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 감상은 넷플릭스의 샤프트입니다. SHAFT. 검색을 해보니 2000년에 같은 이름으로 샤무엘 잭슨이 주연으로 찍었던 작품이 있더군요. 똑같은 이름인데 넷플릭스에서 2019년판으로 새로 찍은 영화인 듯합니다. 2천 년판에는 크리스천 베일이나 바네사 윌리엄스 같은 유명배우들도 참가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본적은 없어서 뭐라고 말씀은 못 드립니다만. 여하튼 넷플을 많이 애용하는 관계로 이번에 올라온 버전으로만 보게 되었네요. 잭슨은 흑인이면서 눈이 엄청 크고 머리털이 없는 게 매력이지요. 어벤저스에서도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서 그 존재감을 많이 드러낸 캐릭터였습니다.
이런 류의 배우로는 매트릭스의 로렌스 피쉬번이나 덴젤 워싱턴, 프레데터2의 대니글로버가 있지요. 다들 나름대로 매력이 있고 개성 있는 배우들인데 특히나 잭슨이 외관상으로 더욱 흥미가 있습니다. 샤프트는 약 2시간의 러닝타임으로 마약과 연루된 이야기로 크게 세번 정도의 총격전으로 포장된 팝콘무비입니다.
미국식 유머를 간간히 집어넣어서 가끔씩 피식하는 웃음을 몇 번 유발하지요. 흔히 말하는 병맛까지 내려가지는 않고 적당히 2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무슨 큰 교훈까지는 바라지 않고요. 미국식 마약 총싸움 무비의 전형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지요. 음악도 흑인의 랩이 가미된 신나는 리듬이 괜찮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잭슨은 일명 사립탐정인데요. 할렘가의 마약 공급 총책한테 어느날 시내에서 총격을 받게 되지요. 당연히 차 안에는 아내와 갓난아기의 아들까지 있는데 말이죠. 역시 이런 상황에서도 개그를 날리면서 지독한 집중 사격을 받으면서도 용케 살아남아 적 세명을 유유히 무찔러주시는 우리 잭슨 형님.
아내는 남편과 같이 있으면 항상 위험에 처해서 총싸움에 연루됨을 마구 지적해 대지요. 속사포같은 잔소리를 해대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잭슨은 자유분방한 삶을 사느라 아들과도 생일선물만 보내줄 뿐 도통 같이 살지도 않고 있지요. 아들에게 선물로 콘돔이나 야한 잡지책을 선물해대는 그런 대책 없는 아빠입니다.
세월이 흘러 아들은 MIT를 졸업하고 FBI의 분석전문가로 국가의 녹을 먹게 되지요. 실무 현장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해야 하는 직종입니다. 어느 날 절친이 마약 과대 복용으로 죽은 채 발견되면서 사생활이 건실했던 친구의 죽음을 의심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할렘가로 들어가게 되지요.
역시나 책상에만 앉아있던 잭슨아들은 오히려 패거리들에게 상처만 입게 됩니다. 결국 아버지 잭슨을 찾아가게 되고 잭슨도 어쩔 수 없이 사건 추적에 몸을 담그게 되지요. 간간히 터지는 잭슨의 야한 개그성 유머가 나름 재미를 업해주고 있고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도 보완을 해줍니다.
죽은 절친은 전쟁에서 부상을 당한 군인들이 재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를 설립해서 친구들과 운영을 하고 있었지요. 잭슨과 아들은 그곳을 운영하는 제대 군인들과 대면한 이후로 낌새가 수상한 한 명을 의심하기에 이르지요. 또한 식료품점이 이슬람 종교단체에 막대한 거금을 송금한다는 사실도 잡아내면서 그들의 뒤를 계속 캐내게 됩니다.
역시 식료품점 여자 사장이 자금세탁을 담당했었고 낌새가 수상했던 재활회사의 직원이 운반책이었고 죽은 절친의 친척임이 드러납니다. 스토리 중에서 당연히 잭슨과 아들의 갈등이 묘사되지요. 아기 때 이후로 처음 만난 아버지의 돌출 행동에 아들은 많이 실망하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지만 그래도 기꺼이 도와주려는 아버지의 실제 속마음은 아들을 이용해서 마약의 우두머리를 잡으려는 것이었지요.
이를 알게 된 아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지만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허심탄회한 헌신과 사랑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게 됩니다. 영화에서 썸타는 장면이 없을 수 없지요. 아들의 정신적인 여친 사샤와의 사이를 자꾸 맺어주려 하는 잭슨의 노력도 보입니다.
잭슨의 사고방식은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아버지입니다. 아내앞에서는 무조건 남자답고 호통 한 번에 와이프를 제압하는 그런 모습인 거지요. 하지만 아들은 현대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함부로 여자를 대하지 않고 배려를 많이 하지만 다소 숫기는 없는 스타일이지요.
이런 태도를 보고 잭슨은 문자질을 하지말고 당당하게 말로 하라고 하지요. 당당히 만나라는 겁니다. 겁먹지 말고요. 아버지 잭슨의 호탕한 성격의 장점과 아들의 배려하는 장점만을 잘 믹스한다면 정말 좋은 신랑감이 될 것 같네요. 요런 태도는 맘속에 새겨놓으면 좋을 것 같네요.
이런 코미디, 액션 영화에 깨알같은 교훈까지 주려한 배려는 괜찮네요. 대나무 같이 뻣뻣하기만 할 것 같은 잭슨도 호텔에 묶고 있는 아내에게 문밖에서 미안하다면서 얘기하는 장면도 나름 미소 짓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그렇게 밤에 시끄럽게 떠드는데 옆방에서 계속 주의를 주러 들락날락하는 투숙객에게 허리춤에서 권총을 살짝 꺼내 보여 주면서 물리치는 장면도 피식 웃음을 나게 하는 장면이지요.
일망타진을 위해서 난데없이 아들의 할아버지까지 등장하는 것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지요. 할아버지는 잭슨보고 자기보다 20년은 더 늙어 보인다고 대사를 날리니 안 웃길 수가 없군요. 할아버지의 비밀방에 웬 무기가 가득 차 있는지 전직 007 대원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게다가 노익장까지 발휘해서 사건해결에 중요한 대목을 차지하니 주인공이 바뀐 것 같기도 하지요. 대형 블록버스터급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소소한 재미와 짧지만 굵은 총격전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넷플릭스 영화 샤프트는 킬링타임으로 제격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닉 퓨리의 거침없는 입담이 뇌리를 스쳐갑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