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인들과 싸우는 천둥신 토르
* 토르는 오딘의 아들로, 농업의 신이다. 날씨를 다스린다.
* 천둥 번개를 다스리며 염소 두 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고 다닌다. 힘이 세고 거칠지만 전쟁보다는 농부들을 보호하는데 더 많은 관심이 있다.
* 고대 노르웨이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고, 붉은 수염에 체격이 엄청나게 커서 한 번에 황소 한 마리 이상을 먹는다.
* 그의 분노는 늘 인간을 힘들게 하는 거인들을 향했고, 사람들에게는 다정하고 믿음직한 신이다.
* 달력에는 토르의 이름을 따서 목요일이 붙여져 있다. 영어나 도이치 말로 목요일(Thursday, Donnerstag)에는 천둥신 토르(Thor, Donar)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 거인이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망치를 들고 싸울 준비를 한다. 농사일에 항시 걱정인 농부들의 행동과 비슷하다. 순박한 농부와 같다.
* 전쟁신 오딘은 지혜의 신으로 전략적인 사고를 하며 힘으로 싸우지 않아 사령관이나 지휘관과 같은 유형이다.
* 토르 신의 세가지 보물은 쇠망치 묠니르, 힘의 허리띠, 쇠 장갑이 그것이다.
* 토르의 사나운 숫염소 두마리는 '이빨 가는 염소'와 '이빨 부딪치는 염소'이다.
* 토르의 쇠망치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의 행운과 보호를 상징하는 장신구로 널리 쓰였다. 축복과 죽음을 동시에 의미한다. 히틀러 나치당을 상징하는 갈고리 십자가
(Hakenkreuz)는 토르의 망치에서 나왔다고 여겨진다. 이는 귀도 폰 리스트가 고안한 것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불교의 만자와 비슷하다.
2. 오딘과 토르의 말싸움
* <옛 에다>의 7번 <하르바르트의 노래>를 쓴 시인의 이야기이다.
* 지식과 지혜의 신 오딘이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이고, 육체적 힘보다 지식과 지혜를 더 높이 여겼음을 알 수 있다.
* 힐돌프 = Hildolf = 싸움 늑대
* 오딘은 여기서 뱃사공으로 변장하고 나와 자기 이름을 '잿빛 수염(하르바르트)'이라고 말한다.
* 토르가 큰 집인 줄 알고 들어가 잠을 잤는데 그곳은 거인 스크리미르(Skrymir)의 장갑이었다.
* 트얄피(Thjalfi)는 불의 신으로, 토르가 데리고 다니는 종자이다. 종자는 남에게 종속되어 따라다니는 사람이다.
* 토르의 아내는 지프이다.
* 토르는 오딘이 변신한 잿빛 수염과의 말싸움 결과, 오딘 신보다 지혜와 지식과 말솜씨가 부족함을 인정한다.
* 게르만 세계는 일찍부터 육체적 힘보다는 지식, 지혜, 정보를 더 소중히 여겼다.
* 오딘은 훗날 바이킹의 숭배를 받았는데, 전투에서 용감히 싸우는 전사보다 전투 전체를 지휘하는 지휘자를 더 높이 보았다.
* 오딘과 토르의 이런 차이는 둘이 하는 일 자체가 다른 데서 온 것이다.
▶ 현대를 사는 우리의 모든 업무와 일상에도 팀의 리더가 있고 그 밑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부류가 존재한다. 물론 수장인 지휘관이 임무가 제일 크고, 전체 프로젝트의 책임을 져야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하는 컨트롤 타워이다. 그만큼 급여도 제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감도 비례한다. 어찌 보면 조금 덜 받더라도 시키는 일만 제때 해내는 일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이 두 가지의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자기가 지휘관 스타일인가 아니면 실제 실무를 해내는 기술직이 맞는지는 본인이 알 것이다.
그러므로 성격이 다른 일을 하는데에 대해 좋다 나쁘다고 결론짓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인 듯하다. 어렵더라도 급여를 쫓을지, 좀 덜 받고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자기 시간을 더 가질지는 정답이 없다. 시키는 일만 하는 포지션이, 그렇다고 시간이 여유로운 것은 또 아니다.
실제, 개발이 시작되면 마감 기일까지 진도를 끝내야 하는 것이 실무 개발자의 삶이고, 오히려 초반에 큰 틀을 잡지만 개발일에는 실제로 손은 안대는 지휘관이 오히려 뒤에 여유로울 수 있다.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자기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본인의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각자의 선택된 인생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3. 체면 구겨진 토르의 사연
* <스노리 에다>의 제1부 <길피 왕이 헛것을 보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 염소 뒷다리로 얻은 종자 트얄피의 이야기이다. 로키와 토르는 길을 떠나던 중 하룻밤을 묶은 농가에서 저녁식사를 위해 자신의 염소 두 마리를 잡는다. 농부에게는 아들 트얄피, 딸 뢰스크바가 있었다. 식사 중 고기는 먹되 뼈는 부러뜨리지 말라고 토르는 경고하엿다.
다음날 염소가죽 위에서 망치 묠니르를 휘두르자 염소들이 다시 살아났으나 한 마리가 뒤 다리를 절었다. 그 전날 아들 트얄피가 뼈를 갈랐던 것. 토르의 명령을 어겼음을 알고 농부 가족은 아들과 딸을 토르에게 내주었고, 이후로 두 아이는 토르의 종이 되었다.
* 거인 스크리미르와의 일화가 나온다. 토르 일행이 거인의 고향인 요툰하임으로 길을 떠난다. 묵을 곳을 찾다가 널찍한 곳에서 잠을 자던 중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새벽에 나가보니, 그곳은 거인 스크리미르의 벙어리장갑 안이었다. 자다가 옮겨 간 곳도 그의 엄지손가락 부분이었다.
이런 거인과 같이 길을 떠나면서, 그가 던져준 배낭의 매듭이 너무 꽉 묶여서 그 안의 음식을 먹지 못한다. 자고 있는 거인에게 망치로 화나가 후려치는데, 거인은 첫 번째는 나뭇잎이 떨어진 걸로 착각, 두 번째는 도토리가 떨어진 걸로, 세 번째는 새의 똥이 떨어진 걸로 착각한다.
▶ 아마도 덩치가 토르보다 훨씬 크니까 생길 수 있는 우스운 상황을 묘사한 듯하다. 북유럽 신화이지만 역시 동화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부분을 같은 패턴과 형식으로 세 번 보여준다. 이솝우화나 기타 다른 여타 동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실제로 슈퍼히어로 영화 <토르>가 연상되면서, 영상적으로 얼마나 재미있게 표현했을지 상상을 해본다. 전체 이야기가 그야말로 CG로 만들어야만 스크린으로 볼 수 있을 장면인 듯하다. 토르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혹시 이 장면도 있을는지, 여하튼 어느 나라의 신화든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우습고 해학적이다.
* 신들의 힘겨루기 이야기가 이어진다. 토르 일행은 거인의 거대한 성에 도착한다. 그곳의 왕 이름은 '우트가르트-로키'이다. 성에 머무르려면 특기가 있어야 한다며 특기를 시험한다. 로키는 거인 부하 로기와 빨리 먹기 시합을 한다. 하지만 나무 접시까지 먹어치우는 거인 로기. 트얄피는 후기(Hugi, 생각)와 달리기 경주를 한다.
토르는 술 마시기 시합을 하는데 뿔잔에 가득 찬 술을 한 번에 아무리 마셔도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또한 커다란 고양이 들어 올리기, 늙은 유모 쓰러뜨리기 시합에서 모두 패배해 토르의 체면이 완전히 구겨진다.
* 여하튼 성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거인의 왕이 배웅을 하면서 고백한다. 거인 스크리미르는 왕 자신이 변장한 모습이었다. 그가 속임수를 쓴 거라고 얘기한다. 배낭의 매듭은 쇠끈으로 만든 거였고, 머리를 세 번 내리쳐도 가볍게 느낀 것은 성 근처의 평평한 네모 골짜기였으며 그 세 곳이 파였다는 것이다.
부하들의 시합에서도 빨리 먹기의 로기는 실제는 '불'이었고, 트얄피와 대결한 로기는 왕의 '생각'이었다. 과연 생각보다 더 빠르지는 않지 않겠는가. 뿔잔은 바닷속으로 연결되었고 바닷물을 마신 거라, 바닷물이 빠지면서 썰물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노파 엘리는 '세월'이었다. 힘이 아무리 세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 법. 고양이도 실은 미트가르트의 뱀이었다. 뱀 다리 하나만 들어 올린 것도 대단한 일 아닌가. 이에 토르는 화가 나 망치를 휘둘지만 왕과 성은 온 데 간데없다.
▶ 영화도 관람을 하다가 보면 생각지 못한 반전에 깜짝 소름이 오면서 놀란다. 그런 맛에 보는 걸 수도 있다. 특히나, 스릴러나 공포 분류의 영화라면 더욱 그러하다. 신화를 그간 많이 접하진 않았지만, 이 짧은 에피소드에도 반전이 있다니, 더구나 교훈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이라니.
신화도 분명 지어낸 이야기이고 지어낸 작가가 있을 것이다. 실로 이런 서사적 이야기를 그려낸 맞춤형 구조에 감탄이 온다. 신화라는 것이 그냥 모호하고 허무하기 짝이 없는 상상의 나래일진대, 그 결말은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런 이야기라면 여러 다양한 종류의 SF 판타지 액션 히어로 영화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토르 영화 <라그나로크>와 <천둥의 신> 이 보고 싶게 느껴진다. 우리의 단군신화도 재미있겠지만, 다른 풍토에서 생성된 북유럽형 신화도 접해보니 그 민족만의 독특한 이질적 특성들을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전 세계에도 수많은 신화가 있지 않은가. 하나씩 접해봐야겠다는 야릇한 기대감과 흥분감이 감싸 온다.
(사진=도서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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