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추첨을 통해 선택된 자들에 한해 지하의 거대한 피난처로 옮겨진다.

간만에 넷플릭스에 들어가 추천되는 영화들을 보던 중 근래에 개봉한 후 갑자기 없어져 버린 유랑지구가 떡하니 나타났다. 개봉하기 전에 영화 쪽 리뷰에서 간간히 선전을 했었고 중국에서만도 엄청나게 흥행했다고 보았다. 중국에서 만든 것이니 당연히 그 많은 중국인중 10퍼센트만 봐도 가히 1억 4천만 명이나 된다.

한국에서 최대 흥행숫자는 1500만 명을 넘기면 1위가 되는데 그의 10배라면 엄청난 거 아니던가. 이런, 애국적 후원을 입고서 흥행을 한 영화가 한국에서는 영 맥을 못 추는 것 같다. 극장에서 내린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고, 넷플릭스에서 벌써 공짜로 올라와 있으니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쨌거나, 넷플릭스 이용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개봉시에 보려고 마음먹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못 본지라 상당히 들뜨고야 말았다. 솔직히, 한국 정서에 중국이라는 나라는 호감이 있게 비치지는 않는다. 왠지 중국인들은 상품을 만들어도 짝퉁이라고 하고, 공항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상당히 시끄럽고 기본적인 예절이나 매너가 좀 부족하는 인식이 있다.

하나 근래엔 달 뒷면에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등 과학기술로는 왠지 모를 미국을 앞지르려 한다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어서 괜히 부러움을 사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 쪽에서도 진일보한 SF 판타지 액션을 기대 이상으로 잘 그렸다고 호평 일색이었다. 그 영화가 유랑지구이다. 

노친네 '오맹달'의 활발한 노익장에 맡겨버린 손자 손녀의 느긋한 모습.

 

 

마치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키고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슴 벅차고 눈이 즐거운 영화로써 말이다. 기사에서는 그래픽은 상당히 뛰어나다고 언급한다. 스토리야 항상 뻔한듯한 약간의 신파와 애국주의적인 사상과 중국이 전세계에 희생하고 인류를 구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래픽 구현 부분은 실제로 한국의 CG업체 "덱스터스튜디오"에서 만들었다는 데에 또 한번 놀랐다. 중국 영화니까 중국에서 다 만들었겠거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현란한 그래픽 기술이 한국이라고 하니 왠지 모를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한국이 좀 앞서있다고 생각하니 다행일진대, 조만간 또 중국이 이런 기술을 습득하여 제치지 않을까도 느껴진다.

그들이 후발주자이지만 항상 역전을 해서 놀래키지 않는가. 달나라까지 가는 기술인데 영화에서의 그래픽 기술 정도는 그보다는 좀 쉽지 않을는지. 이쪽 분야는 잘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 생각이 든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래픽 기술이 그렇게 조잡하지는 않고, 대체적으로 평이한 수준이다.

지금은 왠만한 영화들이 3D 기술들이 많이 들어가서, 어느 부분이 기술이 적용됐는지도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현실과 그래픽이 마치 하나로 합쳐져 현실과 같은 착각이 드는 게 보편적이다. 세상이 좋아져서 이제는 영화도 예술의 경지까지 오른 기술이 되었다.

유랑지구 - 이 말도 안되는 극한 상황을 두 주인공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

그 옛날 심형래 감독이 만든 공룡영화들이 있지 않던가. 당시 개봉할 적에 미국에서는 <쥬라기공원>이 나왔었고 이를 본 심 감독이 놀라 자빠질 뻔했다고 한다. 한국의 공룡은 사람이 탈을 뒤집어쓰고 연기하는 게 고작인데, 미국의 공룡은 3D 기술로 무장하여 실제와 거의 흡사하고 그 자연스러움에 감탄했다고 했다.

기술적으로 경쟁이 안되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어언 20여년 전인데 지금은 그런 기술이 각 나라마다 거의 어느 일정 수준에 올라있는 상태다. 그런 창피함과 쪽팔림 때문에 더욱 분발하여 지금의 한국 그래픽 수준이 진일보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유랑지구는 이런 화려한 그래픽을 전면으로 내세워 위대한 중국의 자부심을 한껏 자랑한 영화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목성의 중력 작용으로 지구가 점점 끌려가게 된다. 지구의 대지는 이미 영하 70도의 극한 환경에 처해있고, 목성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지구 내에 추진력을 가동하여 그 충돌을 피한다는 상상력의 최정점을 찍어 버린다.

지구 자체에 추진력을 달아 지구를 이동시킨다는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고 어이 상실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스토리는 이미 중국의 SF작가 '류츠신'의 동명소설인 <삼체>를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로 휴고상까지 받았다고 하니 베스트셀러 소설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인류 35억명을 구하기 위한 주인공 일행들의 처절한 구원작전 

당연히, 한국에서도 영화화 된 소설들이 많지 않던가. <아가씨>, <내 심장을 쏴라>, <신과 함께>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유랑지구에 등장하는 주인공 중엔 그나마 낯설지 않은 '오경'이 있다. 중국 영화 <특수부대 전랑 2>라고 하는 중국판 람보 영화의 주인공이다.

이 또한 전에 한참 흥행을 주도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닥 몸이 람보 같지는 않지만, 종행무진 액션은 봐줄 만은 하다. 그가 이곳에서도 비중 있는 중심축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예상했겠지만, 인류와 가족을 위해서 한 몸을 불사르는 희생을 한다. 

주연으로 아들역에 '굴초소'와 딸 역으로 '조금맥'이 출연한다. 둘 다 훈훈한 외모에 신인의 티를 방금 털고 나온 듯, 앞으로 기대가 되는 유망주임에 틀림없다. SF영화이다 보니, 실제 연기들이 빠져들게 하거나 하기보다는 다소 밋밋해 보인다. 스릴러이기보다는 약간 만화적인 색채가 다분하며 2시간여의 킬링타임용으로 적합하다.

항해사 아버지 '오명'의 값진 희생으로 목성과의 충돌을 간신히 피해 가는 지구

SF영화라는 것이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든 스토리이다 보니, 멀찍이 놓고 봤을때는 허무맹랑한 얘기이고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게 다분하다. 어차피 허구 아니던가. 관객은 2시간 동안 눈이 즐겁고,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그 영화의 황당한 스토리에 퐁당 빠져보는 그런 매력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너무 많은 교훈과 정당성과 헛점을 찾다가는 온전히 즐길 수가 없을지 모른다. 영화는 영화 자체로 즐겨야 한다. 교훈적인 영화도 있지만, 유랑지구는 약간의 가족애와 부성애, 거창한 인류애까지 희생과 헌신 등 보편적인 영화에서 봄직한 얘기는 어느 정도 보여준다.

아무런 스토리가 없는 영화는 없지 않은가. 간간이 러시아 말이나 한국인과 대사들도 나오니 귀가 번쩍 뜨인다. 개봉한지 얼마 안돼 금방 사라졌지만 넷플릭스에서 즐길 수가 있으니 더없이 괜찮았다. 넷플릭스 시청자라면 중국영화의 현재와 한국의 그래픽 기술을 살펴보는 데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유랑지구 | Netflix

태양계가 위험해진 미래, 지구를 다른 은하계로 옮기는 대담한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거대한 엔진을 달고 유랑길에 오른 지구.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엔진이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35억 지구인의 생명이 위기에 처하고 만다.

www.netflix.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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