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이라하면 이스라엘쪽에서 하는걸로 주로 생각해 왔다. 산티아고라는 지명이 스페인인데 해외여행을 주로하는 사람들은 스페인을 적극 추천한다. 그런곳에 예수와의 만남을 위한 순례길이 있다니 그 유래를 좀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투우의 나라, 그 옛날에 함대를 이끌고 세계의 바다를 주름잡으며 여러 식민지를 거느리던 나라아니던가. 그런 곳에 거대하고 성스러운 고행의 종착지가 있다하니 많이 신비스럽다. 

★ 침묵은 쉽지만 생각을 침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화는 그런데 독일영화이다.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과 대사를 보니 정말 간만에 들어보는 독일어 아니던가. 그간, 영어로만 된 영화만 보다가 이렇게 색다른 나라에서 만든 것을 접하니 웬지 정신적으로 풍부해지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희한하게 장르가 코미디로 분류되어있다. 물론 중간중간에 좀 유치하게 웃기는 장면들이 있기는 한데, 영화 전반에 흐르는 순례길의 사막같은 황량함과 적막함, 그리고 외로운 도보여행에서의 추위, 배고픔, 지침, 끝모를 여정의 분위기는 결코 코미디가 아니다. 

인생의 의미와 삶의 힘겨움, 그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또 헤쳐나가야만 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이 던지는 세심한 대사들은 노트에 적어놓고 싶은 말들이 계속 나온다. 코미디가 아니라 드라마이다. 

러닝타임도 92분 정도로 그리 지루하지 않고,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곳곳의 풍광들이 눈을 뗄수 없게 만든다. 남주인공 하페는 인기 코미디언 이었으나 쉴새없는 일로 인해 과로로 쓰러져 3개월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무작정 홀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게 된다. 

거의 8백 킬로에 해당하는 긴 여정인데,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가 아닌가, 그곳을 걸어서 종주를 해야 하다니 보통 의지 가지고는 하기가 힘들것같다. 실제 순례참가 자중 15프로 만이 성공한다고 한다. 

신을 만나려면 먼저 그를 영접한다고 말해야 한다. 기도하지 않는 자에게 신은 올수 없으니깐. ★

아마도 프랑스의 피레네 산맥을 거슬러 통과해야 하고 약 40일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경비는 150 ~ 250만원 정도라 하는데 과연 그 정도로 가능한 금액인지 의아스럽고, 아마도 극도로 아껴서야 할 듯하다. 

주인공은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과 목표를 향해가지만, 외로움을 타는 그에 비해 다른 동행인들은 서로 각자 홀로 여행하기를 더욱 좋아한다. 동행인 중 여주인공인 스텔라(마르티나 게덱 역)는 순례길이 벌써 5번째 이상이지만 모두 중간에 포기했으며, 그전에는 암걸린 딸과 동행하다가 딸의 임종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도 또다시 포기하려 하는 그녀를 남주인공은 끝까지 같이 동행할것을 설득하여 종주를 하게 된다. 산티아고까지 와서 마지막 도장을 받았으나 무엇을 깨달았는지는 본인들만이 알것이다. 마지막 대사에서는 순례길 하루하루가 신과의 만남이었다는 말로 끝을 맺는데, 많은 느낌을 준다. 

중간에도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몇번씩 대사로 나타난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여정을 끝내는 그 과정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화면에 담아낸것 같다.

한두달씩을 시간을 내는것도 어려운데, 걸어서 800키로를 걷는다는것은 한국의 직장인들에게는 많은 용기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인터넷검색을 해보면 순례길을 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실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지리산 종주도 아직 해보지 않은 나인데, 평생 언제 한번 해볼수 있을런지. 아직 못해봤기에 한번 꿈꿔볼수 있는것 아니겠는가. 시간, 돈, 건강 이 세가지가 있어야 가능한게 여행 아니던가. 

이번 독일영화도 큰 흥행은 못했지만 평점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처럼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준 좋은 영화였다. 

길에서 나를 만나는 순례길 여행에서의 깨달음의 종착역은 아마도 산티아고인 것 같다. 


사진출처 : http://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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