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과 월지(구 안압지) 내부의 연못을 배경으로 바라본 모습. 돌벽을 감싸는 초록색 풀들이 더 많이 둘러쌓였으면 더 멋지겠지요. 밤에 불이 켜진 모습을 황홀함 그 자체일겁니다. 

갑작스러운 경주 여행기 두 번째입니다. 동궁과 월지는 그전에는 안압지라고 불리던 곳이지요. 큰 연못을 중심으로 정자들이 곳곳에 둘러싸여 있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여기도 보물 18호라고 해요. 그냥 평범한 산책공원 느낌이 드는데 그런 소중한 공간이라는데 새삼 놀라네요.

밤늦게까지도 입장객을 받는 걸로 보니 야간의 모습이 훨씬 보기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연못에서는 한가로이 떠다니는  잉어 떼들이 보이고요. 잉어가 빨갛거나 검은색이 주류인데, 그 색깔이 서로 섞인 녀석도 몇몇 보입니다. 뒤편으로는 간간히 기차가 지나가네요. 이런 한적한 곳에 엄청난 기차소음에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

고대와 현대가 같이 어울려 있다고나 할까요. 제일 큰 정자 내에도 아기자기한 금동으로 된 동상과 용머리상 등이 전시되어 있고 안압지 전체 모양의 모형주택도 중앙에 놓여있습니다. 동궁과 월지에 오기 전에 오른쪽 오르막길로 <월성>이라는 신라 5대 왕인 파사왕이 지었다는 왕궁 자리가 있습니다.

동궁과 월지의 내부 산책로는 그렇게 길지는 않아 걷기에 딱 알맞습니다. 조용히 울려나오는 노랫가락 소리와 함께 연못과 나무와 돌과 정자를 감상하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감상적이 됩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공사 중이라 그 터만 볼 수가 있고 바로 반대편에 석빙고가 있습니다. 싸한 찬 공기가 뿜어져 나오는 지하 얼음창고입니다. 어려서 말로만 듣던 이 곳을 보니 현대판 거대 냉장고 같은 느낌도 나고 지하감옥 같기도 하네요. 묘같이 생긴 위쪽에 공기구멍 세 개가 나와 있는 게 특이합니다. 이곳도 보물 66호입니다.

날은 점점 어둠을 향해 가고 있네요. 많이 아쉽기도 하지만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게 너무 짧게도 생각됩니다. 주말에다가 한없이 걸었던 하루였던지라 발바닥이 살살 욱신거리지요. 이날 거의 만 7 천보 이상에 거리는 13킬로 정도 걸었습니다. 

어딘가 빨리 가서 눕고 싶은 생각에 경주에서 댓글이 괜찮게 있는 목욕탕을 검색해보니 <스파럭스>라는 곳을 선택하게 됐네요. 건물은 상당히 크고 맞은편에 이마트 24시간 편의점도 있고, 옆에 호텔도 있더군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주말이라  방이 없고 1인실은 약 14만원 한답니다.

지하 얼음창고인 석빙고는 입구에 다가갈수록 시원한 바람이 느껴집니다. 안은 그 넓이가 예상외로 상당히 넓지요. 신라때에도 얼음을 사용했다는게 좀 신기한 감도 듭니다. 그 당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걸 팔았을까요.

혀를 내두르고 얼른 목욕탕으로 가기로 결정하고요. 경주시민은 7천 원이고 외지인은 8천 원을 받습니다. 주차권은 4시간용 카드를 나눠주시니 걱정은 없지요. 호텔 사우나인 만큼 시설은 만족스럽네요. 냉탕이 18도 정도로 다리와 팔만 담그고 도저히 차가워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준비해 간 샴푸, 린스, 바디클렌져는 굳이 필요 없이 다 비치되어 있습니다. 좀 큰 사우나들은 대부분 샴푸와 바디크림이 공짜로 제공이 되지요. 온탕도 41도, 열탕도 43도 정도로 적당했습니다만 하루 종일 오전에 밥 한 끼 먹고서, 커피 하나, 핫도그 하나, 파란색 슬러시 하나 먹은 게 전부인지라 최소 3시간은 목욕을 해야 직성이 풀렸는데 중간에 금방 지쳐서 계속 드러눕게 되더라고요.

역시 어느 정도 먹어야 힘이 나는 법입니다. 쓰러져서 실려나가기 전에 목욕을 급 마무리하고서 시원한 음료수와 맥주와 샌드위치를 사들고 여관을 검색하였지요. 어찌어찌하다 보니 장성탕 여관이라는 곳을 묶게 되었습니다.  허리 굽으신 아주머니신데 친절은 하십니다.

왼쪽 오르막 길을 올라서 바라본 월성 분묘 지구입니다. 지금 한창 발굴과 재공사를 하고 있어서 공사중인 상태이지요. 지리적으로 천혜의 요새처럼 상당히 중요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현금 3만 원이라서 방을 보니 온돌에서는 담배냄새가 좀 나고, 침대방은 좀 작은 반면 조명이 어둡고 그러네요. 게다가 와이파이가 안 되는 사태까지 발생합니다. 지금 경주가 진짜 신라시대인가요. 와이파이가 안 되다니요. 예전에 장기 투숙하던 외국인이 와이파이 썼다는 방, 온돌로 방을 잡았습니다.

카드밖에 없다고 하니 3만 2천 원을 급기야 받으시는 아주머님. 근처를 배회해보니 돼지국밥집, 마트 그리고 중앙시장이라고 떡하니 있네요. 10시가 넘은 시간인데 모두 다 영업을 하고 있네요. 돼지국밥집이 제일 당겼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쭈뼛하다가 그냥 통과했습니다.

이놈의 결정력 장애 현상은 어딜 가나 제일 먼저 나타나고 항상 후회를 남기지요. 중앙시장에는 맛있는 거라도 파는지 조그마한 간이 마차 형식으로 길게 늘어서 있더군요. 구입하려는 줄들이 많아서 아마도 맛있는 곳이리라 느끼면서 눈만 훑고 지나갑니다.  

석빙고 상단에 돌로 된 공기구멍이 세개가 보입니다. 평지같은 무덤 같아 보이는데 비석이라고도 착각하겠네요. 과학이 많이 발달했던 신라시대인 만큼 선조들의 건축에 대한 지혜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지요.

마트에서 경주까지 왔으니 살게 없을까 해서 결국 경주 막걸리를 사기로 결정, 안주 몇 개를 사니 봉투는 안 팔고 쓰레기봉투는 제가 사는 곳에서 못쓸 테니, 조그만 박스에 담아 가라는 주인아저씨의 센스가 돋보인 거래였습니다. 타지의 일급 호텔은 아니지만 목욕 후의 피로함과 함께 수입맥주 한잔과 늦은 저녁으로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처량한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겠네요. 옆에 동행자도 없이 혼자서 웬 청승이냐 하는 느낌도 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떻습니까. 이런 것도 나름 낭만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누구의 간섭도 없이 혼자 사서 고생하며 느긋한 내일의 모험을 기대하는 느낌은 더없이 평화스럽습니다. 

알코올이 머리 위로 주욱 퍼지니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이제 누워야겠네요. 내일은 더 많은 곳을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혹시 와이파이 되는지 만지작 거리다가 스르륵 잠이 들어갑니다. 내일 꼭 눈을 떠야 될 텐데 말이지요. 하하

 

 

경주석빙고

1963년 1월 21일 보물 제66호로 지정되었다. 길이 18.8m, 홍예(紅霓) 높이 4.97m, 너비 5.94m이다. 남북으로 길게 조영하고, 출입구는 남쪽에 있는데 너비 2.01m, 높이 1.78m이다. 여기에서 계단을 따라 실내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빙실의 밑면도 외부의 형태와 같은 직사각형으로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갈수록 밑바닥은 경사져 있으며, 바닥 중앙에 배수구가 있어 내부의 물이 이 경사를 따라 외부로 배출된다. 내부는 연석(鍊石)으로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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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럭스 찜질방

스파럭스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 경주에 위치한 럭셔리 스파 찜질방으로 피트니스, 족욕탕, 실내 카페 등 다양한 실내 시설이 구비 되어있는 최고의 휴식 시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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