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들었거나 이해가 됐을때에만 사랑하고 거두는 사랑이 아니라, 존재 자체인 부모의 사랑은 자식의 동의가 없어도, 자식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코 멈출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저자인 혜민스님은 하버드대를 다녔었다고 나옵니다. 기타 다른 유명대학도 종교학 관련으로 거치셨었네요. 이렇게 훌륭하신 인재분이 스님이라는 직업을 가지셨다는 데에 조금은 의구심과 함께 놀라게 됩니다. 게다가 전문작가들도 쓰기 힘든 좋은 내용의 책을 몇 권씩이나 발표하신다니 정말 속세에 존재하지 않는 보통인은 아니라는 생각 또한 하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따듯한 말들로 구성된 도서들을 스님분들이 많이 내십니다. 불교에서 수많은 수행 결과 그런 내공이 글자로 표출되는 걸까요. 갑자기 승복을 입어볼까라는 힘겨운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각설하고요. 이 책은 여러 가지 큼지막한 주제들로 각각 길지 않은 덕담과도 같은 대화체 문체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그 중에서도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 조금은 관심이 가는데요.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회상을 느낌으로 적어놓고 있어요.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고 맞아 그럴 거야 그랬어!라는 감탄사가 가슴속에서도 자꾸 되뇌게 됩니다.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건강에 관한 부분이 제일 클 겁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의 목사 아버지의 둘째 아들에 대한 사랑처럼 가슴 심연에서 항상 흐르는 사랑은 오늘의 부모님들 모두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냥 평범한 아들도 아닌, 출가한 아들도 당연히 낳아준 부모가 있는 것이죠. 젊을 때는 그렇게 곱고 현명하시고 지혜롭던 분들이 어느샌가 머리가 희끗해지고 몸도 왜소하지고 각종 병에 나약해지시는 것을 보게 되면 이루 안타까움이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작가분이야 부모님들이 아직은 그래도 건장하리라 보이는데요. 본인은 이미 몇년전에 어머니를 여의게 되었죠. 아버지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부정과 비리를 모르시고 꼼꼼한 성격이신 반면, 어머니는 오히려 할 말을 다하는 생활력면에서는 여장부 같은 스타일이셨죠.

아들만 삼 형제인 집에서 어머니 혼자서 많지 않은 아버지의 월급으로 항시 불만이 많으셨었죠. 조그만 구멍가게도 하셨고, 보험판매원 생활도 하시면서 부족한 우리의 교육과 뒷바라지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둘째, 셋째는 모두 독립을 해서 가정을 꾸렸으나 첫째는 아직 혼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병이 없어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닙니다. 병이 있더라도 그 병을 잘 관리해가면서 오래 사는 것이지요. 주위의 병과 싸우시는 분과 그 곁을 지켜주시는 가족분들 모두 끝까지 희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혼자가 편해서인지 어떤 죄책감 때문인지 그런 기구한 삶을 살고 있죠. 장남이기에 부모님의 기대가 너무 컸고, 국민학교 때는 곧잘 공부를 잘했으나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결국엔 지방 대학에 겨우 들어가게 되었죠.

아마도 의사가 될 거라 믿었던 어머니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솔로를 만든 작지 않은 이유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남모르게 어머니의 속마음을 썩혔던 탓인지, 어느 날 큰아들의 집에 오신던 길에 통화를 하시던  중 갑작스럽게 비명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겨 버립니다.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시던 중 난 사고였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시지는 않으셨는데 넘어지시면서 머리 쪽을 부딪혔고 좀 정신이 얼얼해지신 것 같았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청천벽력같이 어머니는 악성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으셨지요.

자식을 너무 애지중지 키우면 오히려 망칠 수가 있답니다. 엄청 공 들인 첫째보다 둘째 셋째가 더 효도하고 더 잘 되는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자식교육은 부모맘 같지 않은 것이지요.

그렇게 서울에서 뇌수술을 몇 차례 받으시고,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시고 어머니를 옆에서 직접 간호하셨으나 1년 반 정도 지나 결국 세상을 등지시게 되었습니다. 십몇 년 전부터 두통이 너무 와서 머리가 깨질듯하는 게 자주 있었는데 그때마다 진통제로 달래 시기만 하셨었죠.

그럴 때 빨리 병원에 가서 검사라도 더 자세히 받았다면 하는 후회가 너무나 듭니다. 뇌수술은 너무나 끔찍합니다. 성격이상이 와서 주변 사람들을 너무나 힘들게 하지요. 오히려 팔다리 같은 쪽을 못쓰면 모를까 정말 뇌를 손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 하더라도 저런 상태까지 되도록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제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이게 모두 장남인 본인의 안정적이지 못한 직장생활과 결혼하지 못한 죄 등이 누적되어 결국 어머니에게 죗값을 병으로 주신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지금도 한편에 쌓여있지요.

오랫동안 같이 생활했고 익숙하니까 표현을 안해도 다 알거야 하지만 결론은 '그냥 다 모른다' 입니다. 

집안에 여자라고는 어머니 혼자였는지라, 식사 차리는 것과 설거지 등을 할라치면 그 양이 얼마나 많을까요. 삼시 세 끼를 그렇게 어머니 혼자서 주방일을 다 하신 겁니다. 그 당시 철이라도 들어서 조금씩 거들어 드렸더라면 하는 후회도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어떤가요.

남자가 주방일은 하지 않는 거다 라고 만류하시지요. 언젠가는 그러시다가 밥 먹고 누워만 있지 말고 그릇이라도 좀 치워줘라 하시면서 화를 내신적도 있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으면 그렇게 소리를 질렀을까요. 남자 네 명의 먹을 것을 혼자서  다 차리고 치우고 정리까지 매 세끼를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으니, 저라도 딴 데로 아마 도망을 갔을 겁니다. 

어머니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시고 또 실제로 잘하십니다. 각종 축제 때마다 참석하셔서 굵직한 상들을 많이 타셨고 실제로 들어봐도 너무 잘 부르십니다. 언젠가는 음반을 한번 내고 싶다 하시면서 돈 천만 원 정도 든다 하시면서 눈치를 보시던 때가 생각나네요. 

본인을 무조건 희생하는 것은 그가 돌보는 사람에게도 길게 볼때는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행복해야만 그 사람도 오랫동안 잘 돌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었다고 생각하니 그깟 돈 한번 모아서 해드릴걸 하는 마음 또한 듭니다. 어머니도 친구분들하고 국내는 간간히 여행을 다니신 듯한데 해외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이 또한 마음에 너무나 걸립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끔 홀로 되신 아버님과 자주 해외여행을 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언제나 후회는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을 때만 드는 걸까요. 그전에 후회가 없게끔 오히려 도가 넘치게끔 해 드리지 못하는 걸까요. 그게 인간의 인생이라고 한다면 너무나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있을 때 잘해라" 라는 말이 확 와 닿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이유 말고는 다른 아무런 이유가 없답니다. 

이런 지나간 후회의 마음을 달래고 다시 한번 잘해보자는 느낌이 들도록 이 책은 마음을 토닥여 줍니다. 스님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은 사람인데 어떻게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고충을 상담해주고 자식 가진 부모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음에 담아둔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듯 치료해 주고 마음에 평화를 줍니다.

치유를 주는 이 책으로, 패륜과 돈에 얽힌 사건이 판을 치는 지금, 나를 세상에 있게 해 준 부모님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릴  줄 아는 그런 따듯한 세상을 기대해 봅니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의 4년 만의 신작!혜민 스님 4년 만의 신작에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나 자신과 가족, 친구, 동료, 나아가 이 세상을 향한 온전한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 안에는 완벽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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