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를 잃은 두 모자의 임시거처를 향하는 마음. 과연 그 열린집의 정체를 알고나 있을까요.

평소에 호러물은 잘 안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가열찬 용기를 내어서 한번 보기로 했습니다. 

넷플릭스에 있는 최근작들도 열심히 보고 있지만, 왠지 점점 더 강력한 스토리와 영상을 요구하게 되더군요. 

아시다시피 넷플릭스의 내용들이 대체로 처음엔 괜찮은 듯하다가 끝마무리가 좀 아쉬운 작품들도 많고요. 

계속 늘어지는 이야기에 조금은 루즈해지거나 좀 지겹게 느끼는 때가 있잖아요? 

*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괴이한 소음. 로건은 무언가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이럴 때 공포물 같은 것을 한번 봐주면 깜놀과 오싹함을 이 더운 늦여름을 잊기에 제격이지요. 

그렇게 고르다가 택한 호러물이 바로 <열린 문틈으로인데요. 원제목은 Open House인데 이게 왜 열린 문틈으로라고 짓게 됐는지는 참. 

아무래도 시청자들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한 비책이겠지요. 영화에서 문이 많이 나오긴 합니다.

기존의 호러물은 주로 좀비들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봐왔는데요. 

좀비물은 폭력과 액션 같은 시원함을 선사하기도 하고 고스트가 나오는 막강 호러가 아니기에 접근하기가 그나마 쉽습니다. 

저는 이번 열린 문틈으로는 고스트가 등장하겠거니 예상했으나 전혀 그렇지가 않군요. 일단, 아래 내용엔 약간의 스포가 있음을 말씀드리고요.

포스터의 남자 주인공은 딜런 미넷이라고 하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 바로 루머의 루머의 루머씨리즈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여기서도 사각 검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나와서 상당히 지적으로 보이는데요.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를 좀 많이 닮은 듯해서 그런지 조금은 친근해 보이지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그와 반대로 다소 나약한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극 중 이름은 로건으로 불리는데요. 

달리기를 좋아해서인지 매일 뜀박질을 열심히 합니다. 그의 부모 모두 이런 로건의 달리기 시간까지 체크해주면서 올림픽 선수감이라고 적극적으로 추켜세우지요. 

아마도 장거리 육상선수가 꿈인 거 같습니다. 

* 눈이 안좋아 콘텍트렌즈를 끼는 로건. 후에 괴한이 렌즈를 빼서 흐릿한 시야로 도주를 하는데요.

이렇게 잘 살다가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오던 아빠가 그만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게 되죠. 

너무 등장하자마자 금방 배역이 사라져 버리네요. 심장마비를 일으킨 운전자한테 치인 것이죠. 

갑작스레 가장을 잃어버리고 남겨진 재산도 별로 없는 가난한 모자는 이모가 소유한 숲속의 별장에서 기거하게 됩니다. 

이 별장은 평일에는 두 모자가 쓸 수 있고 휴일에는 방문자들이 집을 보러오는 그런 상태인데요. 

참 살기 희한한 시스템이죠. 임시거처라고 생각해야겠죠. 영어의 원제처럼 바로 오픈 하우스. 열린 집인 거지요.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오자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아는 척들을 하는데요. 

나이 많은 아줌마는 치매끼가 있는 상태라서 자기 남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헷갈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마음은 따뜻해서 음식을 만들어서 두 모자에게 제공도 하지요. 

* 새로 이사온 편의점에서 마주친 요상한 아줌마. 혹시 이 아줌마가 괴한아닐까 급의심을 했지요.

또한, 잡화점에서 마주친 젊은 흑인 아저씨도 상당히 친절해서 로건의 엄마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로건은 그런 상황에 거부반응을 하죠. 

공포 영화의 공식은 바로 긴장감 있는 배경음악입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자꾸 들려오는 소음이죠. 

그 소음을 검사하러 깜깜한 지하실을 홀로 손전등 하나만 가지고 갑니다. 지하실엔 왜 전등이 없는 걸까요

꼭 손전등만 켜야 할까요? 또 샤워를 하면 갑자기 물이 차가워지죠. 그것도 여러 번.


그러면서 타월만 두른 채 또 손전등만 가지고 지하 보일러실을 가죠. 누군가 점화 밸브를 자꾸 OFF로 바꿔 놓은 상황이 반복됩니다. 

배경음악과 배역들의 조심스러운 탐색을 하면서 안심을 시키는 찰나 갑자기 툭 튀어나오거나 큰 음향으로 놀라게 하는 방식은 여전합니다. 

알고보면 별것도 아닌 상황인데 가슴을 조이게 만들어 놓고 갑자기 깜놀을 시키는 그런 식이지요.

이 영화에는 고스트는 나오지 않기에 집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은 소음과 자기가 쓰는 물건이 있던 자리에 없어지는 경우를 들 수 있지요. 

* 친절한 옷가게 아저씨. 이 분 용모도 왠지 괴한을 해도 될 듯한 분위기인데, 과연 그럴까요?

스마트폰을 충전해 놨는데 갑자기 없어진 상황. 먹고 있던 콘푸레이크 그릇이 제 위치에 없고 다른 곳에서 다시 나타나는 경우.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을 가지고 계속 의심하면서 동선을 쫓아가면서 벌어지는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로건이 이 집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엄마는 그런 일을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지요. 

로건은 악몽도 가끔씩 꾸면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벌이는 일인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어느 날 집에 와보니 누군가 들어와서 아예 식탁에 촛불도 켜고 음악도 크리스마스송을 커다랗게 틀어놓는 대담한 짓을 해놓았지요. 

급기야 경찰을 불러서 조사해보지만 발견되는 것은 없습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모자는 친절했던 옷가게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하룻밤 경비를 부탁하지요. 

역시나 그동안 공포감을 조성했던 것은 어떤 미지의 인물인데요. 이 인물은 끝까지 그 정체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검은색의 형태로 덩치가 큰 괴한 정도로만 묘사가 되는데요. 


옷가게 직원도 무참히 살해하고 엄마를 의자에 묶어버리고 손가락을 사정없이 부러뜨리기까지 하는데요. 

이 시점에서 우리의 멋진 아들 로건이 크게 한방 해주겠거니 했습니다만 무력하게 활약을 못 합니다. 

날이 샐 때까지 도망만 다니다가 결국 개울가에서 괴한에게 붙잡히는데요. 

달리기를 그렇게 잘하는 운동하는 청년이 엄마도 또한 자기 자신도 이렇다 하게 보호하지 못하고 힘없이 정체 모를 괴한에게 당하고 말다니.

* 이상한 아줌마가 주고간 빵을 먹어서그런지 달리기를 하다가 구토를 하는 로건. 불행의 전조증상일까요?

좀 씁쓸한 결말이긴 합니다. 혹시 2편을 만들기 위한 떡밥을 제공한 것일 수도 있겠죠. 그 괴한은 과연 누구일까요? 

저는 치매를 앓았던 부인 남편의 짓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했습니다만 모르겠네요. 감독만이 알겠죠. 

이렇게 벙 뜨는 결말로 끝내는 호러영화도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끝까지 뭔가 시원한 마무리나 그래도 무언가 있을 거라는 의구심만 남긴 채 자막이 올라 가다니 좀 더 쇼킹한 호러영화를 기대했는데 좀 뜨뜻미지근한 상태입니다. 

* 유유자적히 사라지는 괴한. 하지만 열린집은 항상 열려있지요. 다음 희생자를 유인하는걸까요?

조여오는 긴장감과 깜놀 몇번 말고는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두 모자를 해코지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구조.

뭐 이런 형식의 영화도 가히 나쁘지는 않네요. 이런 종류의 영화구나 생각하니 다른 공포 영화도 한 번씩 도전해 볼 수 있겠네요. 

이런 작품을 상상의 허를 찌른 영화라 할 수 있을는지 아니면 넷플릭스의 고질병인 처음엔 잘 나가다가 마지막이 허무한 B급 영화라고 할런지 여하튼 그러네요. 

내용에 비해 제목을 너무 잘 지은 영화 <열린 문틈으로> 호러영화 보기 도전에 자신감을 부여해준 영화였습니다.

(사진=넷플릭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