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부드러운 면은 전부 써버렸다. 이후에는 가장 싫고 가장 거친 것만 쓸 것이다" -- 테네시 윌리엄스 <타임>지 인터뷰.

날씨가 종일 열대야를 오가고 있습니다. 

모든 일과 상황에서 짜증이 나는 계절이지요. 

제발 더 덥지 않기를 바라고 태풍 좀 그만 왔으면 합니다. 

이런 더운 가운데에도 집에서 시원한 선풍기를 틀어놓고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읽는 것도 좋은 피서의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이번에는 고전 희곡을 읽어봤는데요. 

현대의 책들만 읽다 보면 왠지 좀 무료한 감이 있어서 가끔은 이렇게 옛날 책들도 접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특히, 대화체로 구성된 도서들은 읽는 재미가 더 배가가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골라본 책은 바로 미국의 유명한 희곡작가인 테네시 윌리엄스가 지은 <유리동물원>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가도 미국의 대공황과 2차 대전을 몸소 겪은 시대에 활약한 분인데요. 

당대의 아서 밀러와도 많이 비견될 정도로 유명세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야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얼마나 잘 나가는 사람이었을지는 피부로 확 느낄 수 없지만 지금의 한국에서 유튜브로 떼돈을 버는 뭐 그런 정도의 인기 아닐까요?

희곡은 사람이 직접 연극을 해서 보여주는 예술장르인데 지금은 왠만큼 재미있지 않고는 큰 인기가 없지요. 

영화와 인터넷에 밀려 그만큼 관객의 외면을 받는다고 할까요. 

하지만, 1940년대의 미국에서는 유리동물원이 대히트를 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고 하니 시대를 참 잘 만났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작품은 저자의 자전적인 스토리가 많이 녹아든 이야기 입니다. 

극에서는 엄마 아만다, 아들 톰, 딸 로라, 그리고 톰의 직장동료인 짐. 이렇게 네명의 등장인물이 전부인 연극입니다. 

아버지도 있었지만 어느 날부턴가 집을 나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요. 

★ 유리란 쉽게 깨지는 것이라며 자책하고 자기를 합리화하는 로라. 우연히 일어난 안좋은 상황을 본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나약한 로라. 제발 이 순수한 처자를 누가 좀 구해줘 !

아들은 신발공장을 다니면서 얼마 되지않는 급여로 세명이 사는 집안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지요. 

퇴근하고서는 영화보기에 한참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엄마와도 항상 말싸움을 서슴지 않고 하지요. 

엄마는 최대의 골치거리가 하나 있는데 바로 딸 로라를 빨리 시집보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로라는 약간 장애가 있어 다리 한쪽이 불편한 상태 입니다. 

딸은 약간 자폐증상이 있어서 남동생 톰보다 나이는 위이지만 온종일 집에만 틀어박혀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유리로 만든 동물들을 수집하거나 축음기로 음악을 듣거나 하는게 일상이지요. 

그런 꼴을 엄마는 속 터져합니다. 

★ "누나의 촛불을 끌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려는 거죠. 누나, 누나의 촛불을 꺼요. 그럼, 안녕 ....."  -- 동생 톰

이런 고민을 아들에게 말하자 직장에 짐이라고 하는 동료를 집으로 불러서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하지요. 

이에 크게 기뻐하는 엄마 아만다는 새 옷도 사고 각종 전등과 촛대 양탄자 등을 좋은 것들로 바꾸면서 짐이 오기를 학수고대합니다. 

초대받은 날 문을 열어줘야 할 딸 로라는 극구 짐을 만나기를 꺼려하는데요. 

짐이 그 옛날 고등학교 때 자기가 짝사랑했던 남자였던 거지요. 

그 당시 짐은 상당히 잘 나가는 엄친아 스타일이어서 뭇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많았지요. 

이런 짐을 멀리서만 좋아했던 로라였습니다. 

감히 자기 같은 보잘것없는 여자가 넘볼 남자가 아니라고 느꼈던 거지요. 

그렇게 천재 소리를 듣고 금방이라도 백악관에 입성할 스타 기질이 충분했던 짐은 그후로는 어찌된 일인지 변변찮은 행보를 걸어왔지요. 

 

톰과 같은 직장에서 많지 않은 급여를 받는 상태로요. 

어쨌든 짐은 로라를 기억을 못 합니다. 

그저 수많은 여학생들 중 스쳐 지나간 한명일 뿐인 거지요. 

엄마는 어떻게든 딸과 짐을 엮어주기 위해서 갖은 수다와 칭찬성 멘트를 쉬지 않고 날리는데요. 

 

당황해서 레모네이드를 옷에 엎지르자 "어머, 세례를 받았네요" 하는 위트 있고 피식거리게 만드는 대사는 참 재밌네요. 

톰은 전기세를 안 낸 관계로 집이 정전사태가 돼버리지요. 

결국 집안에 촛불을 켜고 있어야 되는 묘한 상황이 됩니다. 

오히려 짐과 로라에게는 더없이 좋은 분위기가 되겠네요. 

★ 1931년에 ROTC 입대자격시험에 실패해서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고 미주리대학을 떠난 후 신발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네요. 그 시절에 철야로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그렇게 로라의 방에서 짐은 단 둘이 있게 되지요. 

대화 속에 지난날 자기를 좋아했다는 로라의 말을 듣고 다소 놀라게 되는 짐.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는 로라를 측은히 여기면서 각종 위안이 되고 자기 계발적인 훈수성 말로 로라의 자신감에 힘을 실어줍니다. 

예상했듯이 뽀뽀까지 진도가 잘 나가는 상황. 

 

로라는 짐을 자기의 남편이 될 것 같다는 환상의 단계까지 올라가게 되지요.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런 야망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요. 

짐은 사귀는 여자가 이미 있고 조만간 결혼까지 할 예정이라고 폭탄선언을 합니다. 

저도 이런 반전의 상황이 있을 것이라고는 딱히 예상을 못했는데요. 

현시대에서는 당연시되는 상황이 많지만 저 시대에는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 같네요. 

연애관의 차이가 많이 변했지요. 

솔로일 거라고 기대했던 엄마와 딸은 얼마나 허무한 마음일지 상상이 갑니다. 

마치 믿고 잘 살던 배우자가 느닷없이 이혼을 요구하는 그런 느낌아닐까요. 

 

그렇게 짐은 여자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면서 급히 집을 떠나가게 되지요. 

이렇게 믿었던 저녁식사 초대자리는 오히려 집안 분위기를 침몰시킨 꼴이 되었죠. 

톰은 이런 사실을 알고는 집을 나가버리지요. 

직장에 얽매인 삶보다는 드넓은 세계를 향해서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 유리동물원의 상징이 되는 일각수, 일명 유니콘이지요. 로라가 짐에게 쥐어준 깨진 유리동물. 위 사진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있는 작품이라네요.

누나인 로라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이라고 할까요. 연민이라고 할까요. 

그런 감정을 먼발치에서나마 누나를 그리워하고 기원하게 됩니다. 

저자 윌리엄스는 그의 집안 환경의 모습을 그대로 이 작품에 인용하였습니다. 

도망간 아빠, 과거의 추억에 연연하는 엄마, 신발공장에서 일하는 톰. 물론 저자 본인이지요. 

 

그리고 실제 자폐증세를 보이고 후에 뇌수술을 받고 고생한 누나에 대한 속죄와 그리움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자신이 정말로 겪었던 부끄러운 가족의 얘기를 세상에 드러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저자는 잊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한 것처럼 그런 아픈 이야기를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지금 읽어봐도 심히 공감이 많이가는 줄거리이네요. 

★ 1940년대 중반의 시카고의 시빅 시어터에서 <유리동물원>이 초연되어 호평을 받게 되지요. 이후 1년 4개월동안 563회 상연을 하고, 뉴욕 극평가상 등을 수상하게 됩니다. 

어려운 시절에 겪었던 실망과 좌절에 관한 그 민낯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더욱 공감과 호응을 얻었던 그런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로라가 짐에게 선물한 유리로 만든 일각수 동물 인형은 비록 바닥에 떨어져서 깨진 거지만, 성스럽고 순결한 그녀를 상징하는 징표였던 것입니다. 

시나리오 대본도 잔잔한 감격과 생각거리를 선사해 줄 수 있어서 더욱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유리 동물원
국내도서
저자 :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 신정옥역
출판 : 종합출판범우(BW범우) 201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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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서 "유리 동물원", 범우희곡선, 픽사베이, PIXABAY)

◆ 1992년 초판, 2008년 56쇄.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하루키의 단편은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신선한 상상력과 충격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1.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


오랜만에 하루키의 오래된 단편 걸작선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소설가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독자층이 많은 작가이지요.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로도 몇 번이나 거론되기도 했었지만 수상은 하질 못해서 다소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는 주로 장편의 소설들을 근래에 많이 써왔는데 단편으로된 소설들도 많이 썼네요. 솔직히 이번에 책을 골라보다가 알게 된 거지만요.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걸작선>이라는 책은 출간된 지 무척 오래된 도서입니다. 겉표지에서부터 이미 고전적인 디자인이 팍팍 느껴지는데요. 

 

 

첫 장을 넘겼을 때 하루키의 거의 젊었을 때의 컬러사진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매우 친근감 있게 생겼네요. 옆동네에 사는 예비역 형님 같기도 하고요. 뭉툭한 코와 두꺼운 아랫입술, 묵직하게 머금은 입 주변 모양새는 실로 무뚝뚝함의 표본을 보는 듯 합니다. 

 

◆ 카페사장을 하다가 갑자기 잘 할 것 같아서 작가로 전향한 소신가.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원동력일 것입니다.  

겉모습과는 다르게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신데에 존경과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요. 지금은 상당히 푸근한 스타일로 노년의 완숙함이 묻어나지요. 많은 작품 중에서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는데요. 

 

과연 유명작가가 도서관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겪었을지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지요. 이야기의 느낌은 환상과 공포감이 약간 가미된 SF소설 같다고 할까요. 위트와 유머적인 대화도 간간이 터지기도 하고요. 마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을 기술해 놓은 듯한 내용이지요.


작가의 상상력이 크게 한몫을 한 그런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집근처의 국립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고 다시 빌리기 위해서 대출 여부를 묻는데요. 책 내용은 "오스만 제국의 세금 징수 정책"에 대한 도서입니다. 내용도 참 상상을 뛰어넘는 듯 엉뚱하지요. 

 

◆ 많은 단편글들도 독자들에게 많은 상상거리를 제공합니다. 도서관의 이야기는 가히 호러영화를 방불케 하는 충격을 주지요.

 

대출을 담당하고 있는 노인은 관련된 책 세권이 있다며 도서관 지하실로 주인공을 인도합니다. 미로같이 어둡고 컴컴한 곳을 지나 마침내 감방 같은 곳에다 가둬놓고 세 권을 다 외우라고 하지요. 며칠의 기한을 주고 그때까지 외우지 못하면 뇌의 척수를 빨아먹는다고 협박하는 괴상한 노인. 

 

급기야 호러,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이 연출되네요. 머리에 양의 탈을 뒤집어 쓴 "양사내"라는 인물이 있는데 노인에게 버드 나뭇가지로 학대를 받으면서 주인공을 도망 못 가게 관리하게 되지요. 이야기가 점점 만화책에나 등장할 듯한데요. 

 

감방에 갇힌 동안 삼시세끼 먹을 것을 챙겨오는 아름다운 소녀도 등장하지요. 시간 내에 집에 안 가면 어머니한테 혼이 나고, 기르고 있는 찌르레기가 걱정이 된다면서 주인공은 하소연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소녀와 말이 통하고 양사내의 도움으로 초승달이 뜨는 날 밤에 도망을 칩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많은 작품중에서 과연 다 읽은 책이 얼마나 되는지.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감상했으면 합니다. 

도서관 가까이 다 왔을무렵 이미 낌새를 눈치챈 노인이 검은 개와 함께 입구를 딱 지키고 있지요. 검은 개가 찌르레기를 입으로 씹어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찌르레기가 점점 커지더니 개의 입을 찢고서 사자만 하게 커졌네요. 

 

이런 틈에 가까스로 도서관 밖으로 양사내와 탈출을 했는데 주인공 혼자만 덩그러니 놓였습니다. 아무 일 없었던 듯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 요즘 넷플릭스에서 기묘한 이야기 시즌3가 한창 유행인데 하루키의 기이한 이야기는 그에 버금가는 이야기 같습니다. 

 

 

몇십 년 전에 하루키는 이미 SF, 호러 이야기를 이토록 잘 만들었었네요. 가위에 눌린 한 편의 꿈과 같은 얘기를 거리낌 없이 서술했습니다. 상당히 허무하지만, 짧은 단편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스토리입니다. 젊었을 때의 작가의 상상력이 이토록 환상적이라는 데에 또 한 번 놀랐네요. 

 

◆ 어느땐가부터 장편은 사다만 놓고 쉽게 읽지를 못합니다. 짧은 단편이 오히려 더 좋네요. 짧게 함축된 내용이 간결하고 깔끔합니다.. 

오래간만에 집중하면서 기이함을 경험하게 해 준 짧은 단편이었습니다. 


2. 택시를 탄 남자


두번째 작품은 <택시를 탄 남자>인데요. 이 또한 제목이 뭔가 심오한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오지요. 일본에서 화랑을 하는 여자가 겪은 일을 회상하는 얘기인데요. 기이한 이야기처럼 뜬금없는 황당한 얘기와는 전혀 대조적이라 조금은 실망을 했습니다. 

 

기자인 주인공이 잡지에 낼 기사를 찾다가 화랑의 여사장님의 사연을 듣게 되는 설정이지요. 여사장이 미국에서 유학할 때 미술 바이어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택시를 탄 남자>라는 그림을 소장하게 되었지요. 그 그림에서 그녀는 진한 애착과 연민을 오랫동안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귀국할때에 그녀가 소장했던 모든 그림을 다 불태우게 됩니다. 그렇게 잊혔나 했지만 그리스의 아테네를 여행하는 도중 그 그림 속의 주인공이 실제로 탄 택시에 함께 동승을 하게 되지요. 그 남자는 헤어지면서 그리스어로 "카로 택시지"(즐거운 여행을!)라고 건넵니다. 

 

◆ 현대의 우버를 탄 택시타는 남자는 아닐까요? 고전적 소설의 소재가 되려면 클래식한 택시가 제격이겠지요. 우버를 탄 남자는 어떨지.

이 말에 그녀는 "나의 인생에서 많은 부분이 이미 상실하고 말았지만, 그것은 한 부분만 끝난것이고 지금부터는 무엇인가를 거기에서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심지어는 교훈도 얘기하는데요. 

 

"사람은 무엇을 지워버릴 수는 없으며, 지워져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라고 말합니다. 다소 짧은 에피소드인데 조금은 밋밋하게 끝을 내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애착하던 소품에 대한 추억과 생각지 못한 경우에 다시 그 추억을 맞이한 순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얘기하려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작은 물건이라지만 뜻깊은 의미가 있을 수 있음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었네요. 공포만화 같은 내용에 비해서 이처럼 잔잔하게 가슴에 여며오는 회상적인 이야기를 오고가는 하루키의 색다른 작품들을 감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듯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

일상의 여백을 가벼움의 미학으로 터치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문학의 정수를 모은 책. 중국행 화물선, 뉴욕탄광의 비밀, 빵가게 재습격, 택시를 탄 남자, 레더호젠 등 20여편의 작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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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도서<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 픽사베이)

▲ 요즘 초중고의 학생들은 외모에 개성이 없어요. 남학생은 덥수룩한 머리, 여학생은 앞머리내림, 똑같은 립글로스 누가 누군지 구분이 힘듭니다.

이번 도서는 작가 고정욱 씨가 지은 소설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입니다. 고정욱 작가는 어렸을 적에 소아마비를 앓아서 1급 지체장애인이지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성균관대 문학박사이신데 주로 청소년 소설을 써오고 있지요. 

 

그동안 내놓은 작품이 몇백권에다가 수백만 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일반 정상인도 힘든 일인데 몸이 불편한 가운데에도 이토록 경이로운 기록을 만들어낸 데에 경탄을 금치 못합니다. 아마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서 발행부수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지요. 

 

이렇듯 작가에 대해서 어느정도 인지가 있었던지라 이번 도서를 한번 읽어 보았는데요. 까칠한 재석이라는 이름으로도 책이 여러 종류가 됩니다. 달라졌다. 사라졌다. 돌아왔다. 열받았다 라고 시리즈로 책을 내었더군요. 진정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까칠한 시리즈도 그간 많이들 독자들에게 오르내렸던 작품이지요. 처음에는 "소설쓰기의 괴로움"이라는 차례가 흥미를 끌었습니다. 청소년 소설에서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 의아했기 때문이죠. 책이 일반 책 크기보다는 다소 작기 때문에 읽는 속도는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 사람은 누구에게나 개성이 있습니다. 개성을 살려서 자신의 삶을 가꿀때 진정 그 사람의 존재는 아름다워지는 것이지요.

몇몇 챕터만 읽기로 했었는데 다음 챕터의 내용이 궁금해져서 끝까지 읽게 되었네요. 청소년 소설인데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습니다. 한달음에 쭉 읽기가 편안하네요. 이 책의 앞면과 차례 쪽의 그림들은 박태준이라는 웹툰 작가의 그림입니다.


<외모 지상주의>라고 하는 실제로 당시에 인기가 있었던 웹툰이네요. 또한 작가 박태준의 외모가 훈훈했던 것도 화제가 되었고요. 재밌는 웹툰이 그린사람도 미남형이라니 더없이 잘 팔릴 이유인 거지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도서의 주제가 외모와 연관된 것이라는 겁니다. 

 

 

흔히 TV에서 방영되는 학원물을 기본으로 깔고있고 남주인공 황재석이 그의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단의 소소한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이지요. SNS의 물결에 힘입어 항시 주변인들의 일상을 수시로 볼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 보니 각종 모욕적인 댓글에 심한 상처감을 받게 됩니다. 

 

올려진 사진에서 일종의 조작되고 변형된 예쁜 모습을 보면서 일반인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쉽게 느끼게 됩니다. 인간 본연의 잠재적인 질투심은 심하면 각종 범죄의 원인을 제공하게도 되지요. 이렇듯 외모만 괜찮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최고가 되는 현시대를 여지없이 비판합니다. 

 

▲ 박태준 웹툰 작가의 <외모 지상주의>는 청소년의 깊은 관심을 끌고 있지요. 외모에 대한 이번 책의 표지그림도 그의 작품입니다.

아름다움이란 얼굴이 전부가 아니라 각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마음의 자세가 휠씬 중요한 것이지요. 내용 중 미남 웹툰 작가 박태준은 머리핀을 파는 일을 했는데, 머리핀을 남자가 팔면 하루에 열개 정도인데, 여장을 하고서 팔면 백개를 팔았다고 합니다. 


고객들의 마음이 바로 그런겁니다. 외모가 더 나은 사람이 취급하는 쪽에 더 이끌린다는 것이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과 같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또한, 여자들이 착용하는 브래지어도 착용한 사람이 안 한 사람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이것도 건강보다는 보이는 외모를 더 중시한다는 사례인거지요. 실제 암에 더 걸린다는 확실한 증거는 다소 미비해졌지만 말입니다. 이 책의 남자 주인공인 재석은 키도 크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고교생입니다. 소설 쓰기에 빠져서 작품을 쓰고 있지만 진도가 잘 안 나갑니다. 

 

남녀 주인공을 미남미녀로 해서 콘셉을 대충 구상해놓고 주변인들에게 작품에 대해 조언을 구하지요. 학교 선생님이나 고등학교 10년선배인 웹툰 작가 박태준에게도 찾아가서 조언도 듣습니다. 학교 선생님은 꼭 미남미녀로 하지 말고 얼굴보다는 개성 강한 캐릭터기존에 없는 독특한 이야기를 쓰라고 합니다. 

 

▲ 단순한 외적 아름다움은 주변 사람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일으키고, 결국 인간의 추악한 욕망만 건드리게 됩니다. 

재석에겐 보담이라는 여친이 있는데, 한 학년 후배인 채린이 재석을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지요. 채린의 엄마는 미스코리아에 나갈 정도로 미인인 데다 엄마와 함께 찍은 모습들을 SNS에 올렸는데 어느 순간 악플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학원을 마친 후 채린이 누군가에게 끌려간 것을 본 재석의 여친 보담은, 채린을 구하려다 오히려 부상을 당하지요. 채린을 좋아했던 우석이 더 이상 자기를 좋아하지 않다고 느끼자 수경이라는 아이를 통해 악플을 달게 하고 린치를 가하도록 사주한 것이지요. 

 

 

이런 사건의 범인인 우석과 수경을 찾아서 재석과 그의 절친 민성이 그들을 일망타진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석은 훔친 택시로 들이받아 재석의 다리를 부러뜨리죠. 팔이 부러진 채린이 재석을 병문안 와서 선물로 노트북을 전달합니다. 

 

린치의 원인 제공자인 수경의 오빠가 준오형이고 그는 재석이 그동안 잘 알고 지낸 친한형이었다는데에 놀라게 되고, 수경을 대신해 사죄를 하러 온 준오형을 용서해 주고 합의금도 받지 않기로 합니다. 자기가 그토록 좋아했던 사람에 대한 증오는 그 결과가 더욱 무섭습니다. 

 

▲ 유명 연예인들이 아름다우니까 행실이나 생각도 아름다울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지요. 그들의 아름다움은 조작된 것입니다.

사랑과 증오는 서로 뗄수없는 관계이지요. 우석은 자기보다 잘난 것도 없는 재석이 모든 것을 가진 데에 대해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낍니다. 외모, 키, 여자 친구, 돈, 학교에서의 권력 등. 우석은 고교를 중퇴하고 나이트클럽의 삐끼 생활을 하는 자신의 비참함을 재석과 비교함으로써 그 울분을 결국 폭력으로 표출하고 만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자신을 누군가와 항시 비교하지요. 거기에서 본인의 초라함을 한사코 되뇌이면서 불평을 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은 말하고 있지요. 학원폭력, 외모 지상주의, 여자와 남자의 심리에 대해서 일견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겉표지만 보면 학원에서 벌어지는 허무맹랑한 만화와 같을 것 같지만, 나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재밌는 책이라고 보여지네요. 물론 외모가 중요한 세상이지만, 각자가 가진 재능들이 더 아름다운 것이고 자기 본연의 주관을 가질 것을 얘기합니다. 

 

예쁜 탤런트나 가수들의 포토샵으로 조작된 가식적인 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순간순간의 행복을 느끼면서 돈보다는 매 시간의 중요성을 느낄 것도 말하고 있습니다. 만화 같지 않게 생각거리를 많이 주는 좋은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학원폭력과 왕따, 외모 우선, SNS의 병폐에 대해서 느끼고 싶으시면 일독을 권합니다.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

베스트셀러 작가 고정욱이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애플북스)로 다시 돌아왔다. 학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통통 튀는 매력의 캐릭터, 청소년들의 고민이 현실감 있게 담겨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게 ‘까칠한 재석이’가 독자들에게 장수 시리즈로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고정욱 작가가 매해 300회 이상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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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어 외" 책에는 단편 「악몽 같은 이야기」,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악어」 가 실려있습니다.

러시아 문학의 거장은 여러명이 있는데요. 단연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오늘은 바로 그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악어라는 작품을 우연찮게 보게되었습니다. 저자의 기존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지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지하로부터의 수기> <백치> 등등 19세기의 문학을 대표하는 그의 작품입니다. 

 

본 지가 꽤 오래되어서 언뜻 조금씩만 기억이 나지만 그가 구사하는 문체들은 톨스토이처럼 상당히 한 호흡이 대체로 깁니다. 톨스토이의 필체가 훨씬 더 길기는 하죠. 한 아이템이나 어떤 이의 심리상태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하는 그런 느낌이 많이 들지요. 

 

그의 작품중 악어 라는 단어가 워낙 궁금하기도 해서 보게 되었는데 중단편 소설이라서 몇십페이지 정도 됩니다. 과연 야생의 포식자인 악어 즉 크로커다일로 얘기를 쓸 수 있을 런지요. 생물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생물도감을 만들지는 않았을 테고요. 

 

▲ 순탄지 않은 삶을 산 대문호의 고뇌와 심리를 파고드는 소설기법은 그의 장점이지요. 

 

 

저자는 실제로 일어났다는 말로 시작을 해서 실화인가도 살짝 의심이 가더군요. 소설가가 과연 다큐멘터리를 쓴건지 상상해 보게도 되고요. 저자는 친구인 이반 마뜨베이치와 그의 아내와 함께 시내의 아케이드에 전시된 악어를 구경하러 가게 됩니다. 얼마간의 외국의 지식여행을 가기전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함일까요. 

 

19세기 당시에도 악어는 있었겠지요. 정글에서만 사는 녀석을 아마도 독일인이 돈벌이에 이용하기 위해서 가져온 것이지요. 현 시대에도 악어를 보려면 커다란 동물원 정도는 가야 볼 수 있을 텐데 당시 안전하게 전시할수 있는 장치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악어 전시장에 도착해서 구경을 하는 도중에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묘사가 되죠. 예상한대로 바로 친구 이반이 악어에게 잡아먹히고 마는 것이죠. 시식하는 과정이 좀 살벌하고 구체적으로 기술되어서 섬뜩하긴 합니다. 한번이 아니라 몇번 먹히는 과정을 거침없이 기술하고 있죠. 

 

▲ 악어는 그의 작품중에서 웃음을 유발할 정도로 기이하고 뜬금없는 이야기로 독자를 희롱합니다.

 

이건 소설이 공포 괴기소설인가 하고 읽다보니 악어 뱃속에 들어간 이반이 갑자기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제 진짜 소설이구나 하고 깜짝했습니다. 뜬금없는 만화의 세계로 빠지는 건가 하고 말이죠. 문학의 대가께서 농담을 섞은 허무맹랑한 얘기로 끝날 것인지 대단히 조마조마 합니다. 

 

톨스토이의 주홍글씨의 마지막 장면들에서 처럼 독자의 마음을 휘어잡고 심금을 울려서 실제로 눈물이 나도록 하는 감동을 기대했거든요. 악어는 그런 예상을 여실히 빗나가게 합니다. 악어 안에 갖힌 이반은 그 안이 예상외로 텅텅 비어있고 일반 고무제품과 비슷하다고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알도록 하겠다는 엉뚱한 말을 하지요. 

 

이 속에서는 모든 것이 분명해지고 반박하기가 아주 쉽다고도 합니다. 그가 말한 내용을 잠시 들어 보자면, "위대한 사상으로 이미 배가 엄청 부르다", "야만적인 사람들은 독립을 좋아하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질서를 좋아하지.", "인류의 운명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등 뭔가 사람이 변한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 잘 알려지지 않은 악어 작품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밑져야 본전으로 한번 읽독을 !

이 정도 진행되다 보니 무언가 저자가 얘기하려는 진의가 느껴지지요. 당시 사회적인 어떤 모순에 대한 비유를 들고 있습니다. 작가의 생명은 바로 거침없는 말투를 글로 옮겨서 일반인들이 체험하게 하는 것 아닐까요. 당시 러시아의 정치적 환경은 일명 급진주의자들(사회주의자들)의 입김이 세져 있었지요. 

 

그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작가가 쳬르니셰프스키인데요. 그는 당시 서구 유럽에서 나온 다양한 사회서적들을 탐독한 사회주의자였습니다. 바로 자유를 박탈하고 공산사회를 옹호하는 그런 사상과 이념으로 무장된 자입니다. 물론 말년에는 수용소에 감금되어 비참한 생을 마감했지만요. 

 

여하튼 소설에서의 이반은 이런식으로 저자에게 그의 사상을 계속 주입하고 자주 만나다 보니, 저자는 마치 이반의 비서가 되버렸다고 느끼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친구 이반이 악어에 잡아 먹힌 사태에 대해서 각종 언론과 신문들은 편파적인 내용들을 보도하기에 이르지요.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말이지요. 

 

 

 

▲ 악어의 내부는 작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의 폐쇄된 감옥에 불과한 것입니다. 급진주의자들이 얘기하는 유토피아는 악어내부 같은 폐쇄된 곳이라는 것이지요. (사진 = 픽사베이, pixabay)

결국에는 악어에 먹힌 이반보다는 오히려 악어를 동정하는 기사들이 뿌려집니다. 이반은 집에 있는 아내에게 같이 와서 악어 뱃속에서 살자는 편지까지 보내려 하지요. 이 말을 들은 아내는 펄쩍 뛰면서 정치나 철학같은 재미없는 말만 늘어놓으면서 파티와 흥미있는 것도 없는 그런 곳에서는 같이 살기 싫다고 펄쩍 뜁니다. 

 

아내의 심정도 십분 이해가 가기도 하지요. 이렇듯 허무맹랑하고 만화같은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긴 세태의 비판적인 기술은 바로 이 작품의 핵심사상일 것입니다. 바로 악어의 내부는 그 당시 급진주의자가 추구했던 완벽한 사회체계인, 즉 수정궁을 희화한 것이지요. 

 

과거 전통과의 유대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만을 주장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음을 도스토예프스키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시 같은 작가로서 서로간의 이념과 생각이 달라서 이러한 글로써 대항하는 모습들은 우리 일제시대의 문인들과도 비슷해보입니다. 

 

▲ 급진주의자 체르니셰프스키가 시베리아로 유형을 갔을때 도스또예프스키가 그를 조롱했다고 해서 비난을 받았지요. 바로 악어를 두고 한 말인데 당장 연재를 중단 할 것을 당시 "목소리 golos"지는 요구했습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힘으로 안되면 말로, 말로 안되면 글로 표현하는 정신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이런 노력에도 러시아가 아직도 사회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안타깝기는 하지요. 대문호의 글빨이 더 강한 영향력을 주었으면 어땠을까요.

 

"단결심이 없고, 서로의 사랑이 없고, 공동합치가 없으면 위대한 일은 아무것도 상상할 수가 없다. 이것이 없으면 사회자체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참 좋은 요약글이 되겠네요. 제목은 악어처럼 단순한 동물 이름이지만 역시 대문호가 매듭짓는 소설의 메시지는 그 깊이가 확실히 다릅니다. 

 

악어는 바로 급진주의에 대한 그의 삐딱한 시선을 느껴볼 수 있는 만화같은 짧은 소설이었습니다. 

 

 

악어 외

『악어 외』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의 131번째 책으로,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이다. 이 책에는 「악몽 같은 이야기」,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악어」 같은 작가의 중기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 점차 완숙해져 가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예술적ㆍ사상적 세계관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여름 인상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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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es24)

▲ 글쓰기 방법에 있어서 최고의 지침을 내려주는 고전 <유혹하는 글쓰기> 는 스티븐 킹의 완벽한 자전적 비법서이다. 

블로그에 하루에 한 개씩의 글을 쓰는 작업은 참으로 만만치가 않습니다. 어떤 주제로 어떻게 2천 자 또는 3천 자의 내용을 가진 말을 뱉어낼지가 관건이지요. 쉽지 않은 일이고 어떤 때에는 마치 일처럼 느껴져서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재미있고 좋아서 해야 능률도 오르고 계속해나가는 힘도 생기는데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로 판명이 된다면 결코 오래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글을 올리는 날들이 점점 벌어지고 글 내용도 별볼일 없이 형편없어지게 되겠지요. 이 시대의 위대한 작가인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도서는 예전부터 한번 읽고 싶었던 도서입니다. 많은 애독자들이 추천하는 도서로 1순위로 꼽기도 하지요. 

 

그는 주로 소설만을 써왔던 작가이고 약 50여권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그중 40편 이상이 영화화되기도 했지요. 특히, 공포영화가 많은 듯한데요. 그가 애독하는 책도 전부 소설이라고 합니다. 일 년에 거의 80권 정도를 소화하는데 그저 읽는 것 자체가 좋아서 읽는다고 하니 역시나 그런 상업화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동기가 지금의 그의 위치에 이르게 한 듯 보입니다. 

 

▲  거침없이 쏘아대는 화법과 위트넘치는 농담과 유머는 공포영화의 원작자라는 이름을 무색케 할 정도로 재미가 있습니다. 

공포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실제로는 무서워서) 킹의 최근작 <그것>도 보진 못했지만 앞으로 용기를 내서 그의 저작들을 대해볼까 합니다. 챕터 중에서 연장통 이라는 편을 보게 됐는데요. 말 그대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도구들을 갖추어야 함을 언급하지요. 

 

자기의 친척분이 목수였고 항상 무거운 연장통을 가지고 현장에서 일하셨는데, 단순하게 모기장 하나 교체할 때에는 드라이버만 있어도 되지만 친척분은 수십 킬로 되는 통을 무조건 가지고 다녔지요. 언제 무슨 도구가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을 위해서 다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말은 준비의 철저함을 얘기하지요. 

 

우리도 가끔 준비한다고 했지만 아차 하면서 두고 온 도구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많지 않나요? 글쓰기에도 이런 준비성이 적용돼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문법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는데요. 문장 중에서 수동태 형식이나 지나친 부사의 사용을 엄격히 자제하라고 합니다. 

 

 

수동태나 부사를 자주 쓰는 작가들은 남들이 자기의 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봐 걱정하기 때문이라지요. 문장은 능동태를 쓰고 주어와 동사로써 명확하고 분명하게 주장을 하듯이 내뱉어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하고 명료한 문장은 바로 이런 사소한 테크닉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는 아마도 금방 이루어지는 습관이 아닐겁니다. 타인의 잘 못쓴 내용들을 보면서 저렇게 쓰지 말아야겠다는 경각심을 항상 가지고 검토하면서 써야만 하겠죠. 좋은 글을 쓰려면 좋다, 나쁘다는 근심과 허위의식을 벗어던져야 할 것입니다. 글의 질을 따지기 전에 간결하면서 진실된 내용을 기술하는 게 우선이지요. 

 

킹의 주장에서는 우리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진리인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바로 작가가 되려면 비켜갈 수 없는 행보라 하지요. 다독다작이 기본이 되는 겁니다. 킹은 어딜 가나 항상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다닙니다. 읽을 수 있는 장소는 어디에서건 읽겠다는 용기이지요. 

 

▲ 저자 본인의 실제 체험적인 얘기와 타 작가들의 풍부한 예시로 독자의 이해와 궁금증을 유발시키지요. 책에 몰입하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차를 몰다 막혀서 기다릴때나, 쇼핑몰에서 계산을 기다릴 때, 누구를 기다릴 때 등 모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전자책도 편리하게 되어서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도 독서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종이책이 주는 장점 또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킹이 습관화된 방식은 종이책에 잘 녹아있는 것이고, 현대를 바쁘고 복잡하게 사는 사람들은 현대문명의 기계를 이용해서 더 편리하게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각자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책을 접하면 될 것입니다. 창작론에 대한 편에서는 창작의 기쁨을 맛보려면 창작의 고통을 먼저 통과해야 할 듯합니다. 

 

일단은 규칙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어야 되지요. 지하실이던 자기만의 방이던 집필을 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그 동굴 안에서 언제까지 얼마 만큼의 글을 써야 할지 결정한 후 방문을 닫을 수 있는 용기까지 있어야 합니다. 오직 자기만의 사색으로 씨름을 해서 창작물을 써내야 하는 고통이 있습니다. 

 

▲ 소설과 같이 읽기에 편한 도서 <유혹하는 글쓰기> On Writing. 글쓰기에 대한 그만의 비법을 허심탄회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바로 꾸준함이 동반돼야 하고요. 하루에 몇천자씩은 오전 3시간 동안에 쓰겠다는 각오 같은 것 말입니다. 소설이라는 게 자기의 생각이 용솟음칠 때 계속 써야지 띄엄띄엄 쓴다면 그 생생했던 스토리들이 사그라지기 마련입니다. 이외수, 조정래, 하루키 등 모두들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철저한 건강과 자기 관리들을 하는 것이 공통점이지요.

 
그런 결과들이 지금의 그들이 있게 한 것일 겁니다. 글 쓰는 일이 그냥 앉아서 손가락으로 키보드만 두드리면 될 줄 알았는데 그야말로 쉽게 되는 게 아니었네요. 이 책 <유혹하는 글쓰기>는 기존의 딱딱하고 교과서적인 여타의 글쓰기 책보다는 훨씬 친근하고 재미있고 마치 옆에서 얘기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책입니다. 

 

▲  <쇼생크 탈출> <미저리> <그것> 의 원작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마법같은 화술의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입니다. 

역시 공포소설의 대가가 얘기하는 스타일은 뭔가 조금은 틀립니다. 말하는 스타일도 거침없이 귀에 쏙쏙 박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고요. 나머지 부분들도 일독을 해보고 싶네요. 조금은 글쓰기에 대해서 조심해야 하고 명심해야 할 것들을 알게 되어서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추천이 좋은 책은 역시 그 내용이 충실하네요. 앞으로 쓰는 글이 좀 더 나아질 것 같아서 흐믓합니다. 

 

 

유혹하는 글쓰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딱 잘라 얘기하는 스티븐 킹이 속 시원하면서 무척 부럽다. 그리고 신체적 묘사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손쉽게 드러내려 해서도 안 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왜 지금까지의 그의 소설들이 스토리텔링을 위주로 하면서도 상습적인 진부함을 벗어날 수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창작론`이라는 꽤 묵직한 부제가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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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도서] <유혹하는 글쓰기> : On Writing - 스티븐 킹 : Stephen King)

여성의 글쓰기는 두 가지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했지요. 여성이 쓰는 글, 그리고 남성의 것보다 부족한 글. 이런 편견을 깨버린 <여성작가 SF모음집>입니다.

파출리 박애진 전혜진 권미정 양원영 남유하 아밀 이서영 전삼혜 박소현 지음 / 온우주 발행 

책을 빌리면서 새까만 표지에 여성작가인데 그 장르가 SF이다라는 문구가 왠지 모르게 궁금증을 확 일으킵니다. 여성작가들이라면 국내에도 유명하신 분들이 계시지요. 최근 빅 히트작인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 <7년의 밤>의 정유정 작가 분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네요.

워낙 이야기의 흡인력이 굉장해서 한번 손에 쥐면 놓기가 어려울 정도이니까요. 이런 베스트셀러를 써내는 분들이 있는 반면 이번 SF모음집은 베스트보다는 독특함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남성 작가든 여성작가든 구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독자들에게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닐는지요. 

여하튼 금번 책에는 10명의 여성 SF작가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았지요. 솔직히 이름을 주욱 보는데, 익숙한 분들은 눈에 띄지 않더군요. 그래서 더욱 그 내용을 읽어보게 만드는 것일 겁니다. 그 중에서 <치킨과 맥주>라고 하는 이야기가 눈에 띄었고 작가분은 권민정 씨라고 하네요.

다른 제목보다는 치킨하고 맥주를 가지고 어떻게 SF라는 스토리를 이끌어낼지가 궁금하더라구요. 우리가 흔하디 흔한 소재를 가지고 <아바타>급의 이야기를 해주실 건지 새삼 기대 반 걱정 반이 되게 마련이지요. 제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건 아닐는지.

최초의 SF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가 여자임이 알려지자 "어린 여성의 병적인 상상력"이란 꼬리표가 붙었고 1970년대에 재평가가 되었답니다.

이야기는 젊은 여자 주인공 '우영'이 치킨 중에서도 간장치킨만을 좋아합니다. 시대 배경은 아무래도 기술이 좀 많이 발달한 한국의 미래랄까요. 야근이 없는 날 퇴근해서 집 근처 치킨집인 '간간 치킨'에서 간장치킨과 그리고 근처 편의점에서 캔맥주 세 개 정도를 비닐봉지에 담아 집에 와서 그 맛을 음미하는 게 큰 낙입니다.

이런 모습은 지금의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입가에 미소가 번질만한 환상의 조합이지요. 방금 튀겨져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란 닭의 껍데기와 그 속의 하얀 속살 맛은 그야말로 환상이지요. 게다가 시원한 수입맥주 한 모금은 그야말로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 일 겁니다.

단지, 지나친 과음은 통풍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니 좀 가려서 조금씩 드셔야겠지요. 이런 주인공은 자주 치킨과 맥주를 사러 가는데요. 그 중간의 골목길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떤 젊은 녀석이 가슴을 손으로 스치고 도망가는 봉변을 당하게 되죠.

그다음에는 늙은 노인과의 신경전으로 지팡이로 다리를 얻어맞기도 합니다. 중년 같은 남자에게는 성희롱적인 발언으로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죠. 이런 식으로 치킨을 구매하러 가는 골목길에서 계속되는 해코지와 폭력을 반복적으로 묘사합니다. 

여성 작가들은 '여성적'이지 않으며, '여자다운' 글을 쓰지 않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다운' 글을 쓸 뿐입니다.

골목길의 벽은 평상시에는 희뿌연한 시멘트 벽이지만 SF적인 내용인지라, 벽에서 광고들을 해대고 있습니다. 주로 여성을 위한 대출광고가 많이 나오죠. 또한 주인공의 스마트폰에는 '아이리'라는 인공지능 비서가 있어서 말벗동무가 되고 있지요. 그런 와중에 괴한에게 옆구리에 칼로 찔리기까지 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한 세명 정도의 건장한 남자들에게 봉변을 당하게 되는데, 이들은 대출광고회사의 직원인 듯하고 주인공에게 간장치킨을 그동안 사 먹은 대가로 돈을 갚으라고 합니다. 이에 영문도 모르고 격분한 우영은 어디에서 힘이 나는지  그 일당들을 잔인하게 처리해 버리지요. 

그렇게 위기를 모면한 후 다시 집에 와서 치킨과 맥주를 먹으려 하는데 그 맛이 그다지 달지만은 않습니다. 벽에 나타나는 광고들은 현재 영화들에서 보아온 홀로그램이나 손으로 터치하면서 넘겨 볼 수 있는 그래픽 같은 장면이 연상됩니다. SF이기에 이런 장면이 오버랩되는 것은 당연한 듯합니다.

한국의 젊은 여자가 주인공이면서 그가 계속되는 억센 남자나 노인이나 젊은 사람에게 억압과 갖은 수모를 당하는 것이 현재의 한국사회를 암시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약한 여성의 차별대우, 언제나 여자는 남자보다 못하고 한수 아래인 것으로 깔고 보는 그런 모습들 말입니다.

 

 

10명의 작가들은, 지금 여기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시대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렇듯 현대 여성들이 여성이기에 받아야만 하는 갖은 수모와 모욕, 불평등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참지 못하는 그 분노와 폭발을 하는 장면에서는 영화 <악녀>의 김옥빈을 연상시키죠. 검은색 슈트로 무장한 채 난도질을 해대는 그 어마 무시한 칼부림은 예의 없는 남성에 대한 항거의 결과 아닐까요.

일제시대의 '유관순'열사가 교차되는 것도 일리가 있겠네요. 한 인간의 울분과 억울을 잔잔한 필체로 마지막에 토해내는 것은 어떤 속 시원함과 함께 갈증에 대한 사이다 같은 맛을 보여줍니다. 이런 소재로 한국의 SF영화를 제작해도 괜찮을 듯하네요.

치킨과 맥주는 우리 직장인과 착한 소시민들이 어려운 하루를 마감하면서 기분전환을 위한 하나의 축하의식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주기적인 축제의 의식의 중간에서 브레이크를 걸어 그 행위를 금지하게 만드는 태도는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는 간사한 계략일 것입니다.

소소한 즐거움을 봉쇄하고, 자기의 굶주린 야욕을 채우려는 수많은 사기를 위장한 매체와 인간들의 행태에 우리 모두는 분노하게 됩니다. 약자의 약점을 이용하여 본인들의 배를 채우려는 듯한 야만적 행위를 간접적으로 비꼬는 그런
의미 있는 이야기는 심히 공분을 느끼게 만듭니다.

SF모음집은 아마도 이러한 여성을 주제로 하여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 묶인 책일 겁니다. 게다가 SF 장르이니 그것이 주는 상상력이 독특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일면, 허황된 듯한 배경과 스토리 같을 지라도 나름 신선하게 다가오고 의미 또한 담겨 있지요.

가끔은 이렇게 색다른 부류를 접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모쪼록 앞으로는 이런 종류의 괜찮은 생각을 자극하는 글들이 계속 발매되기를 기대합니다.

 

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

국내 최초의 여성 SF 단편집이다. 여성 작가의 SF 단편을 모집하며 주제나 내용에 상관없이 그저 작가가 여성일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동시대 한국 여성 작가의 SF를 광범위하게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지면이나 온라인으로 발표가 한 번 정도 되었던 작품을 다듬은 것과, 처음 발표되는 작품이 함께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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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동명 타이틀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있었다. 비록 영화는 보진 못했지만 그 원작소설이 오히려 더 읽고 싶었다. 이런 조금은 유치한 제목으로도 세계적인 소설이 되고, 다른나라에서 영화화까지 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왠지 동화같기도 하고 유치한 어린이용 내용이 아닐런지. 작가인 바바라 오코너는 영미권에서 청소년작가로서 새롭게 떠오르는 작가라고 한다. 역시나 청소년 소설인 것이다.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교훈적인 내용일 것이다. 도대체 그 흔한 개를 왜 훔치는 걸까. 뭔가 피치못할 사연이 궁금했던 것이다. 역시나, 생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  집을 사기위한 소녀의 모험, 성장과 휴머니즘으로 빚어낸 생계밀착형 드라마.  ■ 

아버지도 도망가고, 엄마와 남동생과 같이 집도 없이 차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노숙자의 전단계 아닌가. 실제로 저렇게 지내는 가족이 과연 많지는않을 것이다. 차에서 자고 다음날 등교를 차에서 다시하고. 다시 차에서 숙제를 하고. 

이건 뭐 한국에서는 좀 불가능한 상황 아닐런지. 소설에서는 엄마가 세탁소에서 일하면서 저축을 하고 세식구가 더 이상은 차노숙을 하지 않으리라 희망을 가지면서 근근히 생활하게 된다. 

선진국 미국이라면 몇십억대의 캠핑카에서 희희낙낙하는 모습도 상상된다. 여하간 요즘에도 차에서 지내는 구차한 생활을 하는 가족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그게 어디 생활이 되겠는가?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는 어쩔 것인가. 자기 집이 없는 괴로움과 슬픔과 고통은 아마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어떤 좋은 심성과 희망과 안정이 올 것인지는 기대하기가 어려울것이다. 

아무리 한국이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못살겠다고 하더라도 소설속 인물들 처럼 썩어가는 차에서 등교하는 초등학생은 아마도 없을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소설속 상황은 아마도 최악의 설정을 해놓은 듯 하다. 

★  훔친개 월리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주인공 소녀. 

5백만원짜리 집보다 더 귀한 값진 성장이라는 열매를 맛보게 된다.  ★

어쨌든 이런 고단한 상황속에서 우리의 주인공 소녀 조지나는 엄마의 집값을 보태기 위해서 개를 훔쳐서 찾아다 주는 명목으로 현상금을 받아내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야기의 구조는 바로 이 과정을 묘사해나가고 있다. 

또한, 예상컨대 정말로 돈을 받아 내고서 끝난다면 얼마나 재미 없겠는가. 주인공이 결국은 돈을 포기하고 그 개를 다시 찾아주는 걸로 끝나게 된다. 머 비록 반전을 꽤하는 서스펜스나 흥미있는 액션은 없다. 

역시 청소년용 소설인지라 어린 소녀의 시각과 눈높이에서 살짝 깨달음을 갖고 해피엔딩을 보게 만들었다. 유머러스한 대사들이 간간히 보여지고 무키아저씨의 행동들에서 적어볼만한 생각해 볼만한 교훈적인 신조를 남겨준다. 

무키아저씨와 아저씨의 신조가 있다. "살면서 뒤에 남겨놓은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는 말 말이다.

"때론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의 발자취가 더 중요한 법이야. "

"내게 돈이 필요한 것보다 세상이 내 힘을 필요로 할 때가 더 많으니까"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살지보다 지나온 날들에 내가 무슨 일들을 했는지에 더욱 중요성을 두는 대목이다. 요즘과 같은 대한민국에서 통용될것 같지는 않지만말이다. 

저출산과 개인주의의 만연함. 불신의 팽배와 일자리의 불안함 등등 산재한 현실들이 우리의 목을 콱 막히게 한다. 이전 대통령의 무능함으로 인해 새로운 선장으로 갈아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에서 삶의 곡소리들이 튀어나온다. 

바꾸면 뭔가 더 좋아지겠지 했지만 웬걸 국민이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뻥뻥 터지는 한숨들. 서민의 삶이 최우선일 것일진대 오히려 내야 될 세금은 구별할줄 모르고 높아만 가고 이것도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니.

그많은 세금을 거둬서 도대체 어느 곳 적재적소에 제대로 쓰여지는지 믿기도 어려워진다. 통계청의 발표도, 기상청의 발표도 맞는것이 점점 희미해지는 혼돈의 한국. 서민의 지갑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행하고 있는 것 같다. 

◀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과 열망으로 바꾸어 보여준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과거도 중요하고 미래도 중요하다. 현재의 나는 과거에 내가 선택하고 결정했던 결과 아니겠는가. 머지않아 국민연금도 어쩌면 받을 수 있을런지 불안해지는 요즘이다. 

살아온 날들의 발자취.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거로 다시 가서 잘못선택 했었던 대목에서 더 현명한 결정으로 바꾸고 싶은 심정이 앞선다. 청소년 소설을 보고서 너무나 극단적인 현실의 문제에 빗대어 보니 웬지 어안이 벙벙하긴 하다. 머 어떤가. 

무키아저씨의 신조에서 이런 류의 생각거리를 뽑아내는 것도 과히 나쁘다고만 할 순 없지 않겠는가. 한국의 차노숙을 하는 분들이 만일 있다면 이 소설의 엔딩처럼 좋은 아파트에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는 희망을 꿈꾸어보길 기원할 뿐이다. 

사진출처 : http://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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