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계속 접하다보니 이번에는 일본영화를 감상했다. 한가지 장르만 계속 보다보면 좀 식상하기도 하고 편식을 하는거 같아 정신건강을 생각해서 분노라는타이틀을 고르게 됐다. 

간단히 분노인데 청불로 되어있어 아무런 영화정보없이 보게 되었다. 흠. 역시나 우려했던 것처럼 게이들이 등장하여 배드씬까지 벌이는 좀 찝찝한 영화로 생각되어 러닝타임도 2시간22분이라니 엄청나다. 

◆  진심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

첫장면이 살인사건 장면이 나와 섬뜩하게 칼질해대는 공포영화인가 했더니, 동성애가 등장하고 해서 좀 지루하리라 생각된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야기 구조가 여주인공의 얼굴이 자꾸 바뀌어서, 과거 현재를 이야기하는건줄 알았으나, 실은 서로다른 커플 세쌍의 이야기를 계속 돌아가면서 얘기하고 있었다. 

등장 배우들의 몇몇은 많이 본듯한 얼굴들이다. 항구에서 일하는 건실한 아버지인 마키 요헤이 역에 와타나베 켄이 맡았다. 한국의 정만식 배우와 너무 닮았다. 그 딸 마키 아이코 역에 미야자키 아오이 배우는 한국의 악녀의 주인공 김옥빈 스타일이다. 

도쿄의 셀러리맨으로 후지타 유우마역에 츠마부키 사토시인데 천정명과 흡사 같다. 턱수염을 둘러싼 구렛나루까지 어쩜 같은가. 오키나와 미군들에게 성폭행당하는 비련의 주인공인 코미야마 이즈미역에 히로세 스즈배우인데 웰컴투 동막골의 강혜정과 똑 닮았네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유명배우들은 서로 닮은 사람들이 많은건지 몰겠네요. 감독은 이상일인데 한국 사람이겠지요? 일본영화학교를 나와서 몇편의 영화를 만들었더군요. 주로 일본영화이네요.

분노는 선입견과 달리, 엔딩자막이 올라갔을때 상당히 느낌이 있고 여운이 남는 수작이라고 생각되네요. 부부를 살해한 용의자의 얼굴과 비슷하게 생긴 남자 세명이 사귀는 세명의 애인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차분하게 묘사하고 있어요. 

살인자의 얼굴이 티비에서 계속 방영되고, 이에 세명의 남자들이 얼굴이 서로 비슷하고, 결국은 그중 한명이 실제 살인자이고, 나머지 두명은 비슷한 용모에 오해를 사게되면서 한쌍은 헤어지고 다른 한쌍은 다시 만나게 되죠. 

★  난 머리로 피가 가야 진정이 돼... , 넌 쫄아서 보고만 있었지 ?

진심으로 그 두남자들은 서로의 애인에게 진심을 가지고 다가가면서 믿었지만, 살인자로 의심받게 되면서 변심과 배반을 당하게 되죠. 믿었던 사람에게 배반을 당하는 것만큼 가슴 아픈 상황도 없을 겁니다.

반면, 실제 살인자인줄도 모르고, 좋은 아저씨인줄 알고 자신의 속마음도 터놓고 믿고 의지하던 고등학생 타츠야(사쿠모토 타카라 분)는 오히려 격한 분노를 느끼고, 섬에 홀로 숨어있던 용의자 아저씨를 가위로 배를 찔러 죽게 만듭니다. 

겉으로만 보고서는 상대방을 지레 짐작으로 어떻다고 판단해 버리는게 얼마나 섣부른 오해와 편견을 낳는지를 보여주는 스토리이네요. 그의 진실된 그 마음을 제대로 알고 대해야 하죠. 겉모습과 외모로만 보아서는 어디 구별이 가겠습니까?  맞는 말이지요. 

힘없는 서민이 정부와 큰 세력의 힘에 맞서 시위를 하고 구호를 외치고 한다고 해서 바뀌어질게 있느냐는 대사가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특히, 오키나와 미군병사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도 하지않고 어차피 해결되지도 않을거라면서 그냥 쉬쉬 묻어버리는 여주 행동에 다소 진짜 분노가 치밉니다. 

강자에 대한 약자가 할 수 있는건 없다는 것, 그 무력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죠. 한국 이태원에서도 미군의 몹쓸행동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못하는 우리 힘없는 국가의 얘기도 우리를 너무 허탈하게 합니다. 

♡  " 이해할 마음이 없는 사람에겐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어 "  ♡ 

하지만 세상은 계속 변해가고 있습니다. 요즘 누가 힘써서 세상을 억누른다고 가만히 앉아있을 사람들은 점점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듯이, 모든 행동에 조심성없이 했다간 여러 여론에 이슈가 되어 그간의 명성과 권위도 금방 사라지는 세상입니다. 세상이 그만큼 무서워진거지요.

이 영화도 그런 약자의 무언의 저항과 타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는 좋은 영화였네요. 일본배우들의 멋진 모습들과 시원한 바다와 그에 인접한 섬과 마을의 경치를 볼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용의자가 대화중 갑자기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장면이 아주 기이하고 뇌리에 남습니다. ㅎㅎ 이상일 감독의 다른 영화를 찾아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랍니다. 


사진출처 : http://unsplash.com



일본영화라고 하면 대개 좀 진부하거나 너무 소소하거나 또는 그저그런, 임팩트 있고 한방이 있는 영화라고는 잘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중에도 드라마나 멜로, 로맨스 같은 소재를 다룬 달달한 영화들 몇몇은 그래도 가슴에 와닿는다.

특히, 이번 해피버스데이는 그런 잔잔하고 소소한 그런 부류이다. 상당히 감성적인 성격이 좀 있어서인지, 어느정도 슬픈 영화라면 동화되어 눈물을 참을수 없는데, 이 영화 또한 대부분이 눈물바다 였다고 하나 이상하게도 요번 영화는 전혀 눈가에 이슬이 맺히지 않는다. 

어린 첫째딸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의 1년마다의 편지를 뜯어보면서 실행하고 성장해가면서, 20살에 결혼을 하면서까지의 이야기인데, 역시 메시지는 조연으로 살기를 원하는 딸에게 자신감을 부여하고, 현재의 삶과 주위의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해하고, 행복한 인생을 즐기는 … 조금은 상투적이지만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잊고 지나칠수 있는 그러나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을 어김없이 어루만져 준다. 

가족의 따뜻함, 소중함 그리고 그 소중한 사람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때 그 빈자리의 허전함을 메우기에는 많은 회한이 따를것이다. "있을때 잘하라"는 말이 있지않은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생각날 것이다. 폭풍눈물을 기대했으나, 그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올만에 허전한 마음 한구석을 훈훈한 따뜻함으로 채워주고 생의 의미를 한번쯤 곱씹어보게 만든 영상이 될듯하다.

최근에 개봉됐던 공포영화의 제목과도 엇비슷해서 잊혀지지 않을듯한데, 한국의 멜로 영화와는 다른 일본 특유의 조용하고 풋풋한 분위기의 느낌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성인된 딸은 약간은 선머슴 같은 매력이 있고, 엄마역 배우는 현모양처의 분위기지만 학생때는 학생회장에 보이콧을 하고 잘나가는 밴드 공연을 보러 다녔던 파격적 모습이 더욱 인상깊다.

엄마와 딸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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