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서는 출간된지는 조금 되었습니다. 2019년 1월 말쯤에 나왔는데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네요. 저자 도올 김용옥은 많은 분들이 다들 아시지요. TV에서도 많이 출연하여서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다들 좋아합니다. 그의 특이한 목소리톤과 말투가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준다고 할까요.
그는 고려대를 거쳐 대만과 미국에서 공부한 철학자이고 고향은 충남 천안이고요. 원래 충청도분들이 양반인데다 행동과 마음들이 좀 느긋한지라 저자와 같이 할 말을 하면서 대놓고 호통치듯 하는 대화는 잘 연상이 안 가지요. 하지만 그런 중에서도 걸출한 인물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지요.
근래에는 유아인과 함께 TV에 나와서 진행했던 프로그램도 있었지요. 많은 호응과 함께 시청률도 괜찮았던 듯 합니다. 유튜브에서도 그의 강연하는 모습들이 참 많지요. 특히, 역사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으면 끝까지 보게 되는데 강연 화술이 남다르게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번 책 <우린 너무 몰랐다>는 제목에서도 끌리듯이 무언가 정말 내가 알지 못하는 참신한 내용이 있을지 둘러보게 되었지요. 바로 해방과 제주 4.3사건과 여순 민중항쟁이라는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여순 민중항쟁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여순이란 전라도의 여수와 순천을 말하는데 솔직히 그간 이 항쟁에 대해서 크게 관심도 없다보니 그 내막을 더욱 알 수는 없었지요. 기껏해야 광주의 5.18 혁명 정도나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태이지요. 이 항쟁에 관한 챕터를 기술하면서 저자는 조선시대때의 이순신 장군의 여수 근처에서의 활약상을 많이 얘기하고 있지요.
여수와 순천간의 지리적인 위치로 인한 당시의 민중들의 생활상과 배경들을 하나씩 짚어봅니다. 그들의 생활력과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민심들을 들추어 보지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예를 들면서 거북선을 제조하는 과정과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와의 전투적 전개과정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당시의 왕이었던 선조의 그릇된 판단력과 이순신에 대한 홑대로 인한 뼈아픈 스토리까지 살펴보면서 여수, 순천사람들의 적지 않은 헌신의 하부구조를 얘기하지요. <두무악>이라는 단어는 제주도에서 핍박받는 민중들이 그곳을 탈출하여 조선의 남부 해안에 정착한 사람들로서 바로 그들이 여수와 순천 인구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삶에 대한 핍박으로부터 일어서려는 그들의 전통적인 정신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배의 건조기술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요. 제주에서만 보이는 <덕판배>는 배의 앞머리 쪽에 충격에 강한 나무들을 덧댄 배이고 이것을 전투용으로 만든것이 바로 <판옥선>입니다.
다시 판옥선에 뚜껑을 씌우고 기동성을 높인 것이 <거북선>인 것이지요. 바로 이런 거북선을 만든 사람들이 바로 여수사람들인 것입니다. 그 후손들이 처참하게 희생된 것이 <여순 민중항쟁>이고 자그마치 11,131명이라고 하지요. 해방 후에 이렇다 할 국가 방위 대책이 없을 무렵, 바로 군사영어학교를 통해서 국방을 책임질 지도자급들을 양성하게 되고 이후 <남조선 국방경비대>가 창설됩니다.
그나마 국군의 모습을 어느정도 갖춘 형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때 15개의 연대가 전국적으로 창설되는데 제14 연대가 여수에 위치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여순반란"이라고 했었지요. 14연대 군인들이 지창수 상사라는 빨갱이의 선동으로 반란을 일으키고 양민을 학살했다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제주에서 양민학살을 하는데 힘이 모자라니까 그곳으로 지원하라는 명령에 불복해서 시가전을 벌이다가 쫓겨서 지리산으로 들어간 사건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저자는 많은 연구를 통해 이는 반란, 항명이 아니라 민중항쟁이라고 명명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해방 이후 현대사를 쫓아가면서 저자는 박정희, 박헌영, 이승만과 그의 앞잡이 이범석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여지없이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항쟁이 일어나기 1년전 영암 군경 충돌 사건이 있었지요. 외박 후 지서 앞을 기다리던 하사를 보고 순경들이 큰소리로 비아냥 거린 데에 감정대립이 되어서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 순경은 독립투사를 때려잡던 친일파라는 인식이 있었지요. 경찰들은 국방경비대를 자신들의 산하기관이며 경찰예비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부대원들과의 대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촉즉발의 상태였던 것입니다. 이토록 갑질과 부패의 온상인 경찰에 대한 적개심은 서서히 커져가게 되지요.
게다가 임시정부수립의 대사면 때 영암 사건으로 잡혀간 국군 동지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기까지 해서 그 의분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된 구례경찰 사건이 또 있는데요. 구례 이발소에서 술에 취한 경찰이 주인의 태도가 불손하다고 폭행을 가하자 14 연대 장병이 말리면서 일이 커져버린 사건이지요.
항명에 대한 일화도 소개하고 있는데요. 지리산과 가야산에 숨어든 공비를 토벌하기 위해서 미군은 공중지원을 하게 됩니다. 그 편대의 김영환대령은 폭격을 명령받고 출동하였으나 그곳은 우리의 문화유산 8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였지요. 결국 기관총 소사로만 끝나고 말게 되지요.
훗날 미 군사고문단장에게 추궁을 당하게 되는데 수백명 공비를 잡기 위해서 위대한 문화유산을 잿더미로는 못 만들겠다고 진술하지요. 위대한 군인은 바로 이런 명령을 당당히 거부할 수 있는 겁니다. 반란이라는 개념은 주도하는 세력이 대병력이거나 정부 요직에 있거나 해야 합니다.
또한 권력자를 몰아낼 후임자를 이미 결정해야 하지요. 게다가 철저한 계획하에 장기적인 플랜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순항쟁은 어떤가요. 14연대 군인들의 합리적 판단에 여순 사람들이 호응한 결과물일 뿐입니다. 여수, 순천 민중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요구에 저항한 가벼운 소요인 것이지요.
이에 국가가 행한 학살은 가히 상식 이하의 만행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렇듯 저자는 민중항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동안 공권력의 공포감과 인간본성에 대한 불신감만을 키웠다고 합니다. 바로 "우리는 너무 몰랐다". "우리는 너무 조용했다" 고 말이지요.
이 책은 다소 과격한 표현이 있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여순반란이 민중항쟁일 수 밖에 없는, 역사적 사건들로 증명을 해나가는 그의 목소리입니다. 그의 진정한 식견을 바라볼 수 있는 한 편의 각성제와도 같았습니다.
(사진=[도서]우린너무몰랐다, 픽사베이,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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