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영화들에는 기존에 우리가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유럽쪽의 영화가 심심찮게 등장한 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이 제작비를 들인것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재미가 없는 건 또 아니다. 검색을 해보니 한국사람들이 많이 봤던 영화중에 7월22일 이라는 넷플릭스 영화가 눈에 띄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도 아니고 이건 무슨 날인지 그냥 시시껄렁한 내용이겠거니 하고 스쳐지나갔던게 사실이다. 세부정보를 살짝보니 호러영화는 아니고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는 것이다. 내용인 즉슨, 노르웨이에서 예전에 실제로 있었던 학생들을 향해 총기난사를 하여 많은 사상자를 낸 내용이었다.
조금 흥미가 당기는 내용이기도 하다. 총기난사 라고 하니 미국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무차별 난사로 희생했던 일이 떠오른다. 그 당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 슬프기도 하고 많이 미안하고 창피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본인의 불만이 팽배했기로서니 같은 또래의 학생들을 사냥하듯이 무자비하게 희생시킨다는게 보통 마음먹기 아니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다못해 마약을 너무 많이 해서 사리분별이 안된다든가 정신적 장애가 너무 심하여 자기통제가 불가능하여 일을 저질렀다면 그나마 조금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런데 피의자의 얼굴을 보면 대부분 상당히 멀쩡하고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더 총명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런 참혹한 행위를 거침없이 해버린다. 만약, 한국에서 미국처럼 총기가 허용되었다면 아마도 매일 총격사건으로 죽는사람들이 뉴스를 도배하리라고 끔찍한 상상을 해본다. 여하튼 이런 처참한 일이 북유럽의 최고 선진국이고 잘 사는 나라 상위권에 있는 노르웨이에서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아마도 사이코 중에서도 상위급의 일부이면서 아마도 다른 나라에서 입국한 외국인이 아닐까도 추측했으나 해당 노르웨이인이었다. 총기사건은 인종구분을 가리지 않는 듯 하다. 동양이건 서양이건 유럽이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잠재력은 항상 가지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남자는 상위층 자제로서 노르웨이의 한 섬으로 많은 친구들과 함께 토론식 여행을 떠난다. 상위층 자제들 답게 그들은 훗날 본인이 총리가 되면 어떤 식으로 공약을 걸고 나라를 이끌어 갈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을 서로 토론하고 교환한다. 역시나 선진국이라 그런지 놀러가도 그냥 가는 법이 없다.
약간 좀 시쳇말로 얄밉게 보이지만 어쩌랴 그들의 교육방식인 듯 보여 존경스럽기 까지 하다. 물론 우리나라 수학여행도 저런 수준높은 여행을 하는 곳도 있으리라 믿는다. 테러범은 폭탄과 총기를 준비한후 일단, 시내의 주요 관공서를 폭파한다. 그런후 곧바로 여행 간 섬으로 이동한다.
물론 경찰복을 입고서 지도교사들을 속인후 그들을 먼저 총격한다. 총소리에 삽시간에 학생들은 혼비백산하여 섬의 이곳저곳으로 피신을 하는데, 주인공 남자인 본인(빌야르)과 그의 동생도 이 과정에서 해안쪽 도로로 도망을 하다 동생은 살고 주인공은 심한 총격으로 부상을 당한다.
이 과정에서 결국 64명이 사망하는 처참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주인공은 대수술 끝에 목숨은 건졌으나 뇌수술과 팔다리 총상으로 그 후 숱한 재활치료를 꿋꿋하게 참아낸다. 다리 한쪽을 쓰지 못해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는 지경이다.
테러범은 노르웨이가 서양의 지배력에서 벗어나야하고, 상류층의 자제들은 미래의 지도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반역자라는 것이 그의 명분이다. 모든 행위에는 다 그 원인이 있겠지만 다소 뜬구름 같고 구태의연한 이유이기는 하다. 그래서 초기에는 정신병이 있는 것으로 하면 감옥에 가지 않을 것으로 진행하다가 생각을 바꾸어 정신이 말짱한 것으로 심판을 받겠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주인공 빌야르는 간신히 걷는데에 성공하고 테러범의 재판에 등장하여 그의 간절한 심정을 토로한다. 물론, 테러범을 더 이상 보고싶지는 않지만 자기의 기억은 해변에서 총에 맞아 쓰러진 이후로 멈추어버렸고, 재활을 하면서 밥먹고 걷고 하는 행위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만 아직도 자기에게는 살아남은 친구들, 가족, 희망, 꿈 들이 있기에 그것들을 이루는 길을 위해 선택하였다고. 7월22일은 한 정신병자와 다름없는 테러범의 무자비한 총격에 희생냥이 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바탕삼아 오히려 더 새로운 삶의 희망을 깨달아 가는 주인공의 심적갈등을 잘 그려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실로 총에 맞기까지야 하지 않겠지만, 그와 견주어 비길정도의 극한 스트레스와 사고, 고통 등을 맞닥뜨린다. 그야말로 권투에서 처럼 큰 펀치 한방은 아니지만, 자잘한 고통의 쨉을 얼굴과 복부에 조금씩 맞고 살아간다. 그러면서 그 상황을 견딜 수 없을 정도까지 되면 삶이 이것밖에 안되는 건가 하면서 포기해야 할 정도까지 본인의 내면을 마구 할퀴어 버린다.
그런 내면의 상처들은 결국 본인의 얼굴의 표정과 행동 등에 영향을 미쳐 평상시와는 다른 엉뚱한 행위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 얼마나 남지 않는 장사인가. 영화에서처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일말의 작은 씨앗이라도 나는 건져보고 싶다. 영화가 주는 2시간이 주는 작지만 큰 힘. 그리고 조금이라도 변화가 될 생각의 확신은 괜찮은 시간의 소비일 것이다.
일부러 무조건 교훈을 찾으려 든다는 것도 조금은 무자비하지만, 영화는 영화로 즐기되 SF판타지가 아닌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는 것은 언제든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좀 거시적으로 느낌을 가져 볼 만도 하겠다. 한국인들이 많이 봤던 이유를 새삼 알게 된 것 같다.
뒤로 가면 조금은 진지한 모드로 빠져서 큰 액션은 없이 작은 울림만을 주지만, 초기 테러범의 총격과 폭탄 액션에서의 긴박감과 스릴은 꼭 즐겨야 할 눈요기 거리이다. 총기허용이 안된 대한민국에 그나마 감사하다고 느끼며, 최근의 진주아파트 살해사건 같은 사이코영화를 방불케 하는 공포스러운 일들도 제발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거나 기피해야 하는 사회가 더는 없었으면 좋으련만. 안전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다. 그럼 즐거운 7월22일 감상을 바라면서.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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