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륵산 미륵보살을 보기위해 시작하는 지점인 미륵산 매점입니다. 주인장님의 친절한 컨설팅으로 산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지요.

 

안녕하세요 행복한 줄 긋기입니다. 근래에는 강원도 원주에서의 방문 기억들을 떠올려보는 시간들을 가져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바로 미륵산의 미륵불이라는 곳을 가게 된 경로를 한번 짚어볼 까 합니다. 워낙 산행을 좋아하거나 산사람은 아니기에 프로산악러처럼 날다람쥐 뛰듯이 하지는 못하지만 말이지요. 

 

나름대로 쌩고생을 하면서 기어이 올라가 보는 체험 자체가 의미가 큰 것이겠지요. 미륵산은 경남 통영에도 같은 이름의 산이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거기서 다시 몇 분정도만 데크길을 따라 가면 해상 국립공원의 아찔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지요. 

 

같은 이름의 산이 한반도의 반대편에 또 있군요. 일단, 이전에 다른 사찰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뒷동산 마실가듯이 걸으면서 만끽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그 정도 수준이겠거니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와 정 반대였네요. 미륵산 올라가는 초입구에 미륵산 매점이 있어서 시작은 상당히 원활합니다. 

 

◆ 산행을 바로 시작하면 이렇게 미륵불상의 최종 모습을 보여주니 꼭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최종 목표 확인 !

컨테이너 막사 형태로 아담하게 지어진 매점인데 바깥에 이미 차 두대 정도가 주차되어 있지요. 저 말고도 이미 이 곳을 올라가시는 분들이 계시는구나 생각하니 일단 마음이 놓입니다. 아무도 없는 산을 홀로 산행한다 것이 좀처럼 익숙하기 어려운 극한의 고통인 것은 체험상 느끼니까 말입니다. 

 

저도 좁지만 한군데 공간이 비어있는 곳에 주차를 해놓고 보니 어느새 시간이 느지막한 오후를 달리고 있네요. 부지런히 쫓아다닌다고 해도 결국은 항시 시간에 얽매이고 맙니다. 우리의 지도 박사인 구글 지도를 켜고서 내 위치를 보면서 올라가려니 앞쪽에 미륵불의 형상 포스터를 붙여놓은 조그마한 오두막 같은 집이 반겨주고 있습니다. 

 

 

바로 위에는 경순왕 경천묘라고 하는 문화재 유산터도 웅장하게 보입니다. 신라 56대 마지막왕인 경순왕을 기리고자 지어진 터인데 높은 곳에 지었다 하여 고자암 또는 고잠이라고도 불린답니다. 방문한 날은 왠지 문을 열어 놓지 않아서 내부까지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오르는 길 쪽에서 카메라에 담아볼 수는 있습니다.

 

◆ 경순왕 경천묘의 정문 모습입니다. 아마도 월요일은 대부분의 공공유적지는 쉬는 것으로 압니다. 구름하고 잘 어울리네요.

 
산행을 하는 초입에 미륵산과 관련된 지형도를 안내하고 있는데 그다지 거리상으로는 멀지는 않게 보입니다. 앞쪽으로 가다보니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는 말뚝 표지판이 비스듬하게 가리키고 있는데요. 오른쪽과 중간 길도 있어 보여 가보니 오른쪽 길은 더 이상 길이 없이 흙으로 덮인 막다른 길이고요.

 

표지판이 있는 왼쪽으로 지도를 보면서 올라가다 보니 희한하게도 황산사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도 길은 점점 험해지는 겁니다. 이러다가 산속 미아가 될 듯하여 다시 되돌아와서 지도를 봐도 예상한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닌 게 느껴지네요. 

 

결국 미륵산 매점으로 결국은 다시 와서 매점 아주머니에게 자세하게 물어보니 올라가는 길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너무 원칙적인 말씀을 하시네요. 물론 제가 좀 헤매는 것이지만요. 

 

◆ 경천묘의 뒷모습을 보니 더욱 풍경이 아름답네요. 늦은 오후라서 산속의 나무에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지도상으로는 매점 바로 주변이 황산사로 나오기까지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서 말이지요. 매점 사장님 왈 지금 이곳이 황산사의 옛터이기 때문이라는 말씀은 점점 더 헷갈렸지만 이 상황에서 지도를 접고 중앙의 산길로 무작정 직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간상 이미 반은 올라갔어야 되는데 다시 매점에서 빙빙 돌고 있으니 조바심이 퍼뜩 드네요. 주인 아주머님도 몇몇 분들이 이미 올라갔고 아주머님 남편분도 올라갔기 때문에 안심하고 가보라는 말씀. 여하튼 이곳에서 사시니까 철석같이 믿고 다시 올라가는데 선글라스 끼신 분이 막 여유 있게 하산하셨으니 바로 이분이 매점 주인아저씨이시죠. 

 

산속은 다소 컴컴하던데 썬글라스까지 착용하신 전문 산악인의 모습. 바로 저기 보이는 게 미륵불이니 죽 올라가면 된다는 희망적인 컨설팅과 함께 다 쓰신 막대기 지팡이를 저에게 인계하시는 센스. 뭐라도 나오면 이거로 때려잡아라. 사기가 급상승하여 전투적 자세로 돌변하여 힘차게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 미륵불상의 중간지점에 쉬어가라고 보여주는 주포리 삼층석탑. 물한모금에 땀 한번 식히면서 보시면 딱 좋습니다.


걷다보니 점점 어두워지는 산속의 그늘은 암울한 마음을 고양시키지요. 이제 시작인데 마음은 벌써 하산을 하고 있는 반전의 상황입니다. 정말 이 길이 맞는지를 수십 번씩 되뇌며 얼른 미륵불이 나타나기만을 빌면서 사소한 부스럭거림에 귀가 쫑긋 세워집니다. 

 

다행히 부부 두 분이 내려오시면서 멋쩍은 인사와 함께 저는 지옥의 구렁텅이로 향하지요. 이제는 어떤 인기척도 없는 상황. 산길이 있기는 한데 왜 이리 점점 험해지는 건지 이건 동네 마실로 생각했다가 에베레스트 등산을 하게 생겼네요.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고 땀으로 뒤범벅이 되던 찰나, 반갑게도 어르신 네 분 이서 이 시간에 혼자 올라오는 것에 적잖이 위로의 말씀을 건네네요. 네 저도 지금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안녕히 내려가세요. 그냥 어르신과 같이 하산하고 싶더군요.

 

◆ 미륵불상을 올려다본 모습인데요. 기암괴석에 경사도가 있어서 다리가 후둘후둘 합니다. 안전은 베테랑이 없습니다 !

땀이 흘러내려 안경을 적셔서 어르신이 잘 안보일 정도이니 이건 극한의 사우나실 보다도 더합니다. 데크로 만든 층계들의 경사도가 이건 완전히 기어서 올라갈 정도라서 할 말을 잃어버리네요. 이런 길은 도대체 어느 분이 만드신 건지 거룩하게 느껴집니다. 

 

다리의 후둘거림과 스릴감은 설악산 울산바위의 강도를 몇 배 능가할 정도가 되네요. 아무도 없는 산에 혼자라고 생각하니 공포 게이지는 점점 상승합니다. 중간에 황산사 사찰이 있을 텐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상황. 

 

중간에 무언가 쌓아놓고 포장으로 둘러놓은 커다란 물건들은 용도가 뭘까요. 중간에 마주친 주포리 삼층석탑은 신라 경애왕때 지어진 황산사 터에 흩어진 것을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하네요. 가다 보면 끝은 있겠지 하고 갔건만 결국엔 미륵불상에 도착을 하고 마네요.

 

◆ 정상 미륵불의 유래를 보여주는 안내판. 이 글을 보기위해서 흘린 땀. 세월의 풍파로 많이 훼손됐지만 그 위엄만큼은 웅장합니다.

그야말로 그 데크로 만든 전망대에 그냥 누워버립니다. 체력이 완전 방전이 된 상태라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미륵불을 보니 감개무량해서 만감이 교차하네요. 주위의 배치된 기암괴석과 나무들의 풍경들이 아찔합니다.

 

돈을 시주하는 복전함도 있고 다시 더 위쪽으로 향하게 로프가 주욱 달려있는데 그 곳까지는 일단 제치고 이렇게 인자하신 미륵의 인상을 보는 것으로 대만족 하네요. 주포리 미륵불은 고려시대 만들어진 마애불상으로 높이가 10미터인데 비바람에 마모가 많이 된 건지 형상이 그렇게 뚜렷하지는 않아요. 

 

강원도에서도 이렇게 암벽에 새긴 불상의 사례는 상당히 드물다고 합니다. 중간에 어르신분들이 산행이 힘들어도 아마 올라가면 대만족하실 거라고 하셨는데 과연 계속 이 짓을 왜 하는지 되뇌면서도 막상 정복을 하고 보니 그래도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 오늘의 주인공인 마법의 지팡이. 이 지팡이가 없었다면 오늘의 산행은 실패했을지도. 다른 분들을 위해 이 곳에 허하노라.

바로 이런 맛에 등산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매점 아저씨의 마법의 지팡이가 산행에 많이 도움되기는 처음입니다. 아주 잘 사용했습니다. 오늘산행은 지팡이의 승리네요.

 

 

주포리삼층석탑

지도위에서 위치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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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묘

강원 원주시 귀래면 미륵산길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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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사

강원 원주시 귀래면 미륵산길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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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포리미륵불

주포리미륵불 여행,명소 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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