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의 끝인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속에도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넷플릭스의 시청률 상위에 있는 프로그램 중에서 <우리의 지구 : Our Planet>가 상위권에 들어있었다. 시즌 내에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지구의 극지라는 편이 호기심을 확 끈다. 넷플릭스의 멤버십이 베이식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노트북으로 시청시 화질이 조금 떨어짐을 느낀다. 

스탠더드 일 때는 HD 화질이라서 그래도 볼만 했는데 조금 기분이 언짢은 건 있다. 아마도 다큐멘터리라서 상당히 밋밋하거나 그냥 경치 구경하는 정도 아니겠느냐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여지없이 깨 주는 영상이다. 어느 정도의 감동이랄까 그런 것이 존재한다. 

마지막 즈음에는 역시 울컥하는 장면도 있다. 극지이기 때문에 남극과 북극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상당히 근접해서 자세하게 촬영을 한것 같다. 남극 해빙기를 맞아 젠투펭귄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펭귄 하면 일단은 귀여운 동물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뽀로로의 리더 주인공도 펭귄이고, 심형래가 가끔 묘사하는 모습도 있지 않은가. 각종 캐릭터들도 앙증많은게 많다. 그 추운 남극에서 수십만 마리가 한 곳에 서식하면서, 부모 펭귄들이 먹을 것을 가지고 올 때까지 새끼들이 지져대면서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기의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려고 돌산을 힘겹게 기어오르는 젠투펭귄들.

부모가 입속에서 먹을것을 넘겨줘야 살아갈 수 있는 척박한 환경이 짠하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이 똑같다고 느끼니 새삼 뭉클하다. 50만 마리의 새끼들 속에서 부모는 소리를 듣고서 찾아간다니 기이할 따름이다. 그들만의 송수신 식별장치가 있는 걸까. 신비롭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런 펭귄들을 또한 노리는 녀석이 있으니 그 상위 포식자인 범고래다. 열심히 헤엄쳐서 바다를 건너다가 낙오가 된 녀석은 떼거지로 포위를 하는 범고래에게 가차없이 먹혀버린다. 범고래의 주둥이로 툭툭 치니 펭귄은 그야말로 이리저리 튕겨 나가며 정신을 못 차리고 결국은 먹이가 돼버린다.

펭귄을 못살게 구는 또 하나의 포식자로는 물범이 있다. 펭귄이 살기 참 어려운 동네이다. 이런 펭귄도 해빙기 일때 바닷속 몇백 미터에 있는 크릴새우를 사냥을 해서 배를 채웠었다. 혹등고래 또한 크릴새우를 대량으로 잡아드시는 포식자이다. 동물들의 갑질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늘에는 어떤가. 알바트로스가 또한 펭귄처럼 부모가 새끼들을 부양하는 모습이 비슷하다. 북극으로 가면 물범이 다시 북극곰의 먹이가 되어버린다. 새하얗게 얼음으로 덮여있는 바다 위에서 물범이 구멍을 뚫고 올라와 있다. 새끼 물범이다. 이를 사냥하는 북극곰과 그 새끼 북극곰의 사냥을 보노라면 아슬아슬하다. 

한 편의 추적 스릴러를 보는 듯한 모습에 빠진다. 어미 물범이 자기 자식 물범이 곰에 잡혀 가는 모습을 그저 아련히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짠하던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힘없는 눈으로 그저 쳐다만 보는 모습이 심히 분노가 올라오기도 한다. 약육강식의 세계는 정말 냉정한 듯하다. 

■ 먹이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인 저곳에서 가까스로 발견한 물범, 과연 허기를 채울 수 있을런지.

한치의 용서나 변명이 필요없는 상황이 아니던가. 인간 세계에서는 저런 일이 생기면 가서 사정을 얘기하고 용서를 빌어도 보고 안되면 고소, 고발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정 안되면 돈으로 매수하여 자식을 살릴 수도 있을 상황 아니던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영화 속의 약육강식의 스토리는 전혀 통하지 않는 야생의 세계란 정말 끔찍하다.

정말 동물로 태어나지 않은게 이 얼마나 다행인지를 퍼뜩 느끼게 된다. 러시아 북동부 해안에는 바다코끼리 십만 마리 이상이 한 곳에 뒤엉켜 있다. 양쪽 입가에 긴 젓가락을 꽂은 듯한 그런 녀석들 말이다. 몸무게가 보통 1톤에서 수컷들은 4톤까지 된다고 한다. 

이건 자동차 SUV한대 보다도 더 크다는 얘기인가? 직접 보지 않아서 그 크기가 실감이 가진 않지만 커도 너무 큰 거 아닌가 말이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얼음들이 녹아서 그들의 서식지가 어쩔 수 없이 한 곳으로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톤짜리 덩치들이 수십만 마리가 우글거린다고 생각해 보시라. 

이에 인간은 정말 개미새끼 한마리로 밖에 보이지 않을는지. 진짜 인간의 신체는 얼마나 나약한지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저런 녀석의 배에 깔린다면 그야말로 끔찍하다. 그런 덩치들이 그나마 쉴 곳을 찾으려고 돌산을 기어오른다는 것이다. 거의 백 미터의 경사를 그 무거운 몸을 끌고 말이다. 

♣ 바다코끼리의 위태로운 절벽의 모습. 생존의 의지는 강하나 환경이 바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위험천만한 낭떠러지 같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배가 고파지면 다시 바다로 내려와야 하는 상황. 허나 이들은 육지에서는 시력이 그렇게 좋지 못하기에 돌산을 내려오다가 수없이 그냥 떨어진다. 대부분 죽지 않겠는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산을 하다 맥없이 죽어야 하는 그런 처참한 상황을 슬로 장면으로 보여주니 너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찔끔 난다. 

이 모든게 환경과 기후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일어난 일 아닌가 말이다. 환경파괴나 오염 온난화의 문제,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있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그게 뭔 대수인가 당장 우리가 살아 가는데 큰 문제없으면 문제없는 게 아닌가 하며 살아왔다.

이런, 환경에 관해 여지껏 자세히 몰랐던 동물들의 아픔이 있었다는 데에 심히 놀랐다. 인간도 동물인데, 같은 지구 상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로써 서글프고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나머지 에피소드도 또한 색다른 감동을 주리라 믿는다. 

매일 좀비 같은 화면만 보다가 이런 대자연의 신비감과 경외감을 느껴보니까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것 같고 머리가 멍해지기까지 한다. 주말 저녁에 TV에서 하던 <동물의 왕국> 수준이겠거니 했는데, 그보다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감동의 영상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을 내서 주행을 예상해 본다.

 

우리의 지구 | Netflix 공식 사이트

압도적인 스케일, 경이로운 영상미 그리고 전 인류를 향한 메시지. 우리 지구에 관한 가장 광대한 탐험을 만난다. 자연의 장관과 공존의 철학을 담은 대작 다큐멘터리.

www.netflix.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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