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내에서 아직 안 가본 곳이 너무 많아서 결정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지난번에는 경북과 전남을 방문했던지라 이번에는 다른 도를 가는 것이 나을 듯했습니다. 편식만 하면 조금 지겨운 경우가 있잖아요. 매번 다양한 곳으로의 방문이 지루함도 없애고 매너리즘 같은 것도 제거해주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한국도 다녀보다 보면 경치와 풍경이 꽤 좋은 곳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강원도 쪽으로 잡았는데 바로 철원입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어서 마치 경기도에 있는 곳인가 착각하게도 되지요. 지도상으로는 중부전선을 맡고 있는 군사적 요충지 이기도 합니다.
철원이라고 하면 그 옛날 대학교 시절에 방학을 이용하여 체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3사단 백골부대인데요. 아직도 하얀 두개골에 뼈다귀가 엑스자로 받쳐진 모습의 커다란 형상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에도 철원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다 보니 몇 번 백골부대 형상을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부대 이름과 마크가 너무 강렬하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철원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면 첫번째로 고석정이 나오지요. 어감이 바다에서 전투할 때 쓰는 고속정이 언뜻 떠오릅니다. 철원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곳 아홉 군데의 제일 첫 번째 명소인 고석정이지요.
오랜 옛날부터 형성된 기이한 기암으로써 한탄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절경 중앙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그 위용이 어떨지는 처음 방문한 사람은 잘 상상이 안 가지요. 고석정까지는 차량으로 대략 2시간 거리가 되는데, 업데이트한 지 좀 된 아이나비 내비게이션과 다음의 카카오 네비를 같이 켜놓고 찾아갔지요.
가끔씩 아이나비가 경고창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고속주행 중에 뜨면 영 난감하지가 않지요. 그래서 네비를 두 개씩이나 켜놓는 이런 센스. 누구는 네비 없이도 목적지를 잘 찾아간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차원입니다.
고석정에 도착하니 안내원이 주차할 곳을 다른 곳으로 가리키네요. 주욱 가다가 오른쪽의 빨간 표지를 보고 들어가면 넓은 운동장 같은 게 나온다고 합니다. 무슨 행사 때문인지 주차장이 있는데도 못 들어가게 임시로 폐쇄를 해 놓은 듯하네요.
알려준 곳으로 향하다 보니 공터가 있기는 한데 영 남의 집에 대놓은 거 같아서, 정문이 있고 넓은 곳에 주차를 해놓고 보니 호텔 겸 스파를 하는 곳이네요. 이름하여 한탄리버 스파호텔이라고 영어로 씌어 있습니다. 일단 상황을 보니 이곳에 주차해도 될 듯은 해 보입니다.
곳곳에 무대 준비를 하는지 계속 드럼 두드리고 기타 조율하고 마이크 테스트를 쉴 새 없이 하는지라 귀가 따갑기도 합니다. 화장실도 쓸 겸 들어간 곳은 관광안내소라고 하네요. 1,2층에 전시관도 있어서 둘러보니 철원 전체에 대한 개략적인 관광명소들의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일단, 보기 좋게 지도들도 있고 해서 카메라로 저장을 해놓게 됩니다. 카운터에는 관광안내도라고 하는 커다란 팸플릿도 있어서 한 손에 쥐고 다니니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DMZ 안보관광 코스와 생태평화공원 코스는 출발시간들이 있는 것 같아서 일단 옆으로 제쳤습니다.
코스를 다 보는 것도 보통 3시간 이상이 걸리고 시간에 제약을 받는 것도 별로라서 가고는 싶지만 이번에는 제외를 하였죠. 또 언젠가 나중에 꼭 코스를 견학하리라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핑계로 말이지요. 아마도 오늘 이 곳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뮤직 페스티벌 같은 게 열리는 듯합니다.
오고 가다 현수막을 보니 혁오, 잔나비, 정태춘 등 가수들의 이름들이 써져 있더군요. 준비하는 외국인 스텝들도 보입니다. 광장 중앙에는 검은색 동상이 있는데 임꺽정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의적 임꺽정이 이 곳 고석정의 작은 동굴에서 기거하면서 활동했었다고 하네요. 이런 유래가 있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곳곳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보이는데 군복을 입은 군인들도 가끔씩 있네요. 전방 지대라서 주변에 군부대가 많다 보니 그런 것이겠지요. 이 더운 날에 베레모에 전투화까지 신은 모습은 정말 더워 보입니다. 군복도 계절에 맞는 복장들로 개량을 했으면 합니다.
고석정에는 경치를 볼 수 있는 정자와 함께 유람선 보트를 탈 수 있는 선착장도 있습니다. 주위에는 기암절벽으로 한탄강이 흐르는 중앙 양옆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정말 신선들이 이런 곳에서 놀겠구나 생각이 들지요. 중앙 10미터 높이의 바위가 바로 이곳의 핵심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그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조그만 백사장처럼 바로 물가에 까지 다가갈 수 있죠. 물가에서 바위를 보면 겹겹이 쌓인 돌들을 칼로 자른듯한 형상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수천만 년 동안 자연이 이루어 낸 조각 작품 아닐는지요. 압도적인 경치에 경외감마저 들게 됩니다.
이런 대자연속의 우리네 인간은 얼마나 작은 미물이며, 백 년도 못 사는 기간이 찰나의 시간보다도 못한 기간이잖아요. 그 기간마저도 얼마나 많은 고통과 근심으로 아등바등 살려고 합니까. 인생의 무상함과 어떻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것인지 되묻게 되는 그런 광경입니다.
이런 절경을 마주하면 정말로 집이 있는 도시의 현실 속으로 가기가 정말 싫지요. 보트는 약 10명 정도 태울 수 있는 소형입니다. 모두들 빨간색의 구명조끼는 입은 듯 보이네요. 강 왼쪽에서는 구령에 맞춰서 노를 저으며 래프팅 하는 고무보트가 보이네요.
고석정 주변에는 꽃들로 장식된 꽃길 가는 곳이 있습니다. 드넓은 대지에 갈대와 노란색의 보리들, 빨간색의 양귀비, 보라색의 수레국화 등 꽃 속에 파묻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바로 고석정 코스모스 십리길이라고 하고 고석정 꽃밭 가는 길 로도 써져 있네요.
중간중간에 나무와 캐릭터 인형들이 놓여 있고 트랙터가 운전하는 깡통 열차가 다니고 있지요. 모두들 빨간색 헬멧을 쓰고 움직이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 어린이 기차놀이하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지지요. 따듯한 햇살과 함께 이렇게 싱그러운 꽃밭을 거니는 호사로움은 복잡 다난한 한국을 사는 모든 직장인들의 바람일지 모릅니다.
철원의 고석정 얘기만 해도 분량이 많아지네요. 다음 편에 철원의 8경에 대해서 더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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