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마르(ALTAR MAR), 부제목은 <선상의 살인자>입니다. 최근에 올라온 넷플릭스의 신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스페인 드라마인데요. 최근에 넷플릭스에서는 스페인에서 제작되는 영화나 시리즈들을 자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저번에는 그래서인지 스페인 관련 언어를 구사하는 넷플릭스 직원을 대거 뽑기로 했다는 기사를 언뜻 본듯합니다.
그만큼 스페인과 관련된 일거리들이 늘어나는 것이겠지요. 최근에 봤었던 <종이의 집>도 스페인시리즈였지요. 한국이 드라마로 제법 이름을 알리는 것처럼 스페인도 그런 모양새를 보이는 모습입니다. 이 나라가 드라마를 잘 만든다는 데에 좀 놀랍습니다.
중세시대에는 유럽의 강국이면서 정열과 열정과 축구의 나라로만 알고 있었는데, 스토리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데에 소질이 있으리라고는 예상을 잘 못했지요. 어쨌든, 흥미로운 볼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넷플릭스 시청자로서는 더없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은 총 8부작으로 다소 짧게 제작이 되었고요. 아무래도 시즌2를 의식하고 만든 것 같네요. 마지막 편에서 끝마침이 그런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거든요. 한 40분씩 잡으면 약 4시간 내지 5시간 내로 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보기 시작하니까 뒷이야기가 당연히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고요. 주말이나 휴일에 몰아보면 좋을 듯합니다.
부유한 두 자매(카롤리나와 에바)가 호화여객선에 승선하기 전에 어떤 여인을 차로 치게 되는데, 이 여인은 몰래 배에 승선시켜 줄 것을 요청하지요. 다행히 캐리어 가방 안에 실려서 잠입하는 데 성공합니다. 자매 중 언니는 이 배의 소유주인 남편과 선상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고, 동생은 작가이지요.
약 1600명 정도가 승선하고 몰래 탄 여인까지 1601명이 브라질로 향하게 됩니다. 당연히 배 안에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살인까지 저지르지요. 영화의 느낌은 마치 타이타닉의 배경처럼 1940년대를 무대로 하고 있고요.
그래서 그 당시의 의상들과 소품들 그리고 배 내부의 객실 형태들이 보는 이를 흥미롭게 만듭니다. 자매들의 복고풍 드레스들과 선글라스, 머리에 쓰는 두건, 팔에 두르는 팔토시 같은 모습들이 향수를 불러오지요. 둘째는 이 배의 1등 항해사와 마음에 맞아 점점 가까워지는데 갑자기 비명소리와 함께 몰래 탄 여자가 바다로 빠지는 것을 목격하지요.
바다에서 그녀의 옷만 건집니다. 등장인물에는 자매의 외삼촌(페드로)과 의사, 그리고 이 여행에 투자를 많이한 비열한 남자분(아니발)과 그의 아내(나탈리아), 형사(바렐라)와 여자 가수(클라라)가 핵심이지요. 비열하신 남자분(외모는 어벤저스에서 활쏘시는 분과 조금 비슷)은 부인 몰래 여자 가수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안하면서 그녀를 탐하게 되지요.
당근 이런 낌새를 부인이 알고서 언짢아 합니다. 이 부인은 줄곧 술과 담배가 끊이질 않지요. 골초인 듯합니다. 결국 어찌어찌 티격태격 하다가 부인과 가수가 비열한 남편을 살해하게 되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은 것처럼 위장을 하지요. 어딜 가나 본인의 주체하지 못하는 과한 욕구의 종말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건 지금의 세태에서도 잘 보여지지요. 세월은 지나가도 인간의 본능과 욕구로 인한 사건과 사고는 변하지 않지요. 이 당시에는 계급이 존재하던 사회인데 주인과 그의 시중을 드는 하인들이 등장합니다. 돈 많은 주인은 보통 술 마시고 따듯한 태양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쾌락의 대상을 물색하고, 하인들은 짐짓 그런 주인의 모습을 알면서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만 비칩니다.
이 곳에서도 <디마스>라는 남자 하인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하인(베로니카)을 짝사랑하지만, 오히려 자기 주인(세바스티안)이 그녀를 유혹하는 것에 힘들어하지요. 남자 주인(외모가 제이크 질렌할과 조금 비슷하죠)이 바람둥이라서 같은 멘트를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날리는 진부한 장기를 자랑하죠.
이런 모습에 치를 떨면서도 여자 하인은 자꾸만 그의 세치혀에 넘어가지요. 결국에 이 두 남녀 하인은 서로 윈윈을 하게 되는데요. 남자하인 디마스는 브라질에 가서 설탕을 가지고 연료를 만드는 특허 기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기의 주인에게서 투자를 받도록 이 여자 하인이 대신 부탁해 줍니다.
그 대신 남자하인은 여자하인을 주인에게 양보하고 그냥 친구로 남기로 해주지요. 여자는 지긋지긋한 하인의 구렁텅이에서 그래도 마음이 가는 주인과 함께 신분상승을 하는 거래를 한 겁니다. 인간의 모든 인생의 행로에는 곳곳에서 결정적일 때 거래를 해야 하고 결심을 해야 합니다.
잘못된 결정으로 나락에 떨어지기도 하고, 현명한 결정으로 인생이 바뀌기도 하지요. 그런 결정이 과연 쉬울까요? 지나고 나야만 그때 결단을 잘못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항해 도중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터지게 되지요.
자꾸 사람이 죽게되고 안전이 보장이 되지 않자 선장은 배를 되돌리기로 결정하지만 그 항로는 폭풍우가 몰려오는 그런 곳이지요. 형사도 사건을 처리하는데 상당히 미숙하고, 일등석에 있는 부유한 계층은 의심을 하지 않고 낮은 등급의 서민들에게는 의심의 눈초리와 함부로 대하거나 따귀를 심심찮게 갈기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무능 부패경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급기야 물에 빠져 죽은 줄만 알았던 몰래 잠입한 여자는 배의 음침한 곳에서 발견되고, 죽었다는 자매의 아버지는 흉측하게 불에 덴 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쓴 채 배의 잡부로 근무하고 있는 게 알려집니다.
범인을 추리해 가는 묘미가 상당히 있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매 중 둘째는 비상한 추리력으로 마치 전직 형사인듯, 사귀는 1등 항해사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자매의 아버지는 신발사업으로 잘 나가는 사업가였는데 사업이 기울자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일반 노동자들을 트럭에 실어서 나치의 수용소로 보내는 파렴치한 짓을 했었음이 드러나게 됩니다.
급기야 그의 재산을 노리고 그의 형 페드로(자매의 외삼촌이죠)와 의사(로하스)가 작당을 하여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위장살해한 걸로 알고 있었으나 그 반대임이 들통나게 되죠. 그 모든 증거가 찍혀있는 마이크로필름을 타자기의 롤에서 찾게 되면서 이를 빼앗으려고 한바탕 서로 물고 물리게 됩니다.
또한, 여자하인의 어머니가 숨겨두었던 금덩어리 가득한 가방도 발각이 되지요. 선상에서의 화려한 결혼식도 이런 추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 시청자는 재미가 배가 되지만, 당사자들은 죽음이 오가는 극한 상황이겠지요.
왠지 드라마 같지 않고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것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망망대해에 홀로 우뚝 서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면서 침몰할지도 모르는 폭우를 뚫고 꿋꿋이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나의 삶도 저렇게 평온하게 앞으로만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갑판의 의자에 앉아서 와인 한잔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조용한 바다, 소리 없는 여객선, 그 안의 많은 승객들, 하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많은 이야기들 이런 스릴과 추리를 느껴보시려면 <알타마르>, 이 스페인 드라만 한번 보시면 느낌이 오실 겁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