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을 열심히 일한후에 이틀을 쉬는게 직장인에게는 그것만큼 달콤한게 없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4일을 일하고 3일을 쉬는 곳도 있다고 한다. 꿈같은 얘기이면서 우리는 언제쯤에 그런 세상이 올런지 알수가 없다. 

어차피 서민이면서 직장인이기에 기다려지는 것이다. 사업가나 부자들은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패턴일 것이다. 딴나라 사는 사람들을 동경해 봤자 가슴만 아프니 말이다. 

★  차장님에게도 조국이 하나이듯 저에게도 조국은 하나입니다. ---- 공 작 ---- ★ 

잘 살려면 직장인 마인드를 서서히 버려야 되는데 말이죠. 여하튼 푸념이었고요. 금요일 저녁때가 아마도 젤 행복한 시간이라 느끼는 와중에 토요일이나 일요일 조조 영화를 끊기위해 영화앱을 쳐다보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일요일 조조를 보니 그닥 많이 예매를 하진 않은 듯 했다. 좌석수도 기존의 4백석보다는 170석 정도의 적당한 좌석과 오전 8시반에 시작하는 타임이다. 적잖이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시각. 

그런데도 이른 아침에 가족 단위의 관람객은 항시 많다. 이번 영화는 12세 관람가라서 그런지 종종 어린 아이들도 많이 눈에 띈다. 요즘은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자주 선보이고 있다. 

그냥 밋밋한 상상력 보다는 실제 이야기라는 데에 홍보를 많이 부추긴다. 또 왠지 더 보고 싶은 관객의 마음을 이용하기도 하는 것이리라. 핵심 주인공 4인방이 전부 다 천만관객을 먹어치웠던 유명 배우들이다. 

황정민, 조진웅, 이성민, 주지훈 등 이 분들의 개런티도 상당하지 않겠는가? 보통 대충 흥행해서는 정말이지 잘 나가는 배우 인건비도 못 줄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은 순조로운 항해를 하는 듯 하다. 

12세 관람가이니 성인들만 보는 것보다는 관객이 더 들지 않겠는가. 암호명 흑금성. 왠지 중국집 간판과도 같은 짜장면 냄새 진하게 날것 같은 중국지향적인 단어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시기와 맞물려서 벌어진 남과북의 스파이 대전아닌가.

영화는 큰 액션은 정말 없이, 잔잔하고 긴장감 주는 대사를 날리면서도 썩 괜찮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내가 살아왔던 시대의 이야기가 친숙하다보니 중간에 다행히 조는 현상은 없었다. 물론 개중에 코고는 소리도 잠시 들리는 듯했다. 

비즈니스의 뜻은 

첫째 사업이라는 말도 있지만 

둘째 모험이라는 뜻도 있는데 

저와 마지막으로 모험해보지 않겠습니까 ?

신파조의 폭풍 눈물을 유도하는 장면도 아예 없고, 고정간첩역을 그 살벌한 북한의 김정일 치하의 소굴에서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사업가로서 위장하는 그 담대한 강심장은 어디에서 나오는것일까. 

마치 정주영회장님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희롱하는 듯한 사업수완과 세치혀의 간들어진 구술능력은 아주 탁월하다. 이런 분이 스파이 대신에 실제 대북사업에만 매진 했다면 북한 경제에 많은 변화가 왔으리라 확신한다. 

전직 정보사 소령출신이지만 군인의 모습보다는 간계에 능한 작전,정보 참모로서의 분주함이 더 와닿는다. 도청장치를 중간중간에 긴장감있게 설치하는 장면은 보는이의 애간장을 잘 태운다. 

북한 김정일 역할의 배우는 그 체격과 인상이 많이 비슷하도록 특수분장을 한 듯하다. 그런대로 잘 어울렸던 같다. 양주를 계속 마셔대는 음주장면은 수도 없이 나온다.

관람하는 아이들이 여름에 목마르면 보리차 색깔의 양주를 입가심으로 마셔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공작은 웬지 독한 썸씽스페셜 같은 고동색을 띄는 영화를 닮았다. 

역시, 고위층을 상대하는 007스파이(?) 입장에서는 값싼 소주,맥주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흑금성의 가족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가 없다. 한국 스파이는 외국의 스파이와는 본질적으로 너무 착하다. 

그 흔한 연애나 본드걸과 같은 에피소드도 없이 오로지 북한의 핵정보를 캐기위한, 명령대로 움직이고 아무생각없이 시키는 일만 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낭만이 없는 스파이. 그게 우리나라의 공작형태였는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는 것이, 

집권여당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까? 

지금까지 전! 저의 가족과 저에 

대한 생사를 내려놓고 

국가의 부름에 충실히 따랐습니다 !

정말 스파이다운 스파이다. 그렇게 국가기관 상부의 명령대로 목숨걸고 일하다가, 정권이 바뀌니 몇년동안 온갖 죄명을 쓰고 수년간 복역을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냐에 따라 그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허약한 잔심부름꾼의 몰락. 

이런 동시대를 살아가는 서민으로서 애통과 비장함을 안 느낄수가 없다. 국가의 대선이라는 큰 행사뒤에 국민 모르게 물밑작업이 이루어지고, 정권을 유지하고 자기의 밥그릇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추악한 비화와 진실이 드러날수록 분노가 치민다. 

자기 앞가림을 위해서는 적과의 내통 및 비밀 타협과 뒷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정치와 경제는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이듯, 요즘같이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시대에 국민에게 애국심을 강조하고, 조국이 나에게 내가 조국에 할 수 있는 일이 진정 무엇이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듯하다.

사진출처 : http://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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