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간의 찌든 때와 피로를 날려주는 데에는 목욕, 사우나가 최고이지요. 혈액순환과 운동도 된다고 하니 일석삼조의 정신과 육체의 나른한 휴식은 인생 최고의 순간일 겁니다. 

강원도 철원 무작정 방문길의 다섯 번째 올리는 리뷰가 되겠습니다. 저번에 철원 막국수집까지 알아봤었지요.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이제 겨우 점심 겸 저녁으로 한 끼를 때우고 나니 어디선가 눕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해집니다. 타지방에 오면 마음이 들뜨거나 좀 싱숭생숭 해지는 그런 기분이 항시 생기지요. 

 

처음 가보는 곳에 대한 호기심과 낯선 느낌이 혼재된 그런 상태 말입니다. 역시나 더위와 걸음으로 보이지 않는 먼지에 뒤집혀 있을 터이니 근처의 사우나를 검색한 결과 최종적으로 <금강산 사우나> 또는 <금강산 타운> 이라는 곳으로 낙찰을 봤습니다. 일단 갈말읍사무소를 정점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고 겉보기에는 건물도 꽤 큰 편이라 괜찮을 듯했습니다.

 

아마도 건물이 오피스텔처럼 생겨서 장기로 숙박하는 방들이 많은 듯 같네요. 입장료는 타지와 비슷하게 6천 원이고요. 토요일인데도 최소한 저녁 9시반까지는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향해서 들어가니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너무 휑해서 좋기도 하지만 반면 잘못 온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살짝 듭니다. 

 

▲ 익숙한 집에만 있다가 외딴 곳에서 혼자 묶게되는 숙박은 야릇하면서도 큰 해방감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일 겁니다. 너무 자주하면 경제적으로 약간 힘들겠지요.

역시 맛있게 먹었던 저녁이 아랫배에 조금 약하게 신호를 주는지라 화장실로 향하기 위해 딱 쳐다봤는데 아뿔싸! 아저씨 한분이 바로 입에 담배를 물고서 들어가네요. 타이밍이 참 절묘하게 운이 없습니다. 한 5분만 일찍 오던지 5분만 늦게 왔어도 피할 수 있는 상황인지라 좀 기다리기로 했는데 영 금방 나올 것 같지 않아서 꾹 참고 탕으로 바로 들어가 버렸지요. 

 

그런데 탕 입구를 열고 들어가려 하니 탕 안쪽에서 굉장히 시끄럽게 웅성대는 소리들이 들리네요. 탈의실에는 사람이 없는 거 같은데 탕에 손님들이 많은가 하고 들어가 보니 헐. 탕의 벽에 커다란 티브이가 걸려있네요. TV 홈쇼핑 선전 프로그램 볼륨 소리가 그렇게 시끄럽게 났던 거지요. 

 

 

세상 어디 목욕탕을 많이 돌아다녀봤는데 탕 안에 벽걸이 TV가 걸려 있기는 처음입니다. 탕 속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는 것도 뭐 괜찮겠다 그런 생각도 합니다만 손님도 하나도 없는데 티브이혼자 떠들고 있는것도 영 분위기상 아닌것 같기도 합니다. 맞은편 뒤쪽의 출입문은 조금 빼꼼 의자를 걸쳐서 열어 놓았는데 그래서 탕내가 수증기도 없이 썰렁했었군요. 

 

▲ 요즘 인터넷이나 와이파이도 안되는 싼 여관도 많지만 시대의 흐름은 어느정도 맞춰주셔야 되지 않을런지요. 제발 담배 쩌는 냄새없는 룸으로 소개해 주세요!

 

혹시 티비 고장 날까 봐 탕내 수증기 안 생기도록 얄팍한 조치를 취한 건 아닐까요? 아무튼 저야 이용료 낸 만큼만 이용하면 되는 건데 조금 특이하기는 합니다. 화장실 갔던 아저씨가 들어오더니 <나는 전설이다>를 딱 고정시켜 놓고서 탕 속에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네요. 

 

아산의 도고온천에 있는 고온 사우나실에 TV가 있는 것 본 이후로 탕내 티브이는 어쨌든 처음입니다.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일박을 하기 위해서 신나게 여관방을 검색을 한 결과 몇 번의 실패를 딛고 갈말읍사무소 근처에 있는 <로열파크>라는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현금 4만 원을 받아야 하신다는데 열심히 없는 말을 해서 결국은 카드로 3만 7천 원 결제하는 걸로 했습니다. 별걸 다 깎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런 흥정하는 맛도 여행의 별미 아닐는지요. 인터넷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다 보니까 이곳까지 오게 된 건데요. 철원의 읍에 있는 여관들의 아주머니 사장님들은 와이파이나 인터넷을 좀 잘 모르시더라고요. 

 

▲ 철원향교 주위에 있는 이정표 안내판입니다. 유명한 철원의 주요 관광명소들이 주변에 포진되어 있어요. 

와이파이가 되는지 안 되는 지도 잘 파악을 못하세요. 아무튼 이곳은 그나마 IPTIME 와이파이 기계가 있어서 속도도 넷플릭스 영화를 볼 정도로 무난히 나왔습니다. 살이 그동안 많이 찐 관계로 오늘 밤은 맥주와 과자를 과감히 끊고 냉장고에  있는 맹물만 먹기로 했습니다. 

 

푸시업과 스쿼트와 윗몸일으키기도 조금씩 하면서 말이지요. 멀쩡한 집 놔두고 이 곳 먼 타지의 읍내 여관방에서 혼자 이게 무슨 청승인지 도대체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술기운이 없고 배가 더부룩 빵빵하지 않으니 정신이 좀 많이 맑아집니다. 이 상태에서 또 블로그에 포스팅할 글을 열심히 키보드로 두드리고 있지요. 

 

 

▲ 향교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담벼락으로 넘겨다 보는 철원향교의 모습입니다. 푸른 산이 둘러 쌓여 있어서 시원한 경치가 너무나 좋지요. 

아쉽게도 방에 책상과 의자가 없네요. 아뿔싸 그걸 체크를 못하고 방을 잡다니 좀 정신이 없는 듯합니다. 방안을 잘 살펴보니 전화기를 올려놓는 조그만 단상 같은 게 있는데 그 안에는 쓰레기통이 있어요. 가만 보니 그 단상을 옆으로 뉘이면노트북이 딱 올라가고 침대 옆구리를 등받이 삼아 앉으면 딱 맞겠더군요. 

 

이렇게 철원의 하룻밤은 저물어 갔습니다. 다음날 9시 넘어서까지 늘어지게 잠을 자고 나서 처음으로 향한 곳이 <철원향교>입니다. 갈말읍내에서 다시 북쪽으로 고석정을 지나서 좀 더 올라가야 했지요. 향교는 타 지역 어디에 가도 대부분 존재하는 곳인데요. 

 

▲ 향교의 정문이고요. 바닥이 전부 돌들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너무나 조용하고 고즈넉해서 천천히 거닐기에 좋습니다.

이 곳은 고려 태조 왕건의 사저로 건립한 것으로 추측되고 일제의 해방 후 공산치하에서는 고아원으로 존재했다가 6.25 때 소실되고 그 후에 다시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유생들이 공부하던 터이지요. 관리실 바깥에 신발 하나가 놓여 있어서 관리인은 계시기는 한 것 같은데 향교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게 잠겨 있네요.

 

주위의 조금 높은 뒷공간에서 내부의 풍경을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는 있네요. 주변이 <녹색길>로 명명되어 있고 조용하고 따뜻한 햇살과 함께 노란색 꽃들을 여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들의 모습들이 너무나 정겹습니다. 다음 회에 그다음 방문지인 <도피안사>부터 둘러보겠습니다.

 

 

금강산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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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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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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