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럽게 삭발을 시도하는 세인 아저씨의 원빈보다 더 짧게 잘라버리는 극강의 비주얼. 워킹데드 시즌2:3화

좀비의 무리들과 사투를 벌이는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다. 처음에는 살아남으려 발버둥을 치다가 나중에는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 좀비에게 습격당해 더 이상 출연자로 등장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사는 사람은 계속 살고 중간에 하나둘씩 제명에 못 살고 사라져 간다. 

다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게 된다.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사람이라면 좀비 영화의 대명사 워킹데드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물론, 필자만 빼고 말이다. 그전까지는 일에 치여 가끔 극장에 가서 영화로는 보았어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가입해서 스크린을 접하지는 안 했다.

그만큼 하는 일에만 너무 빠져 있었다고나 할까. 직업이 인터넷 관련 직업인데도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관심은 많아서 바로 옆에 있는데도 정작 그곳에 눈길 한번 주지 못해 뒤늦게 알아봤을 때의 그 참담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동안 전혀 다른 세계에 살았던 걸까, 아니면 제대로 생활을 안 한 걸까 하는 자괴감까지 느끼게 되니 말이다.

남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데 나만 전혀 모르고 있을 때의 그 난감함은 실로 늪에 가라앉는 매몰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여하튼,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려면 바로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써야 기억이 생생하다. 한참 지난 다음에 쓰려면 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조차 가물가물하니 말이다. 인간의 한계를 느낄 땐 정말 로봇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 말이다. 넷플릭스는 월정액제이므로 본 영화도 다시 돌려 볼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장점이다. 생각이 나지 않는 장면을 재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시즌1을 그런대로 꾸역꾸역 다 보고 다서 시즌2로 입문하게 되었다. 시즌이 엄청 많다. 뒤로 갈수록 좀 이야기가 늘어지고 억지 설정이 많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볼 만은 하다. 시즌2의 3화는 초반에 퍼니셔의 주인공이었던 경찰관이 난데없이 삭발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결정을 해야 할 시간. 수술장비의 도착까지 과연 버티어 낼수 있을까.

갑자기 아저씨의 명장면이 생각나는데, 행여 군대를 가는 것도 아니고 삭발을 하면 좀비를 피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역시, 이번 편을 끝까지 보면 알게 된다. 전편에서 주인공 릭의 아들이 숲 속에서 사슴을 발견하고 조우하다가 다른 사냥꾼에게 총을 맞아 긴급상황이 된다.

사냥꾼의 집으로 아들을 옮긴 상황, 그 집에 다행히 의사가 있었으니 치료를 받는데. 아니 이분이 알고 보니 수의사였다는 사실. 동물보다는 그래도 더 살살 다루어야 할 판인데. 치료와 수술장비가 근처 고등학교 실습실에만 있음을 알고 세인과 사냥꾼은 그곳으로 출발한다.

역시나 좀비 떼거리가 대거 기다리고 있고 간신히 필요장비를 한가득 짊어지고 다시 복귀한다. 다행히, 제때 도착하여
아들의 수술을 무사히 마쳐 한숨을 돌린다. 하지만 같이 갔던 사냥꾼 뚱보 아저씨는 자신을 좀비에 희생하고 세인을 먼저 보냈다고 하는데.

돌아와 지쳐버린 세인은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 와중에 머리에 약간 긁힌 상처와 빠진 머리카락. 아 이분 역할도 여기까지 인가. 좀 있다 좀비로 변해서 일부 몇 명을 희생시키고 자신의 역할을 종료하는 건지 하는 걱정스러움이 든다. 

그러나, 그 상처는 도망치다 좀비에 잠시 잡혔던 것이 아니라, 사냥꾼의 희생이 아니라, 세인 본인이 살기 위해서 사냥꾼을 처치하고 떼어 놓으려다가 사냥꾼에게 긁히고 붙잡힌 상처라는 것. 어쩜 이렇게 멋진 반전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번 편은 관객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 해서 스토리 짜신 분의 비상한 생각에 감탄이 절로 났다.

▶ 쏘리, 내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좀비들과 먼저 인사를 하세요.

영화의 재미는 관객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의 허점을 파고들어 비틀어 놓는 것이다. 물론 시즌1에서도 여러 가지 깨알 같은 재미를 주었지만 이번처럼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한 영화를 정주행 하지 않고 이것저것 보다가 봐서 감이 떨어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시리즈로 된 드라마라면 어느 정도 보다가 좀 지루한 감이 있거나 재미가 덜하면 다른 영화로 갈아타거나 현재의 관람을 중단하게 된다. 시간의 제약도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한편당 40분 50분 길게는 1시간도 넘는 게 있는데 시즌당 열몇 편씩 된다면 10시간 정도를 계속 볼 수 있는 시간과 체력과 인내심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재미가 있다면 가능도 하겠지만 말이다. 요즘에는 워낙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다. <블랙 서머>, <Z네이션> 등 시리즈로도 많고 영화로도 얼마나 많은가. 툭하면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상대방을 덮치니 말이다. 여하튼 대세는 대세다.

실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겠지만. 아니 있기도 한 것 같다. 하루 열몇 시간씩 일에 얽매여 별 보고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하는 현대의 직장인들이 바로 좀비 아닐까. 아무 생각 없이 미래도 불안한 이 시대에 한 직장에 얽매여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일상.

★ 득달스러운 좀비에 쌓여 오도가도 못하는 주인공들, 현대판 좀비는 과연 지금 이렇게 존재한다.

워킹데드 현대의 좀비는 바로 우리들인 거 같은 이 싸한 느낌이 왜 드는 것일까. 등장인물 중 리더 역할의 주인공 릭 그라임스 역의 앤드류 링컨은 <러브 액츄얼리>에서 키이라 나이틀리에게 글로 쓴 표지판으로 고백을 했던 달달한 그분 아니었던가. 그의 부인 로리 그라임스 역의 사라 웨인 콜리스도 그 옛날 <프리즌 브레이크>에 나왔었다.

셰인 윌시 역의 존 번탈도 넷플릭스 <퍼니셔>에서 무자비한 퇴역군인의 역할을 한 주인공이었고, 글렌 리 역의 한국형 미국인 스티브 연은 알다시피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출연하였다. 상당히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들이어서 앞으로도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워킹데드 | Netflix

눈을 떠보니 세상은 좀비가 점령한 전쟁터.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현실이 지옥일 때 희망은 의미가 있는가. 살아남은 자들의 사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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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LA CASA DE PAPEL)

스페인에서 건너온 티비시리즈이다. 오프닝뮤직이 매번 보면서도 부드럽고 감미로워서 자꾸 들어보고 싶게 만든다. 영어외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언어가 스페인어라고 한다. 영어를 배우고서 또 다른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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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 우주 사이의 통쾌한 일은 하늘아래 책을 읽고 이치를 탐구하는 일이다.

* 고전과인생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 고미숙

#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1. 책은 파동이다.
  * 공부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 질문은 어디까지나 신체적인 활동이다. 질문이 없다는 건 신체가 약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텍스트는 내용과 의미만 담긴 '딱딱한 그릇'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파동이 물결치고 있다. 읽는다는 것은 그 파동과 주파수를 맞추는 행위이다.


 2. 쓴다는 것 - 가장 고귀한 순환
  * 읽기가 그랬듯이, 쓰기도 역시 질문이 동력이다. 묻는 만큼 쓸 수 있다!
  * 그동안은 읽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쓰기 위해서 읽는다고 생각하라.
  * 공동체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 아니다. 지지고 볶는 '헤테로토피아'(이질성의 공간)다.
  * 내 마음이 풀리면 비로소 타자가 보이게 된다. 그것이 소통과 순환이다.
  * 감정에 휩쓸리는 건 결국 시간과 정력이 남아돌아갈 때 하는 헛짓이로구나 하는.

♣ '재밌는 이야기'도 혼자만 알고 있으면 신들의 저주를 받는다는 민담이 있다.


 3. 글쓰기의 비결 - 사계절의 리듬을 타라!
  * 일단 매일 쓰면 된다.
  * 고통보다 무서운 것이 권태다.
  * 천재들의 단점은 조급함이다. 빨리 정상에 이르지 못하면 자신을 용납하지 못한다.
  * 글쓰기에는 천재성이 필요치 않다. 평범해야 지난한 과정을 건너뛰겠다는 꼼수나 오만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다.
  * 성적이 좋고 스펙이 좋을수록 질문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밴 탓이다. 글쓰기에는 치명적이다.


▶ 글쓰기향상의 제일 좋은 방법은 유명 작가분들의 말을 빗대어보면 결론적으로 많이 쓰는 것이다. 그것도 거의 매일 쓴다는 것이다. 한 주제에 대해서 자세히 관찰하고 느낀 결과를 부담없이 써보는 것이다. 글이 잘되었든 못되었든 상관없이 말이다. 

잘 쓰고 못쓰고는 쉬워보이는데 매일 쓴다는 것이 생각만큼 전혀 쉽지가 않은거다. 짧게 메모형식으로 적는다면 그나마 부담이 덜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티스토리의 블로그 같은 경우에는 최소 천자에서 3천자 정도까지의 양을 쓸것을 요구한다. 

게다가 그 내용또한 실제로 도움이 되는 내용인지를 따진다고 한다. 그러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최대한 알짜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감이 적지않다.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써내야 한다는 부담이 따라 붙는다. 허나, 유시민작가의 경우에는 조금씩 메모형식으로 자주 쓸것을 조언했다. 

일단은 이런 형식으로 시작해야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성공의 법칙이 꾸준히 지속적으로 오래 하는 것 아니던가. 고미숙작가의 책에도 언급됐지만, 그가 운영하는 공동체에서 행하는 글쓰기 수업을 잠깐 보건대 결코 쉽지 않은 커리큘럼인 듯하다. 

★ 평생토록 남이 쓴 책만 읽는 것은 지식의 소비자나 구경꾼으로 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어느정도 눈에 뛸정도의 실력이 되려면 보통 결심과 행동만으로 이루어지겠는가. 각오를 해야만 할 것이다. 어차피 자기가 투자한 만큼 거두어들이는 것은 자명하다. 만사 무슨 일이든 다 그럴 것이다. 더구나 글쓰기는 겉으로 보기엔 육체노동도 아닌 것 같고 단지 앉아서 손가락으로 키보드만 두들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쉽다. 

그러나, 이는 아마도 극강의 정신노동과 손가락 육체노동의 최고점일 것이다. 누구나 해볼 수는 있지만, 끝까지 해 볼수는 없는 듯 한 행위. 하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고난이도 행위.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 그것을 매일 짜내어서 블로그에 올리고 그 조회수를 확인해 보는것. 

그걸로 구글 애드센스를 이용해서 소정의 달러를 입금받아보는 것. 이 얼마나 예상못한 힘든 작업이 될런지. 티스토리를 이용한 최상위자의 수입도 보면 그렇게 많지는 않은 듯해 심히 우울하긴 하다. 하루방문자 만명이상이 유지되어도 끽해야 두달에 백만원정도 수입인 것 같다. 

역시 글쟁이의 평균수입이 낮은 이유가 있기는 한것 같다. 수입만 생각해서는 아마도 계속해 나가기 힘들 것이다. 수입외에 재미와 보람과 희망과 꿈 기타 등등 다른 면을 더 크게 보고 달려들어야 할 듯 하다.

대학4년 동안 꼭 해야 할 한가지는 글쓰는 연습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대학 때 전공외에 취미로라도 조금씩 써 볼 걸 하는 마음이 지금 조금 후회스럽다. 그러나 이제라도 늦게 재미를 느낌에 감사하며 한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까짓것 인생 머 있으랴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써 보려 한다. 최대한 꾸준히 말이다. 

 

고전과 인생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연암 박지원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한 고전평론가 고미숙고전에 담긴 읽기와 쓰기와 배움의 지혜를 나누다고미숙은 2003년 고전평론가가 된 이래로 고전의 엄숙한 권위에 가리어 잘 드러나지 않던 지혜와 비전을 힘있고 논리정연한 필치로 대중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저자는 지난 5년간 다수 매체의 제안에 응해 자신이 사랑하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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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com) ◆  햇빛을 쬐면서 천천히 걷기는 그냥 재미있다.

일상의 생활을 가만히 살펴보면 실로 바람쥐 쳇바퀴처럼 쉴새없이 굴러간다. 매일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그렇게 계속 하는거다. 그런데 언제가 이게 제대로 사는건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뭔가 매너리즘에 빠져서 휙하고 멀리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시간과 금전과 체력이 되면 언제든지 해외로든 국내 어디로든 갈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세가지 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지는 직장인은 그렇게 많지가 않을 것이다. 일단, 시간이 갑자기 3,4일 또는 일주일 이상씩 비우기가 쉽지가 않다. 끽해야 설명절이나 추석때 간신히 여행계획을 맞춰서 어디론가 가는게 고작이다. 

그것도 용케 항공편이나 회사에서 다행히 휴가를 많이 용인해 줘야 가능하다. 만약 어느정도 쉴 수 있는 백수의 형태라도, 매일 똑같은 일상에 약간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의 무료함과 따분함이 올것이다. 밤새워서 좋아하는 영화를 계속 돌려보고, 이미 밖은 동이 터올라 치면 눈은 충혈된 채로 어깨와 목은 찌뿌듯한게 이제 진짜로 잠을 잘 시간이다. 

◆ 아파트를 조금만 벗어나면 주말농장에서 직접 채소와 텃밭을 가꾸는 모습을 볼 수있다.

남들은 출근하랴 쿵쾅거리며 현관문 소리 여닫는 그때 말이다. 뭔가 심한 죄책감이 자꾸 드는거는 어쩔 수 가 없다. 그렇게 아침 9시에 업무시작 시간에 본격적인 잠자리에 들어가는 그 비참함. 하지만 그간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직장에 헌신 했기에 이 프리한 시간을 최대한 만끽하려고 쓴웃음을 지으며 노곤한 나른함에 빠져든다. 

남들은 오후 업무를 하기위해서 낮1시 부터 자기 일에 빠지는 시간에 뱃속의 꼬르륵 소리에 이제 서서히 아주 늦은
아침잠에서 깨어난다. 부스스한 머리, 눈꼽을 덜어내고 세수는 생략한채 일단 냉장고에서 허기를 채를 뭔가를 찾아본다.
오이가 있다.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식품.

길다란 오이 한 개를 물에 대충 헹군다음 초고추장을 조금씩 뿌려가면서 와작와작 씹어먹는다. 체중조절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밥과 반찬도 없이 말이다. 그 후 그냥 블랙원두 커피를 뜨거운 물을 붓고 서서히 들이켠다. 오늘은 또 무슨 뉴스가 올라왔나 검색을 한다. 

이런 일상이 하루 이틀이 넘어가고 한 두달이 넘어가면 이제는 당연한 것 같지만 점차 죄책감이 든다. 이게 무슨 자발적백수의 생활인가 말이다. 운동을 할래도 힘이 없어서 못한다. 뭘 먹어야 나가서 뛰던지 할게 아닌가. 일단, 뭘 또 먹게되면 하릴 없이 너무 많이 먹게 된다. 

◆ 도심을 조금 벗어나 드넓은 바다는 아니라도 조그만 물웅덩이에 오리나 거위같은 생명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간 많이 다이어트 했으니 보상심리를 얻듯이 마트에서 장봐온 것을 계속 먹게 된다. 먹다 먹다 너무 많이 먹은거 같을때 어김없이 배가 살살 아파오면서 느낌이 온다. 화장실에 가기전 소화제를 먹을지 말지 고민을 한다. 이런 비효율적인 싸이클이 계속되다 보면 정신적 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 몸상태가 엉망이 된다. 

겨우내 방에만 틀어박혀 있으면서 실내 환기도 없이 방안 텐트까지 설치해 이불 속만 들락날락하는 생활을 했으니 얼마나 저질 체력이 되었겠는가. 이제 춘사월을 넘어가고 따뜻한 햇빛과 벚꽃들이 흔날리면서 바람도 살랑살랑 따뜻하기 까지하다. 웬지 훌쩍 어디론가 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 계절. 

매일 조깅을 같은 시간에 하는 것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동안 많이 했으니 오늘 하루는 좀 쉬어도 되겠지 하는 그런 게으르고 싶어지는 마음이 자꾸 생긴다. 실제로 조깅을 많이 하니 무릎이 좀 쎄한게 시큰거리는 증상들이 가끔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핑계가 되니 이참에 좀 쉬고 싶어지는 거다.

단순하게 아무 생각없이 뛰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을까. 그렇다고 아예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니, 할 수 없이 좀 천천히 걸어보자. 이 따사로운 햇빛을 쬐고, 흙냄새와 벚꽃의 냄새를 맡고, 바람에 흩날리는 꽃들의 부스러기까지 감상을 해보자. 

그렇게 이 대지에 살아있음을 새삼스럽게 느껴보고 아직까지 건강함에 감사하고 현재의 어지러운 난국들을 잠시나마 잊어보자. 너무 나갈때까지 재다보면 다시 눕게 된다. 그냥 어제 입었던 옷과 가방을 둘러메고 동네 아파트를 벗어나서 흙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내딛는다. 

싱그러운 햇살과 푸르른 산에 둘러싸인 생태공원의 고즈넉한 모습은 우울한 마음을 정화시킨다.

한낮의 태양이 온몸을 내리 쬐고, 많은 오르막길, 조금은 덥기까지 하여 팔을 약간 걷어 붙이고 주위의 꽃들을 최대한 감상한다. 아니, 나같은 분들이 참 많구나 느낀다. 나이들 지긋하신 분들이 삼삼오오 보이기 시작하며 둘레길에는 가족과 청춘남여 노인들 어린이들 모두 기쁨에 겨운 모습들이다. 

실외체육관의 푸른 잔디에서 가족들끼리 공을 차고, 어린이들은 조그만 자전거들을 타고 쌩쌩 달린다. 연도 하늘에서는 날고 있다. 텐트도 여기저기 쳐놓고 이 푸르고 청명한 하루를 움켜 잡고 있다. 이 얼마나 평화롭고 싱그러운 모습들인지. 앞으로 이렇게 자주 나와서 천천히 걸어야 겠다고 느낀다. 

짜증나고 너무 힘들지 않는 운동, 재미있는 활동. 일단, 일어나서 밖으로 조금 나와보니 걷고 싶은 곳이 있음을 알았다. 이 취미가 제발 오래가기를 빌어본다. 천천히 걷기. 우리 모두의 운동이다. 열심히 걸읍시다. 하정우씨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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