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부드러운 면은 전부 써버렸다. 이후에는 가장 싫고 가장 거친 것만 쓸 것이다" -- 테네시 윌리엄스 <타임>지 인터뷰.

날씨가 종일 열대야를 오가고 있습니다. 

모든 일과 상황에서 짜증이 나는 계절이지요. 

제발 더 덥지 않기를 바라고 태풍 좀 그만 왔으면 합니다. 

이런 더운 가운데에도 집에서 시원한 선풍기를 틀어놓고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읽는 것도 좋은 피서의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이번에는 고전 희곡을 읽어봤는데요. 

현대의 책들만 읽다 보면 왠지 좀 무료한 감이 있어서 가끔은 이렇게 옛날 책들도 접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특히, 대화체로 구성된 도서들은 읽는 재미가 더 배가가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골라본 책은 바로 미국의 유명한 희곡작가인 테네시 윌리엄스가 지은 <유리동물원>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가도 미국의 대공황과 2차 대전을 몸소 겪은 시대에 활약한 분인데요. 

당대의 아서 밀러와도 많이 비견될 정도로 유명세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야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얼마나 잘 나가는 사람이었을지는 피부로 확 느낄 수 없지만 지금의 한국에서 유튜브로 떼돈을 버는 뭐 그런 정도의 인기 아닐까요?

희곡은 사람이 직접 연극을 해서 보여주는 예술장르인데 지금은 왠만큼 재미있지 않고는 큰 인기가 없지요. 

영화와 인터넷에 밀려 그만큼 관객의 외면을 받는다고 할까요. 

하지만, 1940년대의 미국에서는 유리동물원이 대히트를 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고 하니 시대를 참 잘 만났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작품은 저자의 자전적인 스토리가 많이 녹아든 이야기 입니다. 

극에서는 엄마 아만다, 아들 톰, 딸 로라, 그리고 톰의 직장동료인 짐. 이렇게 네명의 등장인물이 전부인 연극입니다. 

아버지도 있었지만 어느 날부턴가 집을 나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요. 

★ 유리란 쉽게 깨지는 것이라며 자책하고 자기를 합리화하는 로라. 우연히 일어난 안좋은 상황을 본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나약한 로라. 제발 이 순수한 처자를 누가 좀 구해줘 !

아들은 신발공장을 다니면서 얼마 되지않는 급여로 세명이 사는 집안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지요. 

퇴근하고서는 영화보기에 한참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엄마와도 항상 말싸움을 서슴지 않고 하지요. 

엄마는 최대의 골치거리가 하나 있는데 바로 딸 로라를 빨리 시집보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로라는 약간 장애가 있어 다리 한쪽이 불편한 상태 입니다. 

딸은 약간 자폐증상이 있어서 남동생 톰보다 나이는 위이지만 온종일 집에만 틀어박혀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유리로 만든 동물들을 수집하거나 축음기로 음악을 듣거나 하는게 일상이지요. 

그런 꼴을 엄마는 속 터져합니다. 

★ "누나의 촛불을 끌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려는 거죠. 누나, 누나의 촛불을 꺼요. 그럼, 안녕 ....."  -- 동생 톰

이런 고민을 아들에게 말하자 직장에 짐이라고 하는 동료를 집으로 불러서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하지요. 

이에 크게 기뻐하는 엄마 아만다는 새 옷도 사고 각종 전등과 촛대 양탄자 등을 좋은 것들로 바꾸면서 짐이 오기를 학수고대합니다. 

초대받은 날 문을 열어줘야 할 딸 로라는 극구 짐을 만나기를 꺼려하는데요. 

짐이 그 옛날 고등학교 때 자기가 짝사랑했던 남자였던 거지요. 

그 당시 짐은 상당히 잘 나가는 엄친아 스타일이어서 뭇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많았지요. 

이런 짐을 멀리서만 좋아했던 로라였습니다. 

감히 자기 같은 보잘것없는 여자가 넘볼 남자가 아니라고 느꼈던 거지요. 

그렇게 천재 소리를 듣고 금방이라도 백악관에 입성할 스타 기질이 충분했던 짐은 그후로는 어찌된 일인지 변변찮은 행보를 걸어왔지요. 

 

톰과 같은 직장에서 많지 않은 급여를 받는 상태로요. 

어쨌든 짐은 로라를 기억을 못 합니다. 

그저 수많은 여학생들 중 스쳐 지나간 한명일 뿐인 거지요. 

엄마는 어떻게든 딸과 짐을 엮어주기 위해서 갖은 수다와 칭찬성 멘트를 쉬지 않고 날리는데요. 

 

당황해서 레모네이드를 옷에 엎지르자 "어머, 세례를 받았네요" 하는 위트 있고 피식거리게 만드는 대사는 참 재밌네요. 

톰은 전기세를 안 낸 관계로 집이 정전사태가 돼버리지요. 

결국 집안에 촛불을 켜고 있어야 되는 묘한 상황이 됩니다. 

오히려 짐과 로라에게는 더없이 좋은 분위기가 되겠네요. 

★ 1931년에 ROTC 입대자격시험에 실패해서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고 미주리대학을 떠난 후 신발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네요. 그 시절에 철야로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그렇게 로라의 방에서 짐은 단 둘이 있게 되지요. 

대화 속에 지난날 자기를 좋아했다는 로라의 말을 듣고 다소 놀라게 되는 짐.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는 로라를 측은히 여기면서 각종 위안이 되고 자기 계발적인 훈수성 말로 로라의 자신감에 힘을 실어줍니다. 

예상했듯이 뽀뽀까지 진도가 잘 나가는 상황. 

 

로라는 짐을 자기의 남편이 될 것 같다는 환상의 단계까지 올라가게 되지요.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런 야망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요. 

짐은 사귀는 여자가 이미 있고 조만간 결혼까지 할 예정이라고 폭탄선언을 합니다. 

저도 이런 반전의 상황이 있을 것이라고는 딱히 예상을 못했는데요. 

현시대에서는 당연시되는 상황이 많지만 저 시대에는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 같네요. 

연애관의 차이가 많이 변했지요. 

솔로일 거라고 기대했던 엄마와 딸은 얼마나 허무한 마음일지 상상이 갑니다. 

마치 믿고 잘 살던 배우자가 느닷없이 이혼을 요구하는 그런 느낌아닐까요. 

 

그렇게 짐은 여자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면서 급히 집을 떠나가게 되지요. 

이렇게 믿었던 저녁식사 초대자리는 오히려 집안 분위기를 침몰시킨 꼴이 되었죠. 

톰은 이런 사실을 알고는 집을 나가버리지요. 

직장에 얽매인 삶보다는 드넓은 세계를 향해서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 유리동물원의 상징이 되는 일각수, 일명 유니콘이지요. 로라가 짐에게 쥐어준 깨진 유리동물. 위 사진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있는 작품이라네요.

누나인 로라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이라고 할까요. 연민이라고 할까요. 

그런 감정을 먼발치에서나마 누나를 그리워하고 기원하게 됩니다. 

저자 윌리엄스는 그의 집안 환경의 모습을 그대로 이 작품에 인용하였습니다. 

도망간 아빠, 과거의 추억에 연연하는 엄마, 신발공장에서 일하는 톰. 물론 저자 본인이지요. 

 

그리고 실제 자폐증세를 보이고 후에 뇌수술을 받고 고생한 누나에 대한 속죄와 그리움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자신이 정말로 겪었던 부끄러운 가족의 얘기를 세상에 드러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저자는 잊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한 것처럼 그런 아픈 이야기를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지금 읽어봐도 심히 공감이 많이가는 줄거리이네요. 

★ 1940년대 중반의 시카고의 시빅 시어터에서 <유리동물원>이 초연되어 호평을 받게 되지요. 이후 1년 4개월동안 563회 상연을 하고, 뉴욕 극평가상 등을 수상하게 됩니다. 

어려운 시절에 겪었던 실망과 좌절에 관한 그 민낯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더욱 공감과 호응을 얻었던 그런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로라가 짐에게 선물한 유리로 만든 일각수 동물 인형은 비록 바닥에 떨어져서 깨진 거지만, 성스럽고 순결한 그녀를 상징하는 징표였던 것입니다. 

시나리오 대본도 잔잔한 감격과 생각거리를 선사해 줄 수 있어서 더욱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유리 동물원
국내도서
저자 :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 신정옥역
출판 : 종합출판범우(BW범우) 201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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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서 "유리 동물원", 범우희곡선, 픽사베이, PIXABAY)

 

◆ 주식에 대한 인문학적 촌철살인을 내뱉는 남궁혁의 도서 <혁명을 꿈꾼다면 주식을 하라>는 읽을수록 재미가 느껴지는 색다른 책입니다.

 

이번에 집어 든 도서는 <혁명을 꿈꾼다면 주식을 하라>라는 책의 제목입니다. 

저도 주식이라는 것을 거의 모르고 살다가 언젠가부터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요. 

바로 은행의 이자가 턱없이 낮아졌을 때이지요. 

 

거의 2% 이하라서 천만 원을 넣어두면 일 년에 이자가 20만 원도 안 되는 겁니다. 

게다가 세금 15%이상을 떼고 나면 월 만 오천 원 정도라고 해야 하나요? 기가 찬 현상입니다. 

그 옛날 IMF 이전 시대에는 이자만 가지고도 떵떵거리고 살았었다고 하니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네요. 

 

여하튼, 은행이자도 엉망이고, 은행에서 추천해주었던 펀드도 몇 개 들었습니다만 

모두가 마이너스 10에서 20프로를 오가는 그런 상태였지요. 

 

 

펀드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라, 은행원은 전문가일테니 잘되겠지 했지만 그야말로 허탈감과 일종의 분노가

끓어오르더군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이딴 식으로 마이너스가 된다는 게 더없이 싫었던 거지요. 

그래서 주식 쪽을 좀 알아보다 보니, 단타 치는 것은 가슴이 새가슴인지라 못할 것 같고 

결국은 배당금을 받는 쪽으로 주식을 조금씩 사모으기로 했습니다. 

 

물론, 은행이자 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라서 그 정도에 만족하면서 하고 있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이런 배당도 아예 안 줄 때가 있더군요. 

특히 제일 많이 투자했던 공기업 주식이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더니 급기야 연말 배당에서 

배당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는 걸 보니 정말 세상에 믿을 게 없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 막연히 주식은 하면 안되고 위험하고 깡통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지요. 이에 대해 조목조목 알기쉽게 주식시장 밖은 더 위험함을 차분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 코묻은 배당금이라도 들어오는 맛에 일 년을 기다렸는데 배당을 안 한다니요. 

그렇다고 팔기도 뭐하고 해서 내년에는 실적이 좋아지기를 그저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심정입니다. 

그동안 주식에 대해서 약간 공부해보다가 어느 순간 또 그쪽을 쳐다도 안 봐서 그런가 하는 

자괴감도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 책을 한번 골라봤는데요. 

이 책의 저자 남궁혁은 자세한 약력은 나오지 않고 그저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다른 여러일을 전전한 현장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다 정도로만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베일에 가렸다고 할까요? 때로는 이런 류의 저자가 쓴 책도 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주식이란 단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이 책에서 기술적 분석을 위해서 

현란한 그래프와 봉챠트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또한, 추천종목 같은 것도 없지요. 

그래서 읽어보기로 한 겁니다. 

기존의 주식책들은 곧바로 분석과 딱딱한 숫자들 같은 걸로 포장이 되어있어서 좀 식상한 감이 오더군요. 

 

물론, 제가 내공이 부족한지라 배부른 소리이겠거니 하지만요. 

또한 인문학으로 풀어본 주식책이라고 되어 있어서 읽는 맛은 있으리라 보여졌지요. 

챕터 중에서도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는데요.

주식을 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혁명을 해야 된다 이런 말들이지요. 

 

◆ 주식에 대해 책을 쓴다면 일단, 그 동안 얼마를 벌었다는 것을 강조하지요. 정말 저자는 그럼 얼마를 벌었을까요. 계좌를 공개하라고 한번 은밀히 말씀드려보고 싶군요. 과연 그 액수는?

 

내용은 상당히 쉽고 재미있게 씌여져서 한 챕터를 읽고 나면 다른 챕터도 읽고 싶게끔 기술되어 있네요. 

마치 소설을 읽듯이 술술 읽히는 게 참 좋습니다. 

본인이 겪었던 체험위주의 느낌과 그와 관련된 다른 책 속의 인용문을 사례로 들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주식이 위험하지 않다라고 주장하는데요. 

주식시장이 아닌 주식 바깥의 세계가 더 위험하다고 역설을 합니다. 

자영업자로 실제로 일하거나 아니면 취업을 위해서 면접을 보러 다니는 것이 

결코 주식만큼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일상생활 자체가 거래와 계약으로 이루어진 관계이지요. 

 

 

거래는 바로 권력관계의 또 다른 이름이고요. 

계약은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의사로 되는 것이 아니라 판을 뒤엎을 수 있는 

권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라는 세계에 딱 맞는 일침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며칠째 먹을게 없어서 굶은 사람이 처자식을 위해서 밥은 먹게 해 줄 테니 

공장에서 온종일 시키는 대로 일을 하겠느냐는 제안을 했다면 

바로 위에서 얘기한 권력과 계약이 성립된 거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취업을 하는 모든 현상에는 바로 이런 숨겨진 부당함이 항시 존재하는 것이지요. 

 

◆ 저자는 유상증자를 실적이 안좋은 좀비기업이 회사의 운영자금이 없을때 개미들의 주머니를 터는 가장 흔한 방법이라고 하지요. 개미들을 위한 위로와 배려. 개미들이여 혁명을 위해 일어나라!

 

개미들이 주식을 할때는 절대로 돈을 빌려서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지요. 

바로 한강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입니다. 

본인의 여유돈으로 하라는 것, 이 당연한 말이 그렇게 쉽게 지켜지지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요. 

주식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세력들인데요. 

 

세력들은 개미들의 행동을 모두 꼭대기에서 보고 있다는 얘기, 

개미는 그런 눈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세력과 기관 등이 쓰는 공매도 기법에 대해서 꼭 청원을 해서라도 금지해야 할 항목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가 혁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바로 이 공매도 처단인 것이지요.

 

개미가 주식시장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한계에도, 선을 그어놓을 것을 얘기하지요. 

주식의 경력에 따라서 돈을 빌리도록 해야 합니다.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결국 깡통이 계속 생긴다는 것이지요. 

이 말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개미가 매일 깨지면서도 그래도 남아있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오히려 주식시장 밖이 더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라지요.

주식시장은 학력, 학벌, 학연, 지연, 선배의 갈굼, 후배의 하극상 이런 것들이 없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완전경쟁인 거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지요.

 

◆ "자본을 사람으로 착각하지 말라" - 장 보드리야르. 많은 인문학적 도서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주식과 현재의 자본주의의 모순들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 막연함이 오히려 공포 그 자체인 겁니다. 

개미가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바로 출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출세하면 주식시장에서 돈 버는데 지장이 없다는 거지요. 

그 사례가 바로 법관임용자들이 주식으로 수십수백억의 이익을 본 사례인데요. 

 

그들은 솔직히 주식에 대해서 지식도 없습니다

단지 지위가 올라가니, 어떤 회사가 상장을 할거다 뭐 이런 고급 정보들을 듣고 투자를 해서 

이익을 본 케이스들입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거 같아서 소름이 끼치네요.

 

 

김정은이 혹시 선물을 하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요. 

다른 경로로 하락에 배팅을 한 후에 미사일을 쏴서 이익을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재밌는 추측도 하지요. 

추측이 아니라 실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주식시장의 배당금이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적습니다. 

 

이는 기업의 오너가 회사를 자기걸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모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큰 부동산을 산 것에 많은 투자자들이 성토를 금치 못했었지요. 

아무래도 분단국가이고 북한의 위협 때문에 주가가 상대적으로 싸고 배당이 적은 것이겠지요. 

 

◆ 개미는 왜 세력한테 돈을 잃을 수밖에 없을까요? "아이들은 군것질에 눈이 팔리지만, 어른은 그런 아이의 행동 자체를 보기 때문이죠"

 

보다 평화적인 화해모드로 어서 빨리 진전되어야 우리의 주식시장도 배당이 많아질 것입니다. 

저자는 "이제 밥 굶는 사람은 없잖아"라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고 합니다. 

자살을 하거나 일하다가 죽는 사람들이 밥을 굶어서가 아니지요. 

빈곤이 없다는 것은 밥을 굶지 않는 게 아니라 빈부의 차가 적다는 의미인 겁니다.

 

요즘 한국의 모 대기업이 부도덕하게 경영을 했다고 난리였지요. 

하지만 외국을 보면 JP모건이나 록펠러 같은 기업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재벌이 된 시초라고 합니다. 

외국의 기업들이 하던 방식대로 그대로 우리도 해왔던 것이지요. 

그들이 우리보다 더했지 모자라지 않은 것입니다. 

 

금융자본주의의 이면에는 알면 알수록 기존의 상식을 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참 많네요. 

이렇듯 저자는 불공정한 자본시장의 흐름을 막아야 한다고 하지요. 

부자들의 자본에 글로벌 자본세를 부과하자는 피케티의 의견도 얘기합니다.

 

원숭이 실력보다 못한 펀드매니저를 비판하면서 

헤지펀드들이 돈을 번건 실력이 아니라 제도 때문이라고 보고 있지요. 

할 말은 하는 저자의 속 시원한 주식과 관련된 재미있는 얘기를 한껏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합니다. 

 

혁명을 꿈꾼다면 주식을 하라
국내도서
저자 : 남궁혁
출판 : 파레시아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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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도서 <혁명을 꿈꾼다면 주식을 하라>, 픽사베이)

◈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고 지난했던 60년간의 삶의 모습들을 회상하는 한 소설가의 대담한 스토리. 그녀가 남긴 기록을 읽으면서 우리는 각자의 남은 생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오늘의 독서를 위한 책은 바로 죽음에 관한 것입니다. 이 단어는 일반 사람들에는 다소 거부감이 오게 되고 하필 그 많은 주제 중에 그런 암울한 것을 삼는지 불쾌하실 건데요. 맞습니다. 그건 피해 갈 수 없는 지적이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문제에도 조금은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요. 

 

이 책의 저자는 코리 테일러(Cory Taylor)라고 하는데 여자분이시고 전직 소설가였는데요. 시나리오 작가도 했고 기타 여러 동화나 단편소설로 상도 많이 탔습니다. 작가는 환갑을 바로 넘긴 나이에 흑색종 관련한 뇌종양을 투병하던 중 세상을 뜨고 말았지요.

 


그의 인터뷰한 동영상을 잠깐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몸이 수척되었고 얼굴빛도 거의 잿빛에 가까워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암을 발견하고는 안락사를 하기 위해서 중국제 안락사 약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도 했지요. 그것을 고이 간직하고부터 오히려 남은 삶을 편하게 느끼게 되지요. 

 

고통 없을 때 본인의 결정으로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확신이라고 할까요. 이 책은 그렇다고 내용이 어둡거나 눈물을 주체 없이 흘리게 하지는 않지요. 오히려 읽다가 몇 번씩 저도 모르게 웃은 적이 많거든요. 그만큼 작가는 위트 넘치는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 인생 100세의 시대가 과연 축복일까요? 아마도 재앙일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참아야 하고, 불확실함을 견뎌야 하고, 가족과 본인에게 더 많은 실망과 절망을 안기는 죽음은 극복해야 할 사항이지요.

그녀가 죽기 전에 죽음을 앞둔 많은 외롭고 고독한 환자들에게 그 느낌을 전달하고 위로를 해주기 위해서 지었다고 합니다. 병세가 악화되다 보니 본인이 직접 쓰질 못해서 대리로 글을 받아서 전기를 써주는 작가인 수잔을 통해서 저술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충격적 이게도 전기를 내주어야 할 수잔이 오히려 먼저 세상을 뜨게 됩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요. 마치 수혈을 받으러 온 사람보다 수혈을 해주는 사람이 먼저 돌아가신 상황 아닌가요? 이토록 요양병원에서의 상황은 예측이 참 불가능합니다. 

 

이 책의 전반부 챕터에서는 시한부 인생인 그녀를 방송사에서 취재하면서 청취자들이 투병 시 궁금해하는 12가지 질문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 쓰여 있습니다. 대부분이 좀 뻔한 질문들이 많지요. 좀 정리해보면, 버킷리스트는 없다, 자살을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종교에 귀의하지는 않겠다, 죽는 게 무섭다, 죽어서 좋을 일은 없다, 후회할 일들이 있다, 내세를 믿지 않는다.

 

내 삶의 우선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불행하거나 우울하지는 않지만 가끔 참을 수 없이 화나 날 때가 있다, 죽어가고 있다고 해서 더 큰 인생의 모험에 나설 생각은 없다.라고 얘기합니다. 그야말로,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마지막 생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느끼는 듯합니다. 

 

◈ 고통으로 점철된 실망적인 죽음을, 품위있게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녀. 안락사에 대한 고민에 한층 다가가게 해주는 계기가 될 듯합니다. 

작가가 기술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바로 가족에 대한 회상이지요. 특히 그녀의 어머니와의 애틋한 추억과 같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기억을 많이 술회하고 있어요. 가족에 얽힌 밝히고 싶지 않은 것들도 많을 텐데 상당히 솔직 담백하고 용기 있게 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가족만은 건드리지 말라는 애원과 협박 같은 인터넷 기사들이 많지요. 본인의 문제도 처리하기 바쁜데 가족까지 언급하면 그 얼마나 악성 댓글들로 맘이 불편하겠습니까. 하지만 저자 코리는 이제 세상을 다 살아가니까 차마 말하기 힘든 가족사까지도 낱낱이 밝히기가 쉬운 걸까요? 

 

 

아니면 가족에 대한 어떤 분노와 복수심(?) 같은 것도 있었을까요. 그녀의 파란만장한 가족사의 얘기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일상생활과 너무나도 판박이입니다. 호주라는 선진국의 살아가는 모습도 별반 우리네와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항공기 조종사였던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자주 집을 비우고 어머니와의 잦은 말싸움과 다툼, 나중에는 서로가 헐뜯고 이혼까지 하게 되지요. 직업의 특성상 수시로 이나라 저 나라로 이사를 다녀야 해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해서 오는 처자식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 그녀가 처음 삶과 죽음에 대해 알게된 계기는 바로 웃음물총새입니다. 한 순간에 하늘에서 수직으로 내려와 부리로 도마뱀을 찍어서는 바로 꿀꺽하고 먹지요. 어린 그녀는 이게 바로 죽음이구나라고 처음 느끼게됩니다.

저자와 친오빠, 친언니와의 무관심으로 인한 형제간의 갈등들. 어느 것 하나 한국과 틀린 내용이 하나도 없네요. 약 190페이지의 조그만 책이기도 하지만, 첫 챕터만 읽으려다가 한 권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게 되더군요. 그만큼 내용에 너무 공감이 가고 마치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어요. 

 

흡사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을 때처럼 호주판 김지영을 읽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가족 간에 살아가면서 겪는 얘기들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요? 특별한 계층에 사는 사람들이거나 대단한 사건이 있지 않은 이상은 아마도 사는 모습들은 비슷하겠지요. 

 

 

큰딸과 아버지의 끝없는 말싸움과 불신, 어머니의 모은 재산으로 그동안 혼자 잘 먹고 잘 돌아다닌 아버지. 저자는 이혼한 아버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모습을 많이 묘사하지요. 한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도 세명을 낳았지만 살아가면서 점점 가족 서로 간에 친밀감은 없어지고 남보다 못한 사이로 변해가는 내용이 많이 안타깝고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다 성장한 자식들이 또 자식들을 낳고, 먹고살면서 무관심으로 인해 만나도 불편해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빨리 헤어지는 태도들이 과연 정상적인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건지도 의문스럽지요. 작가는 많은 시간을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과 같이 세계를 돌아다녔네요. 

 

◈ 어렸을때 식탐이 많아서 많이도 먹었다는 작가. 호주에서는 태어만 나고 40년간 세계를 여행했다는 그녀. 환갑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많이 보고 먹고 체험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네요.

특히 일본에서의 생활을 최고로 꼽기도 했습니다. 호주 퀸즐랜드에서 태어만 낫지 제대로 정착한 곳이 거의 없어서 그녀는 본인의 유골을 호주와 일본에 각각 뿌려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안정적이지 못한 방랑의 체험이 마지막 가는 종착지도 자유를 갈망하고 있네요. 


이 책은 그녀의 마지막을 향한 진솔한 추억의 모음입니다. 가족, 사랑, 분노, 실망,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뚝뚝 묻어나는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네요.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심히 공감하시고 인생과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들이 남으리라 믿습니다. 

 

다음은 "우리는 무엇일까?"에 대한 작가의 답변입니다.

 

"산책하는 몸을 따라서 마음이 걷지 않는다면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죽을 때 추억하는 것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선택한  “2017년 내게 영감을 준 책”  내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무엇을 추억하고 기억하게 될까?호주 소설가가 4기 흑색종 관련 뇌종양을 투병하던 중 죽음을 앞두고 쓴 회고록이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생의 끝에 선 사람에게 물은 12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시작으로, 저자가 추억하는 것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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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6 - [독서리뷰/인문] - 나만 불행한 것 같은 밤 - 절망할 수 있을 만큼 절망해볼 것

◆ 1992년 초판, 2008년 56쇄.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하루키의 단편은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신선한 상상력과 충격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1.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


오랜만에 하루키의 오래된 단편 걸작선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소설가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독자층이 많은 작가이지요.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로도 몇 번이나 거론되기도 했었지만 수상은 하질 못해서 다소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는 주로 장편의 소설들을 근래에 많이 써왔는데 단편으로된 소설들도 많이 썼네요. 솔직히 이번에 책을 골라보다가 알게 된 거지만요.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걸작선>이라는 책은 출간된 지 무척 오래된 도서입니다. 겉표지에서부터 이미 고전적인 디자인이 팍팍 느껴지는데요. 

 

 

첫 장을 넘겼을 때 하루키의 거의 젊었을 때의 컬러사진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매우 친근감 있게 생겼네요. 옆동네에 사는 예비역 형님 같기도 하고요. 뭉툭한 코와 두꺼운 아랫입술, 묵직하게 머금은 입 주변 모양새는 실로 무뚝뚝함의 표본을 보는 듯 합니다. 

 

◆ 카페사장을 하다가 갑자기 잘 할 것 같아서 작가로 전향한 소신가.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원동력일 것입니다.  

겉모습과는 다르게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신데에 존경과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요. 지금은 상당히 푸근한 스타일로 노년의 완숙함이 묻어나지요. 많은 작품 중에서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는데요. 

 

과연 유명작가가 도서관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겪었을지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지요. 이야기의 느낌은 환상과 공포감이 약간 가미된 SF소설 같다고 할까요. 위트와 유머적인 대화도 간간이 터지기도 하고요. 마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을 기술해 놓은 듯한 내용이지요.


작가의 상상력이 크게 한몫을 한 그런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집근처의 국립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고 다시 빌리기 위해서 대출 여부를 묻는데요. 책 내용은 "오스만 제국의 세금 징수 정책"에 대한 도서입니다. 내용도 참 상상을 뛰어넘는 듯 엉뚱하지요. 

 

◆ 많은 단편글들도 독자들에게 많은 상상거리를 제공합니다. 도서관의 이야기는 가히 호러영화를 방불케 하는 충격을 주지요.

 

대출을 담당하고 있는 노인은 관련된 책 세권이 있다며 도서관 지하실로 주인공을 인도합니다. 미로같이 어둡고 컴컴한 곳을 지나 마침내 감방 같은 곳에다 가둬놓고 세 권을 다 외우라고 하지요. 며칠의 기한을 주고 그때까지 외우지 못하면 뇌의 척수를 빨아먹는다고 협박하는 괴상한 노인. 

 

급기야 호러,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이 연출되네요. 머리에 양의 탈을 뒤집어 쓴 "양사내"라는 인물이 있는데 노인에게 버드 나뭇가지로 학대를 받으면서 주인공을 도망 못 가게 관리하게 되지요. 이야기가 점점 만화책에나 등장할 듯한데요. 

 

감방에 갇힌 동안 삼시세끼 먹을 것을 챙겨오는 아름다운 소녀도 등장하지요. 시간 내에 집에 안 가면 어머니한테 혼이 나고, 기르고 있는 찌르레기가 걱정이 된다면서 주인공은 하소연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소녀와 말이 통하고 양사내의 도움으로 초승달이 뜨는 날 밤에 도망을 칩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많은 작품중에서 과연 다 읽은 책이 얼마나 되는지.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감상했으면 합니다. 

도서관 가까이 다 왔을무렵 이미 낌새를 눈치챈 노인이 검은 개와 함께 입구를 딱 지키고 있지요. 검은 개가 찌르레기를 입으로 씹어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찌르레기가 점점 커지더니 개의 입을 찢고서 사자만 하게 커졌네요. 

 

이런 틈에 가까스로 도서관 밖으로 양사내와 탈출을 했는데 주인공 혼자만 덩그러니 놓였습니다. 아무 일 없었던 듯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 요즘 넷플릭스에서 기묘한 이야기 시즌3가 한창 유행인데 하루키의 기이한 이야기는 그에 버금가는 이야기 같습니다. 

 

 

몇십 년 전에 하루키는 이미 SF, 호러 이야기를 이토록 잘 만들었었네요. 가위에 눌린 한 편의 꿈과 같은 얘기를 거리낌 없이 서술했습니다. 상당히 허무하지만, 짧은 단편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스토리입니다. 젊었을 때의 작가의 상상력이 이토록 환상적이라는 데에 또 한 번 놀랐네요. 

 

◆ 어느땐가부터 장편은 사다만 놓고 쉽게 읽지를 못합니다. 짧은 단편이 오히려 더 좋네요. 짧게 함축된 내용이 간결하고 깔끔합니다.. 

오래간만에 집중하면서 기이함을 경험하게 해 준 짧은 단편이었습니다. 


2. 택시를 탄 남자


두번째 작품은 <택시를 탄 남자>인데요. 이 또한 제목이 뭔가 심오한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오지요. 일본에서 화랑을 하는 여자가 겪은 일을 회상하는 얘기인데요. 기이한 이야기처럼 뜬금없는 황당한 얘기와는 전혀 대조적이라 조금은 실망을 했습니다. 

 

기자인 주인공이 잡지에 낼 기사를 찾다가 화랑의 여사장님의 사연을 듣게 되는 설정이지요. 여사장이 미국에서 유학할 때 미술 바이어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택시를 탄 남자>라는 그림을 소장하게 되었지요. 그 그림에서 그녀는 진한 애착과 연민을 오랫동안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귀국할때에 그녀가 소장했던 모든 그림을 다 불태우게 됩니다. 그렇게 잊혔나 했지만 그리스의 아테네를 여행하는 도중 그 그림 속의 주인공이 실제로 탄 택시에 함께 동승을 하게 되지요. 그 남자는 헤어지면서 그리스어로 "카로 택시지"(즐거운 여행을!)라고 건넵니다. 

 

◆ 현대의 우버를 탄 택시타는 남자는 아닐까요? 고전적 소설의 소재가 되려면 클래식한 택시가 제격이겠지요. 우버를 탄 남자는 어떨지.

이 말에 그녀는 "나의 인생에서 많은 부분이 이미 상실하고 말았지만, 그것은 한 부분만 끝난것이고 지금부터는 무엇인가를 거기에서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심지어는 교훈도 얘기하는데요. 

 

"사람은 무엇을 지워버릴 수는 없으며, 지워져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라고 말합니다. 다소 짧은 에피소드인데 조금은 밋밋하게 끝을 내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애착하던 소품에 대한 추억과 생각지 못한 경우에 다시 그 추억을 맞이한 순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얘기하려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작은 물건이라지만 뜻깊은 의미가 있을 수 있음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었네요. 공포만화 같은 내용에 비해서 이처럼 잔잔하게 가슴에 여며오는 회상적인 이야기를 오고가는 하루키의 색다른 작품들을 감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듯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

일상의 여백을 가벼움의 미학으로 터치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문학의 정수를 모은 책. 중국행 화물선, 뉴욕탄광의 비밀, 빵가게 재습격, 택시를 탄 남자, 레더호젠 등 20여편의 작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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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도서<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 픽사베이)

▲ 요즘 초중고의 학생들은 외모에 개성이 없어요. 남학생은 덥수룩한 머리, 여학생은 앞머리내림, 똑같은 립글로스 누가 누군지 구분이 힘듭니다.

이번 도서는 작가 고정욱 씨가 지은 소설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입니다. 고정욱 작가는 어렸을 적에 소아마비를 앓아서 1급 지체장애인이지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성균관대 문학박사이신데 주로 청소년 소설을 써오고 있지요. 

 

그동안 내놓은 작품이 몇백권에다가 수백만 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일반 정상인도 힘든 일인데 몸이 불편한 가운데에도 이토록 경이로운 기록을 만들어낸 데에 경탄을 금치 못합니다. 아마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서 발행부수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지요. 

 

이렇듯 작가에 대해서 어느정도 인지가 있었던지라 이번 도서를 한번 읽어 보았는데요. 까칠한 재석이라는 이름으로도 책이 여러 종류가 됩니다. 달라졌다. 사라졌다. 돌아왔다. 열받았다 라고 시리즈로 책을 내었더군요. 진정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까칠한 시리즈도 그간 많이들 독자들에게 오르내렸던 작품이지요. 처음에는 "소설쓰기의 괴로움"이라는 차례가 흥미를 끌었습니다. 청소년 소설에서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 의아했기 때문이죠. 책이 일반 책 크기보다는 다소 작기 때문에 읽는 속도는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 사람은 누구에게나 개성이 있습니다. 개성을 살려서 자신의 삶을 가꿀때 진정 그 사람의 존재는 아름다워지는 것이지요.

몇몇 챕터만 읽기로 했었는데 다음 챕터의 내용이 궁금해져서 끝까지 읽게 되었네요. 청소년 소설인데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습니다. 한달음에 쭉 읽기가 편안하네요. 이 책의 앞면과 차례 쪽의 그림들은 박태준이라는 웹툰 작가의 그림입니다.


<외모 지상주의>라고 하는 실제로 당시에 인기가 있었던 웹툰이네요. 또한 작가 박태준의 외모가 훈훈했던 것도 화제가 되었고요. 재밌는 웹툰이 그린사람도 미남형이라니 더없이 잘 팔릴 이유인 거지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도서의 주제가 외모와 연관된 것이라는 겁니다. 

 

 

흔히 TV에서 방영되는 학원물을 기본으로 깔고있고 남주인공 황재석이 그의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단의 소소한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이지요. SNS의 물결에 힘입어 항시 주변인들의 일상을 수시로 볼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 보니 각종 모욕적인 댓글에 심한 상처감을 받게 됩니다. 

 

올려진 사진에서 일종의 조작되고 변형된 예쁜 모습을 보면서 일반인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쉽게 느끼게 됩니다. 인간 본연의 잠재적인 질투심은 심하면 각종 범죄의 원인을 제공하게도 되지요. 이렇듯 외모만 괜찮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최고가 되는 현시대를 여지없이 비판합니다. 

 

▲ 박태준 웹툰 작가의 <외모 지상주의>는 청소년의 깊은 관심을 끌고 있지요. 외모에 대한 이번 책의 표지그림도 그의 작품입니다.

아름다움이란 얼굴이 전부가 아니라 각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마음의 자세가 휠씬 중요한 것이지요. 내용 중 미남 웹툰 작가 박태준은 머리핀을 파는 일을 했는데, 머리핀을 남자가 팔면 하루에 열개 정도인데, 여장을 하고서 팔면 백개를 팔았다고 합니다. 


고객들의 마음이 바로 그런겁니다. 외모가 더 나은 사람이 취급하는 쪽에 더 이끌린다는 것이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과 같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또한, 여자들이 착용하는 브래지어도 착용한 사람이 안 한 사람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이것도 건강보다는 보이는 외모를 더 중시한다는 사례인거지요. 실제 암에 더 걸린다는 확실한 증거는 다소 미비해졌지만 말입니다. 이 책의 남자 주인공인 재석은 키도 크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고교생입니다. 소설 쓰기에 빠져서 작품을 쓰고 있지만 진도가 잘 안 나갑니다. 

 

남녀 주인공을 미남미녀로 해서 콘셉을 대충 구상해놓고 주변인들에게 작품에 대해 조언을 구하지요. 학교 선생님이나 고등학교 10년선배인 웹툰 작가 박태준에게도 찾아가서 조언도 듣습니다. 학교 선생님은 꼭 미남미녀로 하지 말고 얼굴보다는 개성 강한 캐릭터기존에 없는 독특한 이야기를 쓰라고 합니다. 

 

▲ 단순한 외적 아름다움은 주변 사람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일으키고, 결국 인간의 추악한 욕망만 건드리게 됩니다. 

재석에겐 보담이라는 여친이 있는데, 한 학년 후배인 채린이 재석을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지요. 채린의 엄마는 미스코리아에 나갈 정도로 미인인 데다 엄마와 함께 찍은 모습들을 SNS에 올렸는데 어느 순간 악플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학원을 마친 후 채린이 누군가에게 끌려간 것을 본 재석의 여친 보담은, 채린을 구하려다 오히려 부상을 당하지요. 채린을 좋아했던 우석이 더 이상 자기를 좋아하지 않다고 느끼자 수경이라는 아이를 통해 악플을 달게 하고 린치를 가하도록 사주한 것이지요. 

 

 

이런 사건의 범인인 우석과 수경을 찾아서 재석과 그의 절친 민성이 그들을 일망타진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석은 훔친 택시로 들이받아 재석의 다리를 부러뜨리죠. 팔이 부러진 채린이 재석을 병문안 와서 선물로 노트북을 전달합니다. 

 

린치의 원인 제공자인 수경의 오빠가 준오형이고 그는 재석이 그동안 잘 알고 지낸 친한형이었다는데에 놀라게 되고, 수경을 대신해 사죄를 하러 온 준오형을 용서해 주고 합의금도 받지 않기로 합니다. 자기가 그토록 좋아했던 사람에 대한 증오는 그 결과가 더욱 무섭습니다. 

 

▲ 유명 연예인들이 아름다우니까 행실이나 생각도 아름다울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지요. 그들의 아름다움은 조작된 것입니다.

사랑과 증오는 서로 뗄수없는 관계이지요. 우석은 자기보다 잘난 것도 없는 재석이 모든 것을 가진 데에 대해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낍니다. 외모, 키, 여자 친구, 돈, 학교에서의 권력 등. 우석은 고교를 중퇴하고 나이트클럽의 삐끼 생활을 하는 자신의 비참함을 재석과 비교함으로써 그 울분을 결국 폭력으로 표출하고 만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자신을 누군가와 항시 비교하지요. 거기에서 본인의 초라함을 한사코 되뇌이면서 불평을 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은 말하고 있지요. 학원폭력, 외모 지상주의, 여자와 남자의 심리에 대해서 일견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겉표지만 보면 학원에서 벌어지는 허무맹랑한 만화와 같을 것 같지만, 나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재밌는 책이라고 보여지네요. 물론 외모가 중요한 세상이지만, 각자가 가진 재능들이 더 아름다운 것이고 자기 본연의 주관을 가질 것을 얘기합니다. 

 

예쁜 탤런트나 가수들의 포토샵으로 조작된 가식적인 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순간순간의 행복을 느끼면서 돈보다는 매 시간의 중요성을 느낄 것도 말하고 있습니다. 만화 같지 않게 생각거리를 많이 주는 좋은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학원폭력과 왕따, 외모 우선, SNS의 병폐에 대해서 느끼고 싶으시면 일독을 권합니다.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

베스트셀러 작가 고정욱이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애플북스)로 다시 돌아왔다. 학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통통 튀는 매력의 캐릭터, 청소년들의 고민이 현실감 있게 담겨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게 ‘까칠한 재석이’가 독자들에게 장수 시리즈로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고정욱 작가가 매해 300회 이상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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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한정선의 <나는 왜 결혼하지 않았을까>. 혼자 근사한 음식점에 예약하지는 말자. 마치 삶을 마감하기 전에 마지막 만찬을 하러 온 사람처럼 대하는 종업원들과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끌려서 고른 책은 "나는 왜 결혼하지 않았을까?"라는 책입니다.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그곳의 명예교수인 한정선 작가의 책이지요. 이분은 솔직히 처음 접하는 분이라서 약력과 사진을 보니 좀 독특한 반면 인상은 상당히 푸근한 스타일이네요. 물론 책날개 안쪽에 있는 사진은 제일 호감이 가는 사진이겠지만요. 

 

새하얗게 흰머리가 특이한데요. 지금의 강경화 장관의 머리색깔이 그렇지요. 아주 하얗지는 않고 좀 회색이 섞인 모습이지요. 저자는 아주 하얗군요. 대부분 노인이 되면 염색을 많이 해서 흰머리를 감추는 게 보통 심리이지요. 하지만 요즘은 유명인들도 본 모습 그대로 놔두는 게 유행인지라 염색을 안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래도 아직은 검은머리가 더 보기 좋고 익숙하게 보이네요. 저 같아도 머리에 희끗한 새치가 보이면 바로  뽑아버리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어떤 분들은 염색 알레르기가 있어서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여하튼 저자는 언제부터 흰머리를 고수했는지는 모르지만 보통 사람 이상의 자신감과 내공이 있어 보입니다. 

 

◆ 아무것도 모르는 외계인이 앞에 나타나면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생각의 벽을 깨는 연습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낯설어지기일 것입니다. 

손톱도 빨간색 메니큐어를 칠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셨다고 하니 굉장하지요. 갑자기 붉은 손톱과 입술이 칠해진 흰색의 여우나 구미호가 연상되는 건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겠지요. 이렇게 학력과 배경도 좋으신 분이 굳이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은 무슨 거창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요즘이야 대세가 혼자사는 일인가구들이 워낙 많아졌고 경제상황을 생각했을 때 결혼조차도 엄두도 못 내는 그런 분위기인 건 기정사실이지요. 저자는 현재 환갑을 넘어 칠십 대 노인이 되신 분입니다. 저자가 한창 결혼해야 할 그런 시기에는 부모님들의 생각은 지금처럼 쏠로라는 개념조차도 없을 시기이지요. 

 

저자가 40년 이상을 쏠로로 살면서 들었어야 했을 수많은 잔소리와의 싸움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용케 어떻게 견디어 낸 것인지 가히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책은 그녀가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들을 정말 진솔하고 쉽게 다가오도록 적고 있습니다. 대개 책 내용들을 보면 말을 현학적으로 멋있게 쓰느라고 잘 이해가 안 가거나 각종 미사여구의 남발로 독해가 어려운 경우들도 있잖습니까? 

 

 

◆ 저자는 여자이지만 남편보다 마누라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혼자이건 기혼자이건 집안일은 여전히 남아있지요. 혼자 일수록 더 바쁠 수 밖에 없습니다. 돈만 많으면 가사 도우미를 둘텐데 말이지요.

그런 반면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한 심정을 허심탄회하고 공감하기 쉽게 쓴 흔적이 역력하지요. 아무리 책이라고 해도 본인이 겪은 일들을 하나의 거짓없이 쓰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요. 남에게 말하기 부끄럽거나 한 부분들이 있을 텐데 여기에서는 최대한 진실되게 말하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지지요. "최선을 다하지 말자" 라는 문구도 참 아니러니 하지요. 최선을 하지 말고 차선을 택하라는 말입니다. 일에만 파묻히지 말고 남는 시간에는 그 열정과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서 쓰자고 하지요. 우리가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데에는 실제로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가 않습니다. 

 

너무 악착같이 돈 버는데에만 집중해서 본인 자신을 위하는 것을 잃으면 안 된다는 얘기이지요. 돈이 아니라 명예를 위해서, 우리가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을 하는데, 정작 한 세기 정도 지나면 잊히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그러면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요.

 

◆ 저자의 나이쯤 되면 'No'후가 아닌 'Know'후를 살라는 메일을 받게 되지요. 아무리 골드미스라 해도 언젠가는 떠나야 하고 통장의 잔고는 줄게 마련입니다. 수입보다는 지출을 통제해야 노후가 건강하겠지요.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나의 만족을 위해서 말이죠. 바로 이 시점에서 과연 나는 그동안 나를 위해서 살아왔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겁니다. 쏠로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계가 필요하지요. 혼자 집에 있어보기, 그다음엔 혼자 외출해 보기, 이게 익숙해지면 혼자 음식점 가서 먹어보기, 다음엔 단체여행에 혼자 참가해보기. 이런 식의 홀로서기 방법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단체여행에 참가하기가 제일 난코스로 여겨지네요. 여행을 가면 한국인들은 가족끼리 뭉치는 걸 좋아하죠. 혼자인 사람은 잘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말이죠. 하지만 외국인들은 혼자 온 여행자를 외톨이로 대하지 않지요. 이런 의식은 정말 외국의 마인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같은 여행길에 자기 식구끼리만 챙기는 가족주의는 쏠로들을 더욱 외롭게 만드는 것이죠. 이런 상황을 넘어서야 진정한 홀로서기의 최고봉이 되는 겁니다. 저자도 젊었을 때는 많은 선도 보고 주위의 추천도 받아보고 했지만 결국은 꼭 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까지는 없었던 듯합니다. 

 

 

◆ "그날이 그날인 날들을 꼭 살아야 하는가?" 내가 살아온 삶은 얼굴에 분명한 흔적을 남기게 되지요. 알래스카의 나이든 책방주인이나 주소록의 동창들의 얼굴은 그날이 그날 같지 않게 살아온 삶의 작품일 것입니다. 

생활하면서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이라면 여지없이 회피하려는 모습들이 자주 보이지요. 아마도 이런 성격과 유전자가 그녀를 홀로 서게한 주요 요인이 된 것 같네요. 이쯤에서 어쩔 수 없는 본인의 팔자라고 해야 될지. 저자는 남는 시간을 독서와 여행으로 전환시켰지요.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낀점은, 젊었을 때 많이 돌아다니고 늙어서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추억의 앨범을 보는 것이 맞겠구나라고 합니다. 여행도 다리가 튼튼할 때 해야 될듯한데 그러려면 돈과 시간도 따라 주어야 되지요. 지금의 한국에서 과연 가능할지는 본인의 경제사정이 특히 많이 좌우될 겁니다. 

 

오히려 젊을때 죽어라고 벌어서 은퇴하고 부부끼리 여행을 다녀야 맞는다는 것이 보통 한국 아버지들의 생각일 듯한데 반대로 가능할는지 의심이 되긴 합니다. 저자는 쓰인 구절들을 볼 때 세상을 많이 초월해서 보려는 경향이 다분합니다. 아침 등산에 재미를 붙이자 정상에 올라 동네를 내려다보면서 기를 쓰고 살려는 본인의 태도에 고개를 저으면서 스스로 무안해합니다. 

 

◆ 피난때 귀중품을 맡긴 후 다시 찾아 갔을때 흔적도 없이 분실된 경험을 한 저자의 아버지. 그 후로 물건에 집착하지 않기로 결심하지요. 값비싼 매화 항아리를 구입하는 대신 흐드러지게 핀 매화를 두 눈에만 가득 담기로 합니다.

버리자, 비우자 이렇게 다짐하지요. 등산을 하다보면 꼭 갈림길이 나옵니다.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이지요. 가보지 않은 길. 무슨 길이 나올지 모르는 것이 바로 인생과 같습니다. 하지만 마냥 고민만 할 순 없지요. 한 곳을 선택해서 가야 합니다. 이때에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나에게 맞는 속도로 계속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자" 라는 말은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실천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지요. 특히나 나보다 어린 사람이나 후배들한테는 더하지요. 괜한 자존심 때문에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하고 넘어갈 때가 있지요. 하지만 뒷감당은 아는 척했던 본인에게 타격이 올 때가 꼭 있습니다. 

 

그래서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은 때론 외향적인 성격을 한 번 쯤은 드러내는 용기를 가져야 하지요. 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견해도 있는데요. 재미로 모든 일을 대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를 조금씩은 하는데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이지요. 하다가 재미가 없으면 싫증을 느껴서 다른 쪽을 기웃거리게 되는 겁니다. 

 

◆ 혼자라서 접은 꿈. 한옥에서 살기와 시골에서 방과후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었죠. 도와줄 가족이 없어서 꿈을 접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것이 독신여성의 부족한 애로사항이라 느끼고 많이 아쉬워합니다.

그러니 물을 끓이다가 100도를 못넘기고 항시 99도에서 그치고 마는 형태지요. 재미에다가 의미까지 포함해서 매사 일을 대하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게 됩니다. 끝을 보는 사람은 재미와 의미 두 가지 모두를 찾은 사람들이지요. 재미가 떨어질 때 의미가 있기에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입니다. 


이렇듯 저자 한정선의 솔직한 그녀의 스토리를 듣고 있으면 쏠로가 두려운 이 시대에 좋은 등대가 되어줄 문구들을 만나볼 수 있겠습니다. 후회 없는 노후를 위한 잔잔한 지침서로써 일독하기에 좋을 듯 합니다. 

 

 

나는 왜 결혼하지 않았을까

[오십분에 못다 한 이야기]의 저자의 두 번째 책으로, `화려한 싱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세대를 앞서 혼자 살아온 경험이 있는 저자는 `화려한 싱글`이 화려하지만은 않다고, 또 꼭 궁상인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은 혼자 사는 여성을 비롯하여 그 주위 사람들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게 하고, 의문이 들었던 것의 실마리를 풀고, 서로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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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도서, 픽사베이, yes24)

◈ 당대의 철학자 도올이 내 생애 국가의 학문의 출발을 알리는 횃불이라고 평한 <우리는 너무 몰랐다> 입니다. 알아야만 했지만 알아서는 안 될 듯이 저주당한 역사의 그 실체를 잘 말해주고 있지요.

이 도서는 출간된지는 조금 되었습니다. 2019년 1월 말쯤에 나왔는데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네요. 저자 도올 김용옥은 많은 분들이 다들 아시지요. TV에서도 많이 출연하여서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다들 좋아합니다. 그의 특이한 목소리톤과 말투가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준다고 할까요. 

 

그는 고려대를 거쳐 대만과 미국에서 공부한 철학자이고 고향은 충남 천안이고요. 원래 충청도분들이 양반인데다 행동과 마음들이 좀 느긋한지라 저자와 같이 할 말을 하면서 대놓고 호통치듯 하는 대화는 잘 연상이 안 가지요. 하지만 그런 중에서도 걸출한 인물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지요.


근래에는 유아인과 함께 TV에 나와서 진행했던 프로그램도 있었지요. 많은 호응과 함께 시청률도 괜찮았던 듯 합니다. 유튜브에서도 그의 강연하는 모습들이 참 많지요. 특히, 역사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으면 끝까지 보게 되는데 강연 화술이 남다르게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군사영어학교는 육군사관학교의 전신으로 이곳 출신들이 한국군대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지요. 백선엽, 김종오 등이 대표적입니다. 입학정원은 60명으로 광복군, 만주군, 일본군 각각 20명으로 공평하게 배분했지요.

반면 이번 책 <우린 너무 몰랐다>는 제목에서도 끌리듯이 무언가 정말 내가 알지 못하는 참신한 내용이 있을지 둘러보게 되었지요. 바로 해방과 제주 4.3사건과 여순 민중항쟁이라는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여순 민중항쟁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여순이란 전라도의 여수와 순천을 말하는데 솔직히 그간 이 항쟁에 대해서 크게 관심도 없다보니 그 내막을 더욱 알 수는 없었지요. 기껏해야 광주의 5.18 혁명 정도나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태이지요. 이 항쟁에 관한 챕터를 기술하면서 저자는 조선시대때의 이순신 장군의 여수 근처에서의 활약상을 많이 얘기하고 있지요. 

 

여수와 순천간의 지리적인 위치로 인한 당시의 민중들의 생활상과 배경들을 하나씩 짚어봅니다. 그들의 생활력과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민심들을 들추어 보지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예를 들면서 거북선을 제조하는 과정과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와의 전투적 전개과정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 여순항쟁시 이승만의 명령은 어린 남녀아동까지라도 일일이 조사해서 불순분자는 다 제거하고 반역 사상이 만연되지 못하게 하라고 했답니다. 

당시의 왕이었던 선조의 그릇된 판단력과 이순신에 대한 홑대로 인한 뼈아픈 스토리까지 살펴보면서 여수, 순천사람들의 적지 않은 헌신의 하부구조를 얘기하지요. <두무악>이라는 단어는 제주도에서 핍박받는 민중들이 그곳을 탈출하여 조선의 남부 해안에 정착한 사람들로서 바로 그들이 여수와 순천 인구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삶에 대한 핍박으로부터 일어서려는 그들의 전통적인 정신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배의 건조기술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요. 제주에서만 보이는 <덕판배>는 배의 앞머리 쪽에 충격에 강한 나무들을 덧댄 배이고 이것을 전투용으로 만든것이 바로 <판옥선>입니다. 

 

다시 판옥선에 뚜껑을 씌우고 기동성을 높인 것이 <거북선>인 것이지요. 바로 이런 거북선을 만든 사람들이 바로 여수사람들인 것입니다. 그 후손들이 처참하게 희생된 것이 <여순 민중항쟁>이고 자그마치 11,131명이라고 하지요. 해방 후에  이렇다 할 국가 방위 대책이 없을 무렵, 바로 군사영어학교를 통해서 국방을 책임질 지도자급들을 양성하게 되고 이후 <남조선 국방경비대>가 창설됩니다. 

 

◈ 6.25 전쟁에서 전세가 기울게 되자 무장 인민공비들은 결국 지리산까지 숨어들게 됩니다. 지리산의 험난한 산세와 안개는 그들이 잠적하기에는 적잖이 안성맞춤인 곳이지요.

그나마 국군의 모습을 어느정도 갖춘 형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때 15개의 연대가 전국적으로 창설되는데 제14 연대가 여수에 위치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여순반란"이라고 했었지요. 14연대 군인들이 지창수 상사라는 빨갱이의 선동으로 반란을 일으키고 양민을 학살했다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제주에서 양민학살을 하는데 힘이 모자라니까 그곳으로 지원하라는 명령에 불복해서 시가전을 벌이다가 쫓겨서 지리산으로 들어간 사건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저자는 많은 연구를 통해 이는 반란, 항명이 아니라 민중항쟁이라고 명명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해방 이후 현대사를 쫓아가면서 저자는 박정희, 박헌영, 이승만과 그의 앞잡이 이범석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여지없이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항쟁이 일어나기 1년전 영암 군경 충돌 사건이 있었지요. 외박 후 지서 앞을 기다리던  하사를 보고 순경들이 큰소리로 비아냥 거린 데에 감정대립이 되어서 벌어진 일입니다.

 

◈ 국가적 문화유산인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자칫하면 전부 소실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지요. 전투기 편대장의 위대하고 단호한 결심으로 거대한 국가보물이 후손들에게 남겨지게 됩니다.  

 

 
당시 순경은 독립투사를 때려잡던 친일파라는 인식이 있었지요. 경찰들은 국방경비대를 자신들의 산하기관이며 경찰예비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부대원들과의 대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촉즉발의 상태였던 것입니다. 이토록 갑질과 부패의 온상인 경찰에 대한 적개심은 서서히 커져가게 되지요. 

 

게다가 임시정부수립의 대사면 때 영암 사건으로 잡혀간 국군 동지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기까지 해서 그 의분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된 구례경찰 사건이 또 있는데요. 구례 이발소에서 술에 취한 경찰이 주인의 태도가 불손하다고 폭행을 가하자 14 연대 장병이 말리면서 일이 커져버린 사건이지요. 

 

항명에 대한 일화도 소개하고 있는데요. 지리산과 가야산에 숨어든 공비를 토벌하기 위해서 미군은 공중지원을 하게 됩니다. 그 편대의 김영환대령은 폭격을 명령받고 출동하였으나 그곳은 우리의 문화유산 8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였지요. 결국 기관총 소사로만 끝나고 말게 되지요. 

 

◈ "184시간의 공화국의 꿈이 드디어 완전히 깨졌다. 학생이면 무조건 총살의 대상이 되었다. 집집마다 사람들은 모두 손을 들고 나와야만 했다. 경각을 모를 위태로운 자기 생명을 조마조마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 여수항쟁 체험자.

 

훗날 미 군사고문단장에게 추궁을 당하게 되는데 수백명 공비를 잡기 위해서 위대한 문화유산을 잿더미로는 못 만들겠다고 진술하지요. 위대한 군인은 바로 이런 명령을 당당히 거부할 수 있는 겁니다. 반란이라는 개념은 주도하는 세력이 대병력이거나 정부 요직에 있거나 해야 합니다. 

 

또한 권력자를 몰아낼 후임자를 이미 결정해야 하지요. 게다가 철저한 계획하에 장기적인 플랜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순항쟁은 어떤가요. 14연대 군인들의 합리적 판단에 여순 사람들이 호응한 결과물일 뿐입니다. 여수, 순천 민중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요구에 저항한 가벼운 소요인 것이지요. 

 

이에 국가가 행한 학살은 가히 상식 이하의 만행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렇듯 저자는 민중항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동안 공권력의 공포감과 인간본성에 대한 불신감만을 키웠다고 합니다. 바로 "우리는 너무 몰랐다". "우리는 너무 조용했다" 고 말이지요.


이 책은 다소 과격한 표현이 있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여순반란이 민중항쟁일 수 밖에 없는, 역사적 사건들로 증명을 해나가는 그의 목소리입니다. 그의 진정한 식견을 바라볼 수 있는 한 편의 각성제와도 같았습니다. 

 

 

우린 너무 몰랐다

우린 미처 몰랐고, 알 수도 없었고, 잘못 알려지기만 했던 우리 현대사20세기 전반기 우리는 제국주의의 식민지배에 시달렸고, 거기에서 해방되자 바로 세계적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민족이 분단되었다. 분단은 70년을 넘어섰다. 이 비극의 분단체제를 지탱하는 우리 정치의식의 밑바탕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이 책은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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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서]우린너무몰랐다, 픽사베이, yes24)

▲ "악어 외" 책에는 단편 「악몽 같은 이야기」,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악어」 가 실려있습니다.

러시아 문학의 거장은 여러명이 있는데요. 단연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오늘은 바로 그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악어라는 작품을 우연찮게 보게되었습니다. 저자의 기존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지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지하로부터의 수기> <백치> 등등 19세기의 문학을 대표하는 그의 작품입니다. 

 

본 지가 꽤 오래되어서 언뜻 조금씩만 기억이 나지만 그가 구사하는 문체들은 톨스토이처럼 상당히 한 호흡이 대체로 깁니다. 톨스토이의 필체가 훨씬 더 길기는 하죠. 한 아이템이나 어떤 이의 심리상태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하는 그런 느낌이 많이 들지요. 

 

그의 작품중 악어 라는 단어가 워낙 궁금하기도 해서 보게 되었는데 중단편 소설이라서 몇십페이지 정도 됩니다. 과연 야생의 포식자인 악어 즉 크로커다일로 얘기를 쓸 수 있을 런지요. 생물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생물도감을 만들지는 않았을 테고요. 

 

▲ 순탄지 않은 삶을 산 대문호의 고뇌와 심리를 파고드는 소설기법은 그의 장점이지요. 

 

 

저자는 실제로 일어났다는 말로 시작을 해서 실화인가도 살짝 의심이 가더군요. 소설가가 과연 다큐멘터리를 쓴건지 상상해 보게도 되고요. 저자는 친구인 이반 마뜨베이치와 그의 아내와 함께 시내의 아케이드에 전시된 악어를 구경하러 가게 됩니다. 얼마간의 외국의 지식여행을 가기전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함일까요. 

 

19세기 당시에도 악어는 있었겠지요. 정글에서만 사는 녀석을 아마도 독일인이 돈벌이에 이용하기 위해서 가져온 것이지요. 현 시대에도 악어를 보려면 커다란 동물원 정도는 가야 볼 수 있을 텐데 당시 안전하게 전시할수 있는 장치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악어 전시장에 도착해서 구경을 하는 도중에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묘사가 되죠. 예상한대로 바로 친구 이반이 악어에게 잡아먹히고 마는 것이죠. 시식하는 과정이 좀 살벌하고 구체적으로 기술되어서 섬뜩하긴 합니다. 한번이 아니라 몇번 먹히는 과정을 거침없이 기술하고 있죠. 

 

▲ 악어는 그의 작품중에서 웃음을 유발할 정도로 기이하고 뜬금없는 이야기로 독자를 희롱합니다.

 

이건 소설이 공포 괴기소설인가 하고 읽다보니 악어 뱃속에 들어간 이반이 갑자기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제 진짜 소설이구나 하고 깜짝했습니다. 뜬금없는 만화의 세계로 빠지는 건가 하고 말이죠. 문학의 대가께서 농담을 섞은 허무맹랑한 얘기로 끝날 것인지 대단히 조마조마 합니다. 

 

톨스토이의 주홍글씨의 마지막 장면들에서 처럼 독자의 마음을 휘어잡고 심금을 울려서 실제로 눈물이 나도록 하는 감동을 기대했거든요. 악어는 그런 예상을 여실히 빗나가게 합니다. 악어 안에 갖힌 이반은 그 안이 예상외로 텅텅 비어있고 일반 고무제품과 비슷하다고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알도록 하겠다는 엉뚱한 말을 하지요. 

 

이 속에서는 모든 것이 분명해지고 반박하기가 아주 쉽다고도 합니다. 그가 말한 내용을 잠시 들어 보자면, "위대한 사상으로 이미 배가 엄청 부르다", "야만적인 사람들은 독립을 좋아하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질서를 좋아하지.", "인류의 운명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등 뭔가 사람이 변한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 잘 알려지지 않은 악어 작품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밑져야 본전으로 한번 읽독을 !

이 정도 진행되다 보니 무언가 저자가 얘기하려는 진의가 느껴지지요. 당시 사회적인 어떤 모순에 대한 비유를 들고 있습니다. 작가의 생명은 바로 거침없는 말투를 글로 옮겨서 일반인들이 체험하게 하는 것 아닐까요. 당시 러시아의 정치적 환경은 일명 급진주의자들(사회주의자들)의 입김이 세져 있었지요. 

 

그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작가가 쳬르니셰프스키인데요. 그는 당시 서구 유럽에서 나온 다양한 사회서적들을 탐독한 사회주의자였습니다. 바로 자유를 박탈하고 공산사회를 옹호하는 그런 사상과 이념으로 무장된 자입니다. 물론 말년에는 수용소에 감금되어 비참한 생을 마감했지만요. 

 

여하튼 소설에서의 이반은 이런식으로 저자에게 그의 사상을 계속 주입하고 자주 만나다 보니, 저자는 마치 이반의 비서가 되버렸다고 느끼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친구 이반이 악어에 잡아 먹힌 사태에 대해서 각종 언론과 신문들은 편파적인 내용들을 보도하기에 이르지요.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말이지요. 

 

 

 

▲ 악어의 내부는 작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의 폐쇄된 감옥에 불과한 것입니다. 급진주의자들이 얘기하는 유토피아는 악어내부 같은 폐쇄된 곳이라는 것이지요. (사진 = 픽사베이, pixabay)

결국에는 악어에 먹힌 이반보다는 오히려 악어를 동정하는 기사들이 뿌려집니다. 이반은 집에 있는 아내에게 같이 와서 악어 뱃속에서 살자는 편지까지 보내려 하지요. 이 말을 들은 아내는 펄쩍 뛰면서 정치나 철학같은 재미없는 말만 늘어놓으면서 파티와 흥미있는 것도 없는 그런 곳에서는 같이 살기 싫다고 펄쩍 뜁니다. 

 

아내의 심정도 십분 이해가 가기도 하지요. 이렇듯 허무맹랑하고 만화같은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긴 세태의 비판적인 기술은 바로 이 작품의 핵심사상일 것입니다. 바로 악어의 내부는 그 당시 급진주의자가 추구했던 완벽한 사회체계인, 즉 수정궁을 희화한 것이지요. 

 

과거 전통과의 유대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만을 주장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음을 도스토예프스키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시 같은 작가로서 서로간의 이념과 생각이 달라서 이러한 글로써 대항하는 모습들은 우리 일제시대의 문인들과도 비슷해보입니다. 

 

▲ 급진주의자 체르니셰프스키가 시베리아로 유형을 갔을때 도스또예프스키가 그를 조롱했다고 해서 비난을 받았지요. 바로 악어를 두고 한 말인데 당장 연재를 중단 할 것을 당시 "목소리 golos"지는 요구했습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힘으로 안되면 말로, 말로 안되면 글로 표현하는 정신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이런 노력에도 러시아가 아직도 사회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안타깝기는 하지요. 대문호의 글빨이 더 강한 영향력을 주었으면 어땠을까요.

 

"단결심이 없고, 서로의 사랑이 없고, 공동합치가 없으면 위대한 일은 아무것도 상상할 수가 없다. 이것이 없으면 사회자체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참 좋은 요약글이 되겠네요. 제목은 악어처럼 단순한 동물 이름이지만 역시 대문호가 매듭짓는 소설의 메시지는 그 깊이가 확실히 다릅니다. 

 

악어는 바로 급진주의에 대한 그의 삐딱한 시선을 느껴볼 수 있는 만화같은 짧은 소설이었습니다. 

 

 

악어 외

『악어 외』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의 131번째 책으로,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이다. 이 책에는 「악몽 같은 이야기」,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악어」 같은 작가의 중기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 점차 완숙해져 가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예술적ㆍ사상적 세계관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여름 인상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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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es24)

▲ 글쓰기 방법에 있어서 최고의 지침을 내려주는 고전 <유혹하는 글쓰기> 는 스티븐 킹의 완벽한 자전적 비법서이다. 

블로그에 하루에 한 개씩의 글을 쓰는 작업은 참으로 만만치가 않습니다. 어떤 주제로 어떻게 2천 자 또는 3천 자의 내용을 가진 말을 뱉어낼지가 관건이지요. 쉽지 않은 일이고 어떤 때에는 마치 일처럼 느껴져서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재미있고 좋아서 해야 능률도 오르고 계속해나가는 힘도 생기는데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로 판명이 된다면 결코 오래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글을 올리는 날들이 점점 벌어지고 글 내용도 별볼일 없이 형편없어지게 되겠지요. 이 시대의 위대한 작가인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도서는 예전부터 한번 읽고 싶었던 도서입니다. 많은 애독자들이 추천하는 도서로 1순위로 꼽기도 하지요. 

 

그는 주로 소설만을 써왔던 작가이고 약 50여권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그중 40편 이상이 영화화되기도 했지요. 특히, 공포영화가 많은 듯한데요. 그가 애독하는 책도 전부 소설이라고 합니다. 일 년에 거의 80권 정도를 소화하는데 그저 읽는 것 자체가 좋아서 읽는다고 하니 역시나 그런 상업화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동기가 지금의 그의 위치에 이르게 한 듯 보입니다. 

 

▲  거침없이 쏘아대는 화법과 위트넘치는 농담과 유머는 공포영화의 원작자라는 이름을 무색케 할 정도로 재미가 있습니다. 

공포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실제로는 무서워서) 킹의 최근작 <그것>도 보진 못했지만 앞으로 용기를 내서 그의 저작들을 대해볼까 합니다. 챕터 중에서 연장통 이라는 편을 보게 됐는데요. 말 그대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도구들을 갖추어야 함을 언급하지요. 

 

자기의 친척분이 목수였고 항상 무거운 연장통을 가지고 현장에서 일하셨는데, 단순하게 모기장 하나 교체할 때에는 드라이버만 있어도 되지만 친척분은 수십 킬로 되는 통을 무조건 가지고 다녔지요. 언제 무슨 도구가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을 위해서 다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말은 준비의 철저함을 얘기하지요. 

 

우리도 가끔 준비한다고 했지만 아차 하면서 두고 온 도구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많지 않나요? 글쓰기에도 이런 준비성이 적용돼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문법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는데요. 문장 중에서 수동태 형식이나 지나친 부사의 사용을 엄격히 자제하라고 합니다. 

 

 

수동태나 부사를 자주 쓰는 작가들은 남들이 자기의 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봐 걱정하기 때문이라지요. 문장은 능동태를 쓰고 주어와 동사로써 명확하고 분명하게 주장을 하듯이 내뱉어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하고 명료한 문장은 바로 이런 사소한 테크닉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는 아마도 금방 이루어지는 습관이 아닐겁니다. 타인의 잘 못쓴 내용들을 보면서 저렇게 쓰지 말아야겠다는 경각심을 항상 가지고 검토하면서 써야만 하겠죠. 좋은 글을 쓰려면 좋다, 나쁘다는 근심과 허위의식을 벗어던져야 할 것입니다. 글의 질을 따지기 전에 간결하면서 진실된 내용을 기술하는 게 우선이지요. 

 

킹의 주장에서는 우리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진리인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바로 작가가 되려면 비켜갈 수 없는 행보라 하지요. 다독다작이 기본이 되는 겁니다. 킹은 어딜 가나 항상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다닙니다. 읽을 수 있는 장소는 어디에서건 읽겠다는 용기이지요. 

 

▲ 저자 본인의 실제 체험적인 얘기와 타 작가들의 풍부한 예시로 독자의 이해와 궁금증을 유발시키지요. 책에 몰입하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차를 몰다 막혀서 기다릴때나, 쇼핑몰에서 계산을 기다릴 때, 누구를 기다릴 때 등 모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전자책도 편리하게 되어서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도 독서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종이책이 주는 장점 또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킹이 습관화된 방식은 종이책에 잘 녹아있는 것이고, 현대를 바쁘고 복잡하게 사는 사람들은 현대문명의 기계를 이용해서 더 편리하게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각자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책을 접하면 될 것입니다. 창작론에 대한 편에서는 창작의 기쁨을 맛보려면 창작의 고통을 먼저 통과해야 할 듯합니다. 

 

일단은 규칙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어야 되지요. 지하실이던 자기만의 방이던 집필을 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그 동굴 안에서 언제까지 얼마 만큼의 글을 써야 할지 결정한 후 방문을 닫을 수 있는 용기까지 있어야 합니다. 오직 자기만의 사색으로 씨름을 해서 창작물을 써내야 하는 고통이 있습니다. 

 

▲ 소설과 같이 읽기에 편한 도서 <유혹하는 글쓰기> On Writing. 글쓰기에 대한 그만의 비법을 허심탄회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바로 꾸준함이 동반돼야 하고요. 하루에 몇천자씩은 오전 3시간 동안에 쓰겠다는 각오 같은 것 말입니다. 소설이라는 게 자기의 생각이 용솟음칠 때 계속 써야지 띄엄띄엄 쓴다면 그 생생했던 스토리들이 사그라지기 마련입니다. 이외수, 조정래, 하루키 등 모두들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철저한 건강과 자기 관리들을 하는 것이 공통점이지요.

 
그런 결과들이 지금의 그들이 있게 한 것일 겁니다. 글 쓰는 일이 그냥 앉아서 손가락으로 키보드만 두드리면 될 줄 알았는데 그야말로 쉽게 되는 게 아니었네요. 이 책 <유혹하는 글쓰기>는 기존의 딱딱하고 교과서적인 여타의 글쓰기 책보다는 훨씬 친근하고 재미있고 마치 옆에서 얘기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책입니다. 

 

▲  <쇼생크 탈출> <미저리> <그것> 의 원작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마법같은 화술의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입니다. 

역시 공포소설의 대가가 얘기하는 스타일은 뭔가 조금은 틀립니다. 말하는 스타일도 거침없이 귀에 쏙쏙 박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고요. 나머지 부분들도 일독을 해보고 싶네요. 조금은 글쓰기에 대해서 조심해야 하고 명심해야 할 것들을 알게 되어서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추천이 좋은 책은 역시 그 내용이 충실하네요. 앞으로 쓰는 글이 좀 더 나아질 것 같아서 흐믓합니다. 

 

 

유혹하는 글쓰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딱 잘라 얘기하는 스티븐 킹이 속 시원하면서 무척 부럽다. 그리고 신체적 묘사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손쉽게 드러내려 해서도 안 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왜 지금까지의 그의 소설들이 스토리텔링을 위주로 하면서도 상습적인 진부함을 벗어날 수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창작론`이라는 꽤 묵직한 부제가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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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도서] <유혹하는 글쓰기> : On Writing - 스티븐 킹 : Stephen King)

▲ "책을 읽는다고 해서 돈이 되지는 않는다." <독서만담>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펴냄 / 북디자인 경놈 / 일러스트 오희령 

도서관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관심이 가게 되는 분야가 바로 독서와 관계된 책들입니다. 매주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다시 대여하는 일이 때론 즐겁기까지 하지요. 버릇처럼 돼버렸다고 할까요. 일주일에 한 번 가는 날이 항상 기다려지기까지 하니까 말이지요.

 

책을 왕창 빌렸다고 해서 다 읽는 것도 아니고 발췌독으로 하다보니 그렇게 부담이 가지는 않는 듯합니다. 예전에는 책을 빌리면 어떻게든 재미가 없더라도 다 읽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이 종종 있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다 보니까 굳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미있으면 다 읽는 것이고 보다가 도저히 못 읽겠다면 그 쯤에서 놓아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되는 것 같아요. 책의 목차를 보고 제일 관심 가는 챕터와 에피소드부터 읽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겁니다. 일단은 거부감이 들지 않다는 것이지요. 물론 소설 같은 장르는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어야 이야기를 알 수 있겠지만요.

 

▲ 대학 시절 첫 강의 때 받아쓰기만 2시간을 하였지요. 독서에 관한 글이었는데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답니다. 혹시 시험에 나올지 몰라서 그 누구도 항의하지 못했답니다 

너무 서두가 길게 갔는데요. 아무튼 이번에 고른 도서는 <독서만담>이라는 제목입니다. 독서로 만담을 한다? 그 옛날 코미디언들이 명절 때에 콤비로 나와서 끝도 없이 해대는 대화가 만담 아니던가요? 요즘 책 제목은 독자들의 이목을 잘 끌도록 잘 짓습니다. 

 

처음 접하는 저자이신데 책 내용이 상당히 유머스러움을 깔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필체는 일본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를 떠오르게 하지요. 곳곳에 숨어있는 위트와 피식 웃음짓게 만드는 묘사와 대사들이 장점이지요. 이 책에서도 그런 웃음기를 머금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아직 부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거지요. 그렇다고 독서가 읽는 즐거움과 마음의 양식으로만 그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필체 스타일이 바로 해학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지요. 똑같은 상황이라도 웃기게 묘사한다는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겁니다. 남 웃기는 게 어렵잖아요? 개그맨들이 시청자를 웃게 만들려고 얼마나 아이디어를 쥐어짜는지 아시잖습니까. 

 

저자는 이야기의 배경을 본인의 가족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소재의 대부분을 찾고 있고 그 상황에서 웃음코드들을 발췌해 냅니다. 또한, 그에 파생되는 생각거리를 본인이 독서한 책들을 열거하면서 부연설명들을 하고 있지요. 먼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챕터가 관심이 갔는데요.

 

저자가 학교에 발령을 받아 숙소를 결정할때, 학생 기숙사에서 학생들과 같이 기거하게 되고 그곳의 나이 드신 사감이 수시로 스피커 방송을 해대는 통에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요. 결국엔 스피커의 선을 살짝 끊어버리는 센스로 일단락 졌는데요. 

 

▲ 왜 행운은 나만 피해 다니는 것일까요? 왜 나는 항상 패배자가 되는 것일까? 라는 자책에 시달리시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을 깨울때는 10대 아이돌의 시끄러운 음악을 마구 틀지만 점심때 아무도 없을 때는 흘러간 옛 노래를 틀던 사감의 정감 있는 마음을 이해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저자 본인은 기러기 아빠의 바로 하위 버전인 갈매기 아빠라는 것도 재미있네요. 

 


게다가 영국인 코미디언인 이안 무어가 교통체증으로 꽉막힌 영국 도심에서 벗어나 프랑스 시골마을에 정착하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많이 부러워하지요. 하지만 편안하기만 할 것 같은 프랑스 전원생활도 예상치 못하게 더 힘들더라는 말은 역시 어딜 가나 새로운 환경에서는 잘 적응하는 적응력이 있어야 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 애주가들이 술을 마시면 두 개의 세상을 사는 것처럼 느낀다고 하지요. 그러면 긍정적 흡연가들은 비흡연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과연 경험할까요? 

 

담배가 뭐길래라는 에피소드는 저녁을 먹고 운동을 가자는 와이프의 권유를 은근슬쩍 뿌리치고 몰래 담배를 피러 나가려다가 와이프에게 걸려서 차에 뭐 가지러 간다는 거짓말로 당황하는 상황을 재미있게 묘사한 장면입니다. 집안에서는 가장이지만 그런 파워를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와이프에 절절매는 모습이 웃음을 참기가 힘들지요.

 

웃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요샛말로 웃프다고 해야겠지요. 그러면서 담배에 대한 숭배론자들이 쓴 책들을 소개합니다. 담배를 피우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그런 단점을 생각지 말고 담배의 장점만을 생각하고 맛있게 피우라는 거지요. 바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설을 저자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  한국 남자들이 왜 자동차에 열광하고 튜닝하는데 열중할까요? 집안에서 애완동물에게도 서열이 밀리는 불쌍한 이들이 자기가 하자는 대로, 가자는 대로 순종하고 따르는게 자동차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수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편도 있는데요. 집 현관에 있는 등이 고장이 났는데 전기에 감전될까봐 고치기를 망설이다가 결국은 용기를 내서 고친 후에 와이프한테 칭찬을 받는 얘기입니다. 남자라면 집안에서 고장 나거나 수리가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들은 스스로 고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자동차까지 고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요. 실제 일본작가가 쓴 자동차 수리에 관한 책을 보면 정비소에 가서도 맞짱을 뜰 수 있다고 하지요. 행복하게 패배하는 법도 있습니다. 아내와의 냉전 중일 때 저녁에 와보니 식탁에 김치볶음밥이 놓여있었지요. 

 

 

▲ 좋은 패배자를 곁에 둔다는 것은 느긋함과 배려심, 인정 넘치는 삶을 산다는 뜻이 아닐런지요.

 

덥석 볶음밥을 먹으면 아내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 같아 참다가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는 척하지요. 다시 방에 있다가 물을 먹으려고 나와보니 아뿔싸 볶음밥을 딸이 먹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 모두는 항상 무언가에 패배를 하고 삽니다. 

 

아내와의 싸움에서 항상 지고, 동료와 골프를 몇 타 차로 지고, 상사에 까이고 후배한테 시달리고 등등 이토록 패배의 연속입니다. 이와 더불어서 바로 위대한 위인들 중에서 1등이 아닌 2등의 패배자로 더욱 유명한 분들의 예를 듭니다. 앨 고어, 체 게바라, 루이 16세, 반 고흐, 롬멜 장군, 앨런 튜링 등 많은 위대한 패배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지치고 힘들더라도 다시 한번 힘을 얻고 살아가게 됩니다. 

 

▲ 하나도 쓸모 없는 책 이야기, 찌질한 아저씨의 위대한 패배, 하지만 오늘도 나는 괜찮다. !!


어려운 경제 사정에서도 한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도 아내를 위해, 아들 딸들을 위해 행복한 패배자가 기꺼이 되려는 한국의 아버지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는 착한 도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독서만담

『오래된 새 책』에서 헌책, 절판본에 얽힌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들려주었던 북칼럼니스트 박균호의 신작. 재치 있는 입담으로 페이스북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일상 이야기와 책에 얽힌 에피소드를 엮었다. 작가는 책에 미쳐 서재를 정원처럼 가꾸고, 정신적 사랑을 나누지만 흔히 예상되는 책벌레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희귀본을 손에 넣기 위해 판매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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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도서] 독서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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