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김정운 지음
1. 도대체 갈수록 삶이 재미없는 이유는?
* 토니오 크뢰거의 '그런데 그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라는 허무개그적인 독백은 아주 건강한 기능을 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삶을 반추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입꽁지가 내려간 만큼 우리는 불행해진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한국 남자들의 입 꽁지가 내려온다는 사실은 본능적인 정서 공유 능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요즘 TV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자기 하고픈 이야기만 한다.
목소리를 높여 한국사회 문제를 얘기하지만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를 못한다는 것이다.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안되니 결국엔 동물적 공격성, 분노, 적개심만 남는다.
* 긍정적 정서 표현이 가능하려면 권력관계와는 상관없는 인간관계를 자주 갖는 것이다. 재미를 공유하는 동호회 같은 '취미 공동체' 활동을 하는 것이다.
* 재미는 전염병이다. 재미는 정서 공유를 전제한다. 재미있으면 볼근육은 저절로 올라간다.
* 아침형인간? 이건 정말 아니다. 중학교에 가면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이라는 예문으로 아침형 인간이 될 것을 세뇌당한다. 하지만 이는 21세기형 인간관이 아니다.
* '역사의 변증법'이란 한 시대를 발전시켰던 동력이 그다음 시대에는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한국 산업사회의 '근면, 성실'의 가치가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가로막는다. 참고 인내하는 방식으로는 누구도 창조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 행복하면 죄의식을 느끼고, 재미있으면 불안해지는 개인들이 한국사회의 근본적 문제이다.
* 21세기는 더 이상 노동시간이 가치를 창출해 주지 않는다. 근면,성실하기만 한 사람이 21세기에 가장 불쌍한 사람이다.
* 지식기반사회의 가장 중요한 원리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낯설게 하기'다.
* 21세기에는 '뛰는 놈'위에 '나는 놈'이 아니라 '노는 놈'이 있다.
* '너를 바꾸라'는 미국식 성공 처세서는 참기 힘든 스트레스를 주고, 끊임없이 나에 대해 좌절하는 습관만 생기게 했다.
* 재미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자신이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내 삶의 재미를 찾아야 한다.
* 세상은 기준을 정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움직인다.
* 여행은 관점을 즐기는 행위의 연장인 것이다.
* 재미는 관점을 바꾸는 일이다.
* 내가 하는 이야기의 내용이 바로 '나 자신'이다. 생각도 이야기다. 내가 나 자신과 나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나 자신의 이야기가 없는 이들은 '남의 이야기'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 내 피부로 느끼는 삶의 기쁨이나 슬픔에 관한 이야기, 내 가족,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자잘한 즐거움과 설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을수록 행복한 삶이다.
2. 도대체 무엇때문에 사십니까?
* 재미와 행복은 21세기의 차이트 가이스트, 즉 시대정신이다.
* 독일에 살면서 독일의 원칙론과 치밀함이 너무 부러웠고 그것이 바로 독일에서 배워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대부분 상황론자들이 일을 저지르며 치고 나가고, 원칙론자들은 쫓아다니며 정리하는 방식이다.
* 독일의 꽉찬 비행기 안에서 앞좌석에 울고 있는 아기를 안고 있는 부부를 저자 부부는 보게 된다. 저자의 아내는 참다못해 승무원에게 비즈니스의 빈자리로 아기와 아기 엄마를 옮겨줄 수 없냐고 문의한다. 하지만 승무원은 규정상 불가하다고 하자 저자의 아내는 책임자를 불러달라고 한다.
잘생긴 책임자 팀장도 원칙대로 옮겨줄수 없다고 한다. 독일 비행기 팀장의 원칙론과 저자 아내의 상황론이 맞부딪친 상황이다. 결국 협의한 결과, 승무원들의 특별 좌석에 아기와 아기 엄마를 앉아 가게 하기로 한다. 이렇게 매번 저지르고 보는 아내와 평생 살아야 한다는 저자는 결국 생각한다. 나는 내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그것도 가끔.
* "어릴 적 꿈꿨던 일을 이루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 프로이트
* 축제는 영원으로 흐르는 시간을 마치 매번 반복되는 것처럼 느끼도록 내 삶의 통제력을 높이는 수준 높은 문화전략이다.
*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곧 삶의 내용이다.
* 과거의 지위로 미래를 살아가는 것처럼 서글프고 초라한 일은 없다.
* 사회적 지위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면, 그 지위를 지키려고 아등바등하게 된다. 지위가 사라지는 순간 내 존재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즐겁고 재밌는 삶'이 아니라 참고 인내하는 삶'이 될 수밖에 없다.
* 식욕, 성욕은 인간의 욕구가 아니다. 동물의 욕구다. 인간의 욕구는 감탄하는 데 있다. 우리는 감탄하려고 산다.
*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그 돈으로 매개된 감탄이 없다면, 그 돈은 내 것이 아니다.
* 창의성은 자발적 노동에서 나온다.
▶ 김정운 저자는 독일에서 유학후 명지대 교수를 지내고 근간에는 여수의 섬에 본인의 공간을 구축한 후 그림과 저술활동, 음악 감상 등의 생산적 활동에 푹 빠져있다. 수년 전에 이미 본인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강의를 하고 학생을 가르치면서 한순간 교수직을 내려놓고 남은 인생을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전작의 책들에서도 노는것과 재미를 주제로 삼아 특유의 유머를 이용하여 맛깔난 글들을 써왔다. 이번 책도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내용이 궁금증을 많이 자아내게 했다. 실제로 사는 게 지긋지긋해서 이혼하는 얘기는 아니고,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들이 삶을 재밌고 행복하게 살도록 설명하는 데에 대한 반어적, 은유적 표현이다.
인생을 한번 사는데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하루하루의 삶에 감탄과 칭찬이 나올 수 있도록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재차 역설한다. 살면서, 당연하고 그러려니 하는 생각에 일침을 주고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 봄으로써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는 많은 조언을 해준다.
재미가 있는 삶, 자기의 정체성과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만 하는 생각을 해봄으로써 앞으로의 생활에 희망을 갖고 가슴 벅찬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다독여준다. 개정판이 나온지는 좀 됐지만 한국 남자들을 위한 책으로 일독하면 좋을 것이다.
(사진=yes24,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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