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유령이 나오는 극한의 공포물은 아니었다. 스릴러,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이 정도이다. 3년전 영화인데, 출연배우들이 아주 괜찮다. 사건의 마지막 목격자이자 그날 가족의 제일 막내인 리비데이역의 샤를리즈 테론이다. 

25년전 사건의 아마추어 탐정 모임의 일원이면서 빨래방을 몇 개 가지고 있는 사장님 라일역의 니콜라스 홀트다. 그 전의 영화로 웜바디스에서 휴머니즘을 장착했던멋진 좀비 주인공 이었지 않나. 

▶  너도 나처럼 갇혀 있는것 같아서 ...  

막내딸 리비데이의 친오빠 벤의 여자친구인 디온드라역의 클레이 모레츠가 열연한다. 아무래도 약간의 베드씬이 있어서인지 청불로 매겨져 있다. 실제 당시 17세로 나왔기에 미국에선 어떨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당근 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일거다. 

워낙 모레츠가 좀 앳된 얼굴이지 않던가. 흠. 관객은 7만명이 안들었다. 좀 의외인데 역시 관객들의 느낌은 아무리 괜찮은 배우들이 나올지라도 결과는 예측할수가 없는 법. 원작이 있는 영화였다. 

작가 길리언 플린의 소설을 영화화 했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 구조를 만들고 서술해가는 엄청난 필력이란게 도대체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 존경스럽기만 하다. 소설을 쓰기전에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상할텐데 그 줄거리는 세상에 내놓은 모든 소설과는 다른 이야기를 써야 할것이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시중에 나와있는가. 그런것을 비껴 가면서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 반전을 줘야하고 또 베스트셀러까지 되려면 아마도 머리에 쥐가 나서 못할것 같다. 경의를 표한다. 

전에 소설의 이야기를 검색해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가 기존에 있는건지 새로운건지를 알아보는 사이트가 있다고 들은것 같다. 여하튼 세상엔 별의별 희귀한 툴들이 나와서 깜짝 놀라게 만든다. 

25년전 일어났던 살인사건의 막내딸 여주인공 리비데이는 어느날 아마추어 탐정 모임의 라일로부터 그 사건의 용의자가 여주 오빠인 벤이 아니고, 그 날의 상황을 얘기해주면 알바비를 주겠다고 한다. 이 제의에 엮여서 그 클럽을 방문하고, 이후 실제로 사건을 역추적해간다. 

그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장면 한장면 보여주면서 진실을 밟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엄마와 언니 두명이 잔혹하게 살해되었고 여주는 오빠 벤이 죽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거짓임이 드러난다.

오빠 벤은 28년간 감옥에 갇혀있고, 면회간 여동생에게 그날 일은 그냥 잊으라고만 말한다. 그 당시에 청소년들에게는 마약과 악마,사탄숭배라는 신드롬이 퍼져있었다. 헤비메탈 그룹에 빠져있고 술과 담배 등 갖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곳곳에 배어있다. 

오빠 벤은 그런 부류에 있었던 것이다. 디온드라와 그렇게 알게되고 딸을 임신하기 까지 한다. 마약중독이 문제다. 코로 흡입하면서 정신적 몽롱함에 취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이는 과음을 한뒤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현상과도 일맥상통한다. 마약은 과함을 떠나 일단 소지만 해도 불법이 아닌가. 용의자는 술주정뱅이 아버지, 벤, 디온드라 등으로 생각해 볼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엔 또다른 이야기가 있었다. 

농장을 운영하는 엄마는 가난에 찌들리고, 집이 저당잡혀 넘어가게 되는 상황. 공공기관의 직원에게 최후의 보루인 제의를 받게되는데, 다름 아닌 사고사를 대행해주는 전직 살인범에게 각서를 쓰고 죽음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처절한 부모의 심정이란 말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상적이지는 않겠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소설에서는 무슨일이든 만들 수 있으니까. 그렇게 오빠 벤은 옥살이를 하면서도 그때의 일을 가족을 위해 숨길 수 밖에 없었다.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자기의 탈선된 행동과 연관된 일임을 자각하며 극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 과연 모두를 행복하게 했던 것인지. 세월이 흘러도 그 진실을 묻힐 수 없는 법. 거짓 진술로 서로가 그동안 받았을 양심의 가책과의 싸움은 또다른 자기학대일 것이다. 

가난이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그 상황을 타개할 마지막 방법을 택했던 엄마의 결심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를 휘어잡는 행동이었다. 부모의 마음, 자식 만큼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마지막 보루인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잡는 상황은 우리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능력도 없으면서 자식을 넷이나 낳게 하고, 집안일에 무관심, 빚이나 지다가 돈 필요하면 갑자기 찾아와 애엄마한테 돈이나 뜯어가는 쓰레기 같은 인간 --> 여주인공의 아버지 러너데이 ▣   

자식이 뭐길래 라는 말이 있잖은가. 우리 인류의 세대를 이어가는 길은 본인의 유전자를 가진 동급의 개체를 생성하면서 일 것이다. 요즘같이 결혼을 안하고 애를 낳지 않는 세태가 되어가는 나라와 빗대어 생각해 본다면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애가 없는데, 와이프가 없는데 저런 희생을 할 생각이나 들겠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영화에서의 희생정신에 감흥을 아예 못 느낄때가 올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세상에 이런일이나 서프라이즈 같은 프로에서나 보여줄법한 믿지 못할 일로 치부될 듯 하다. 

하지만 한국의 부모들이나 세상의 부모들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 말이다. 자기의 분신이 잘못 되지 않기를 항시 염원하면서 살아가는 그 애틋한 모정 말이다. 우리는 딱딱한 금속의 기계가 아니지 않은가. 

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고 뜨거운 심장을 가진 위대한 인간인 것이다. 극중 전반에 흐르는 어둡고 침침한 느낌의 영화에서 한줄기 희망의 불빛을 본 듯하다. 

먼저 타계하신 어머니의 따뜻한 해맑은 미소와 품이 절로 생각나는 나른한 오후다.  


사진출처 : http://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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