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지방의 탐방길이 벌써 네 번째 차례입니다. 저번에는 학저수지까지를 둘러보았고요. 오늘은 빗발치는 총탄과 포탄 자국이 남아있는 노동당사부터 찾아갑니다. 물론 이곳 주차장은 무료입니다. 노동당사 옆에는 군인들이 지키는 검문소가 있어서 신분을 확인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더군요.
그 안쪽으로는 더 북쪽과 가까워지면서 아무래도 보안을 철저히 해야하는 곳이리라 여겨집니다. 당사 길 건너편에서는 관광 오신 분들이 한국 트롯 뽕짝에 맞춰서 신나게들 춤을 추고 계시네요. 음악 연주는 이해가 가는데 술 한잔씩 걸치시고 고성방가 마냥 마구 흔들어 대는 모습이 영 씁쓸하네요.
바로 앞에 서 있는 군인들은 어떤 기분일지 착잡합니다. 이 곳 주변은 많은 농산물들을 조금씩 내놓고 파는 코너들이 마련되어 있네요. 행사때만 되면 각 지역의 특산품이다 해서 잠깐씩 판매하는 그런 상황인 거지요. 특별히 살만한 것은 안 보이고 구경만 하게 되네요.
커다란 트랙터가 끄는 이동식 코끼리열차 같은 것도 보입니다. 노동당사는 철원을 대표하는 문화재이지요. 그 옛날 서태지와 아이들이 이곳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고 해요. 무슨 노래인지는 유튜브를 찾아봐야겠네요. 아 발해를 꿈꾸며 이군요. 해방 이후 약 5년 동안 이곳 철원은 북한 소속이었다네요.
당시 명칭으로는 조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겠네요. 북한에서 이 건물을 지을려고 각 리마다 200 섬씩 쌀을 강제로 징수하기도 했고요. 많은 애국지사들의 고문과 협박이 자행되던 그런 아픔이 있는 곳이랍니다. 지금은 거의 무너져 골조만 남아있지만 외벽에 남겨진 각종 흔적들은 얼마나 많은 전쟁의 고통이 있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북한 정권의 강화와 주민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지었다고 하는데 6.25역사의 상흔이라고 봐야겠지요. 이런 역사의 현장을 남겨서 후손들이 전쟁의 무서움과 덧없음을 배우고 잊지 않도록 남기는 것은 정말로 좋은 현상일 겁니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이 건물에 이런 깊은 이야기가 있을 줄은 처음 알게 되었네요.
사진을 찍는데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소이산 재송평이라는 곳입니다. 카카오 내비를 치니까 정확하게 안내를 못하더군요. 이름이 좀 아리송해서 그런지 몇 번 재검색을 해서 어찌어찌 찾아는 갔는데요. 소이산으로 올라가는 그 입구까지 왔는데 이곳은 Y자 모양의 세 갈래 길이 있는 한적한 곳입니다.
차는 두대정도 보이는데 주차장은 따로 없는 듯해서 Y자의 중앙에 떡하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애매하더군요. 차를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게 해 놨고 바로 등산코스의 길인 거지요. 오고 가는 이가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전망대까지 가야 널따란 경치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록색 나무들에 폭 쌓여 있어서 약간 오르막길이 계속되다 보니 땀이 납니다. 숲내음은 상쾌한데 너무 적막하여 좀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다행히 하산하시는 한분이 계신데 10분만 가면 전망대라는 기쁜 말을 해주시네요. 중간에 청설모 녀석이 왔다 갔다를 반복하네요.
어느 산을 가나 만나는 반가운 녀석입니다. 조그마한 다마스 같은 차가 내려오기도 하는데요. 군부대시설인듯 하면서도 공원이라고 적혀있는데 아마도 이곳과 관계된 차량이겠지요. 바로 오른쪽으로 전망대 가는 길이 되어있습니다. 데크로 만든 계단길인데 정상에 올라오니 노년 커플과 중년커플분들이 계시네요.
저 혼자일거 같아서 좀 우려했습니다만 그나마 마음이 좀 놓입니다. 이 주변도 소이산 생태숲 둘레길로 명명되어 있는 곳입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이 지으신 <피어린 육백 리>라는 기행수필에서도 이 곳 소이산 봉수대 오르는 길이 언급되었다고 하네요.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철원 주변의 녹색으로 포장된 논과 밭의 드넓은 모습들입니다. 전망대의 유리에 그려진 지도에도 저멀리 노동당사, 평화전망대, 월정역 등등이 표시가 되어 있어서 대조해서 경치를 감상할 수가 있겠네요. 숲이라 그런지 모기인지 깔때기인지 하는 녀석들이 하도 얼굴 주위를 맴돌아서 귀찮기는 합니다.
하산하는 데에도 젊은 남자 두명이서 스포츠 트레이닝 차림으로 다소 늦은 시간인데 땀을 흘리면서 올라가더라고요. 군인은 아닌 거 같고 이곳 주민인데 운동을 하러 온 건지 마실을 온 건지 사람을 봐서 반갑기는 합니다. 이미 오후 5시가 넘어가는 시간인지라 더 이상의 관광은 힘이 들 것 같고 아직 한 끼도 안 먹은 관계로 맛집 검색을 하게 됐는데 그곳이 바로 <철원막국수> 집입니다.
60년 전통으로 매스컴에도 나왔다고 돼있는데 주위에 차 세우기는 좀 좁더군요. 할수없이 위쪽으로 올라가 빙빙 돌다가 주차해보니 갈말읍사무소 도로 앞입니다. 막국수는 7천 원이고 곱빼기는 8천 원입니다. 외국인들도 한 테이블 보이고요. 다들 막걸리를 마시나 해서 봤더니 노란색 주전자가 육수라서 그게 물 대신 마시는 겁니다.
오히려 뜨거운 짭잘한 맛이 갈증을 더 잘 해소해주는 것 같네요. 젊은 남자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빙을 하는데 바쁘게 보이네요. 맛은 엄지 척 훌륭하다고는 할 수는 없는데 먹을 만해서 괜찮았고 다소 많이 매웠습니다. 다 먹으니 입 주변이 좀 얼얼합니다. 그 맛에 먹는 것이지만요.
다 먹고 무료 종이커피한잔 마시니 철원의 하루가 이런 소소한 행복에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더라고요. 온종일 돌아다니느라 온몸이 노곤하니 몸을 좀 풀곳을 찾아야겠습니다. 그 얘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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