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요즘 추천 메뉴의 상단에 자주 뜨는 작품이지요. 바로 트링킷(TRINKETS)인데요. 10대 소녀들 3명이 나와서 좀도둑질을 일삼으면서 일상생활상과 우정 등을 가볍게 그려낸 하이틴 드라마입니다. 10대 이야기인데 청불로 등급이 매겨진 우리나라 정서상으로는 좀 이해가 않가긴 하지요.
성인의 기준이 만 18세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대학교에 갓 들어간 나이 아닙니까. 객관적으로 10대 이야기라고 하면 중고등학생도 볼 수 있겠네 이렇게 다들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이 작품은 당연히 내용상 한국의 엄마들의 반발을 불러오기 충분한 얘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일단, 쇼핑몰에서 물건훔치기가 그것이지요. 아마 한국에서는 이것부터가 배울 게 없는 작품이라고 결사코 반대하실 겁니다. 또한, 여주인공들의 남친들 또는 썸 타는 다른 친구들과의 애정씬도 자주 등장하지요. 특히나 여주인공의 핵심 여주인 엘로디는 같은 동성의 여자와의 키스신도 있어서 곧바로 동성애 장면을 연상해 더욱 반발을 불러올 테고요.
더욱이 성인용품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훔치기까지하는 에피소드는 이게 바로 10대 하이틴 드라마인지 성인영화의 맛보기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가 되지요. 개방적인 나라 미국과 한국의 10대 정서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어쨌거나 10대의 얘기지만 10대 후반 밑으로는 한국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드라마인건 확실합니다. 18세 넘은 후에 보면 간단하겠지요. 키는 그중에서 작지만 깡있게 생기고 왠지 남성적인 이미지도 살짝 비춰주는 엘로디 역은 브리애나 힐더브랜드(Brianna Caitlin Hildebrand)라는 배우입니다.
이런 시크하고 세상사 무관심한 듯한 성격의 배우가 누구일까 찾아보니 데드풀에서 통통한 얼굴에 빡빡머리로 출연했었던 초능력여자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역할로 나왔던 분이었네요. 이제 좀 얼굴이 매칭이 되네요. 역시 넷플릭스에서 추천작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될 정도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겠거니 예상은 했지만 그런 히스토리를 가졌었군요.
나머지 양옆의 두 친구들도 백인(모)과 흑인(태비사)이 있는데 곱상한 마스크에 나름대로 여러 작품에서 꾸준히 연기력을 쌓은 배우들 같네요. 에피소드는 총 10부작인데 편당 러닝타임이 대부분 20여분으로 그렇게 길지가 않아서 좋습니다. 짤막하게 끝나는 얘기들은 지루함을 떨치기에도 그만이지요.
엘로디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전학을 오게되는데 따돌림 비슷한 것을 경험하면서 영 적응이 잘 안되지요. 그런 멘털 붕괴의 상태에서 그녀의 주특기인 쇼핑몰에서 물건 훔치기로 그나마 심적 위로를 덜곤 하지요. 급기야 물건 훔치는 사람들의 치료 모임에서 나머지 두 친구들을 만나게 되지요.
여자들이 한달에 한번 찾아오는 그날이 되면 도벽이 생긴다고도 하는데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물건 고르면 그게 바로 자기 것이 되는 신의 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건 미국의 마트들은 상품에 바코드가 없는 건지 가방이나 옷 속에 숨긴다 해도 출입문에서 다 걸리지 않나요.
시대적 배경이 바코드 없는 시절로 찍은 건 아닌 듯 한데 말이지요. 극적 재미를 위해서인 듯 하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네요. 이렇게 모임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난 이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로 어울리는 계기가 되지요. 각자가 소유한 훔치기 기술들에 탄복하면서 말이지요.
엘로디는 고향을 떠나면서 사귀었던 여자친구를 그리워하고, 나머지 두 여주들도 각각 남친들과의 신경전으로 관계들이 썩 훌륭하지가 않습니다. 하이틴 드라마에서 이성 간의 애정전선은 빠질 수 없는 극 중 핵심 쟁점이지요. 더구나 개방적인 미국이라면 그 점유율이 엄청나겠지요.
이런 와중에 학교 자원봉사에도 참여하면서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데, 엘로디는 점심시간에 같이 먹을 사람이 없자 또다시 쇼핑점을 방문 하지요. 그러다가 두 친구의 제안으로 기분전환 겸 성인용품점에 가서 야한 옷들도 입어보고 물품도 슬쩍해 가지고 옵니다. 개방적인 나라의 당당한 모습들에 혼이 나갈 정도입니다.
태비사의 남친 브래디는 핸섬하면서도 BMW를 몰고 다니는 갑부집 아들로 묘사되고 있지요. 하지만 두 커플은 항상 자기들의 자존심과 주장으로 티격태격합니다. 이제 17살이 된 태비사의 생일파티는 그야말로 선상 크루즈급의 호화 파티를 차려주지요. 그야말로 부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기쁜날에도 둘 사이의 관계는 오히려 더 나빠져 헤어질 것을 종용하기에 이르지요. 이와 반대로 모와 엘로디는 다른 모임에서 엘로디에게 관심 있어하는 코걸이를 한 여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해보라고 모는 부추기기도 합니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배경들의 수위들이 점점 올라가는 한 단면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객의 결정이겠지만요. 태비사와 브래디의 갈등이 있기전, 브래디는 새로운 손목시계를 선물하고, 가지도 않는 할아버지 시계를 빼서 BMW 차 콘솔박스에다가 던져 넣지요. 헤어지기로 결정하자 할아버지 시계는 찾고 싶었던 테비사는 친구 둘과 힘을 합쳐 몰래 훔치기로 결정.
남자 탈의실에서 차키를 훔친후 시계를 찾았으나, 갑자기 운전석에 앉자 액셀을 밟고 싶은 충동이 들지요. 이왕 탔으니까 세 명이서 드라이브를 해대는데 엘로디가 운전 중 차 오른쪽 부분을 전체적으로 시원하게 긁어버리는 신기술을 보여줍니다.
상심한 이들은 이렇게 된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비싼 남친의 차를 강속으로 수장시켜 버리는데요. 과연 이들의 그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는지 사뭇 궁금합니다. 한국 같았으면 일단 엄마한테 등짝을 심하게 맞은 뒤 울고 불고 난리가 나면서 미성년자라서 어느 정도 참작이 되어 용서가 될 수도 있을 텐데요.
과연 천조국에서는 어떤 형벌이 기다리고 있을런지 기대됩니다. 10대들의 이야기라지만 전혀 십 대를 연상키 어려운 청불 하이틴 드라마 트링킷, 좀도둑질과 많이 선정적인 항목들이 기저에 깔려있는 그러나 전혀 기죽지 않는 센 언니들의 파워와 신선함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는 것 같네요.
좀비와 마약과 살인과 미스터리라는 소재에 조금은 질리셨다면 요런 극강의 색다른 소재의 드라마도 한번 보시면 참신한 맛이 있을 것입니다. 미국 10대 TV 드라마 <트링킷> 이었습니다.
(사진 = 넷플릭스 드라마 트링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