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키가 클럽에 처음 들어간 곳에서는 갈곳이 구석진 80년대 오락실입니다. 이 남자는 추근대는 사람으로 계속 나오는데 실패하네요. 추억의 아케이드게임 오락실이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늘의 감상 넷플릭스는 바로 센주니페로 입니다. 이미 시즌이 발표된지는 좀 되었죠. 현재가 시즌5가 시작된지도 꽤 되었잖아요. 하지만 명작은 오래도록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마련입니다. 제목 자체가 어느 지역명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이 곳은 주인공 두 여자를 가상세계에서 만나주게 하는 상징적인 장소이지요. 

 

또한 그들의 감정적인 우정을 넘어 사랑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압축해주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작품이 시작되자마자 등장하는 신나면서 소름이 쫙쫙 돋게 하는 멜로디의 노래는 무얼까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거나 귀에 쏙쏙 박히는 후렴구는 댄스와 록음악에 심취했던 제가 놓쳤던 주옥같은 곡이었나 의아심이 들었지요. 

 

바로 "벨린다 칼라일"의 "Heaven Is A Place On Earth"라는 곡입니다. 그녀는 58년 개띠이고 현재 60세가 넘으셨네요. 그룹 고고스의 리드보컬이었다고 합니다. 87년 작품인데 그때 관심이 갔을 만 한데 왜 깊이 알지 못했었는지 아리송합니다. 지금 들어도 어깨가 들썩할 정도로 리듬이 확 와 닿네요. 

 

■ 셀리는 남친을 따돌리기 위해서 요키에게 아는 척을 해달라고 하는데 6개월남은 시한부를 연기하라고 하죠. 하지만 요키는 5개월만 남았다고 한술 더 뜨는 센스. 퀘그마이어는 클럽이 더 업그레이드 된 버젼인듯 합니다.

 

이 곡이 마지막 장면에서도 흘러나오는데 정말 극한의 여운을 남겨주는 데에 딱 맞는 곡이라고 할 수 있네요. 처음엔 단순한 두 여자끼리의 짝사랑 같은 것이겠지 생각했었는데 노년이 되어 안락사라는 소재까지 얘기하고 있는 다소 진중한 작품입니다. 

 

등장인물인 두 여주인공인 요키와 캘리. 요키는 백인으로 키도 훤칠하지만 세상 물정 잘 모르는 범생이 스타일로 안경도 둥근 테를 끼어서 공부에만 빠져있을 것 같은 캐릭터이죠. 요키 역을 소화한 배우는 "맥켄지 데이비스"로서 캐나다 배우입니다. 차후 개봉 예정인 터미네이터6 에서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하네요. 

 

이 정도라면 그 가냘프고 다소 마른 소녀 같은 이미지인데 안경을 벗으니 약간 핸섬한 미소년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탁되기도 한 거겠죠. 얼마나 터프한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반면 흑인의 캘리 역에는 영국의 떠오르는 신인배우라고 하네요. 

 

■ 식물인간 상태인 요키를 바라보는 켈리. 그들이 행복했던 나날들을 요키도 기억하고 있을런지요. 비록 몸은 죽었지만 정신은 그 날들을 회상하고 있을 겁니다. 

나름 많은 영화에 얼굴을 보인 듯하고요. 요키는 80년대 풍의 나이트클럽에 놀러 왔다가 캘리를 만나게 되죠. 캘리는 이미 사귀는 남자 친구가 있지만 따돌려 버리고 범생이 같은 요키에게 이상하게 끌림을 느끼게 되지요. 하룻밤의 만남으로 끝내고 싶은 캘리인 반면 요키는 이상하게도 캘리와 계속 만나고 싶어서 그녀를 밤마다 클럽으로 찾으러 돌아다니게 됩니다.

 

캘리는 이미 결혼도 했고 딸도 있었던 여자였지요. 반면 요키는 범생이지만 약혼자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감정이 우정을 넘어서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게 되면서 결혼하기로 합니다. 뭐 이렇게 그냥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인가 했더니 웬걸 이들은 가상의 세계에서 만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요키는 이미 어렸을 때 불구가 되어서 식물인간으로 40년 이상을 살고 있는 할머니였지요. 그런데 그 사고가 바로 캘리를 만나고 난 후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했던 거지요. 그 당시에 가당키나 한 말인가요. 엄청나게 혼나고 자식으로 여기지도 않았겠지요. 

 

■ 두뇌접속으로 둘은 결혼하기에 이르지요. 다소 금기시되는 동성간 결혼이 가상세계에서도 금기시되어야 할까요? 행복해야할 그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게 상심하고서 차를 몰고 가다가 차사고로 그만 침대에 눕게 된 겁니다. 이 부분에서 정말 가슴이 미어지네요. 캘리를 좋아해서 고백했으나 거절당하고 다시 부모님에게 못된 자식으로 여겨지면서 사고에다가 식물인간이 되었다니 너무 기구한 운명입니다. 불쌍한 요키를 생각하니 너무 슬프고 울고 싶어 집니다. 

 

세월은 다시 흘러서 캘리가 할머니가 됩니다. 할머니인데 캘리 역을 맡은 배우가 아무래도 할머니 분장을 한 듯해요. 얼굴 형태가 거의 비슷하거든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의 브레드 피트의 분장술처럼 그런 느낌이 확 들지요. 식물인간인 요키 할머니는 끝내 안락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시행될 때 왼쪽으로 흐르는 한줄기 눈물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처음으로 좋아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던 그런 상황들이 스쳐간 것이겠지요. 요키 할머니와 캘리 할머니는 서로 간 접속을 위해서 관자놀이에 동그란 단추 같은 장치를 붙이지요. 무선으로 연결되는 미래의 통신장치랄까요. 

 

 

 

■ 서로 안락사가 되고 난 후 거리낌없는 행복감에 해변을 질주하려는 두사람. 죽음도 그들을 갈라 놓을 수는 없겠지요. 미래의 신기술은 젊고 행복했던 시간만을 사진찍듯이 계속 무한반복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형태는 블랙미러의 많은 에피소드들에서 주로 보이는 모습입니다. 눈도 회색 빛깔로 바뀌면서 무아지경의 세계로 빠지는 장면 말이지요. 캘리할머니도 결국 안락사를 시행하고 둘이 가상의 시스템에 접속하게 되고 결국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해변을 마구 달려가게 됩니다. 

 

이렇게 죽은이들의 행복했던 기억 속에서만 살도록 해주는 장치가 있는 거대 시스템이 보이게 되는데요. 단추 같은 칩들이 꽂혀있는 데이터센터 서버실 같은 곳이 비칩니다. 그곳에는 이런 단추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나열되어 있고 불빛이 반짝이면서 서로 간에 통신을 하고 있지요.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장면이지요.


마치 납골당에 묻혀있는 조그만 항아리들처럼 조그만 단추 하나하나가 바로 그것인 것이지요. 육신은 비록 죽어서 없어졌지만 가상 속에서 그들의 정신들이 그들이 행복했던 시간 속에서 계속 행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느낌 말이지요. 그러면 영원히 끝도 없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정신의 납골당과 같은 샌주니페로 시스템. 겉은 단추같은 기계지만 저 속에서는 각자의 기억들을 무한히 공유하는 축복의 세계일 것입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정말 저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는지. 장점이 더 많겠지요. 죽음도 없고 행복하고 젊은 시절만 계속되는 삶. 과연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일 것입니다. 벨린다 칼라일의 주제곡과 함께하는 엔딩 장면은 온몸에 소름과 함께 펑펑 울어버리고 싶고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이 에피소드의 여운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인가 봅니다. 행복감과 슬픔이 서로 교차되는 그런 감정 말입니다. 두 여배우의 사랑스러운 연기와 모습들이 많이 뇌리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에미상을 수상까지 한 작품이라고 해요. 그만큼 여운과 감동을 한껏 전달해준 특별한 소재의 에피소드입니다.

 

동성애와 안락사와 죽음, 행복을 고민해 보게 하는 좋은 작품이네요. 아직 안 보신 분들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블랙 미러 | Netflix 공식 사이트

눈부시게 발전한 첨단 기술. 하지만 인간의 어두운 본능이 그 기술을 이용하면서, 기이한 악몽이 시작된다. ‘디지털 시대의 《환상 특급》’이라 불리는 SF 시리즈.

www.netflix.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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