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Bridge)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을 만나게 되는 곳이고, 또 다른 세계 그 자체인 것입니다.  

# 세계의 다리를 읽다 
* 지은이 : 나카노 교코 /  옮긴이 : 김진희 / 어젠다 발행

1. 기묘한 이야기 : 투명한 다리

투명한 다리라 하면 당연히 잘 아실 겁니다. 요즘 곳곳의 전망대가 세워진 곳 꼭대기에 가면 의례히 투명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바닥 말입니다. 수십 및 몇백 미터 아래의 땅이 보이는 곳에 발을 갖다 대면 실로 발이 얼어붙어 버리지요. 여기서 얘기하는 투명한 다리는 중국 후난 성 장가계에 건설될 유리잔도를 얘기합니다.

책을 저술하는 동안 이미 건설이 되었다고 하는데, 책에서는 추측컨대, 폭이 2미터이상 길이는 370미터, 아래로는 높이가 4백 미터 정도 된다고 기술하였지요. 게다가 투명하다고 하니 가히 이런 공포스러운 곳을 제대로 건널 수 있을지 상상만 해도 손에 땀이 솟구치네요.

험난하고 오싹한 호남성 장가계의 투명한 통유리 다리. 새들의 유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색깔표시라도 하면 더 낫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곳 장가계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얘기한 것처럼 그렇게 위험하게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데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았죠. 하지만 유리 아래로 비치는 끝도 안 보이는 모습에는 정말 양쪽 다리가 얼얼해서 얼른 비켜가고 싶게끔 만듭니다.

 

중국여행 : 장가계의 험난한 산행길, 그러나 그 장엄한 비경에 넋이 나간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어렸을 때는 막연한 동경의 단어였다. 나이가 들면서 한두번 여행을 해보니 이것이 습관이 되는듯하다. 특히나, 요즘 해외여행들을 너나 할것 없이 모두 다니는데, 이에 질세라 가성비가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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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건축기술은 점점 발달되어서 고층빌딩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어느정도 높이에는 많이 익숙해진 것도 사실일 겁니다. 그 옛날 작곡가인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는 최초의 기차가 나왔을 때 타보고 겁에 질려 그 이후로는 절대 기차를 안 탔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습니다.

당시 속도는 50에서 60킬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이렇듯 무엇이든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아마 미래에는 유리잔도에 쩔쩔매는 옛날사람들을 이해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투명한 다리도 약점이 있는데, 바로 날아다니는 새들이 와서 부딪쳐 아깝게 죽는다는 겁니다. 

저자 나카노 교코는 무섭고, 위험하고, 잔혹하고, 음모스러운 이야기와 명화로 인간사와 잘 접목되는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얼마나 투명하면 분간을 못할까요. 이런 문제는 새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꼭 대처방안을 해야 할 것입니다. 

2. 놀라운 이야기 : 물속에 놓인 다리

다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지상에서 위쪽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지는게 보통이지요. 그런데 이번 다리는 물속에 있다고 했습니다. 이 다리는 네덜란드의 할스테렌(Halsteren)이라는 작은 마을에 실제로 존재하는 목재다리라고 하네요. 17세기에 축조되었지만, 세월이 지나 재건축을 좀 하여서 2011년에 보수가 되었는데 이름하여 성큰(Sunken) 다리라고 합니다.

네덜란드 할스테렌 루버르 요새의 해자에 설치된 성큰다리 (Sunken Bridge), 운동하시는 거겠죠? 빠질까봐 무서워서 뛰는거는 아닐런지요.

'가라앉아 있다' 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양쪽 해자 사이를 낮게 파서 오고 가게 돼있습니다. 물의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듯하고요. 사람이 건너는 것을 옆에서 본다면 남자는 허리 위만 보일 것이고 어린이들은 목만 둥둥 떠다니는 듯 보일 것입니다. 일단 재미가 있네요.

원래 네덜란드가 지대가 낮아서 관개기술이 많이 발전했지요. 이런 기술로 좀 더 재미를 추구하여 엉뚱하고 기발한 다리를 탄생시켰지요. 인간은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호모 루덴스라고 말한 역사학자 하위징아(Johan Huizinga)도 네덜란드 사람이라고 하네요. 아무튼 기발한 다리임에는 틀림없네요.


3. 역사적 이야기 : 나루토의 독일다리

일본 도쿠시마현 나루토시 오아사히코 신사 내부에 있는 중세 유럽풍의 아치형 석조 다리입니다. 길이 9.6미터, 폭 2미터, 높이 3미터로 조그맣죠. 여기엔 감동적인 히스토리가 있는데요. 나루토에 거주하던 독일인들이 3개월간 3천 개의 돌들을 자진해서 날라서 축조했다네요.

그 독일인들은 다름 아닌 포로들이었고요. 1차 대전 때 일본군은 중국 청도의 독일군을 공격해서 그 포로 1천 명을 3년간 반도 포로수용소에 가두었습니다. 수용소장 마츠에 도요히사는 너무 관대해서 포로들을 인도적으로 잘 대해주었지요.

오아사히코 신사 내부의 반도계곡 지류에 세워진 나루토 독일 다리입니다. 저자의 또다른 책이 tv에 소개됐을때, 중세 유럽의 조그마한 다리 배경(성 안토니오 수도원)으로 나와서 오히려 만족했다고 하네요.

이에 수용소는 화기애애해져서 각종 문화활동과 각종 제조업까지 운영이 되었고, '바라케(Baracke)'라는 신문까지 발행할 정도였다네요. 심지어는 포로들과 마을 사람들까지 교류가 활발해서 포로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완전히 들은 최초의 아시아인이 나루토 사람이라네요.

전쟁이 끝나도 150명은 아예 정착을 했습니다. 빵 명물 바움쿠헨(Baumkuchen)의 유하임(Juchheim) 회사 및 햄, 소시지 메이커인 로마이야(Lohmeyer) 회사 창업자도 모두 독일인 포로입니다. 이렇듯 전쟁 속에서 특히나 포로를 대하는 양국 간의 피 말리는 싸움은 생과사를 오가는 지독한 생활일 것입니다.

다리는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 이미 있는 장소와 그리고 미지의 장소를 연결해 주지요. 다리를 건너는 것은 무척 스릴넘치는 행위입니다.

아우슈비츠가 그렇고 일본이 한국에 했던 각종 만행들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반면, 이런 훈훈한 얘기가 있었다는데 심히 놀랍습니다. 일본인 중에서도 아마도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도 있는 것이죠. 그런 소장의 마음이 나비효과가 되어 나루토 지역에 좋은 영향을 미친것이라 생각되네요.

비록 보잘것없는 작은 다리지만 마치 영화와 같은 스토리에 깊은 감동이 느껴집니다.

4. 무서운 이야기 : 테이 철도교

초기의 열차는 많은 석탄과 승객을 태우고 질주해야 했죠. 특히, 열차가 건너는 교량도 무시 못할 중요한 건축기술이 필요했을 터인데요. 미국도  1800년대 후반 약 17년 동안 502개의 다리가 붕괴됐다고 합니다. 철도왕국이라는 영국도 예외는 아닌데요.

새로운 테이 철도교는 맹렬한 돌풍을 고려하여 최대 풍압에도 견디도록 재설계되었다 합니다. 

1878년에 7년 만에 스코틀랜드 기술자 바우치(Thomas Bouch)에 의해 테이 강에 철도가 놓였습니다. 길이는 3.2킬로미터로 아래에 선박이 지나가야 해서 중앙부가 약간 높게 만들어지죠. 초기에는 빅토리아 여왕도 타면서 유명해지게 되죠. 하나 2년도 되지 않아 북해에서 부는 동풍으로 결국 붕괴되고 맙니다.

철기둥 12개 부러지고 다리는 8백 미터가 가라앉고 열차와 승객도 바다로 가라앉아 버렸지요. 결국 모든 책임을 바우치에게 지우게 되고 그는 10개월 후 병사합니다. 이를 계기로 안전도에 훨씬 신경을 써서 현대의 철교 건설 기술이 된 듯합니다. 방심은 금물. 모든 제조에는 안전이 첫 번째 우선순위이죠.

이렇듯 테이 철도교에는 뼈아픈 기억과 교훈이 있는 다리입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죠. 성수대교 붕괴나 최근의 러시아 선박이 다리에 곤두박질치는 등 안전사고는 잊을 만하면 도발합니다. 부실시공과 유지보수 소홀 같은 '인재로 일어난 일'이라는 뉴스가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계의 다리를 읽다

“모든 다리에는 드라마가 있다!”『세계의 다리를 읽다』는 국내에서 〈무서운 그림〉 시리즈로 잘 알려진 나카노 교코의 근작으로, 세계의 다리에 얽힌 30개의 에피소드를 주제별로 엮어 소개한다. 다리란 기본적으로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이어주는 의미를 가진다. 어쩌면 우리 곁에 늘 존재하기에 지나치기 쉬운 풍경일 뿐인 다리에서, 저자는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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