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은 알고 보니 집 근처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가끔 지방에 갔다가 다시 올라오면서 의왕과 안양을 거쳐서 가기 때문이다. 안양시 석수동 근처에는 이케아,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롯데시네마 아울렛, 코스트코 등 대형 쇼핑몰과 마트가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어 더없이 편리하다.
안양 예술공원으로 가는 거리는 문화의 거리라고 되어있어서 등산객들이 그야말로 인산인해이다. 거리 양쪽으로 음식점들이 계속 늘어서 있어서인지 도로 쪽으로 주차를 해놓아서 통행하기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중앙에 개천이 흐르는데, 초록색으로 우거진 나무들에 폭 쌓여있어서 마치 숲을 통과하는 듯하다.
개천 양쪽으로 울긋불긋한 꽃들이 심어져 있어서, 차를 몰고 그냥 스쳐 지나가기에는 왠지 밑지는 듯한 생각이 든다.
다음에 시간이 나면 걸어서 개천을 따라 올라가 보는게 낫겠다. 향기로운 꽃들의 내음을 맡으며 천천히 걸어서 가는 기쁨이 더없이 좋을 듯하다.
주차장이 따로 있는데, 두시간에 약 삼천 원 정도의 요금이 예상된다. 10분당 300원 정도씩이다. 주차장 근처에는 식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아이들 재롱에 한창 재미가 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도 행복하다. 5층 이상의 식당들 옆에 녹색의 물이 흐르고 날씨는 더없이 푸르다.
바람 또한 살살 불어 등산과 산책에 제격이다. 주차장에는 기이한 모형의 동그란 철로 만든 통로 길이 놓여져 있다. 왠지 한국말이 아닌 동남아 언어를 하는 외국인들이 종종 보인다. 서로들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안양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지 좀 놀라웠다. 바로 산으로의 등산코스가 이어진다.
아마도 관악산 줄기하고 이어지고 있다. 무작정 숲 속의 청량함을 느끼고자 곧바로 산을 타고 약 20분 이상을 등산을 하는데 왠지 이대로 가다가는 길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이다. 간간히 반대편에서 등산객들이 출몰하기는 하는데, 직진을 할수록 인적이 점점 드물다.
예전에 전라도 해남쪽의 두륜산을 오후 늦게 등산을 했던 기억이 퍼뜩 들었다. 가파른 고갯길을 등산하다 보니 인적이 드물었고, 날씨도 검게 구름이 몰려들어 금방 어두워질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하산을 달리기 하듯이 내려왔던
공포의 기억이었다.
여하튼 산행을 혼자 늦게 오르는 것은 웬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꼴이라 느껴진다. 해서 다시 하산을 결정했다. 어느 정도 내려왔을 때 오른쪽으로 시멘트 길이 나왔는데, 그 길이 염불사로 오르는 길이었다. 약 1킬로 내외여서 도전해 볼만한 거리였다.
길지 않은 거리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이라서 숨이 많이 차오른다. 또한 위아래로 차들이 간간히 다니다 보니까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 형형색색, 오색찬란한 등산복의 등산객들이 벌써 밝은 미소로 하산들을 하고 있다. 염불사보다 더 위쪽으로 또 사찰이 있는데 시간상 그곳까지는 어려울 듯하였다.
올라가는 중간에 식당들이 나오고 벌써 등산객들이 막걸리와 파전을 먹으면서 웃음소리가 떠들썩하다. 식당 옆에는 족구장도 있어서 친목도모에 아주 그만인 모습들이다. 머리와 등에 어느 정도 땀이 배어 올라온다. 염불사 가까이 다가가니 어디선가 벌들의 날갯짓소리가 왱왱거린다.
이 맑은 날에 벌들도 등산을 왔나 보다 했더니 웬걸 하늘 높이 드론 한대가 날고 있지 않은가. 조용히 수행하시는 승려분들에게 조금은 실례되지 않을까 한다. 절은 절답게 조용하고 사색하고 구경할 수 있는 분위기를 느끼려 오는 것 아닌가. 드론을 조종하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왠지 좀 불편하다.
더 넓은 광장에서 날리는 게 낫지 않을는지. 중간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대웅전의 웅장한 모습과 함께 부처님 오신 날을 알리는 오색빛깔의 등불들을 쭉 달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명산에나 괜찮은 사찰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곳 안양의 산자락에도 이렇게도 경치 좋은 풍경을 제공해 주리라고는 미쳐 생각지 못했다.
키 큰 불상들이 몇 개씩이나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있다. 따뜻한 5월의 햇살 아래에 제일 꼭대기까지 오밀조밀하게 돌계단들이 놓여있다. 이 자연과 인간의 건축물들이 만들어낸 절묘한 절경을 보고 스마트폰 셔터를 안 누를 수가 없다. 불교에 귀의하면 매일매일 이 멋진 풍광과 함께 일생을 같이 한다니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물론 승려의 일상은 과히 우리 서민들처럼 녹록지는 않지만 말이다. 네모 반듯한 시멘트로 만든 도시의 꽉 막힌 사무실 안에서 모니터만 쳐다보다가 이렇게 근교의 멋진 사찰의 모습을 보니 정말 이런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산하기가 싫어질 만큼 그런 정도이다.
신발을 좀 얇은 운동화를 신고 왔더니, 이런 강행군을 하리라 예상치 못했다. 멋진 경관을 이 두 눈을 통해 머릿속에 각인하려 하니 발가락이 좀 아픈 거는 참을 수 있을 듯했다. 등산에는 좀 두툼한 양말과 등산용의 운동화를 신어야 후회를 안 하겠다 또 한 번 느낀다.
하체운동 제대로 하는구나 느끼면서 이마의 땀을 훔친다. 근처에 박물관 하고 또 다른 볼거리가 있는 것 같았는데, 이미 몸은 방전이 많이 되어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했다. 오늘은 이것까지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제한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봐야겠다는 욕심은 지나고 보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으리라 항시 느낀다.
천천히 걸으면서 풍경을 보고 느끼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여유를 가지고 오늘 안되면 다음에 한번 더 오리라 마음먹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마음을 잡으니 좀 맘이 편안하다. 촉박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뛰다시피 할 것 까지는 없는 것이다. 안양예술공원과 염불사 따뜻한 햇살이 비치면 한번 나들이를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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