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의 압박수사에 진실을 오락가락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마리.

넷플릭스에서 방영해주는 미니시리즈 중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미 감상하신 많은 시청자의 평들 또한 상당히 좋더라고요. 미국드라마로써 총 8부작으로 되어있는데요.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분량의 시리즈입니다. 

화질 또한 상당히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과 함께 깨끗하게 송출되고 있습니다.


홀로 사는 연약한 여인들만 노리는 연쇄 성폭행범을 잡는 두 여형사의 끈질긴 분석과 추적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두 여형사역을 한 배우들은 에미상을 수상한 베테랑 있는 연기자들이지요. 토니콜렛매릿웨버가 바로 그들입니다. 

그와 함께 진지한 연기력을 선보인 미성년 피해자 역할을 한 마리 역에 케이틀린 데버가 열연을 해주고 있습니다.

마리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위탁가정에서 자라온 약간 불우한 성장기를 거친 외로운 소녀인데요.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복면을 한 남성한테 성폭행을 당하고 맙니다.

경찰에서 진술하게 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본인이 폭행을 진짜로 당한 것인지 아니면 꿈을 꾼 것인지 자꾸만 헷갈리는 진술을 하지요. 

보는 저도 이 여자애가 정신이 이상한 혹시 사기를 치는 교묘한 전술인가 의심을 하게 되는데요. 

* 많은 고민과 생각으로 사건의 핵심을 파고 들어가는 형사 듀발.

오똑한 콧날에 얼굴에 주근깨가 많이 있어서 장난기 가득하게 보이는 것이 그런 느낌을 더 주거든요.

이렇다 할 큰 액션 장면은 없지만 차분하고 무겁게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에 다음 화를 꼭 보게 만드는 묘한 흡인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몰아서 이틀 만에 다 보게 되는데요. 출근을 해야 하는 평일인데도 늦게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마리를 취조하는 두 남자 형사는 왠지 모르게 귀찮은 듯 사건을 없었던 일로 급하게 처리하려는 무사 안일주의에 빠진 전형적인 공무원의 표상을 보여줍니다. 


어린 소녀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같이 아파하기는커녕 오히려 큰소리로 윽박지르고 빨리 사건을 종결지으려는 극악무도한 비리 경찰을 떠올리게 하지요. 

보는 족족 두 경찰을 때려주고 싶은 그런 느낌을 받게 되지요. 

결국은 마리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처음 진술과 달리 거짓 진술을 했음을 시인하고 오히려 해당 시로부터 허위진술을 했다고 고발을 거꾸로 당하기까지 합니다. 

경찰서에서의 취조의 특징이 상황을 파악한다면서 똑같은 대답을 몇 번씩 반복하도록 하게 하는 그런 나쁜 상황일 겁니다. 

* 다혈질 베테랑 고참형사 그레이스. 범인검거의 공을 듀발에게 돌리는 인간성있는 형사이지요.

보호를 받아야 할 피해자가 제풀에 지치고 포기하게 할 정도로 심란하게 만들지요. 

같은 진술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취조방식인가요. 

어린 마리는 아마도 집에 빨리 가고 싶은 충동에 질려버려서 제대로 된 진술을 못 할 정도가 되었던 것이죠. 

이렇게 한번 경찰서에서 취조를 당하고 안 좋은 소문이 퍼지자 친구들과 친척, 심지어 위탁 부모에게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마리는 직장에서도 적응을 못 하고 일상생활에서도 불안정한 상태로 은둔적인 생활을 하게 되지요.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는데 미국의 다른 여러 도시에서 마리가 당했던 수법과 유사한 폭행 범죄가 계속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에 여형사 듀발은 그의 진지하고 차분한 분석능력을 발휘하면서 최근 서로 다른 도시들의 연쇄 폭행 사건이 무언가 관련이 있음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런 가운데 또다른 도시의 열혈 베테랑 형사인 그레이스와 함께 공조를 벌이게 됩니다. 


두 여형사의 범죄에 대한 촉이 드디어 위력을 발휘해가게 되죠. 

두 여형사의 남편들도 모두 형사인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형사 집안들인데요. 

범인색출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분석 전문가들의 우연한 단서 발견으로 점점 그 수사망을 좁혀가게 됩니다. 

특히나 인턴의 추리와 활약이 많은 도움을 주게 되지요. 

* 연쇄범인은 나이를 불문하고 나이 지긋한 할머니의 인생도 아랑곳하지 않는군요.

결국엔 범인이 범죄 현장에서 증거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인 것을 필두로, 아마도 경찰의 소행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하지요. 

저 역시 보다 보니, 저 두 여형사의 남편 중에 한 명이 범인이 아닐까도 의심을 해보게 됩니다. 

남편들 체격과 모습이 약간 범인을 해도 될 스타일이었거든요. 

예상은 계속해서 빗나가면서 급기야 백인 남성인 두 형제에게 집중되었지요.

* FBI의 강직한 흑인수장과 결정적 단서를 찾아내는 신참인턴.

첨엔 큰 키의 남동생을 지목했으나 결국엔 그 형이 붙잡히게 되지요. 

전직 군인 출신으로써 자막에 한국에서 복무했다는 말도 두 번씩 나오네요. 

그는 경찰들의 지침이 되는 두꺼운 책의 범죄심리학 서적까지 탐독하는 그야말로 철저한 범인이었습니다. 

그가 전국을 돌면서 찍은 피해자들의 사진들에서 바로 마리의 사진들도 나오게 되지요. 

마리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던 거지요. 그녀는 정말로 폭행을 당한 피해자였습니다. 

이렇게 범인이 잡히자 시에서는 쥐꼬리만 한 보상을 해준다고 하는데요. 

변호사를 통해서 훨씬 많은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마리는 15만 불 정도로만 보상을 받고 이 아픈 상처와 기나긴 투쟁을 끝내기로 합니다. 

그 돈으로 지프차를 사서 바닷가로 훌쩍 여행을 떠나게 되지요. 

* 용의자로 떠오른 형제중 남동생의 컵지문을 채취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는 듀발형사.

그녀는 이 미제의 사건을 해결한 듀발 형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고맙다는 말을 진심 어리게 건넵니다. 

그 둘의 대화가 정말 이 드라마를 정리해주는 클라이맥스가 되지요. 

묘하고 진한 감동이 가슴에 차분히 다가옵니다. 뭉쳐있던 응어리가 탁 터져버린 느낌이랄까요. 

고통스럽고 외로웠던 마리의 침울했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왠지 모를 울컥함도 받게 되지요.


폭행을 당하면서 이 세상에는 이제 도저히 믿을 사람도 없고 저주로만 가득 찼던 세상이었는데, 듀발 형사와 같이 끝까지 악의 근원을 뿌리 뽑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다가가 위로와 공감을 해주는 좋은 사람도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마리가 이렇게 좋은 감정으로 다시 세상을 살아가게 된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기쁘네요. 

너무나 가슴 아픈 소재이지만, 그걸 극복하고 해피엔딩의 결말은 너무나도 포근했습니다. 

마리는 자기를 취조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렸던 남자 형사에게도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기까지 했지요.

* 과묵한 듀발 형사는 과감하게 직접 용의자를 검거하는 쎈언니였네요.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실화(퓰리처상 수상)에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요즘같이 세상이 흉흉한 곳에서 하루하루 여자분들이 살아가는 게 두렵고 공포스럽기까지 하지요.

작금의 현실을 잘 반영한, 여성들이 꼭 보아야 할 그런 좋은 드라마 같습니다. 

마리 역의 많은 눈물 연기와 심리적 갈등의 표현들은 정말 잘 반영되었네요.


오랜만에 볼만한 수작인 넷플릭스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드라마입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조차 진실이 불편하면 더 이상 믿지 않아요." 라는 마리의 대사가 가슴에 와닿네요.

* 마리는 듀발형사에게 고맙다는 말을하고 따뜻한 세상이 존재함을 느끼지요.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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