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원주를 탐방하는 자리입니다. 이번 방문한 곳은 원주역사박물관입니다. 원주의 시내에 한적한 곳에 소박하고 조용하게 위치해 있지요. 정문 앞이 차 한 대만 다닐 수 있도록 좁은 골목길을 연상시키는데요. 주변에 음식점들과 주택들에 둘러 쌓여있어서 커다란 박물관들만 보아오던 버릇이 있어서 인지 좀 아담하다고 느껴집니다.
정말 그렇기도 하고요. 주차는 당연히 무료이지요. 국립이기 때문에 입장료도 없고요. 주차구역이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차가 서너 대 정도는 있군요. 건물은 좀 신경을 많이 써서 특이하게 보입니다. 잘못 인식하면 원주시내의 잘 지어진 주민센터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문은 붉은색의 독특한 형식으로 세워져 있고 그 뒷편에는 12개의 동물 수호신들의 민화 그림이 붙어져 있습니다. 각각 사람의 띠를 상징하고 있고 그 띠의 특징들을 기술해 놓았지요. 1층 로비에 들어가자마자 아주머니 한분이 반갑게 맞이하시는 데요. 역시나 방문자 기록란에 기록 좀 해달라고 하시네요.
어디서 왔는지 지역 정도까지만 쓰도록 하고요. 그 분은 일상이 바쁘신지 어느 분과 통화를 또 열심히 하십니다. 들어가자마자 중앙에 오래된 검은색 차가 있는데요. 바로 10대 대통령 최규하 대통령이 재임 시 타셨다는 푸조 604 차량입니다. 배기량이 2,664CC나 됩니다. 지금 보니 많이 투박하긴 한데 중대형급으로 튼튼하게는 보이네요.
아마 방탄기능도 되지 않을까요. 최대통령이 아마 원주 출신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원주에서도 대통령이 나올 정도로 꽤 격식 있는 도시인 듯합니다. 박물관의 기본 구성이 다 그렇듯이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정리해서 보여주지요. 특히 돌도끼나 토기, 항아리 같은 종류는 시작과 동시에 빠질 수 없는 대표적 품목입니다.
좀 새로운 것은 없는 걸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드네요. 게다가 불상과 관련된 종들의 전시품도 매번 나옵니다. 석가모니를 비롯한 불상들은 전시가 되는데 기독교 신자가 대부분인 나라에서 예수나 하나님에 대한 전시 품목은 본 적이 없는데 왜 그런 걸까요.
기독교나 천주교 쪽은 전시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종교 쪽으로는 발굴되는 귀중한 유물이나 보물이 하나도 없어서 일까요. 가만 생각해 보니 진짜 궁금하긴 하네요. 돌로 된 불상들은 정말 많이 봤는데 말이죠. 대부분의 불상들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거나 똑바로 서있거나 둘 중에 하나의 자세가 전부이죠.
좀 다이내믹하게 활동적으로 움직인 자세는 왜 없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얼굴의 인상도 꼭 다물은 입술로 상당히 엄숙하지요. 입꼬리가 올라가서 활짝 웃는 미소를 가진 불상은 찾아보면 있겠지만 상당히 드물겠지요. 유물에도 많은 다양성이 있으면 어떨까요.
원주라는 명칭은 고려시대 때 940년 태조 23년에 처음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천 년 전부터 이런 명칭을 불렀다니 괜히 신기해지네요. 그때도 한국말처럼 "원주"라고 불리지는 않았을 테고 중국말을 썼을까요. 천 년 전 대화를 어떤 언어로 했을지 상상이 안 갑니다.
맞은편의 전시관에는 약간 매캐한 냄새가 나는데요. 일반인들이 경선을 해서 입상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바로 각종 멍석과 소쿠리들이 놓여있습니다. 용의 형상을 만든 특별한 작품도 있네요. 멍석이란 각종 나물과 채소들을 넓게 펴서 말리는데 쓰이는 그런 도구입니다.
멍석이라고 하면 안 좋은 기억이 첫째로 떠오르지요. 잘못한 사람을 멍석으로 둘둘 말아서 때리는 상상 말입니다. 왜 이런 생각만 나는지, 설명을 보고 용도를 살펴보니 사람 말아서 때리는 용도가 주가 아니었네요. 또는 "멍석을 깔아줘도 못한다"는 얘기도 있지요. 춤이나 노래 좀 해봐라 했을 때 쭈뼛하면서 뒤로 뺄 때 이런 말을 하지요.
이층 전시장에는 "일사 김봉룡"이라고 하시는 인간문화재의 작품이 있습니다. 그는 세상을 초월한 신선의 이미지를 갖춘 좀 기이한 분인데요. 바로 나전칠기의 공예에 관한 전문가입니다. 평생을 나전의 세계에 몸 바쳐서 그 기술을 연마하고 혁신하였으며 전통의 나전을 근현대의 나전으로 이어준 장본인이라고 합니다.
바로 원주 칠공예주식회사에서 책임자로 있으면서 옻칠공예도시 원주의 기초를 마련한 것이지요. 실제 전시된 작품을 보면 사람의 손으로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한 땀 한 땀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신기하고 경이롭습니다. 전시된 옷장과 비슷한 종류가 저희 집에 옛날에 있었던 듯 합니다.
그 당시엔 상당히 비쌌겠지요. 조개나 옥, 진주 같은 소재를 섬세하게 다루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또 신기했던 것은 조선시대에도 포켓북(Pocket Book)이 있었습니다. 갖고 다니기 편리하게 만든 조그마한 책인데요. 카드처럼 줄줄이 이어진 종이에 한문으로 깨알같이 써진 것이 마치 커닝 페이퍼 같기도 하지요.
"서산"이라고 하는 것은 글을 읽은 횟수를 쓰는 물건이라고 합니다. 그냥 붓으로 바를 정자를 써나가면 되지 않을는지요. 점을 칠 때 사용하는 책도 있는데 안에 그려진 그림들이 어린이집 아이들이 그린 것 같아서 좀 웃겼습니다. 외부로 나가면 바깥 정원 쪽에 석탑과 불상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어서 조그만 공원 같은 인상을 주지요.
커다란 기와집이 한채 보이는데 이곳도 최규하 대통령의 생가 터입니다. 원주 보통학교를 입학하였고 강원대 명예 법학 학사를 받은 원주의 토박이였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의 대통령직으로 다소 아쉽지만 고향 원주를 잊지 못했던 님을 기리기 위해서 이곳에 비를 세웠네요.
간간이 가족단위로 관람을 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역사교육에 괜찮은 학습의 현장이라 생각됩니다. 원주의 발전상을 한번 훑어볼 수 있는 좋은 장소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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