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영 지음 / 예담 발행
언젠가부터 여행이라는 것을 조금 맛보기 시작한 때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그저 답답한 마음에 바람 좀 쐴까 하는 기분으로 주말에 다녀보는 정도였지요. 업무적인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에서 조금이나마 떨어져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겁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찮게 해외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또 다른 기분이 들더군요. 뭐랄까 그동안은 어딘가에 갇혀있다가 또 다른 세상 속으로 탈출해서 신기한 듯 하나하나 정복해가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언제나 집 나가면 고생이고 돈이 꼭 들게 되지요.
국내는 바가지가 심해서 그 돈이면 해외 갔다 오는 게 훨씬 낫다고도 하는데, 아무래도 해외를 둘이서 한번 갔다 와도 상당액이 들게 됩니다. 그렇게 몇 번씩 나갔다 오면 통장의 잔고는 조금씩 그 숫자가 줄어들게 되지요. 지속적인 밥벌이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블로그에 조금 맛을 들이면서 해외여행에도 눈이 뜨이니까 여행작가들의 글쓰기와 삶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지요. 그런 와중에 이번 정숙영 작가의 <여행자의 글쓰기>를 집어 들게 됐는데요. 이목을 끄는 장들이 아무래도 글쓰기 방법과 일거리, 밥벌이에 대한 부분이 제일 눈길을 끌었습니다.
내용은 대부분 여타 글쓰기 책들에서 소개된 부분들과 많이 중복되곤 합니다. 그래도 각 챕터마다 작가 본인의 경험과 실제 얘기들을 자세하게 적어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쪽 분야일을 한 지 10년 정도 되었고 그동안 책을 10권 이상을 냈더군요.
그동안 팔린 부수는 10만부가 좀 더 되고요. 따져보니 10년간 1억 2천만 원을 벌었으면, 1년에 1200만 원, 한 달에 백만 원 정도 되겠네요. 정말 너무하네요. 10권 이상을 써도 월 백만 원 남짓이라면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물론, 그 외에 여러 가지 부수입들이 있을 걸로 봅니다.
단순 책 인세로만 버는 수준이 저렇다는 것이지요. 시대가 많이 변해서 지금은 책 말고도 다른 즐길거리가 얼마나 많습니까. 인터넷과 TV 게임, 넷플릭스 영화 등등 엄청나죠. 옛날에는 즐길 매체가 책밖에 없어서 값도 비싸고 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독서인구가 거의 점점 줄어가는 수준 아닙니까?
책은 우리에게 많은 이로움과 인생의 전환과 발전을 하는데 한몫을 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정보는 전부 활자화되어 있고 글자를 읽음으로써 지식을 흡수하지요. 모든 교육이 다 활자를 인식하는 수준 아니던가요? 이런 좋은 장점만 있는 책이 이제는 한물간 매체로 인식되어 작가들의 수입이 저 모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쓰기도 어려운데 인세 10프로가 입에 풀칠할 수준밖에 안되는게 너무나 이해가 안 갑니다. 아마도 제가 죽기 전까지도 책은 존재하겠지만 작가의 노고에 대한 보답이 너무 적어서 이 글을 쓰는 것도 참 자괴감이 듭니다. 책 써서 돈 번다는 것은 이제는 나도 책이란 걸 내봤다는 정도의 자기 자랑거리 수준으로만 인식해야 될 듯합니다.
여행작가라 하면 엄청난 로망으로 당장 직장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1순위 직업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돈벌이 수준에서 생각하니 섣불리 달려들기 어려운 상황이네요. 작가가 되고자 하는 것 자체가 많은 자유로움의 대명사 같이 느껴왔지만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가차 없이 희망을 깨버리고 마네요.
무라카미 하루키, 죠앤롤링 등 소설을 써서 억만장자가 된 좋은 면만 보니 그 나머지 99.9프로의 일반 작가의 고군분투하는 생활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잘 될 때가 있고, 그 흐름이 지나가면 새로운 것이 부상해서 그 전 것은 서서히 퇴색하거나 사라지는 부류가 되는 거지요.
지금은 디지털 시대인지라 모든 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거쳐서 인공지능 쪽으로 가고 있지요. 돈의 흐름도 그런 쪽으로 바뀌어서 그쪽으로 가야 돈을 더 벌 수가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책이 가진 위력이 쉽게 꺼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작가가 얘기하는 글쓰기의 노하우들 중에서는 "읽고 또 읽어라"라는 말이 제일 와 닿습니다.
글은 읽기 쉽게 써야 하고 최대한 간결하게 쓰도록 말이지요. 또한 블로그와 SNS에 글 쓰는 방법도 언급이 돼있는데, 꾸준함이 제일 중요한 것 같네요. 최소한 1일 1포스팅을 하려는 노력 말입니다. 이게 정말로 힘든데, 이런 꾸준함을 최소 1년 정도는 해야 함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서는 뚜렷한 자기만의 색깔 즉 전문분야가 있어야 할 것이고요. 내용에서는 얻어갈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글은 되도록 5분 내로 읽을 수 있도록 간결한 문체로 너무 길지 않게 작성해야 하고요. 유머와 착한 감성이 드러나면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또한, 잘 읽히는 문장을 쓰도록 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말 같지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해당 학과를 나오고 다년간 경험을 쌓은 전문가도 쉽게 할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위에 기술한 팁을 생각하면서 써보도록 해야겠지요.
추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도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본인도 일 년에 소설만 70권 정도 읽는다고 해요. 공부를 하려고 읽는 게 아니라 그저 읽는 자체가 좋아서 읽는다는군요. 그것도 아주 천천히요. 이게 바로 진리인 것 같습니다. 그냥 좋아서 하는 거지요.
그렇게 오랫동안 쌓이면 내공이 자연히 커지고 결국 부수적인 것들이 따라오는 것 아닐는지요. 책의 저자 정숙영 작가분은 결혼은 아예 안 하는 걸로 결심하신 듯합니다. 본인의 하는 일에만 전념하면서 살기로 하셨네요. 한국에서는 점점 일인 솔로로 사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지요.
아마도 혼자서 여행하면서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타인이 있으면 그만큼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 그래서 결혼하고 자식들도 많은 이 나라의 모든 가장들이 너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뭐 닥치면 다 할 수 있다고도 하는데 글쎄요.
이번 도서는 솔직한 여행작가의 거침없는 내용들에 심히 공감이 가고 많이 알아 갑니다. 여행작가가 꿈이신 많은 예비 여행가분들이 읽으시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독서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