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속에 등장하는 구술자들을 일일이 만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답니다. 면담과정은 노년에 접어든 그들의 전쟁과 사업화 시대를 살아내었던 지난한 여정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관심이 있어서 골랐던 도서는 베트남 전쟁에 관련된 책입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치러진 큰 전쟁은 아마도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일 겁니다. 특히나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패배한 유일한 전쟁이지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굳은 의지로 우리의 맹호부대, 백마부대 등의 군인들이 직접 베트남에 파병이 되었고 그와 같이 기술을 가진 근로자들도 파월을 했습니다.

근로자들이 외국에 나간 사례로는 독일에 간 광부나 간호사분들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로 간 노동자분들이 생각나는 게 다였지요. 그런데 전쟁에도 많은 기술자들이 일하러 갔다는 게 조금은 생소한데요. 잘 생각해보면 당연히 군대의 군인이 가서 전투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 추측이 되지요.

전쟁에도 직접적 전투외에도 그와 관계된 많은 군수물자들을 항구에서 실어 나르는 항만하역작업이나 운송작업은 관련 기술자들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그런 관계로 파월 기술자들의 경쟁률이 10대 1이 넘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임금이 상당히 많아서 일 겁니다.

▲  베트남 전쟁을 경험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때론 고달프지만, 그간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하는 학문적 여정입니다. 

당시 근로자 소득의 10배 이상 되었다고 하니 가히 몇 년 만에 큰돈을 만질 수 있을 정도이지요. 그렇게 번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 집도 새로 사고 큰 차도 굴릴 수 있는 기회가 인생에서 그리 흔하게 찾아오지는 않겠지요. 게다가 애국이라는 좋은 명분까지도 있으니 일석삼조입니다. 

당시 베트남에는 우리나라의 기업 60여 개 업체가 진출해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업이 바로 현재의 한진인 한진상사였습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한진의 회장님이 계시지요. 전쟁으로 인해 돈을 번 나라가 바로 미국이지요.

많은 전쟁과 관련된 무기와 군수물자를 팔아서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고 하지요. 베트남 전쟁도 바로 한국에 그런 기회를 준 셈입니다. 당시 한국이 무기를 팔아서 번 것은 아니고요. 지금도 대기업들이 잘 써먹는 방법이지요.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한 것입니다. 

▲ "한 다발의 삐라와 신문이 감추어진 가방을 메고 행운의 빛을 전하는 새처럼 잠든 사이공을 날아다닌다." 노래 <사이공의 흰 옷>의 가사.

그곳에서 군수 관련 일을 독점한 미국의 6개 컨소시엄 독점업체가 있었는데 한국은 당연히 그들의 하청업체로써 일하게 되지요. 일례로 빈 넬(Vinnell)이라는 미국의 군수지원 업체에서 일하는 정기 사원과 한국의 한진 소속으로 일하는 근로자와의 임금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지요.

미국 업체에서 실제 내려주는 1인당 임금은 천불 이상인데 실제 한진의 근로자들이 쥐는 돈은 3백 불 정도였다는 것이지요. 그 차이인 약 7백 불 이상을 한진에서 가져간 거지요. 이렇게 해서 초기 베트남에 트럭 몇대로 시작한 사업이 몇 년 만에 몇백대로 늘면서 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바로 파월 근로자들의 피땀 어린 노동과 임금착취의 결과로 인한 것이지요. 현재의 우리 근로자들의 모습도 이와 전혀 다르지 않지요. 하청에 재하청을 거치면서 현장에서 실제 각종 스트레스와 위험을 마다하고 묵묵히 일하는 근로자의 피를 빨아먹고 있지 않나요? 

▲ 초창기 파병시 열악한 주거환경인 24인용 천막에서의 생활과, 몇대에서 시작한 트럭이 점점 늘어나는 한진상사의 모습입니다. 

이런 구조를 시원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정말 안타깝습니다. 건설이건 IT 현장이건 대부분의 일하는 방식이 모두 하청 위주인지 심히 의심스럽고 실망이 큽니다. 이런 구조는 모두가 느끼고 또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은 현 일하는 구조의 전체적인 문제일 겁니다. 

아무튼 전쟁 당시에도 10배 이상의 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들에게도 그런 속 쓰린 아픔이 있었네요. 국내 사람들이 들으면 그 무슨 배부른 소리냐. 우리보다 10배나 벌면 나 같으면 하루 종일 일하겠다는 말이 나올 듯합니다. 하지만 당해  본 사람만이 그 현상을 이해할 겁니다. 실제로 체험을 해봐야 아는 것이지요.

거기에 간 근로자들도 돈을 많이 번다는 부푼 꿈을 갖고 찾아갔을 겁니다. 초기엔 24인용 막사에서 생활을 하다가 조금씩 개선이 되었고, 그래도 세끼 식사에는 고기가 빠지지 않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그렇게 하역과 운송작업을 하다 보니, 부두 쪽 보다는 육지로의 운송작업이 점점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 본연의 업무보다 총으로 경계까지 해야 하는 최악의 근무환경. 멋진 자세는 아니지만 선글라스가 한 몫을 합니다. 

곳곳에 베트콩의 표적이 되는 것이지요. 이에 운전을 하면서도 총으로 무장을 하고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릅니다. 결국엔, 근로자들 중 에서 자체 경비를 위해 경비를 서고 경계를 하는 일까지 도맡게 되지요. 원래는 호송과 보호 임무를 미군 쪽이나 한국 파병부대원들이 해주어야 정상인데, 미국은 자기들 인원이 아닌 제3세계 인원들로 대체시킨  겁니다. 

이렇듯 미국은 자국민 보호와 적은 임금과 비용으로 베트남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지금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행하는 내용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듯 악조건의 환경 속에서 일하는 동안 많은 불리한 행태들을 느끼게 되지요. 

외박과 여행 같은 것은 금지되었고 하루에도 12시간 이상씩 쳇바퀴 돌듯 행해지는 무지막지한 근무시간이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게다가 정규사원과 계약사원 간의 임금의 차이도 한 몫하지요. 이렇게 누적된 불만들은 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근로자들 사이의 모임에서 불거지게 되고 많은 초과근무에 대한 임금을 요구하는 미불임금투쟁을 벌이게 됩니다.

▲ 베트남전쟁의 이면에는 강대국과 대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착취와 대우가 도사리고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생사를 오가는 전쟁 속에서 사망자와 부상자들도 심심찮게 발생했었지요. 이런 투쟁에 대해 언론과 정부 한진에서는 배부른 자들의 과대망상의 현상이라고 일축하거나 그 마음을 이해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까지 주지는 않지요. 

이렇듯 갖은 민원과 재청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한진의 심장부인 칼 빌딩에 방화를 하는 사건까지 가고 말지요. 그동안 참고 참았던 울분이 한순간에 폭발해 버리고 만 것이지요. 이에 많은 주동자들이 잡혀 들어가 징역을 살게 됩니다. 베트남 전쟁이 미국이 주도한 전쟁으로 우방국인 한국이 어쩔 수 없이 참가했습니다만 그에 반사적으로 한진 같은 기업이 상업적으로 큰 이득을 보게 되고 그 이면에는 파견 근로자들의 역할한 환경에서의 고된 노동이 있었습니다.

그에 맞는 적절한 대우를 바라는 작은 저항의 소리를 가차 없이 짓밟아 버린 대기업의 이중적인 잣대를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도서는 이렇듯 베트남 전쟁에서 보이지 않게 희생했던 파견 근로자들의 노동 경험과 생활들의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제 참가했던 증언자들의 생생한 진술 내용들을 들을 수 있고, 그 전쟁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를 심히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베트남전쟁의 한국 사회사

최근까지 한국의 베트남전쟁 참전에 관한 많은 연구는 참전의 배경과 과정, 참전의 영향 등을 정치·외교·경제 등의 거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데 관심을 집중했다. 여기에는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 전쟁과 더불어 변해갔던 사회, 전쟁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개인적 회한과 사회적 갈등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이 책의 저자 윤충로(한국학중앙연구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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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서] 베트남전쟁의 한국 사회사)

안녕하세요 행복한 줄 긋기입니다. 이번에 관심을 갖게 만든 문구는 바로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이라는 제목을 가진 도서입니다. 무슨 무슨 "법"이라는 말로 끝나는 단어는 확실히 타인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지요. 혹시나 하고 클릭해서 눌렀다가도 실망할 수 도 있고 아니면 정말 그 법에 맞는 참신한 내용을 얻어가기도 하지요. 

책 제목이 다소 과격한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데에도 무슨 법칙과 알고리즘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니면 책을 많이 팔 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하는 느낌도 순간적으로 들지요. 이 책의 저자는 세르비아의 사회운동가라고 합니다.

이름은 "스르자 포포비치". 왠지 러시아 계통의 사람인 듯하군요. 세르비아가 옛날 러시아 소속이었다가 독립해서 분리된 나라라고 언뜻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하튼 상당히 특이합니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이야기로 책까지 낸다는 것이 여간 큰 결단과 용기가 아니고는 하기가 힘들 테니까요.

저러다가 언제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나 해코지를 당할지는 본인도 모를 것입니다. 그 불안과 유명세를 왔다 갔다 하는 삶은 너무 위태로울 것입니다. 삶의 안정성이 결여될 것처럼 보이지요. 하나 이 책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미국 PBS 방송에서 방영되어서 오히려 엄청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강연 동영상에서 유명한 TED에서도 그 조회수가 폭발적이었다고 해요. 세상에는 참 살아가는 방법들이 정말 다양하다고 밖에 할 수 없군요. 저자의 이력도 상당히 특이한 대요. 젊은 시절에는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고 대학에서는 생물학을 전공했더군요.

세르비아 공포정치의 대명사인 밀로셰비치를 권좌에서 내려오게 만든 비폭력 저항단체 오트포르의 리더였습니다. 오트포르는 "저항"이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그 자신도 세르비아의 정권하에서 경찰들에게 끌려가 박해와 고문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민주열사 정도 될까요?

그가 내세우는 정권에 대항하는 저항의 개념은 비폭력과 유머를 이용한 저항입니다. 상당히 독특한 전략이지요. 일제시대에 유관순 같은 열사가 일본 순경에게 고문을 당하면서 유머와 농담으로 저항할 수 있을까요? 그 엄숙하고 무서운 분위기에서 아재 개그나 실없는 피식 웃음을 날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마 그 자리에서 더욱 심한 고문을 가하지 않을까요? 또한 열사로서의 위신과 체면이 송두리째 무너지면서 훗날 후손들이 비웃게 되지 않을는지요. 한국의 저항정신에서는 절대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일 겁니다. 이 책의 첫 장에서는 이집트에서 온 열댓 명 정도의 사회운동가들이 저자에게 혁명의 방법을 배우러 온 것에 대해서 기술합니다.

혁명의 현장인 세르비아의 광장도 견학해 보고 그 날 느낀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토론도 하지요. 그들의 근심은 하나 같습니다.  "우리나라(이집트)에서는 절대로 할 수없고 일어날 수 없는 혁명입니다."라고 모두들 지레짐작하고 포기하는 심정들을 얘기하지요.

하지만 저자는 그런 생각은 바로 어느 나라 사람이든 모두 가지고 있는 공통된 인간의 본성이라고 합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를 줄줄이 댈 준비가 된 발언들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될지 안 될지 의구심을 가지고 본국 이집트로 돌아간 몇 년 후에 절대 일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조그마한 혁명이 전 세계 신문에 대서특필되어 나옵니다.

무자비한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의 공포정치와 그를 옹호하는 언론, 경찰, 군부세력들의 틈이 조금씩 와해되고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저자가 예언한 대로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독재자의 철통 권력은 없었습니다. 저자가 이끄는 단체는 상징적으로 불끈 쥔 검은 주먹의 디자인이 그들의 로고 및 심벌입니다.

이런 주먹 그림이 새겨진 배지나 전단지를 곳곳에 붙이고 홍보함으로부터 혁명의 조그마한 불씨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자가 가장 아껴서 집에 붙여놓고 매번 되뇌고 있다는 문구는 바로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갈라드리엘이 호빗 프로도에게 하는 다음의 내용입니다.

"제 아무리 보잘것없는 생명일지라도 미래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강하고 힘 있는 자만이 역사를 만든다고 배워왔지요. 하지만 마틴 루서 킹, 간디, 바웬사, 하비 밀크, 제인 제이컵스와 같은 인물들을 들면서 그들은 결코 위대한 인물이기 전에 평범했던 보통사람이었음을 강조합니다.

폴란드를 구원했던 바웬사는 선박회사에서의 단순한 전기기술자였었지요. 미국의 힘 있는 자본가가 환경을 파괴하려 할 때 건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미친 여자 취급을 받으면서 끝까지 저항해 성공했던 보통사람 제인 제이컵스도 있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을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낀다고 생각하는 지금 현시대를 사는 보통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두려움의 가장 큰 적수는 바로 웃음, 유머입니다. 독재자와 그들은 다수이고 혁명가들은 소수입니다.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은 유머라는 것이지요. 시위나 집회가 딱딱하고 지루하고 인상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펑키 밴드의 공연에 맞춰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흥에 겨워 즐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일례를 들면, 세르비아 대통령의 와이프는 칠면조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시위 현장에 칠면조를 풀어놓았더니 덩치 큰 경찰들이 칠면조를 잡느라고 허둥댑니다. 그런 경찰의 뒤뚱거리는 뒷모습을 보고 웃고 나면 그때부터는 경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얘기합니다. 실로 깜짝 놀랄만한 방법들이 있음을 이 책을 접하고 알게 되니 새삼스럽습니다.

세상은 이런 특이하고 독특한 인물에 의해서 더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에게 조언을 듣고 난 후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비폭력, 유머에 입각한 방법들로 혁명에 성공한 예들이 점점 늘어남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독재의 권력들이 거쳐갔었는데 이런 저자의 방법들이 적용되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러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역사가 바뀌었지 않았을까 싶네요. 우리는 나는 안될 거야 라는 부정적인 실패의 생각을 버리고, 다른 이들도 해냈기 때문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갖게 만드는 점은 꼭 필요한 내용이네요. 첫 장만 읽어 봤는데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울림이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전략을 수정하라!크고 작은 독재 상황에 맞서는 ‘창의적인’ 실전 가이드북왜 시민들은 정치에 대한 열패감과 냉소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왜 집회와 시위는 늘 ‘폭도들의 불법 행위’로만 묘사될까1960년 4.19혁명, 1979년 부마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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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하는 순간에 온몸에 전율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면 <여행자의 글쓰기> 이 책을 손에 쥐어본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또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정숙영 지음 / 예담 발행 

언젠가부터 여행이라는 것을 조금 맛보기 시작한 때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그저 답답한 마음에 바람 좀 쐴까 하는 기분으로 주말에 다녀보는 정도였지요. 업무적인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에서 조금이나마 떨어져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겁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찮게 해외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또 다른 기분이 들더군요. 뭐랄까 그동안은 어딘가에 갇혀있다가 또 다른 세상 속으로 탈출해서 신기한 듯 하나하나 정복해가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언제나 집 나가면 고생이고 돈이 꼭 들게 되지요.

국내는 바가지가 심해서 그 돈이면 해외 갔다 오는 게 훨씬 낫다고도 하는데, 아무래도 해외를 둘이서 한번 갔다 와도 상당액이 들게 됩니다. 그렇게 몇 번씩 나갔다 오면 통장의 잔고는 조금씩 그 숫자가 줄어들게 되지요. 지속적인 밥벌이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매력 만점의 세계, 여행작가의 세계, 축복 반 저주 반 떠돌이 문필 노동자 팔자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각오단단히 하셔야겠지요.

게다가 블로그에 조금 맛을 들이면서 해외여행에도 눈이 뜨이니까 여행작가들의 글쓰기와 삶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지요. 그런 와중에 이번 정숙영 작가의 <여행자의 글쓰기>를 집어 들게 됐는데요. 이목을 끄는 장들이 아무래도 글쓰기 방법과 일거리, 밥벌이에 대한 부분이 제일 눈길을 끌었습니다. 

내용은 대부분 여타 글쓰기 책들에서 소개된 부분들과 많이 중복되곤 합니다. 그래도 각 챕터마다 작가 본인의 경험과 실제 얘기들을 자세하게 적어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쪽 분야일을 한 지 10년 정도 되었고 그동안 책을 10권 이상을 냈더군요.

그동안 팔린 부수는 10만부가 좀 더 되고요. 따져보니 10년간 1억 2천만 원을 벌었으면, 1년에 1200만 원, 한 달에 백만 원 정도 되겠네요. 정말 너무하네요. 10권 이상을 써도 월 백만 원 남짓이라면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물론, 그 외에 여러 가지 부수입들이 있을 걸로 봅니다. 

▲ 여행작가의 여행 비용, 여행 준비, 짐 싸기, 여행법, 도대체 여행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세세하고 친절히 설명해 줍니다. 

단순 책 인세로만 버는 수준이 저렇다는 것이지요. 시대가 많이 변해서 지금은 책 말고도 다른 즐길거리가 얼마나 많습니까. 인터넷과 TV 게임, 넷플릭스 영화 등등 엄청나죠. 옛날에는 즐길 매체가 책밖에 없어서 값도 비싸고 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독서인구가 거의 점점 줄어가는 수준 아닙니까?

책은 우리에게 많은 이로움과 인생의 전환과 발전을 하는데 한몫을 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정보는 전부 활자화되어 있고 글자를 읽음으로써 지식을 흡수하지요. 모든 교육이 다 활자를 인식하는 수준 아니던가요? 이런 좋은 장점만 있는 책이 이제는 한물간 매체로 인식되어 작가들의 수입이 저 모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쓰기도 어려운데 인세 10프로가 입에 풀칠할 수준밖에 안되는게 너무나 이해가 안 갑니다. 아마도 제가 죽기 전까지도 책은 존재하겠지만 작가의 노고에 대한 보답이 너무 적어서 이 글을 쓰는 것도 참 자괴감이 듭니다. 책 써서 돈 번다는 것은 이제는 나도 책이란 걸 내봤다는 정도의 자기 자랑거리 수준으로만 인식해야 될 듯합니다.

▲ 여행 에세이는 표현과 묘사에서도 디테일하게 쓰면 쓸수록 좋습니다. 무라카미 류의 표현은 정말 기가 막히네요. 말로 하는 예술이랄까요.

여행작가라 하면 엄청난 로망으로 당장 직장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1순위 직업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돈벌이 수준에서 생각하니 섣불리 달려들기 어려운 상황이네요. 작가가 되고자 하는 것 자체가 많은 자유로움의 대명사 같이 느껴왔지만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가차 없이 희망을 깨버리고 마네요.

무라카미 하루키, 죠앤롤링 등 소설을 써서 억만장자가 된 좋은 면만 보니 그 나머지 99.9프로의 일반 작가의 고군분투하는 생활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잘 될 때가 있고, 그 흐름이 지나가면 새로운 것이 부상해서 그 전 것은 서서히 퇴색하거나 사라지는 부류가 되는 거지요.

지금은 디지털 시대인지라 모든 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거쳐서 인공지능 쪽으로 가고 있지요. 돈의 흐름도 그런 쪽으로 바뀌어서 그쪽으로 가야 돈을 더 벌 수가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책이 가진 위력이 쉽게 꺼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작가가 얘기하는 글쓰기의 노하우들 중에서는 "읽고 또 읽어라"라는 말이 제일 와 닿습니다.

▲ 스팸메일 다음으로 제일많이 물어보는 내용은 "여행작가는 어떻게 되나요?" 였다고 합니다. 

 

 

글은 읽기 쉽게 써야 하고 최대한 간결하게 쓰도록 말이지요. 또한 블로그와 SNS에 글 쓰는 방법도 언급이 돼있는데, 꾸준함이 제일 중요한 것 같네요. 최소한 1일 1포스팅을 하려는 노력 말입니다. 이게 정말로 힘든데, 이런 꾸준함을 최소 1년 정도는 해야 함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서는 뚜렷한 자기만의 색깔 즉 전문분야가 있어야 할 것이고요. 내용에서는 얻어갈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글은 되도록 5분 내로 읽을 수 있도록 간결한 문체로 너무 길지 않게 작성해야 하고요. 유머와 착한 감성이 드러나면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또한, 잘 읽히는 문장을 쓰도록 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말 같지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해당 학과를 나오고 다년간  경험을 쌓은 전문가도 쉽게 할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위에 기술한 팁을 생각하면서 써보도록 해야겠지요.

▲ 책 내용에서 어떤 메시지나 내용을 읽어내든 말든 작가가 말할 수 있는 것 하나는 "나는 이 직업을 진짜 사랑한다." 라고 하네요. 

추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도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본인도 일 년에 소설만 70권 정도 읽는다고 해요. 공부를 하려고 읽는 게 아니라 그저 읽는 자체가 좋아서 읽는다는군요. 그것도 아주 천천히요. 이게 바로 진리인 것 같습니다. 그냥 좋아서 하는 거지요.

그렇게 오랫동안 쌓이면 내공이 자연히 커지고 결국 부수적인 것들이 따라오는 것 아닐는지요. 책의 저자 정숙영 작가분은 결혼은 아예 안 하는 걸로 결심하신 듯합니다. 본인의 하는 일에만 전념하면서 살기로 하셨네요. 한국에서는 점점 일인 솔로로 사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지요. 

아마도 혼자서 여행하면서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타인이 있으면 그만큼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 그래서 결혼하고 자식들도 많은 이 나라의 모든 가장들이 너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뭐 닥치면 다 할 수 있다고도 하는데 글쎄요.

 

여행자의 글쓰기

10년 차 여행작가인 정숙영은 “여행작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는 질문의 메일을 수없이 받으며 상담해온 내용과 여행작가의 여행 노하우를 《여행자의 글쓰기》에 오롯이 담았다. 여행작가란 무엇인지, 여행작가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필요한 스펙은 무엇이 있는지, 여행 비용을 어디서 마련하는지, 글은 어떻게 써야 할지,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와 연락하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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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서는 솔직한 여행작가의 거침없는 내용들에 심히 공감이 가고 많이 알아 갑니다. 여행작가가 꿈이신 많은 예비 여행가분들이 읽으시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독서 하시길 바랍니다. 

국경없는 시대에 동아시아에서는 오히려 '신냉전 체제'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전재성 편저 / 늘품플러스 발행 

중세의 유럽에서 주위의 약소국들을 제치고 강대국으로 군림하는 나라들을 보면 바다를 장악한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바로 해상력인데요. 군함을 가지고 무역로를 봉쇄하고 장악하는 그런 막강한 힘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국가가 포르투갈,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등 이 될 것입니다.

모두 바다의 왕자라 불릴만하게 범선과 군함으로 무장하고 호령하던 시절들이 있었지요. 현대에는 군함도 그 역할에 따라 세분화 되가고 있지요. 구축함, 호위함, 항공모함, 잠수함과 같이 분류가 되어서 각각 임무가 틀립니다. 해군만 봐도 그런데, 육군은 물론이고 공군의 위상도 더 중요하게 되었지요.

미사일, 유도탄, 핵무기, 스텔스기 등등 첨단 과학을 응용한 살상무기들이 끝도 없이 개발되고 진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의 책에서는 그중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해상력의 발전과정과 그로 인해 한국뿐 아니라 주변의 국가들에게 미치게 될 영향력을 예상해보는 내용입니다. 

각 나라의 군사력을 알아보는 것은 여타 다른 소재보다도 훨씬 흥미롭고 재미가 있지요. 남자라면 어렸을때에 비행기, 탱크, 군함, 총 등 군사에 관계된 장난감이나 또는 그 분야의 내용에 열광할 때가 많습니다. 솔직히 그 모든 게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결국은 사람인 적을 죽이게 되는 살상 무기들이라는 게 아이러니할 따름입니다. 

 

 

향후 동아시아의 국제정치를 좌우할 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경합일 것입니다. 미중의 경쟁의 열기를 가장 느낄 수 있는 나라는 바로 한국일 것입니다.

여하튼 현실은 그런 무기들이 서로의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제각기 경쟁을 하면서 계속 생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아시다시피 미국이라는 나라는 커다란 세계대전을 두차례 겪으면서, 무기판매로 엄청난 이득과 세계적 경제대국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지요.

세계 1위의 우등생이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방어 목적의 총기나 무기도 각 나라에 팔아서 집안에 돈도 많다는 것이죠. 그런 초강대국 일명 천조국인 미국이 언젠가부터 점점 경계해야 할 나라로 중국이 등장합니다. 중국도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한 인해전술을 밑바탕으로 이제 경제도 점점 물이 올라서 미국을 추월까지 하려고 하고 있죠.

예상하건대 2030년 부터는 미국을 추월하고, 국방 예산은 2020년부터는 미국과 비슷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엄청나지만 근래 들어서는 조금씩 느려지는 감은 있습니다. 어느 나라건 계속 성장하기는 어려운 법이지요. 정체기간이 옵니다. 한국도 이제는 저성장 시대 아닙니까?

해방 이후 눈부신 성장을 했고 이제는 쉬엄쉬엄 가는 추세인데, 요즘은 마이너스로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앞서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의 집권 시기에 해양대국을 표방하면서 근접 해양의 관점에서 반접근 지역거부의 전략으로 대폭 수정합니다.

세계 강국들이 갖춘 기본적인 조건이 전함(warship)을 갖춘 막강한 해군력(naval power)이 있느냐 였지요. 

그들의 소위 인민해방군의 간부급들의 사고와 전략이 점점 커지고 미국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배척으로 경쟁심을 유발시키게 됩니다. 미국도 이를 눈치채면서 기존의 중국과의 협력, 화해보다는 경계의 대상으로 주의를 요하게 되지요. 2000년 초반부터 중국은 그에 걸맞게 해상력에서 큰 성장들을 보입니다. 

구축함, 호위함, 항모, 미사일 등의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요. 핵잠수함과 사정거리 수천키로가 되는 미사일도 갖게 되면서 명실상부 해양강국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위상이 커져 가는 중국에 대해 미국도 공해전투(ASB), 합동작전접근개념(JOAC), 근해통제(offshore control)와 같은 작전과 전략개념들을 군 수뇌부에서 구상하고 실천하기에 이릅니다. 

그 와중에도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베트남 등과 지속적으로 각종 훈련들을 해 오고 있죠. 2014년 미국주도의 림팩 훈련에는 중국도 참여하였다고 하는데 물론 지금은 아니겠죠. 한 때는 친구와 같지만 세월이 흘러 전략이 바뀌고 군사력이 대등해져 가니까 한번 해보자는 식까지 가게 되나 봅니다.

애들 싸움이나 나라 싸움이나 철부지 없는 경쟁심은 지울 수가 없는 건가요. 저렇게 둘이서만 지지고 볶는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만은. 꼭 주변의 친구들을 꼬셔서 참가하게 만들게 되죠. 특히, 한국 같은 자원도 없는 조그만 나라는 이들의 등쌀에 배겨 나지가 않습니다. 그들의 재채기에 우리는 심한 독감에 걸리니까 말이지요.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매년 10% 이상 국방비를 편성했으며, 그중 25%가 해군력 증강에 있습니다.

이제는 미국 일극체제에서 미중 양극체제로 변화가 돼버렸고 그야말로 제로섬게임이 돼버렸습니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국방비를 감축해오고 있습니다. 한창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목매어 그곳에만 신경 쓰는 동안 잊고 있었던 태평양의 중국이 저런 식으로 호랑이가 되어 가고 있었으니 뒤통수를 맞은 꼴이겠지요. 

미국은 냉전시대 때에 경제력, 군사력이 최강의 정점을 찍었는데 자국의 경제적 어려움과 혼란으로 어쩔 수 없는 국방비 감축은 오히려 우방국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하지만 감축이 되었다해도 현재의 군사력이 중국보다는 월등한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 몇십 년 후가 문제이겠지요.

미중의 군사질서 시나리오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신도 모르는 일이지만, 우리로서는 미국이 우위에 있으면서 미중이 서로 협력하는 그런 관계가 되야 겠지요. 그것이 보다 미래가 있는 한국의 모습일 겁니다. 그동안 우리도 삼면이 바다인 해양의 나라인데 홀로 대응할 수 있는 해군력을 갖추었으면 합니다.

뉴스에서는 소말리아 소탕작전을 지원하고 돌아온 군함에서 홋줄이 끊어져서 한명이 죽고 몇 명이 부상당했다고 하네요. 이것도 인재인 걸까요, 전투하다가 전사하는 게 아니라 장비점검소홀과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는 게 참 어이없습니다.

무인정찰기들과 드론들이 날아다니는 최첨단의 와중에 묶어놓은 줄이 끊어지는 재래식 사고로 불안해해야 하는 우리 시민들은 정말 허탈한 심정뿐입니다. 제대로된 한국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길러서 세계 마지막 분단국가의 해양강국으로 우뚝 서는 그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미중 경쟁 속의 동아시아와 한반도

동아시아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거대한 두 힘, 미국과 중국. 미국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국력을 회복하고 패권으로의 재부상을 노리고 있고, 중국은 이미 강대국의 면모를 갖추고 다양한 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동아시아는 이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전략의 딜레마를 공유하는 지역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중 간의 군사적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최전선에 위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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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es24,unsplash)

내 마음에 들었거나 이해가 됐을때에만 사랑하고 거두는 사랑이 아니라, 존재 자체인 부모의 사랑은 자식의 동의가 없어도, 자식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코 멈출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저자인 혜민스님은 하버드대를 다녔었다고 나옵니다. 기타 다른 유명대학도 종교학 관련으로 거치셨었네요. 이렇게 훌륭하신 인재분이 스님이라는 직업을 가지셨다는 데에 조금은 의구심과 함께 놀라게 됩니다. 게다가 전문작가들도 쓰기 힘든 좋은 내용의 책을 몇 권씩이나 발표하신다니 정말 속세에 존재하지 않는 보통인은 아니라는 생각 또한 하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따듯한 말들로 구성된 도서들을 스님분들이 많이 내십니다. 불교에서 수많은 수행 결과 그런 내공이 글자로 표출되는 걸까요. 갑자기 승복을 입어볼까라는 힘겨운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각설하고요. 이 책은 여러 가지 큼지막한 주제들로 각각 길지 않은 덕담과도 같은 대화체 문체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그 중에서도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 조금은 관심이 가는데요.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회상을 느낌으로 적어놓고 있어요.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고 맞아 그럴 거야 그랬어!라는 감탄사가 가슴속에서도 자꾸 되뇌게 됩니다.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건강에 관한 부분이 제일 클 겁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의 목사 아버지의 둘째 아들에 대한 사랑처럼 가슴 심연에서 항상 흐르는 사랑은 오늘의 부모님들 모두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냥 평범한 아들도 아닌, 출가한 아들도 당연히 낳아준 부모가 있는 것이죠. 젊을 때는 그렇게 곱고 현명하시고 지혜롭던 분들이 어느샌가 머리가 희끗해지고 몸도 왜소하지고 각종 병에 나약해지시는 것을 보게 되면 이루 안타까움이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작가분이야 부모님들이 아직은 그래도 건장하리라 보이는데요. 본인은 이미 몇년전에 어머니를 여의게 되었죠. 아버지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부정과 비리를 모르시고 꼼꼼한 성격이신 반면, 어머니는 오히려 할 말을 다하는 생활력면에서는 여장부 같은 스타일이셨죠.

아들만 삼 형제인 집에서 어머니 혼자서 많지 않은 아버지의 월급으로 항시 불만이 많으셨었죠. 조그만 구멍가게도 하셨고, 보험판매원 생활도 하시면서 부족한 우리의 교육과 뒷바라지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둘째, 셋째는 모두 독립을 해서 가정을 꾸렸으나 첫째는 아직 혼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병이 없어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닙니다. 병이 있더라도 그 병을 잘 관리해가면서 오래 사는 것이지요. 주위의 병과 싸우시는 분과 그 곁을 지켜주시는 가족분들 모두 끝까지 희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혼자가 편해서인지 어떤 죄책감 때문인지 그런 기구한 삶을 살고 있죠. 장남이기에 부모님의 기대가 너무 컸고, 국민학교 때는 곧잘 공부를 잘했으나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결국엔 지방 대학에 겨우 들어가게 되었죠.

아마도 의사가 될 거라 믿었던 어머니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솔로를 만든 작지 않은 이유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남모르게 어머니의 속마음을 썩혔던 탓인지, 어느 날 큰아들의 집에 오신던 길에 통화를 하시던  중 갑작스럽게 비명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겨 버립니다.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시던 중 난 사고였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시지는 않으셨는데 넘어지시면서 머리 쪽을 부딪혔고 좀 정신이 얼얼해지신 것 같았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청천벽력같이 어머니는 악성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으셨지요.

자식을 너무 애지중지 키우면 오히려 망칠 수가 있답니다. 엄청 공 들인 첫째보다 둘째 셋째가 더 효도하고 더 잘 되는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자식교육은 부모맘 같지 않은 것이지요.

그렇게 서울에서 뇌수술을 몇 차례 받으시고,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시고 어머니를 옆에서 직접 간호하셨으나 1년 반 정도 지나 결국 세상을 등지시게 되었습니다. 십몇 년 전부터 두통이 너무 와서 머리가 깨질듯하는 게 자주 있었는데 그때마다 진통제로 달래 시기만 하셨었죠.

그럴 때 빨리 병원에 가서 검사라도 더 자세히 받았다면 하는 후회가 너무나 듭니다. 뇌수술은 너무나 끔찍합니다. 성격이상이 와서 주변 사람들을 너무나 힘들게 하지요. 오히려 팔다리 같은 쪽을 못쓰면 모를까 정말 뇌를 손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 하더라도 저런 상태까지 되도록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제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이게 모두 장남인 본인의 안정적이지 못한 직장생활과 결혼하지 못한 죄 등이 누적되어 결국 어머니에게 죗값을 병으로 주신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지금도 한편에 쌓여있지요.

오랫동안 같이 생활했고 익숙하니까 표현을 안해도 다 알거야 하지만 결론은 '그냥 다 모른다' 입니다. 

집안에 여자라고는 어머니 혼자였는지라, 식사 차리는 것과 설거지 등을 할라치면 그 양이 얼마나 많을까요. 삼시 세 끼를 그렇게 어머니 혼자서 주방일을 다 하신 겁니다. 그 당시 철이라도 들어서 조금씩 거들어 드렸더라면 하는 후회도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어떤가요.

남자가 주방일은 하지 않는 거다 라고 만류하시지요. 언젠가는 그러시다가 밥 먹고 누워만 있지 말고 그릇이라도 좀 치워줘라 하시면서 화를 내신적도 있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으면 그렇게 소리를 질렀을까요. 남자 네 명의 먹을 것을 혼자서  다 차리고 치우고 정리까지 매 세끼를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으니, 저라도 딴 데로 아마 도망을 갔을 겁니다. 

어머니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시고 또 실제로 잘하십니다. 각종 축제 때마다 참석하셔서 굵직한 상들을 많이 타셨고 실제로 들어봐도 너무 잘 부르십니다. 언젠가는 음반을 한번 내고 싶다 하시면서 돈 천만 원 정도 든다 하시면서 눈치를 보시던 때가 생각나네요. 

본인을 무조건 희생하는 것은 그가 돌보는 사람에게도 길게 볼때는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행복해야만 그 사람도 오랫동안 잘 돌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었다고 생각하니 그깟 돈 한번 모아서 해드릴걸 하는 마음 또한 듭니다. 어머니도 친구분들하고 국내는 간간히 여행을 다니신 듯한데 해외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이 또한 마음에 너무나 걸립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끔 홀로 되신 아버님과 자주 해외여행을 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언제나 후회는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을 때만 드는 걸까요. 그전에 후회가 없게끔 오히려 도가 넘치게끔 해 드리지 못하는 걸까요. 그게 인간의 인생이라고 한다면 너무나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있을 때 잘해라" 라는 말이 확 와 닿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이유 말고는 다른 아무런 이유가 없답니다. 

이런 지나간 후회의 마음을 달래고 다시 한번 잘해보자는 느낌이 들도록 이 책은 마음을 토닥여 줍니다. 스님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은 사람인데 어떻게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고충을 상담해주고 자식 가진 부모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음에 담아둔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듯 치료해 주고 마음에 평화를 줍니다.

치유를 주는 이 책으로, 패륜과 돈에 얽힌 사건이 판을 치는 지금, 나를 세상에 있게 해 준 부모님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릴  줄 아는 그런 따듯한 세상을 기대해 봅니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의 4년 만의 신작!혜민 스님 4년 만의 신작에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나 자신과 가족, 친구, 동료, 나아가 이 세상을 향한 온전한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 안에는 완벽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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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글쓰기는 두 가지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했지요. 여성이 쓰는 글, 그리고 남성의 것보다 부족한 글. 이런 편견을 깨버린 <여성작가 SF모음집>입니다.

파출리 박애진 전혜진 권미정 양원영 남유하 아밀 이서영 전삼혜 박소현 지음 / 온우주 발행 

책을 빌리면서 새까만 표지에 여성작가인데 그 장르가 SF이다라는 문구가 왠지 모르게 궁금증을 확 일으킵니다. 여성작가들이라면 국내에도 유명하신 분들이 계시지요. 최근 빅 히트작인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 <7년의 밤>의 정유정 작가 분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네요.

워낙 이야기의 흡인력이 굉장해서 한번 손에 쥐면 놓기가 어려울 정도이니까요. 이런 베스트셀러를 써내는 분들이 있는 반면 이번 SF모음집은 베스트보다는 독특함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남성 작가든 여성작가든 구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독자들에게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닐는지요. 

여하튼 금번 책에는 10명의 여성 SF작가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았지요. 솔직히 이름을 주욱 보는데, 익숙한 분들은 눈에 띄지 않더군요. 그래서 더욱 그 내용을 읽어보게 만드는 것일 겁니다. 그 중에서 <치킨과 맥주>라고 하는 이야기가 눈에 띄었고 작가분은 권민정 씨라고 하네요.

다른 제목보다는 치킨하고 맥주를 가지고 어떻게 SF라는 스토리를 이끌어낼지가 궁금하더라구요. 우리가 흔하디 흔한 소재를 가지고 <아바타>급의 이야기를 해주실 건지 새삼 기대 반 걱정 반이 되게 마련이지요. 제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건 아닐는지.

최초의 SF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가 여자임이 알려지자 "어린 여성의 병적인 상상력"이란 꼬리표가 붙었고 1970년대에 재평가가 되었답니다.

이야기는 젊은 여자 주인공 '우영'이 치킨 중에서도 간장치킨만을 좋아합니다. 시대 배경은 아무래도 기술이 좀 많이 발달한 한국의 미래랄까요. 야근이 없는 날 퇴근해서 집 근처 치킨집인 '간간 치킨'에서 간장치킨과 그리고 근처 편의점에서 캔맥주 세 개 정도를 비닐봉지에 담아 집에 와서 그 맛을 음미하는 게 큰 낙입니다.

이런 모습은 지금의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입가에 미소가 번질만한 환상의 조합이지요. 방금 튀겨져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란 닭의 껍데기와 그 속의 하얀 속살 맛은 그야말로 환상이지요. 게다가 시원한 수입맥주 한 모금은 그야말로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 일 겁니다.

단지, 지나친 과음은 통풍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니 좀 가려서 조금씩 드셔야겠지요. 이런 주인공은 자주 치킨과 맥주를 사러 가는데요. 그 중간의 골목길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떤 젊은 녀석이 가슴을 손으로 스치고 도망가는 봉변을 당하게 되죠.

그다음에는 늙은 노인과의 신경전으로 지팡이로 다리를 얻어맞기도 합니다. 중년 같은 남자에게는 성희롱적인 발언으로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죠. 이런 식으로 치킨을 구매하러 가는 골목길에서 계속되는 해코지와 폭력을 반복적으로 묘사합니다. 

여성 작가들은 '여성적'이지 않으며, '여자다운' 글을 쓰지 않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다운' 글을 쓸 뿐입니다.

골목길의 벽은 평상시에는 희뿌연한 시멘트 벽이지만 SF적인 내용인지라, 벽에서 광고들을 해대고 있습니다. 주로 여성을 위한 대출광고가 많이 나오죠. 또한 주인공의 스마트폰에는 '아이리'라는 인공지능 비서가 있어서 말벗동무가 되고 있지요. 그런 와중에 괴한에게 옆구리에 칼로 찔리기까지 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한 세명 정도의 건장한 남자들에게 봉변을 당하게 되는데, 이들은 대출광고회사의 직원인 듯하고 주인공에게 간장치킨을 그동안 사 먹은 대가로 돈을 갚으라고 합니다. 이에 영문도 모르고 격분한 우영은 어디에서 힘이 나는지  그 일당들을 잔인하게 처리해 버리지요. 

그렇게 위기를 모면한 후 다시 집에 와서 치킨과 맥주를 먹으려 하는데 그 맛이 그다지 달지만은 않습니다. 벽에 나타나는 광고들은 현재 영화들에서 보아온 홀로그램이나 손으로 터치하면서 넘겨 볼 수 있는 그래픽 같은 장면이 연상됩니다. SF이기에 이런 장면이 오버랩되는 것은 당연한 듯합니다.

한국의 젊은 여자가 주인공이면서 그가 계속되는 억센 남자나 노인이나 젊은 사람에게 억압과 갖은 수모를 당하는 것이 현재의 한국사회를 암시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약한 여성의 차별대우, 언제나 여자는 남자보다 못하고 한수 아래인 것으로 깔고 보는 그런 모습들 말입니다.

 

 

10명의 작가들은, 지금 여기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시대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렇듯 현대 여성들이 여성이기에 받아야만 하는 갖은 수모와 모욕, 불평등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참지 못하는 그 분노와 폭발을 하는 장면에서는 영화 <악녀>의 김옥빈을 연상시키죠. 검은색 슈트로 무장한 채 난도질을 해대는 그 어마 무시한 칼부림은 예의 없는 남성에 대한 항거의 결과 아닐까요.

일제시대의 '유관순'열사가 교차되는 것도 일리가 있겠네요. 한 인간의 울분과 억울을 잔잔한 필체로 마지막에 토해내는 것은 어떤 속 시원함과 함께 갈증에 대한 사이다 같은 맛을 보여줍니다. 이런 소재로 한국의 SF영화를 제작해도 괜찮을 듯하네요.

치킨과 맥주는 우리 직장인과 착한 소시민들이 어려운 하루를 마감하면서 기분전환을 위한 하나의 축하의식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주기적인 축제의 의식의 중간에서 브레이크를 걸어 그 행위를 금지하게 만드는 태도는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는 간사한 계략일 것입니다.

소소한 즐거움을 봉쇄하고, 자기의 굶주린 야욕을 채우려는 수많은 사기를 위장한 매체와 인간들의 행태에 우리 모두는 분노하게 됩니다. 약자의 약점을 이용하여 본인들의 배를 채우려는 듯한 야만적 행위를 간접적으로 비꼬는 그런
의미 있는 이야기는 심히 공분을 느끼게 만듭니다.

SF모음집은 아마도 이러한 여성을 주제로 하여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 묶인 책일 겁니다. 게다가 SF 장르이니 그것이 주는 상상력이 독특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일면, 허황된 듯한 배경과 스토리 같을 지라도 나름 신선하게 다가오고 의미 또한 담겨 있지요.

가끔은 이렇게 색다른 부류를 접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모쪼록 앞으로는 이런 종류의 괜찮은 생각을 자극하는 글들이 계속 발매되기를 기대합니다.

 

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

국내 최초의 여성 SF 단편집이다. 여성 작가의 SF 단편을 모집하며 주제나 내용에 상관없이 그저 작가가 여성일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동시대 한국 여성 작가의 SF를 광범위하게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지면이나 온라인으로 발표가 한 번 정도 되었던 작품을 다듬은 것과, 처음 발표되는 작품이 함께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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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는 더 이상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어 버렸습니다. 불투명한 세상에서 석기시대 모드의 두뇌를 가지고 살아야만 할까요?

# 불행 피하기 기술 (영리하게 인생을 움직이는 52가지 비밀) - 롤프 도벨리 지음 / 엘 보초 그림 / 유영미 옮김 / 인플루엔셜 발행 

1. 세계사는 위인이 쓰지 않았다는 것에 대하여.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에 열중하고 있을 때에는 그 가운데를 확대경으로 확대해서 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당연히 그 부분이 주위보다 훨씬 커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과대평가가 된다는 것이지요. 실제보다 부풀려져서 타인들이 보이게 대단하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또 역사를 되짚어보면 어떤 커다란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우리는 원인과 당위성 또는 그렇게 사건을 벌일 수밖에 없는 위대한 인물에 집착하게 되지요. 하지만 역사의 흐름은 위대한 인물이 꼭 없었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가 실행했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겁니다.

위인이 아니면 누가 세계사를 썼나요? 아무도 안썼습니다. 시대적 사건은 우연의 산물입니다. 세계사는 무질서하고, 우연적이고 예측불가능합니다. 

 

 

모든 변화의 뒤에 무언가 어떤 의도가 있겠거니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몽테스키외도 종교개혁을 마틴루터가 일으킨 장본인이라 보지만, 그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일어났을 일이다라고 얘기했답니다. 위인을 떠받들지 말고 스스로를 위인이라 생각지 않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하네요. 

▶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책 제목에 맞는 이색적인 주장인 듯 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걸 왜일까요?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많은 위인전들은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위인전을 읽음으로써 자기의 롤모델을 꿈꾸고 나도 저런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소박한 생각들이 있었는데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인생이 쉽다고 생각하는건 큰 오산입니다. 즉시 이용 가능한 생각도구들은 우리를 이성적으로 행동하게 해줄 것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세상이 각박해지니 거기에 맞는 처세술을 익혀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티브잡스가 정말로 있었어야 스마트폰이 나왔을까요? 궁금하군요.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엄청난 착각. 이런 너무 거창하고 부담 가는 명제에서 조금은 멀리 떠나서 생각해보면 더 나은 인생이 될 것이라 역설하는 저자의 말에도 다소 수긍이 가긴 합니다. 

2. 생각보다 평판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에 대하여.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그는 몇 주 동안 인터뷰나 기타 수상에 대한 소감을 전혀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기껏 감사하다는 짤막한 말만 하고 말았죠.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했던 수학자 페렐만도 상금도 거부하고 그저 수학만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친구 모임일때 가만히 지켜보십시오. 그 모임에서 하는 이야기의 90퍼센트는 모두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렇듯 이들은 타인의 이목과 평판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오직 자신의 생각과 느낌만이 훨씬 중요함을 나타내는 사례인 듯합니다. 실제로 그렇지 않나요? 외적 평가보다는 내적 점수표가 나의 온전한 삶을 지탱해 줍니다. 실제로 타인의 평가가 본인의 삶에 그렇게 영향을 미치냐면 절대 그렇지 않지요.

감정적인 격정에 휘둘리거나,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리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하게 하는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외적평판에 신경을 꺼야 할 겁니다. 요즘의 SNS에서도 '좋아요'에 목숨을 걸다 보면 '인정을 갈구하는 기계(approval-seeking machine)'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외부의 평가에는 이제 편안하게 초연해져야만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일 것입니다. 

직관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52가지의 생각거리는 지혜롭운 삶을 살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돈, 인간관계, 지능보다 더 중요합니다. 

▶ 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행하게 되는게 인간일지 모릅니다. 외부 평판으로부터 초월하라는 말은 익히 우리도 많이 들어본 얘기이지만, SNS 같은 곳에서 광고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좀 행하기가 어려울 것도 같습니다. '좋아요'와 구독 수로 평가가 되니까요. 

하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겠지요. 부풀리고 가식적인 이미지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실제 평가를 본인이 좌지우지  할 수 없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 먼 훗날 제대로 된 삶의 평가가 될 것입니다. 남의 이목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 좀 더 단단하고 현명한 인생이 되리라 믿습니다.

3. 과연 성공이 노력때문일까에 대하여.

<불행 피하기 기술>은 40여년의 심리연구기록이며, 스토아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고, 오랜 전통의 투자 관련 명언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성공이 본인 개인의 성취인지 우연인지 조사했을 때 60퍼센트 정도의 사람들이 개인 성취라고 답했답니다. 워런 버핏의 사고 실험에서 일란성쌍둥이 중 한 명은 미국에서, 다른 한 명은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게 했을 시, 미국에서 자라게 된다면 수입의 80퍼센트를 세금으로 낼 의향이 있다고 했다네요.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태어나는지를 한 실험인데 이를 '난소복권(ovarian lottery)'이라고 불렀답니다. 이렇듯 환경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현시대 사람들은 호모 사피엔스 이후 30만 년 동안의 인구 중 6퍼센트에 속한다고 해요. 그만큼 운이 엄청 좋다는 거죠.

워런버핏, 찰리멍거 같은 투자가들은 불투명한 세계를 꿰뚫어야 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지요. 그들의 원칙과 마음가짐은 삶의 지혜를 이끌어내는 데에 많은 효력을 발휘합니다.

개인의 대부분 성공이 본인의 유전자와 환경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개인의 노력도 있지만 그런 의지력도 유전자와 환경의 협연 때문이라고 해요. 그러므로 성공이 왔을 때 겸손해야 하고 가난한 이들과 그 부를 나누라고 합니다. 개인의 노력보다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조상 때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와 주위의 좋은 환경 때문이라는 주장은 의아하기도 합니다.

맞는 말일수도 있는데, 아마도 결론에서 겸손과 감사, 기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일 겁니다. 그렇게 감사하게 생각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갑자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도서도 생각나는군요. 본인의 조그마한 성공에 너무 도취되어 안하무인식으로 자기가 잘나서 무조건 된거라 너무 나대지 말고, 좀 더 겸손하고 항상 주위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큰 성공을 위한 마음가짐이라 여겨집니다.

4. 생각하지 않고 행동해도 된다에 대하여.

작가는 글쓰기의 비법을 말하는데, 최상의 아이디어는 생각할 때가 아니라 글을 쓸때 나온다고 얘기합니다. 소제목처럼,  생각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숙고의 시간을 가진 후 일정 시간이 된 후에는 생각을 그만하고 행동으로 옮기라는 말입니다.

이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 세계와 몸으로 직접 부딪힘으로써 이루어집니다. 본인 스스로를 이 세상에 맡김으로써 말입니다. 

사람들이 생각만 하고 행동을 못하는 이유는 왜 그럴까요? 생각만 하는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생각만 하면 실패 위험이 없지만, 행동하면 그만큼 위험이 크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현실에 부대끼지 않아도 되고 좌절도 안 해도 되죠.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경험이다"라는 좋은 격언이 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도 "무엇을 그릴지 알려면, 일단 그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라고 얘기했다죠. 삶에서도 적용 가능한 원칙일 겁니다. 

▶ 스위스의 대표 지식인인 저자는 유럽에서 유명한 지식경영인 입니다. 좋은 삶은 돈, 재능, 친구보다는 오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생각뿐이고 어떻게 머리를 쓰느냐에 행복이 달려 있다고 얘기합니다. 살면서 인생의 잘못된 오류들과 마주할 때 이를 피해 갈 수 있는 방법들을 52가지의 도구들로써 소개하고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문장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독하다보면 행복으로 가기 전에 찾아올 불행으로부터 비켜갈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리라 생각됩니다. 그의 따끔한 통찰과 함께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기존의 편견들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잘못된 습관을 체크해주어 우리의 삶을 행복으로 인도해 주는 첫걸음이라 믿습니다.  

 

불행 피하기 기술

총리부터 CEO까지 ‘그의 책’을 읽는다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식경영인 롤프 도벨리의 놀라운 아이디어들!더 나은 미래, 더 행복한 인생을 가져다준다는 수많은 해답들이 있었다. 그러나 열심히 그 답들을 따라 해도 내 인생이 그다지 달라지는 것 같지 않다. 왜? 한 가지 개념, 한 가지 법칙만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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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서<불행 피하기 기술>, yes24)

책을 인생의 마법으로 만들 것인가, 단순 종이로 만들 것인지는 인생을 바라보는 눈에 달려있습니다. 

#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 마라. 

김욱 지움 / 모아북스 발행

* 책을 읽은 후 자유로워진 사람은 타인의 생각과 주장에 전혀 현혹 되질 않게 됩니다. 세상의 커다란 목소리에도 겁먹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독서란,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해 주고, 스스로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책의 존재 의의이지요.

* 일본의 유명한 다작작가인 나카타니 아키히로가 있는데, 이 분은 1년에 40권씩을 책을 발행한다고 합니다. 그 유명한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같은 책은 예전에 많이 들어본 책이고 저 또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다작의 추세는 책에 전문성과 깊이가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로 쉽게 공감을 자아내는 게 특징이랍니다.

책을 읽고 변화는 커녕 작가의 잘 만든 고급 소금 맛 소스에 현혹된 것일 뿐 독자의 몸에는 싸구려 햄버거만 먹었을 뿐이라고 반박합니다. 다소 공감 가는 내용이기도 하네요.

책을 읽어봐야 소용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책을 사랑해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 말에 동요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 글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즈음엔 책 내용보다는 유명인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해요. 그래서 그 책의 수명이 짧게 되지요. 남들이 자기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으면 왠지 화가 나는 사람들이, 책은  남들이 읽고 뱉어낸 것을 주워 담기에 바쁘다는 표현은 짐짓 뜨끔하게 다가옵니다. 

* 근래의 여행서들은 여행 작가의 감상적 유희가 대부분인 것이 심히 유감이라고 말하고 있네요. 우리가 여행서와 같은 책에서 원하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켜줄 커다란 문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여행작가의 시선으로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접하고 그곳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와 소통하고 싶은 것이랍니다. 

 

 

무한한 책의 세계. 유한한 우리 인생에서 아쉬움을 달래줄 최고의 목표는 책을 읽고 쓰는 것업니다.

책은 우리의 생각을 낳아야만 합니다. 낯선 풍경이 있는 곳에서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잊고 지내고 있던 바로 '나'를 발견하고 싶은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사유의 여행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좋은 책은 읽는 도중에 수시로 어떤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게 마련입니다. 일본 추리소설 작가 미쓰모토 세이초의 소설들이 그런 식이랍니다. 격정적 감정의 물결이 일고 불꽃이 가슴에 튀는 것이지요. 책을 읽는 기쁨과 감동과 여운은 오직 독자 자신만을 위한 것입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정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랍니다. 책의 위대함은 한 줄짜리 문장, 또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우리를 몰입시킬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독자의 상상력을 불러올 수 있는 책이 바로 진짜 책입니다.

책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책이 말하는 사람은 꿈을 꾸는 '나'이고 책이 보여주는 세상은 내가 만들어갈 바로 그곳입니다.

* 성과주의 독서로는 온전히 책을 즐기지를 못합니다. 책의 제대로된 맛을 못 느끼는 것이지요. 몇 권의 책을 읽었느냐보다는 몇 권을 가졌느냐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 소비는 인생에 있어서 수단이면서 동시에 목적입니다. 우리는 소비하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지요. 모든 소비는 마이너스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책은 낭비라는 것이 없습니다. 책 한 권을 계속 읽는다는 것은 얻어지는 것도 점점 더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 인생은 열심히 사는 것보다는 의미있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법입니다. 의미 있다는 것은 경제적 풍요보다는 마음의 충족과 행복이 우선시 되는 것이지요. 책 읽기도 그러한데, 독서의 기본 바탕은 계획을 세워 읽는 효율성, 생산성 같은 경제관념이 아니라 바로 철학입니다.

삶의 보람, 행복, 기쁨, 위안, 반성, 정의로운 분노를 위해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정복 대상으로 여기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요.

* 독서도 취미이고 여가생활이므로 재미를 빼놓고는 완성될 수가 없습니다. 위로를 빼놓고도 완결되지가 않는 것이지요. 어디가서 꼭 써먹으려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닙니다. 즐거움, 기쁨, 위로, 감동을 느끼는 독서는 보이지 않는 나의 진짜 모습을 아름답게 성장시켜 주는 힘이 되어 줍니다. 

책과 함께 하는 인생은 영원 불멸의 세계입니다. 무한한 책의 세계에서 나만의 베스트셀러가 되도록 합시다. 

일생동안 만나는 사람, 가볼 수 있는 곳, 해 볼 수 있는 일 등은 모두 한정되어 있지요. 하지만 책으로는 모두 다 가능합니다. 저자의 친구분인 고 박춘석 작곡가의 얘기가 나옵니다. 그는 평생 결혼도 안 했고, 여행도 안 하고, 많은 사람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하죠. 

하지만 주옥같은 <동백 아가씨>,<섬마을 선생님>, <비 내리는 호남선>, <초우>등을 만든 비결은 뭘까요? 아마도 쓸데없는 책들에 어려서부터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쓸데없는 독서가 인간의 영혼을 깊은 잠에서 깨우도록 한 것입니다. 

주옥같은 명곡 탄생의 비밀은 뭘까요? 그 영감은 아마도 수많은 간접경험의 상상력 때문은 아닐까요?

* 요즘처럼 빠른 시대에 독서는 느림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독서는 재미없고, 고통스럽고, 갑갑하고, 짜증스럽습니다. 또 의지력이 있어야 하지요. 인내력, 집중력, 예지력 등 정신적 활동의 극한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지속성이 강합니다.

앞 뒤 문장을 이해해 머리에 집약한후 전체 장면을 만들어야 하지요. 바로 정신, 이해, 감정을 몇 시간 동안 지속해야 하므로 우리의 지성에 내재된 잠재력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유일무이한 길임에 틀림없습니다. 이것이 책만이  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책 제목부터 파격적인 이책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 마라>는 이미 팔순을 넘기신 작가의 일침이 녹아있는 책과 독서에 대한 솔직한 독설입니다. 현대를 초시계와 같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고 공감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저자만의 독특한 견해에 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들이 눈에 보입니다.

꼭 베스트셀러만 읽을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책을 가질 수 있도록 관심과 호기심을 채워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한번쯤 일독해보면 독서에 관한 또 다른 장,단점을 살펴볼 수 있으리라 추천해 봅니다.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 마라

많은 출판사로부터 출간을 거절당하고이제야 세상에 내놓게 되는 베스트셀러의 세계!하루 수십 종의 책이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독자에게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은 과연 믿을 만한가, 우리는 그 목록을 믿고 책을 구입해도 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아울러 독자를 소외시키는 독서 시장의 실태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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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yes24)

다리(Bridge)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을 만나게 되는 곳이고, 또 다른 세계 그 자체인 것입니다.  

# 세계의 다리를 읽다 
* 지은이 : 나카노 교코 /  옮긴이 : 김진희 / 어젠다 발행

1. 기묘한 이야기 : 투명한 다리

투명한 다리라 하면 당연히 잘 아실 겁니다. 요즘 곳곳의 전망대가 세워진 곳 꼭대기에 가면 의례히 투명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바닥 말입니다. 수십 및 몇백 미터 아래의 땅이 보이는 곳에 발을 갖다 대면 실로 발이 얼어붙어 버리지요. 여기서 얘기하는 투명한 다리는 중국 후난 성 장가계에 건설될 유리잔도를 얘기합니다.

책을 저술하는 동안 이미 건설이 되었다고 하는데, 책에서는 추측컨대, 폭이 2미터이상 길이는 370미터, 아래로는 높이가 4백 미터 정도 된다고 기술하였지요. 게다가 투명하다고 하니 가히 이런 공포스러운 곳을 제대로 건널 수 있을지 상상만 해도 손에 땀이 솟구치네요.

험난하고 오싹한 호남성 장가계의 투명한 통유리 다리. 새들의 유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색깔표시라도 하면 더 낫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곳 장가계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얘기한 것처럼 그렇게 위험하게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데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았죠. 하지만 유리 아래로 비치는 끝도 안 보이는 모습에는 정말 양쪽 다리가 얼얼해서 얼른 비켜가고 싶게끔 만듭니다.

 

중국여행 : 장가계의 험난한 산행길, 그러나 그 장엄한 비경에 넋이 나간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어렸을 때는 막연한 동경의 단어였다. 나이가 들면서 한두번 여행을 해보니 이것이 습관이 되는듯하다. 특히나, 요즘 해외여행들을 너나 할것 없이 모두 다니는데, 이에 질세라 가성비가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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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건축기술은 점점 발달되어서 고층빌딩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어느정도 높이에는 많이 익숙해진 것도 사실일 겁니다. 그 옛날 작곡가인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는 최초의 기차가 나왔을 때 타보고 겁에 질려 그 이후로는 절대 기차를 안 탔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습니다.

당시 속도는 50에서 60킬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이렇듯 무엇이든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아마 미래에는 유리잔도에 쩔쩔매는 옛날사람들을 이해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투명한 다리도 약점이 있는데, 바로 날아다니는 새들이 와서 부딪쳐 아깝게 죽는다는 겁니다. 

저자 나카노 교코는 무섭고, 위험하고, 잔혹하고, 음모스러운 이야기와 명화로 인간사와 잘 접목되는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얼마나 투명하면 분간을 못할까요. 이런 문제는 새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꼭 대처방안을 해야 할 것입니다. 

2. 놀라운 이야기 : 물속에 놓인 다리

다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지상에서 위쪽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지는게 보통이지요. 그런데 이번 다리는 물속에 있다고 했습니다. 이 다리는 네덜란드의 할스테렌(Halsteren)이라는 작은 마을에 실제로 존재하는 목재다리라고 하네요. 17세기에 축조되었지만, 세월이 지나 재건축을 좀 하여서 2011년에 보수가 되었는데 이름하여 성큰(Sunken) 다리라고 합니다.

네덜란드 할스테렌 루버르 요새의 해자에 설치된 성큰다리 (Sunken Bridge), 운동하시는 거겠죠? 빠질까봐 무서워서 뛰는거는 아닐런지요.

'가라앉아 있다' 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양쪽 해자 사이를 낮게 파서 오고 가게 돼있습니다. 물의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듯하고요. 사람이 건너는 것을 옆에서 본다면 남자는 허리 위만 보일 것이고 어린이들은 목만 둥둥 떠다니는 듯 보일 것입니다. 일단 재미가 있네요.

원래 네덜란드가 지대가 낮아서 관개기술이 많이 발전했지요. 이런 기술로 좀 더 재미를 추구하여 엉뚱하고 기발한 다리를 탄생시켰지요. 인간은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호모 루덴스라고 말한 역사학자 하위징아(Johan Huizinga)도 네덜란드 사람이라고 하네요. 아무튼 기발한 다리임에는 틀림없네요.


3. 역사적 이야기 : 나루토의 독일다리

일본 도쿠시마현 나루토시 오아사히코 신사 내부에 있는 중세 유럽풍의 아치형 석조 다리입니다. 길이 9.6미터, 폭 2미터, 높이 3미터로 조그맣죠. 여기엔 감동적인 히스토리가 있는데요. 나루토에 거주하던 독일인들이 3개월간 3천 개의 돌들을 자진해서 날라서 축조했다네요.

그 독일인들은 다름 아닌 포로들이었고요. 1차 대전 때 일본군은 중국 청도의 독일군을 공격해서 그 포로 1천 명을 3년간 반도 포로수용소에 가두었습니다. 수용소장 마츠에 도요히사는 너무 관대해서 포로들을 인도적으로 잘 대해주었지요.

오아사히코 신사 내부의 반도계곡 지류에 세워진 나루토 독일 다리입니다. 저자의 또다른 책이 tv에 소개됐을때, 중세 유럽의 조그마한 다리 배경(성 안토니오 수도원)으로 나와서 오히려 만족했다고 하네요.

이에 수용소는 화기애애해져서 각종 문화활동과 각종 제조업까지 운영이 되었고, '바라케(Baracke)'라는 신문까지 발행할 정도였다네요. 심지어는 포로들과 마을 사람들까지 교류가 활발해서 포로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완전히 들은 최초의 아시아인이 나루토 사람이라네요.

전쟁이 끝나도 150명은 아예 정착을 했습니다. 빵 명물 바움쿠헨(Baumkuchen)의 유하임(Juchheim) 회사 및 햄, 소시지 메이커인 로마이야(Lohmeyer) 회사 창업자도 모두 독일인 포로입니다. 이렇듯 전쟁 속에서 특히나 포로를 대하는 양국 간의 피 말리는 싸움은 생과사를 오가는 지독한 생활일 것입니다.

다리는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 이미 있는 장소와 그리고 미지의 장소를 연결해 주지요. 다리를 건너는 것은 무척 스릴넘치는 행위입니다.

아우슈비츠가 그렇고 일본이 한국에 했던 각종 만행들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반면, 이런 훈훈한 얘기가 있었다는데 심히 놀랍습니다. 일본인 중에서도 아마도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도 있는 것이죠. 그런 소장의 마음이 나비효과가 되어 나루토 지역에 좋은 영향을 미친것이라 생각되네요.

비록 보잘것없는 작은 다리지만 마치 영화와 같은 스토리에 깊은 감동이 느껴집니다.

4. 무서운 이야기 : 테이 철도교

초기의 열차는 많은 석탄과 승객을 태우고 질주해야 했죠. 특히, 열차가 건너는 교량도 무시 못할 중요한 건축기술이 필요했을 터인데요. 미국도  1800년대 후반 약 17년 동안 502개의 다리가 붕괴됐다고 합니다. 철도왕국이라는 영국도 예외는 아닌데요.

새로운 테이 철도교는 맹렬한 돌풍을 고려하여 최대 풍압에도 견디도록 재설계되었다 합니다. 

1878년에 7년 만에 스코틀랜드 기술자 바우치(Thomas Bouch)에 의해 테이 강에 철도가 놓였습니다. 길이는 3.2킬로미터로 아래에 선박이 지나가야 해서 중앙부가 약간 높게 만들어지죠. 초기에는 빅토리아 여왕도 타면서 유명해지게 되죠. 하나 2년도 되지 않아 북해에서 부는 동풍으로 결국 붕괴되고 맙니다.

철기둥 12개 부러지고 다리는 8백 미터가 가라앉고 열차와 승객도 바다로 가라앉아 버렸지요. 결국 모든 책임을 바우치에게 지우게 되고 그는 10개월 후 병사합니다. 이를 계기로 안전도에 훨씬 신경을 써서 현대의 철교 건설 기술이 된 듯합니다. 방심은 금물. 모든 제조에는 안전이 첫 번째 우선순위이죠.

이렇듯 테이 철도교에는 뼈아픈 기억과 교훈이 있는 다리입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죠. 성수대교 붕괴나 최근의 러시아 선박이 다리에 곤두박질치는 등 안전사고는 잊을 만하면 도발합니다. 부실시공과 유지보수 소홀 같은 '인재로 일어난 일'이라는 뉴스가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계의 다리를 읽다

“모든 다리에는 드라마가 있다!”『세계의 다리를 읽다』는 국내에서 〈무서운 그림〉 시리즈로 잘 알려진 나카노 교코의 근작으로, 세계의 다리에 얽힌 30개의 에피소드를 주제별로 엮어 소개한다. 다리란 기본적으로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이어주는 의미를 가진다. 어쩌면 우리 곁에 늘 존재하기에 지나치기 쉬운 풍경일 뿐인 다리에서, 저자는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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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시대의 괴물. 무서운 것, 추한 것 등등, "프랑켄슈타인"은 그런 괴물을 대표하는 명칭입니다.

#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 - 오노 슌타로 지음 / 김정례,조아라 외 옮김 / 에스파스 발행

1.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는 20세기 중반 공상과학소설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가 불렀던 명칭입니다. 로봇이 인간에게 반역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나타냅니다. <프랑켄슈타인>이 출판되기 전인 1811년경에 영국에서는 생산하는 기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러다이트(Luddite Movement) 운동이 일어났지요.

아시모프는 이는 기계에 대한 무지함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로봇공학 3원칙을 정리했는데, 1조는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이고, 2조는 "로봇은 인간이 부여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이며, 3조는 "로봇은 1조,2조에 반할 우려가 없는 한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20살의 메리 셸리가 쓴 작품으로 고딕양식의 공포소설로 출판되었고 또한 훗날 SF소설의 원조입니다.

 

 

만일 로봇이 살인을 했을 경우에는 로봇에게 죄가 있는게 아니라 로봇을 다루는 인간에게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지요. 그의 1950년 단편집 <아이, 로봇>에서 이런 콤플렉스에 대한 내용과 해결방법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2004년에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 로봇>으로 탄생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의 단편 작품으로는 <사라진 로봇> <거짓말쟁이> <증거> 등이 있지요. 로봇을 만든 창조자인 인간과 피조물인 로봇 상호 간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잘 나타내고 있다 합니다. 아시모프는 소설에서도 로봇이 그렇게 안전한 기계이고 도구라고는 표현하지 않았다 하네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인간이 한 짓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괴물이 한 짓이라고 믿고 싶은 범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로봇을 통해 시켜오다가 어느날 갑자기 인간보다 더 지능이 뛰어나게 되어 거꾸로 하극상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그런 일들이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으리라 느껴지네요. 오싹합니다. 

2. 로봇이라는 단어는 20세기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가 쓴 <로섬의 만능 로봇>(1920)이라는 희곡에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 묘사된 로봇은 실제로 기계가 아니라 미국의 로섬사가 인공 단백질로 만든 인조인간이지요.

초기의 로봇이라 하면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통으로 만들어진 금속형 인간이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일본에서는 로봇과 관련된 애니메이션이 유명하고 실제로 잘 만들어냅니다. 그들은 로봇이 기계로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그 안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고전의 소설과 영화는 그 사회와 시대의 편견과 가치판단을 잘 묘사하고 있지요.

그래서 실제와 비슷한 인격을 가진 개체로 다루는데에도 망설임이 없다고 하네요. 또 죽었다 해도 인간 신체에 머물러 있던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해요. 각 나라의 민족 특성마다 다 관념들이 틀리겠지만 이런 일본인들의 의식에는 애니미즘적인 생명관이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3. 아시모프가 생각하는 문제의식은 로봇과 인간간의 식별 문제입니다. "탄소와 철"이라는 두 개의 원소를 이용해 인간과 로봇을 대표하도록 했지요. 이런 생각을 옮긴 소설이 <강철도시>(1954)입니다. 여기에는 일라이저 베일리라는 주인공 인간과 다닐이라는 로봇 형사가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해 가지요.

이처럼 배경이 다른 두 인물을 이용한 영화로는 <흑과 백>(1958) <밤의 열기 속으로>(1967) 등이 있습니다. 둘다 흑인과 백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강철도시>의 원래 제목은 "철의 동굴"이었는데 이는 <프랑켄슈타인>의 빅터의 괴물이 살았던 알프스의 '얼음 동굴'의 공간을 의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소설과 영화 등 허구 속의 괴물들을 대상으로 현재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과 연관시켜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두개의 개체가 공존할 수밖에 없음을 작가는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이 책은 200년전 괴기 고딕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중심으로 SF영화와 근대 공포소설 속의 괴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투명인간, 드라큘라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속의 조스, 쥐라기 공룡, 원자폭탄 등까지 광범위하게 소개합니다.

초기에는 괴물의 추악한 모습이 무섭다라고 느끼지만 실제로 무서운 것은 인간과 식별이 되지 않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얘기하죠. 특히 '블랙박스화' 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 시대에 믿기 어려운 사건을 일으키는 비인간적인 '괴물'들을 잊기 위해 원인규명도 없이 사건을 덮어버린 결과 우리에게 나타나는 불안감을 의미합니다.

괴물이 등장하는 매체들은 대량생산시대 사회의 특징인 "히스테릭성 불안"을 잘 묘사해주고 있습니다. 

저자 오노 슌타로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은 창조된 생명을 기계처럼 일방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지, 지성과 언어를 가진  생명을 어떻게 다룰지, 인간과 괴물의 경계선은 과연 어디인지에 대해서 끊임없는 질문을 합니다. 역자분들은 일본 고전연구회 회원 들로서 전남대학교의 일어일문과의 교수 및 강사분들이네요. 

일본에서 문예비평가이면서 문학, 영화, 젠더문제를 주제로 집필하는 저자는 "인간은 언제 괴물이 될까?" 라고 하는 조금은 심오한 주제를 영화를 예로 들면서 명쾌하게 해설해 주고 있습니다. 아무튼 특이한 소재의 이번 책은 일독해보면 작가의 독특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체험하게 될 듯합니다.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

괴물을 낳는 과학기술과 인간 내면의 악마성을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역작! 일본의 저명한 문학평론가이자 문예비평가인 오노 슌타로가 기계와 인간의 관계,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인간성의 폐해 등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해낸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0여 년 전 출간된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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