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고 하면 언제나 출발전까지 그 설레임이 먼저 다가온다. 특히나 해외여행이라면 타국에서의 이질감과 그곳의 풍경들이 먼저 상상을 자극하곤 한다. 이번 여름은 너무나 덥고 끈적임이 심한 탓에 물이 있는 곳으로 가기를 원했다. 

언제나 프로젝트에 투입된후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여름휴가를 딱 이틀정도 밖에 받아보질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바로 그런 케이스인데, 그나마 토,일과 수요일에 빨간날이 걸려서 그나마 5일간의 황금휴가(?)를 갈 수 있게 되었다. 

직장생활자가 1주일 이상을 휴가를 쓴다는 것은 참말로 어려운 지경이 된것 같아 씁쓸하다. 어쨌거나 그렇게 후다닥 결정이 되고 보니, 국외여행에 맛을 들린 탓에 10일정도 밖에 안남은 기간에, 그것도 성수기에 장소를 찾으려니 좌석이 별로 없는거다. 

호텔을 고를땐 이젠 창문과 냉장고유무를 봐야하나요? 잠잘곳은 젤 좋은곳으로 하자 ! Grand Borneo Hetel

일단, 패키지의 가격이 너무 비쌌다. 남은 좌석도 없다. 겨우 간신히 이름있는 여행사에 물어물어 급하게 결정된 곳이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이다. 공교롭게도 같이 일하는 직원도 그곳을 가기로 결정했단다.

조건은 상당히 좋지 못했다. 거의 편도 5시간의 비행이고, 3박5일이지만 가는날 오는날이 전부 밤늦게 간뒤, 새벽에 출발 한국에는 아침7시에 오는 코스였다. 5일중에 이틀은 없다고 봐도 되었다. 이게 바로 성수기의 마법이란 말인가. 

남들이 다 갈때 같이 가는 것. 이것만큼 위험하고도 메리트없는 여행의 선택은 불운인걸까. 난생 처음으로 여름휴가때 어디를 나가보겠다고 한건 이번이 처음인 거다. 이미 작년 11월에 같은곳을 다녀왔다는 동료는 20만원 이상 싼 가격에 호텔도 확실히 차이나는 선착장부근의 오성급 호텔이었다. 

음. 울며 겨자먹기 식이라고는 생각지 않기로 했다. 그곳에서 보다 많은 해양스포츠를 더 즐기고 오리라 굳게 마음을 먹고 힘차게 결재한 카드명세서에 찍힌 금액을 굳이 외면하였다. 난 왜 이렇게 항상 비싼 돈을 치러야만 하는 상황이 많이 오는가 하는 저주를 되뇌이면서 말이다. 

 ▲  Water Front Sunset  : 호텔에서 택시로 30링깃거리 6시15분부터 일몰시작 시간엄수 필수!!  ▲ 

같은 일행이신 파더의 건강상태는 많은 행군을 최대한 피해야 하기 때문에 물놀이의 액티비티에 주안점을 둔 결정이기도 하다. 그곳의 해볼만한 해양활동으로는 아일랜드 호핑투어에서의 바다속을 빨대로 숨쉬면서 구경을 하는 스노쿨링과 보트에 2인1조로 연결되어 하늘높이 낙하산을 타고 오르는 패러세일링, 바다속에 수중헬멧을 쓰고 물고기들을 구경하는 씨워킹이 관심을 끌었다. 

패키지 형식이지만 중간에 자유시간 타임이 3번정도 있는데, 그 시간에 뭔가 짜릿한 해양스포츠를 더 했으면 했는데 웬걸 잠으로 많이 때워야 함이 많이 아쉽다. 라군파크 선셋 반딧불투어라는 곳에서는 사륜오토바이와 해먹, 그림그리기체험, 제트보트, 땅콩보트, 카누, 물 징검다리 등을 해볼수가 있다. 

제트보트는 따로 돈을 더 내야하는데 빠른 속도로 물벼락과 탄성을 지르고 싶으면 타보기를 권한다. 제주도에서도 이런식의 고속 보트를 탄 기억이 나는데, 나름 화창하고 다소 출렁이는 바다를 쾌속으로 질주하는 시원함은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땅콩보트는 2인1조로 보트가 줄을 메고 질주하는데 이또한 짠 바닷물이 온몸을 때리면서 거의 두눈을 뜰수 없을 정도로 짧고 굵게 질주를 선사해 준다. 사륜 오토바이는 두명이 타고서 모래가 많은 쪽으로 갈때는 힘이 부족한지 빠져나오지를 못한다. 한사람이 뒤에서 조금 밀어줘야 간신히 빠져나오는 저질 체력을 보여준다. 

★ 라군팍 근처 해변의 일몰 : 광복절을 맞아 독립만세 시츄에이션, 포즈를 잘 취합시다. ★

★  I Love Lagoon Park

물론, 잔디와 판판한 땅에서는 굉음과 함께 잘 달리지만 말이다. 좀더 파워있게 통과할 순 없겠니? 하하. 미리 밑그림이 도안된 천에, 간단히 자기 나름대로 색깔을 덧칠해서 만들어보는 자기만의 그림체험은 그날 일정이 다 끝난후 기억에 남을 만한 증거품이 되기에 충분하다. 마치 미술 실기시험에 제출한후 답안지를 받아든 초등학생 심정이랄까. 

집에 냉장고 중앙에 떡하니 붙여놓았다. 나비를 그린 화룡점정의 훌륭한 작품이니 훗날 말련의 뜨거운 햇살을 기억나게 할 것이다. 세계 3대 석양에 하나라는 곳이라서 그런지, 석양만 세번을 놓침없이 보았다. 라군파크에서 보트로 조금 이동하면 석양을 볼 수 있는 해변에 도착해서 마음껏 자유포즈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또한 워터프론트라는 곳에서의 석양도 제법 멋있다. 마치 새해 벽두의 일출을 대하는 그런 느낌이 난다. 유명관광지 이다 보니 한국인, 중국인, 외국인 등 바닷가와 인접한 좌석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어 좋은 자리 잡기가 쉽지가 않다. 3일동안 묶었던 그랜드 보루네오 호텔은 많이 실망을 안겨주었다. 

◆  꼭 해야 할 해양스포츠 ==> 패러세일링 Parasailing  !!  잠수하면 안되겠니 ? ㅋㅋ  ◆

일단 창문을 열수 없는 구조와 창밖은 꽉막혀서 큰 벽에 대나무 그림을 그린 폐쇄된 구조이다. 냉장고 또한 없다. 이게 호텔인가. 한국의 민박집도 냉장고는 있지 않을것인가. 에어컨을 적당히 틀어놔도 약간은 눅눅한 이불과 특이한 칙칙한 곰팡이 냄새 같은게 많이 났다. 바로 옆에 큰 쇼핑몰이 붙어있는 것 은 큰 장점이라 할만하다.

라군에서의 반딧불투어도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해 보았지만, 몇마리 보지 못한 맹글로브 숲의 적막함. 한국에 반딧불이 더 많을거 같은 느낌으로 하늘을 보니 별이 반딧불처럼 반짝거린다. 오히려, 악어가 눈에 빨간 불을 키고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호들갑들에 심야 악어투어로 변한것 같기도 하다. 

반딧불은 심히 꽤 만족스럽지 못하다. 짧은 3일 간의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해양스포츠 체험에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나마 더 더운 한국보다는 낫다는 심정으로 좋은 기억만을 간직하면서 새벽 비행기에 오른다. 여하튼 다소 비싼 경비들여 성수기의 맛을 제대로 느껴본 또 하나의 잊지못할 투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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