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본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로는 이번 <우리 사이 어쩌면>이 두 번째인 듯합니다. 좀비나 뱀파이어, 늑대가 등장하는 호러 및 액션이 넷플에서는 다소 끌리더라고요. 너무 액션만 보다 보면 잔잔하고 애잔한 멜로물들도 보고 싶게 만들지요.
넷플의 추천영화에서도 바로 이 작품이 몇등안에 들어와 있어서 이기도 하지요. 너무나 많은 안 본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이걸 언제 다 볼지, 염려스러우면서도 때론 행복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넷플의 영화들이 대형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의 중간쯤을 잇는 그런 가교적인 작품과 내용들이 많아서 스마트폰용으로 보기에는 최적인 건 사실이죠.
약한 스포가 포함이 되겠고요. 메인이 되는 두 남녀 주인공은 얼굴 모양도 친숙한 아시아쪽의 미국 배우들입니다. 사샤 역의 앨리 웡은 베트남 또는 중국계인 듯하고요. 연기할 때 보면 문득 지오디의 박준형의 모습이 가끔씩 튀어나와서 깜짝 놀랍니다.
마커스 역의 랜달 박은 한국계네요. 반갑네요. 사샤의 바람둥이 남편으로는 이 또한 한국계(부산 출신) 배우 다니엘 대 킴이 출연하죠. 이 분은 로스트와 헬보이2 에서 등장했었지요. 선 굵은 광대뼈가 상당히 위압감을 주는 모습입니다.
한 명을 더 들면 사샤의 어릴적 배우로 나온 여자아이도 미야 체크로 <림 오브 더 월드>에서 활약했던 일본계 배우지요. 사샤는 어릴 적에 바쁜 부모들의 밥벌이로 혼자 밥을 먹을 때가 많았는데 바로 옆집에 사는 마커스네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할 때가 종종 있었지요.
이렇게 어릴적부터 둘은 스스럼없이 친하게 커온 사이입니다. 훌쩍 나이가 들어서는 더욱 친밀한 사이가 되었는데 어느 순간 둘은 사소한 말다툼으로 서먹서먹 헤어지게 되지요. 남녀 사이의 문제는 언제나 사소한 것에서부터 발생합니다.
16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사샤는 유명한 식당의 셰프가 되었고 마커스는 아버지와 에어컨설치 기사일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보기와 다르게 밥벌이인 기사 근무 외엔 밤에는 밴드에서 건반을 치면서 랩을 구사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좀 특이하지만 열심히 취미생활을 하는게 부럽기도 합니다. 사샤는 새로 오픈하는 식당의 감독을 위해서 새로 묶을 집을 물색하다가 집수리를 맡겼는데 이 곳에 마커스와 아버지가 떡하니 등장을 하는데요. 바람둥이 남편이 결혼식도 연기하고 잠깐 떨어져 있자고 제안한 상태이지요.
남편은 과연 성실하고 좋은 남편이었을까요? 물론 아니겠죠. 남편의 이탈행위에 마음까지 상심한 상태였고 사샤도 6개월 동안 타도시에서 새 남자 친구를 구해본다는 다소 막 나가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털털한 성격의 마커스한테는 왠지 끌리지가 않지요.
사샤는 새남친이 생겼다면서 마커스와 식사 동석을 제안하게 되는데 새 남자 친구가 바로 유명 배우 키아누 리브스입니다. 양 뺨에 그 흉한 털은 왜 원숭이 같이 붙이고 나오는지. 보기엔 별로지요. 안경도 알도 없는 채로 쓰고 다니는 다소 엉뚱한 캐릭터로 등장하지요.
키아누가 묵는 호텔에서 네 명이서 게임을 하다가 마커스의 자존심을 살살 긁어놓더니 급기야 마커스에게 주먹세례를 당하는 키아누. 스피드의 액션 영화와 존윅의 무자비한 히어로가 이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깜짝 연기를 선보이네요.
마커스의 특징은 사샤와의 말싸움에서 싫거나 나쁜 상황이 와도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과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저 약간 찡그리는 표정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무던한 성격 같기도 하지만 결정적일 때 본인의 의견을 확실히 피력하지 못하고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듯 묘사되지요.
조금 답답한 면이 보입니다. 사샤를 내심 좋아하면서도 당당히 말할 기회를 자꾸 놓쳐버리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인생에서 기회가 자주 오는게 아니 듯, 긴가 민가 한 생각이 들면 일단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또 실패하면 어떻습니까. 다시 수정해서 또 해보면 되지요.
그런 결심과 도전의 반복되는 과정이 인생이 아닐런지요. 사샤와의 관계도 틀어지자 밴드 활동에서도 불만이 표출되어 흥미도 잃어가지요. 술에 취한 건지 밴드 오디션에서 드럼에다가 쉬~를 해대는 기이한 장면까지 나오지요.
마커스는 홀로 되신 아버지의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며 항상 부담감을 느끼지만, 어느날 집에 가보니 아버지가 새 애인을 구한 듯 "나는 괜찮으니 너의 앞길을 챙기라"는 투의 훈계까지 듣지요. 역시 아버지는 강했습니다. 마커스 본인의 마음과 중심만 바로 잡으면 되는 거 였습니다.
외국 아버지의 마인드는 역시 쿨하네요. 한국 같았으면 아들이 늦게까지 장가를 못 간 상태라면 아버지는 다른 새엄마를 만나기가 그리 쉽지는 않지요. 정서상으로요. 미국은 다르군요. 마커스의 밴드에서는 테니스공과 같은 협찬 상품들도 많이 팔렸었는데 알고 보니 사샤가 그동안 다른 사람 이름으로 그 공들과 기타 상품들을 사주고 있었더랬지요.
여기에 감동한 우리의 마커스. 그녀의 본심을 알게 된거지요. 역시 결말은 해피엔딩 이겠지요? 어렸을 때 단짝이었는데 어느 순간 기억에서 지워졌다가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되더니 결국은 짝이 되는 상황은 우리의 기억 저편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흔한 스토리이지만, 우리 모두도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앞서지요. 로망이라고 할까요. 이 작품처럼 맺어진다면 진짜 영화와 같은 이야기겠지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대리만족을 해보는 것이 이런 작품을 감상하는 이유일 겁니다.
눈물, 콧물 쏙빼서 편두통을 일으키는 그런 스토리는 아니지만, 잔잔하게 감흥할 수 있는 그런 로코입니다. 어깨를 들썩이면서 랩을 구사하는 마커스의 모습이 쫌 어색하긴 해도 "키아누를 때려눕혔다"는 가사에 한번 웃게 되네요. 앞으로도, 아시아계의 배우들이 많은 영화에서 독특한 역할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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