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써 벌써 강원도 철원의 추천 명소 방문기 여섯 번째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저번에는 철원향교까지 둘러보았고요. 오늘은 향교 바로 맞은편 쪽에 있는 사찰인 <도피안사>부터 찾아가 보도록 하지요. 도피안사라고 하니까 일단 용어가 좀 낯선데요. 사찰 안내판을 읽어보니 "깨달음의 언덕으로 건너간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통일신라 경문왕 5년에 도선국사가 향도 천여 명을 데리고 경치 좋은 곳을 찾다가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하네요. 정말이지 푸르른 산속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 산세는 가히 최고의 명당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일주문 앞에 넓지는 않은 주차장이 있고 공용화장실도 갖추어져 있지요.
도착해보니 일주문 앞에서 일반인 복장을 하신 분이 열심히 청소를 하고 계시네요. 대부분 스님들이 하실 법 한데 좀 특이하긴 합니다. 다른 사찰들은 경내로 가기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경우가 참 많지요. 물론 대형 규모의 유명한 사찰은 더 하지요. 이 곳은 백 미터도 안돼서 벌써 커다란 네 명의 수호신 캐릭터 상들이 보입니다.
안쪽에 작은 연못과 함께 바로 스님이 무언가 작업을 하고 계시군요. 더운 날씨에 기다란 복장은 많이 덥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조그맣게 액세서리와 경품들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주로 팔찌와 머그컵 같은 것 위주인데요. 다른 손님들이 대화하는 걸 들어보니 카드결제는 안되고 계좌번호 가르쳐 줄테니까 나중에 계좌이체를 하랍니다.
흠 요즘 세상이 어떤 곳인데 물건을 공짜로 그냥주고 계좌 이체하기를 바라시다니. 이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님의 자비로움인가 의아하게 되네요. 물론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 건지, 봉사의 정신으로 베푸시는 건지 여하튼 손님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은 경우이네요.
사찰 중앙에는 6백년 된 보호수인 느티나무가 자리 잡고 있고 보물로 지정된 도피안사 삼층석탑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처님상을 모신 경내마다 천장에는 꽃등과 함께 소원을 비는 우리 중생들의 이름이 적힌 하얀색 리본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지요.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니 중년의 두 남녀분이 독서하는 방법에 대해서 열띤 대화를 하고 있네요. 무조건 많이 읽는 것보다 천천히 좋은 책을 여러 번 읽으시라는 남자분의 컨설팅. 이런 곳에서 자기 계발 강의를 귀동냥으로 듣기까지 하니 정말 유익하네요.
중앙에 있는 건물의 뒤쪽 벽으로는 사계절의 풍경을 담은 민화 정도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 관람객 남자분은 몇 바퀴를 돌면서 뚫어져라 감상하시는데 그런 쪽에 엄청난 관심이 있으신 듯하네요. 또 어떤 여성분도 보호수와 삼층석탑에서 한동안 계속 사색을 하시는 듯한 모습이 도피안사의 깊은 매력에 완전히 빠진 것 같아 보입니다.
이건 바로 많은 관람객이 있어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간간히 10명 내외의 사람들만 오고 갈 정도가 되어야 천천히 음미하면서 관람을 할 수가 있는 거지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곳만 돌아다녀서 보는 게 무조건 좋은 여행은 아닐 겁니다. 한 곳을 보더라도 그곳에서 처음 맞닥뜨린 충격과 느낌,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 싫고 계속 머물고 싶은 그런 마음을 체감하고 싶은 것이 더욱 중요할 겁니다.
그것이 진정한 여행의 참맛 아닐는지요. 저렇게 오랫동안 서서 자기가 쳐다보는 대상을 마치 완전히 흡수하겠다는 고집 같은 집요함을 닮고 싶습니다. 도피안사를 완전히 내 것으로 들어오게 해서 영원히 잊혀지지 말아야겠다는 그런 심정 말입니다. 여하튼 관람의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완전히 몰입하는 저런 모습이 또한 색달랐습니다.
스님들이 거쳐하는 건물 쪽에는 집 주변을 빙 둘러서 도피안사의 사계절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주욱 전시해 놓았습니다. 지금의 풍경도 더할 나위 없지만 눈이 올 때나 노을이 질 때나 단풍이 들었을 때의 사진들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또 다른 계절이 돌아올 때 어느 곳이든 다시 방문해 보면 색다른 느낌과 감동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다음 방문지는 <백마고지 위령비>가 되겠습니다. 월남전쟁에도 파병되어 이름을 떨쳤던 부대가 백마부대이지요. 당시 6.25 전쟁 때는 국군 9사단 소속으로 김종오 장군이 지휘하고 있었고 철의 삼각지대인 중요 요충지를 중공군과 열흘 동안 24차례나 전투를 벌여 승리한 곳이지요.
포탄을 하도 많이 떨어트려서 하늘에서 보면 산등성이가 하얗게 벗겨져 마치 백마가 누워있는 형상과 같다고 합니다. 양쪽 도합 25만 발 이상의 포격이 있었네요. 주차장은 상당히 넓습니다. 옆에 CJ편의점도 있고요. 간단히 철원에서 나는 생수 한 병을 8백 원에 사서 손에 들고 보니 주차장 끝쪽에 커다란 미사일 두대가 놓여 있습니다.
사진 찍기에 좋겠지요. 중앙에도 하얀색 백마가 하늘로 솟구치려는 형상을 하고 있고요.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태극기들이 마치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어서 환영하는 느낌이 듭니다. 양쪽에 조그만 전시관과 대형 태극기와 위령탑이 높게 세워져 있지요.
더 끝까지 걸어가면 커다란 종이 있는 정자가 있고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대 같은 곳을 볼 수 있네요. 전시관에는 그날의 치열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있는데 기관총의 총열이 위로 벌떡 휘어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과연 저런 상황에 내가 있었다면 나라를 위해서 장렬히 싸울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쫙 돋네요. 저런 선열들이 있었음에 현재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을 다닌다고 생각하니 많이 숙연해집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백마 부대원들의 숭고한 정신을 느껴보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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