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끌려서 고른 책은 "나는 왜 결혼하지 않았을까?"라는 책입니다.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그곳의 명예교수인 한정선 작가의 책이지요. 이분은 솔직히 처음 접하는 분이라서 약력과 사진을 보니 좀 독특한 반면 인상은 상당히 푸근한 스타일이네요. 물론 책날개 안쪽에 있는 사진은 제일 호감이 가는 사진이겠지만요.
새하얗게 흰머리가 특이한데요. 지금의 강경화 장관의 머리색깔이 그렇지요. 아주 하얗지는 않고 좀 회색이 섞인 모습이지요. 저자는 아주 하얗군요. 대부분 노인이 되면 염색을 많이 해서 흰머리를 감추는 게 보통 심리이지요. 하지만 요즘은 유명인들도 본 모습 그대로 놔두는 게 유행인지라 염색을 안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래도 아직은 검은머리가 더 보기 좋고 익숙하게 보이네요. 저 같아도 머리에 희끗한 새치가 보이면 바로 뽑아버리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어떤 분들은 염색 알레르기가 있어서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여하튼 저자는 언제부터 흰머리를 고수했는지는 모르지만 보통 사람 이상의 자신감과 내공이 있어 보입니다.
손톱도 빨간색 메니큐어를 칠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셨다고 하니 굉장하지요. 갑자기 붉은 손톱과 입술이 칠해진 흰색의 여우나 구미호가 연상되는 건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겠지요. 이렇게 학력과 배경도 좋으신 분이 굳이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은 무슨 거창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요즘이야 대세가 혼자사는 일인가구들이 워낙 많아졌고 경제상황을 생각했을 때 결혼조차도 엄두도 못 내는 그런 분위기인 건 기정사실이지요. 저자는 현재 환갑을 넘어 칠십 대 노인이 되신 분입니다. 저자가 한창 결혼해야 할 그런 시기에는 부모님들의 생각은 지금처럼 쏠로라는 개념조차도 없을 시기이지요.
저자가 40년 이상을 쏠로로 살면서 들었어야 했을 수많은 잔소리와의 싸움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용케 어떻게 견디어 낸 것인지 가히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책은 그녀가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들을 정말 진솔하고 쉽게 다가오도록 적고 있습니다. 대개 책 내용들을 보면 말을 현학적으로 멋있게 쓰느라고 잘 이해가 안 가거나 각종 미사여구의 남발로 독해가 어려운 경우들도 있잖습니까?
그런 반면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한 심정을 허심탄회하고 공감하기 쉽게 쓴 흔적이 역력하지요. 아무리 책이라고 해도 본인이 겪은 일들을 하나의 거짓없이 쓰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요. 남에게 말하기 부끄럽거나 한 부분들이 있을 텐데 여기에서는 최대한 진실되게 말하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지지요. "최선을 다하지 말자" 라는 문구도 참 아니러니 하지요. 최선을 하지 말고 차선을 택하라는 말입니다. 일에만 파묻히지 말고 남는 시간에는 그 열정과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서 쓰자고 하지요. 우리가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데에는 실제로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가 않습니다.
너무 악착같이 돈 버는데에만 집중해서 본인 자신을 위하는 것을 잃으면 안 된다는 얘기이지요. 돈이 아니라 명예를 위해서, 우리가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을 하는데, 정작 한 세기 정도 지나면 잊히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그러면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요.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나의 만족을 위해서 말이죠. 바로 이 시점에서 과연 나는 그동안 나를 위해서 살아왔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겁니다. 쏠로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계가 필요하지요. 혼자 집에 있어보기, 그다음엔 혼자 외출해 보기, 이게 익숙해지면 혼자 음식점 가서 먹어보기, 다음엔 단체여행에 혼자 참가해보기. 이런 식의 홀로서기 방법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단체여행에 참가하기가 제일 난코스로 여겨지네요. 여행을 가면 한국인들은 가족끼리 뭉치는 걸 좋아하죠. 혼자인 사람은 잘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말이죠. 하지만 외국인들은 혼자 온 여행자를 외톨이로 대하지 않지요. 이런 의식은 정말 외국의 마인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같은 여행길에 자기 식구끼리만 챙기는 가족주의는 쏠로들을 더욱 외롭게 만드는 것이죠. 이런 상황을 넘어서야 진정한 홀로서기의 최고봉이 되는 겁니다. 저자도 젊었을 때는 많은 선도 보고 주위의 추천도 받아보고 했지만 결국은 꼭 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까지는 없었던 듯합니다.
생활하면서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이라면 여지없이 회피하려는 모습들이 자주 보이지요. 아마도 이런 성격과 유전자가 그녀를 홀로 서게한 주요 요인이 된 것 같네요. 이쯤에서 어쩔 수 없는 본인의 팔자라고 해야 될지. 저자는 남는 시간을 독서와 여행으로 전환시켰지요.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낀점은, 젊었을 때 많이 돌아다니고 늙어서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추억의 앨범을 보는 것이 맞겠구나라고 합니다. 여행도 다리가 튼튼할 때 해야 될듯한데 그러려면 돈과 시간도 따라 주어야 되지요. 지금의 한국에서 과연 가능할지는 본인의 경제사정이 특히 많이 좌우될 겁니다.
오히려 젊을때 죽어라고 벌어서 은퇴하고 부부끼리 여행을 다녀야 맞는다는 것이 보통 한국 아버지들의 생각일 듯한데 반대로 가능할는지 의심이 되긴 합니다. 저자는 쓰인 구절들을 볼 때 세상을 많이 초월해서 보려는 경향이 다분합니다. 아침 등산에 재미를 붙이자 정상에 올라 동네를 내려다보면서 기를 쓰고 살려는 본인의 태도에 고개를 저으면서 스스로 무안해합니다.
버리자, 비우자 이렇게 다짐하지요. 등산을 하다보면 꼭 갈림길이 나옵니다.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이지요. 가보지 않은 길. 무슨 길이 나올지 모르는 것이 바로 인생과 같습니다. 하지만 마냥 고민만 할 순 없지요. 한 곳을 선택해서 가야 합니다. 이때에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나에게 맞는 속도로 계속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자" 라는 말은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실천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지요. 특히나 나보다 어린 사람이나 후배들한테는 더하지요. 괜한 자존심 때문에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하고 넘어갈 때가 있지요. 하지만 뒷감당은 아는 척했던 본인에게 타격이 올 때가 꼭 있습니다.
그래서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은 때론 외향적인 성격을 한 번 쯤은 드러내는 용기를 가져야 하지요. 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견해도 있는데요. 재미로 모든 일을 대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를 조금씩은 하는데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이지요. 하다가 재미가 없으면 싫증을 느껴서 다른 쪽을 기웃거리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물을 끓이다가 100도를 못넘기고 항시 99도에서 그치고 마는 형태지요. 재미에다가 의미까지 포함해서 매사 일을 대하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게 됩니다. 끝을 보는 사람은 재미와 의미 두 가지 모두를 찾은 사람들이지요. 재미가 떨어질 때 의미가 있기에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입니다.
이렇듯 저자 한정선의 솔직한 그녀의 스토리를 듣고 있으면 쏠로가 두려운 이 시대에 좋은 등대가 되어줄 문구들을 만나볼 수 있겠습니다. 후회 없는 노후를 위한 잔잔한 지침서로써 일독하기에 좋을 듯 합니다.
(사진 = 도서, 픽사베이,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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