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를 정처 없이 헤매 보는 탐방길의 마지막 피날레를 위해서 바로 <승리전망대>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철원의 지도상 동북쪽에 자리하고 있고 248킬로가 되는 DMZ 비무장지대의 정중앙에 위치한다고 합니다. Center라는 말이 느낌이 좋잖아요.
어딜 가나 중앙에 있으면 양쪽 측면도 다 보고 왠지 세상의 중심에 있는 듯한 뿌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죠. 열심히 액셀을 밟아서 가다 보니 군인 아저씨들이 검문을 하고 있고 간단한 방문 목적과 신상 등을 적게 하더군요. 견학 끝나고 다시 이쪽으로 나가실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인지까지 묻고요.
매표소에 도착하니 차 한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많이 한적한 느낌입니다. 일요일에다가 하늘이 조금 어두운 구름이 껴서 비가 올 것 같아서 그런지 사람이 안 보입니다. 매표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서류 두장을 작성하고 차위에다가 자석으로 된 것을 붙이라는데요.
바로 영화에서 잘 나오는 형사들이 추격할때 붙이는 사이렌 경고등입니다. 그냥 오렌지색으로 자석같이 척 붙네요. 소리나 불빛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범인 잡으러 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도착하기 바로 5분 전에 관람객 한 팀이 출발했나 보더군요. 한 시간마다 팀별로 관람객분들을 모아서 같이 출발하는가 봐요.
딱히 기다리기도 뭐하고 해서 매표소 옆의 의자에 앉아서 오늘의 주요뉴스를 좀 보게 되었죠. 옆에 나무들이 있는데 벌들이 있는지 왱왱거리는 소리가 좀 납니다. 주변을 둘러보려고 일어나서 의자 옆 계단 쪽으로 가는데 누군가 왼쪽 팔의 시계 부분에 주사를 놓는 기분이 들더군요.
가려운 것 같아서 좀 긁으려 하는데 엄청 따끔해서 살펴보니 그놈의 벌이 쏘고 도망갔네요. 금세 발갛고 둥그렇게 부풀어 올라서 최대의 특효약인 침을 좀 마구 발라줬습니다. 태어나서 벌에 쏘이기는 첨입니다. 이렇게 따가우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지요. 보니까 주변에 벌들이 많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무슨 양봉업자가 관리하는 곳도 아니고 좀 무섭네요. 어떤 분들은 벌이 주변에 날아다녀도 호흡에 이상이 오거나 한다는데 저는 쏘이고 나서 퍼뜩 이러다 기절하거나 숨을 못쉬면 어떡하나 정신이 퍼뜩 들더군요. 전망대 가기 전에 병원으로 먼저 가는 게 아닐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관람객들이 와서 휴식을 취하는 의자 근처에 벌들이 서식하게 한다는 것은 안전에 무지한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만약, 벌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크게 다친다면 이 곳은 안 좋은 곳으로 뉴스에 나오지 않을까요. 가만 생각해보니 이건 정말 빨리 시정해야 할 사항입니다.
지루한 50분을 기다리자 관람객들의 차가 몇 대가 더 늘어났네요. 제차가 블랙박스가 없다고 제일 선두에 서서 가게 되고 매표소 직원인 아주머니께서 제 뒷자리에 탔습니다. 조수석이 워낙 정리가 안되고 지저분해서 말이지요. 10여분 정도 걸려서 전망대에 도착하니 비가 조금씩 내립니다.
직원분이 커다란 모형지도에서 지시봉을 들고 브리핑까지 하십니다. 표도 팔고 인솔도 하고 설명까지 하는 것은 처음 보네요. 월급이 많지 않겠나 추측해 봅니다. 앞에 펼쳐진 풍경들은 비무장지대라 수풀이 사람 키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 사진 촬영도 가능한 구역에서만 할 수가 있고요.
날씨가 좀 더 화창할때 왔으면 북쪽 저 멀리까지 볼 수가 있었을 텐데 구름과 안개로 인해 시야가 탁 트이지 못한 게 아쉽네요. 세계 마지막 분단국가의 면면은 바로 이 곳에서 확인할 수가 있는 거지요. 어서 빨리 이런 철책선을 뭉개고 자유로이 북쪽 너머까지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더 내리는지라 벌에 쏘인 얘기를 했더니 그 심각성을 좀 느끼시는 것 같네요. 벌과 연관된 나무를 다른 곳으로 심어야 하겠다고 말이죠. 승리전망대는 입장료 2천원과 주차비 2천 원 해서 4천 원에 관람을 할 수 있습니다. 전망대 브리핑 룸에 있는 군인하고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쉽다고 어떤 아저씨는 후회하시네요.
다음 코스는 <매월대폭포>인데요. 철원의 남쪽 방향으로 향해야 합니다. 이 곳은 복계산 자락에 위치해 있고 바로 김시습의 호를 딴 폭포입니다. 수양대군의 왕위찬탈에 열받으셔서 8명의 선비와 같이 칩거하여 생활하던 곳이지요. 생육신 매월당 김시습이 바둑을 두며 단종의 복위를 도모한 것입니다.
비가 간간히 내리는 날씨에도 관광버스와 함께 많은 관람객들이 음식들을 먹으면서 흥에 취해 있지요. 왼쪽 등산길로 약 20분 정도 걸어가야 되는데요. 숲 안으로 들어가니 좀 어두운 게 혼자라서 오싹합니다. 소나기도 가끔 내려서 우산도 썼다가 벗었다고 하고요.
길이 있는데 좁고 명확하지가 않아서 구글지도를 보면서 쫓아갑니다.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서 보니 바로 폭포인데요. 흘러내리는 폭포의 벽에 초록색의 이끼들이 보기에 신선합니다. 폭포수 아래에 잠시 고여있는 물든 투명하고 깨끗해서 너무나 맑습니다.
잠시 감상을 하고 비가 또 올지 몰라서 열심히 하산을 합니다. 아무도 없이 혼자 산행을 하면 누가 좀 나타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 지지요. 반쯤 내려가 보니 여자 한분이 이제 올라가려는지 잠시 머뭇거리는데 좋은 경치를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담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인 것이지요.
어디든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서 산행은 많이 위험해 보입니다. 폭포를 보기 위한 주차나 입장료는 없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맛집 검색을 해서 찾아간 곳은 고석정 입구 근처에 있는 <어랑손만두국> 이라는 곳입니다. 떡만두국이 8천 원인데 반찬은 북어채, 새우가 주어지고 만두는 큰 거 3개가 나오지요.
국물이 생각보다 조금 진하진 않고 밋밋하면서 맑은 국이랄까요. 좀 찐한 국 맛을 기대했는데 거기까지는 못 미치네요. 여튼 잘은 먹었습니다. 이제 철원의 기억들을 가득 담고 집으로 고고하렵니다. 언제 또 한 번 철원의 안 가본 곳들을 다시 방문하게 될지 그때가 벌써 기다려집니다.
'* 일상이야기 >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 원주역사박물관 : 구석기부터 현재의 원주를 한눈에, 최규하대통령의 생가터관람까지. (0) | 2019.07.01 |
---|---|
소금산 출렁다리 : 강원 원주 국내 최장, 최고 높이의 오싹함과 소형금강산을 간접체험. (0) | 2019.06.30 |
강원도 철원 추천명소 방문기 여섯번째 리뷰 : 신흥사의 말사 <도피안사>, 395고지 <백마고지 위령비와 기념관> (0) | 2019.06.24 |
철원 무작정 방문여행 다섯번째 리뷰 : 금강산사우나(금강산타운), 로얄파크, 철원향교 (0) | 2019.06.23 |
강원도 철원 여행길 그 네번째 이야기 : 노동당사, 소이산 재송평, 철원막국수집 (0) | 2019.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