 현재의 페이스북을 빗대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다소 스포가 있으니 유념해주시고요. 삼십 초반의 남자 주인공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하는 회사의 운전기사입니다. 이것도 우버를 연상시키지요.

블랙미러를 제작하는 내용들을 보면 현재의 인터넷 기반의 기술들에 대한 스토리를 가상으로 꾸며서 만들어 내지요.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결코 허구일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아무튼 남자 주인공은 스미더린이라는 잘 나가는 회사 근처에서, 말쑥하게 차리고 돈 많게 보이는 손님들만 골라서 태우지요. 그런 근무시간이 끝나면 자살자들의 치료 클럽에 가입해서 심리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자기 딸이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자살을 한 사연을 가진 여성분과 내심 마음이 통하여 그와 가깝게 지내게 되지요.

▲ 양복을 빼입었기에 회사의 중역인 줄 착각한 남주는 납치와 인질극까지 벌이는 대범함까지 발휘하지요.

그녀는 딸이 사용하는 페르소나라는 소셜 서비스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려고 노력합니다. 만약 딸의 계정에 들어가서 작성한 내용을 본다면 자살의 동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계속 비밀번호를 추측해서 시도하지만 도통 알 수가 없는 노릇이지요.

우리의 남자 주인공은 급기야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 흑인 중역쯤 돼 보이는 사람을 공항까지 태워다 주는 척하다가 납치를 해버립니다. 돈이 있을 것 같아 보여서 추궁한 결과 이 흑인은 입사한 지 일주일밖에 안된 인턴 신입이었습니다. 당연히 돈이 없지요. 

대상을 잘못 고른 데에 대해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자, 요즘 젊은것들은 왜 하루 종일 어딜 가나 핸드폰에 머리를 처박고 그것만 보느냐고 버럭 소리를 질러댑니다. 이렇게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대해 엄청난 비판을 가하지요. 아무래도 이런 쪽에 어떤 손해를 입어서 분풀이를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흑인 인턴을 납치를 해서 차를 몰고 가다 지나가는 경찰에 의심을 받고 추격까지 당하고 넓은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인질극이 펼쳐지게 되지요. 인턴이 근무하는 회사의 최고인 사장과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지요. 속속들이 경찰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스미더린 회사도 발칵 뒤집히고 일촉즉발의 인질극이 대치상황을 맞게 됩니다.

▲ 남주와 나이대까지 비슷한 성공한 젊은 스미더린 CEO. 남주가 납치극을 할 만한 상황이 더 없이 이해가 갑니다.  

해당 회사에서도 돈을 노리는 줄 알고 미국의 은신처에서 묵언수행 중인 CEO와 통화를 최대한 안 시켜 주려고 합니다. 남주는 CEO에게 돈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바로 자기의 약혼녀가 교통사고로 죽게 된 하소연을 얘기합니다. 여러분도 이야기 구조상 짐작이 가능할 런지 모르겠지만 운전 중에 스미더린의 좋아요에 해당하는 알람을 확인하다가 사고가 나게 된 것이지요.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메시지의 확인을 한시도 비켜갈 수 없는 작금의 세태를 비평하기로 작정을 한 것입니다.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졸음운전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시지요? 소셜 서비스의 폐해를 이렇듯 운전 중 사고를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뭇 이해가 갑니다.

한 번씩 이런 경우는 다들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운전 중에는 되도록 스마트폰 확인은 안 하는 것이 본인의 생명을 재촉하지 않는 길일 겁니다. 남주는 마지막엔, 알게 된 여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스미더린 CEO를 통해서 페르소나 사장이 여자의 딸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도록 부탁하지요.

그녀가 갑작스럽게 비밀번호를 받게 되고 키보드에서 입력 후 엔터를 치는 순간과 함께 저격수의 총알이 남주를 향해 발사가 되면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갑니다. 극 중 배경음악은 Morten Harket의 Can't Take My Eyes Off You 가 흐릅니다. 애절한 내용의 가사와 리듬이 뭔가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먹먹하지요.

 

 

▲ 납치범을 신중히 처리하려는 경찰의 여자 저격수. 이 작품에 심심찮게 여자배역의 역할이 많습니다. 여자 경찰지휘자 및 간부, 스미더린의 여자중역, 간지나는 여자 저격수, 여자 주연 배우 및 딸 등등

현대시대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잘 사용하고 쓰면 이처럼 편리하고 다재다능한 기계가 아닐 수 없지만 그 역기능도 참 많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것, 시력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 책 읽을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 운전 중에는 치명적이라는 것 등이 대표적이겠네요.

그래도 장점이 더 많기에 현대인들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요. 요즘은 70 넘으신 노인분들도 카톡은 기본이고 유튜브 시청률이 점점 늘어난다고 하지요. 피씨로 하는 인터넷의 세상이 최대 기술의 끝이 아닐까도 생각했었지만 손 안에서 인터넷은 물론이고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더 진화할지는 상상력에 맡기겠습니다.

블랙미러는 이렇듯 미래 기술의 진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굳이 엄청난 배우와 최첨단 CG 작업과 물량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항시 접하고 있는 일상의 일들에서 불합리와 부조리한 이야기들을 잡아내 1시간 내외의 분량으로 제작한다면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상영 중인 아스달 연대기도 투입 대비 그렇게 호평은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왕좌의 게임 등에서 모방을 했다 등등 말들이 많더군요. 아무튼 이번 스미더린 편은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사는 우리들의 고개를 한 번쯤 끄덕이게 해 주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블랙 미러 | Netflix 공식 사이트

눈부시게 발전한 첨단 기술. 하지만 인간의 어두운 본능이 그 기술을 이용하면서, 기이한 악몽이 시작된다. ‘디지털 시대의 《환상 특급》’이라 불리는 SF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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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NETFLIX)

▲ 서대문 형무소 매표소를 통과한 후 제일 처음 관람하게 되는 역사전시관입니다. 형무소가 걸어온 발자취를 엿볼 수 있지요.

안녕하세요 행복한 줄 긋기입니다. 지난 현충일에는 오후에 비가 내릴 것 같다는 기상예보가 있었습니다. 아파트 바깥을 내다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조기형식의 태극기가 얼마나 걸려 있는지를 보질 못했네요. 봤는데도 관심을 안 뒀으니 모르고 지나쳐버린 것 일 수도 있고요.

엘리베이터에도 현충일에는 조기를 가정마다 꼭 걸어주시기를 바란다고 안내장이 붙어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애국심이 어느 정도인지 살짝 엿보는 기회이기도 하지요. 저 역시 집에 달 수 있는 태극기가 없네요. 인터넷에서 당장 구매를 해봐야겠습니다.

아점을 먹자마자 어딘가 또 바람을 쐬고 싶은 충동이 앞서더군요. 이미 오후가 시작되는 시각인지라 멀리 갈 수는 없으니 서울 쪽에서 찾아보기로 한 곳이 바로 서대문형무소입니다. 물론, 제가 이 곳에 들어가려고 하는 건 아니고요.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했습니다.

자가용으로 한 40분이면 가는 거리이고요. 서대문이면 시내의 중심에 있는 곳인데 생각에는 조그맣게 흉내만 낸 것이 아니겠느냐 상상했는데 웬걸 저의 상상을 완전히 깰 정도로 그 공간이 상당히 넓었습니다. 심지어 이곳에서 아이들끼리 축구시합을 해도 될 정도로 크고 탁 트인 대형 종합 운동장 같았습니다. 

▲ 형무소에 수용되었던 독립유공자들의 인적표입니다. 방 전체 사방으로 그들의 모습이 담겨있어 당시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지요.

 

 

주차장은 후불이 되겠고요. 입장료는 어른 3천 원인데 휴일이라 그런지 가족단위의 인파로 인해 매표소 입구 전 약 백 미터 이상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상당히 많아서 엄청 북적거렸지요.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 큰 감옥을 왜 이리들 보러 오는 건지 심히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입장하자마자 커다란 대형 태극기와 애국열사들의 모습을 담은 초대형 현수막들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당연히 관람객들의 사진 촬영으로 도저히 저의 차례를 기다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빨간색 벽돌로 세워진 대형 건물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런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대형 부지를 다 사용해서 유지를 해야 되는지 조차도 의심이 갑니다.

이 곳에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를 세워도 수십 동을 건축할 수 있겠더군요. 사방으로 둘러쳐진 빨간색 벽돌의 울타리는  그 높이가 상당하여 죄수들의 탈출은 불가능한 듯 보입니다. 일제시대에 이런 철옹성 같은 곳에서 노역으로 세월을 보내야 했다는 데에 크나큰 상실감이 들었으리라 여겨지네요.

하지만 엄청난 부지에 답답함은 덜 했을 것 같네요. 정 중앙에 있는 전시관에는 일제시대 때부터의 형무소의 역사와  이 곳을 거쳐간 애국지사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각종 사진들과 소품들을 보여줍니다. 부모님들과 같이 온 아이들은 부모들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기 일쑤이지요.

▲ 한 명 간신히 누울정도의 어두컴컴한 독방은 그 답답함과 지루함, 공포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역사책에서나 읽어보았던 여러 지명과 인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반가워합니다. 아이들이 하나라도 놓칠세라 부연설명을 해주는 아버지의 노고도 가히 존경스럽습니다. 많은 인파로 차례대로 순서를 기다리면서 관람을 해야  할 정도이지요.

1,2층에는 우리나라의 항일운동에 대한 사진으로 대부분 전시되어 있고 지하 1층에는 감옥에 대한 내용과 고문의 흔적들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독방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한 사람만 딱 누울 정도의 넓이에 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혀옵니다. 그 당시에 냉, 난방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좁은 공간에서 생리를 해결하면서 아무 기약 없이 사계절을 견딘다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보다도 못한 삶이었을 것입니다.

일제에 항거한 분들이나, 독재에 맞서서 저항한 민주열사들, 그리고 부패정권의 조작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쓰고 끌려온 분들이 이런 인간 이하의 시설과 대접을 받아가면서 생활했음을 추측하면 몸서리가 쳐집니다. 과연  그 시절에 태어나 이런 고초를 겪었다면 어땠을까.

하루라도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시설의 뒤쪽으로는 한센병 일명 문둥병에 걸린 사람만 수용하는 한센병사가 저 멀리 높은 곳에 위치합니다. 아래쪽으로는 무슨 미로 같은 곳이 있는데 격벽장이라고 일종의 운동을 위해서 만든 시설이죠.

▲ 옥사 중앙에 태극기와 애국지사의 대형 현수막이 자리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포토죤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벽과 벽을 촘촘히 세워놓아서 서로 간에 대화를 하지 못하도록 한 건물입니다. 인간의 최소한의 기본권리를 최대한 차단하려는 일제의 의도된 만행이지요. 좀 더 구석진 곳으로는 사형장이 있습니다. 커다란 미루나무가 세워진 내부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던 분들을 직접 시행하던 곳이지요.

참관인들이 참석한 곳에서 덩그러니 늘어진 밧줄은 그야말로 비참한 그 시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얼마나 많은 안타까운 인물들이 거쳐갔을지 차마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바로 옆에는 시구문이라고 하여 사형이 집행된 시신을 외부에 반출하기 위한 통로가 있지요.

지하 통로 같은데 외로운 메아리만 울려 퍼집니다. 11옥사, 12옥사라는 곳은 실제로 수감된 감방이 있는 곳이지요. 우리가 영화에서 보면 죄인을 끌고 지나가는 복도를 보게 되는데 그런 식의 건물입니다. 하지만 철문이 아니라 나무로 된 다소 허술하고 비좁은 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요.

각 방마다 실제 방에 투옥되었던 애국지사와 민주열사들의 대략적인 생애를 도표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방마다 들어가 보면 그분들의 발도장과 생애 업적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열사와 지사들이 계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 격벽장의 일부 모습입니다. 운동삼아서 이곳을 왔다 갔다 했을텐데 그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처음 듣는 분들이 꽤나 많았지요. 조선말의 의병활동부터 시작해서 아직까지도 생존해 있는 분들까지 모두 한 번씩은 들어 봄 직한 이름이었지요. 어떤 전시관에는 이 곳에 수용된 수감자들의 수형 사진들을 방 전체에 빽빽이 붙여놓은 곳도  있습니다.

흑백사진으로 얼굴 앞쪽과 옆면 사진 대부분 머리가 짧은 스포츠 형태로 찍혀 있습니다. 다들 젊은 나이에 끌려와서 갖은 고생을 했을 것을 생각하니 현재의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나라를 위한 분들이 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서대문형무소는 기피해야 할 역사관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번씩 거쳐서 느껴야 할 역사의 현장이더군요. 오후 늦게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끝까지 관람을 하니 2시간 반이 훨씬 지났습니다. 많이 걷지는 않았지만 서서 관람을 하다 보니 발목이 뻐근하기도 합니다.

주차장 출구를 나오니 주차료는 4천6백 원 정도 나옵니다. 입장료보다 더 비싸지만 돈을 더 주고라도 이 곳 역사관은 방문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이들의 역사교육에도 좋고 넓은 부지에 가족들의 나들이에도 더없이 탁월한 장소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관람이 되었습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정부수립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와 선열들의 자주독립정신을 배울 수 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삼고자 1995년 공사를 시작하여 1998년 11월 개관하였다. 서대문독립공원 내에 있으며 3·1운동 직후 유관순 열사가 투옥되어 숨을 거둔 지하 옥사와 감시탑, 고문실, 사형장, 옥사 7개동, 역사전시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관사와 고문실로 쓰이던 역사전시관에는 영상자료실, 강우규 의사의 의거를 재현한 매직비전, 형무소역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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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행복한 줄 긋기입니다. 이번에 관심을 갖게 만든 문구는 바로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이라는 제목을 가진 도서입니다. 무슨 무슨 "법"이라는 말로 끝나는 단어는 확실히 타인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지요. 혹시나 하고 클릭해서 눌렀다가도 실망할 수 도 있고 아니면 정말 그 법에 맞는 참신한 내용을 얻어가기도 하지요. 

책 제목이 다소 과격한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데에도 무슨 법칙과 알고리즘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니면 책을 많이 팔 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하는 느낌도 순간적으로 들지요. 이 책의 저자는 세르비아의 사회운동가라고 합니다.

이름은 "스르자 포포비치". 왠지 러시아 계통의 사람인 듯하군요. 세르비아가 옛날 러시아 소속이었다가 독립해서 분리된 나라라고 언뜻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하튼 상당히 특이합니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이야기로 책까지 낸다는 것이 여간 큰 결단과 용기가 아니고는 하기가 힘들 테니까요.

저러다가 언제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나 해코지를 당할지는 본인도 모를 것입니다. 그 불안과 유명세를 왔다 갔다 하는 삶은 너무 위태로울 것입니다. 삶의 안정성이 결여될 것처럼 보이지요. 하나 이 책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미국 PBS 방송에서 방영되어서 오히려 엄청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강연 동영상에서 유명한 TED에서도 그 조회수가 폭발적이었다고 해요. 세상에는 참 살아가는 방법들이 정말 다양하다고 밖에 할 수 없군요. 저자의 이력도 상당히 특이한 대요. 젊은 시절에는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고 대학에서는 생물학을 전공했더군요.

세르비아 공포정치의 대명사인 밀로셰비치를 권좌에서 내려오게 만든 비폭력 저항단체 오트포르의 리더였습니다. 오트포르는 "저항"이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그 자신도 세르비아의 정권하에서 경찰들에게 끌려가 박해와 고문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민주열사 정도 될까요?

그가 내세우는 정권에 대항하는 저항의 개념은 비폭력과 유머를 이용한 저항입니다. 상당히 독특한 전략이지요. 일제시대에 유관순 같은 열사가 일본 순경에게 고문을 당하면서 유머와 농담으로 저항할 수 있을까요? 그 엄숙하고 무서운 분위기에서 아재 개그나 실없는 피식 웃음을 날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마 그 자리에서 더욱 심한 고문을 가하지 않을까요? 또한 열사로서의 위신과 체면이 송두리째 무너지면서 훗날 후손들이 비웃게 되지 않을는지요. 한국의 저항정신에서는 절대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일 겁니다. 이 책의 첫 장에서는 이집트에서 온 열댓 명 정도의 사회운동가들이 저자에게 혁명의 방법을 배우러 온 것에 대해서 기술합니다.

혁명의 현장인 세르비아의 광장도 견학해 보고 그 날 느낀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토론도 하지요. 그들의 근심은 하나 같습니다.  "우리나라(이집트)에서는 절대로 할 수없고 일어날 수 없는 혁명입니다."라고 모두들 지레짐작하고 포기하는 심정들을 얘기하지요.

하지만 저자는 그런 생각은 바로 어느 나라 사람이든 모두 가지고 있는 공통된 인간의 본성이라고 합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를 줄줄이 댈 준비가 된 발언들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될지 안 될지 의구심을 가지고 본국 이집트로 돌아간 몇 년 후에 절대 일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조그마한 혁명이 전 세계 신문에 대서특필되어 나옵니다.

무자비한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의 공포정치와 그를 옹호하는 언론, 경찰, 군부세력들의 틈이 조금씩 와해되고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저자가 예언한 대로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독재자의 철통 권력은 없었습니다. 저자가 이끄는 단체는 상징적으로 불끈 쥔 검은 주먹의 디자인이 그들의 로고 및 심벌입니다.

이런 주먹 그림이 새겨진 배지나 전단지를 곳곳에 붙이고 홍보함으로부터 혁명의 조그마한 불씨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자가 가장 아껴서 집에 붙여놓고 매번 되뇌고 있다는 문구는 바로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갈라드리엘이 호빗 프로도에게 하는 다음의 내용입니다.

"제 아무리 보잘것없는 생명일지라도 미래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강하고 힘 있는 자만이 역사를 만든다고 배워왔지요. 하지만 마틴 루서 킹, 간디, 바웬사, 하비 밀크, 제인 제이컵스와 같은 인물들을 들면서 그들은 결코 위대한 인물이기 전에 평범했던 보통사람이었음을 강조합니다.

폴란드를 구원했던 바웬사는 선박회사에서의 단순한 전기기술자였었지요. 미국의 힘 있는 자본가가 환경을 파괴하려 할 때 건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미친 여자 취급을 받으면서 끝까지 저항해 성공했던 보통사람 제인 제이컵스도 있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을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낀다고 생각하는 지금 현시대를 사는 보통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두려움의 가장 큰 적수는 바로 웃음, 유머입니다. 독재자와 그들은 다수이고 혁명가들은 소수입니다.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은 유머라는 것이지요. 시위나 집회가 딱딱하고 지루하고 인상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펑키 밴드의 공연에 맞춰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흥에 겨워 즐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일례를 들면, 세르비아 대통령의 와이프는 칠면조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시위 현장에 칠면조를 풀어놓았더니 덩치 큰 경찰들이 칠면조를 잡느라고 허둥댑니다. 그런 경찰의 뒤뚱거리는 뒷모습을 보고 웃고 나면 그때부터는 경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얘기합니다. 실로 깜짝 놀랄만한 방법들이 있음을 이 책을 접하고 알게 되니 새삼스럽습니다.

세상은 이런 특이하고 독특한 인물에 의해서 더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에게 조언을 듣고 난 후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비폭력, 유머에 입각한 방법들로 혁명에 성공한 예들이 점점 늘어남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독재의 권력들이 거쳐갔었는데 이런 저자의 방법들이 적용되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러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역사가 바뀌었지 않았을까 싶네요. 우리는 나는 안될 거야 라는 부정적인 실패의 생각을 버리고, 다른 이들도 해냈기 때문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갖게 만드는 점은 꼭 필요한 내용이네요. 첫 장만 읽어 봤는데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울림이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전략을 수정하라!크고 작은 독재 상황에 맞서는 ‘창의적인’ 실전 가이드북왜 시민들은 정치에 대한 열패감과 냉소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왜 집회와 시위는 늘 ‘폭도들의 불법 행위’로만 묘사될까1960년 4.19혁명, 1979년 부마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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