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레 토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아직 가보지 못한 지방으로 떠나는 데에 맛이 들렸다고 할까요. 타지방으로 가서 1박 2일을 하다 보니 요번에도 안 가면 왠지 본인에게 죄를 짓는 듯 이상하게 불안감이 몰아칩니다. 그런데 이번에 토, 일요일 날씨를 보니 태풍이 한반도를 휩쓴다고 하는군요.
이미 제주지방에서 높은 파도와 강한 빗줄기로 인해 또다시 피해가 날 듯한 분위기가 뉴스를 도배하고 있어요. 매주 이어가던 1박 2일 여행이 요번에는 어쩔 수 없이 집에 갇혀야 하는 건가 심히 고민이 됩니다. 태풍 안 가는 지역으로 그럼 가야 될 것인지 그러다가 괜히 천재지변에 의해서 피해라도 입으면 그 얼마나 손해이고 창피한 일일지 뻔한 거지요.
그렇게 고심만 하다 보니 급기야 토요일의 오전을 잠으로 후딱 날려버렸네요. 이미 시계는 오후를 달리고 있는지라. 그런데 바깥의 날씨는 비라고는 전혀 비치지 않네요. 다행히 태풍이 전라도 쪽에서 소멸이 됐다고 합니다. 아. 이번에도 저의 추측과 결심은 빗나가 버렸네요.
그냥 밀고 나갔으면 될걸 이렇게 날씨가 좋아질지 몰랐네요. 여하튼 1박 2일을 하기엔 이미 한 물 간 거라서 서울에 있는 가볼만한 곳을 찾은 결과가 바로 마곡 서울식물원입니다. 이 곳은 작년 하반기에 오픈을 했더군요. 아직은 관람객이 찾으리라 생각이 되어서 무작정 네비를 찍고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마곡이라는 지역은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개발지역이라서 한참 부동산 열기가 고조되었던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었었죠. 지금은 아쉽게도 땅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식물을 보러 가는 거죠. 식물들을 전시해놓는 전시관은 커다란 유리들로 둘러싸인 돔형으로 된 독특한 형태입니다.
주차는 지하 2층으로 곧바로 가라고 주차 아저씨가 팻말을 들면서 가리키는군요. 관람객들은 적당한 수준의 규모를 보이고 있네요. 어른은 5천 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날씨가 구름이 잔뜩 끼었고 바람이 좀 세게 부는 상태지만 그래도 조금은 덥게 느껴지네요.
1층 홀에 들어가니 아주 시원해서 좋은데요. 식물을 보기 위해 우주선 같은 돔형의 입구로 들어갔는데 아 이런 바깥 온도보다 더 덥게 느껴집니다. 내부에 온도계를 보니 29도와 30도를 오르내리고 있어요. 모두들 손선풍기를 목과 얼굴에 마구 쏘아대고 있지요.
입장한 후 홀 1층의 흰색 벽을 따라서, 각종 식물에 대한 종류와 관련 설명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프로젝터 빔을 이용해서 영상들을 벽면에 쏘아대고 있습니다. 하얀색 벽에 영화와 같은 스크린을 배치한 모습이 상당히 깔끔하고 아기자기했습니다.
벽면에 부착된 소품들도 많이 신경을 쓴 듯 보이네요. 아무래도 중심지인 서울에 있고 개관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다른 지방에 가보면 설명 문구들도 많이 헤지고 해서 글자도 잘 안 보여서 눈이 찡그려질 때도 많은데 말이죠.
열대지방에 온 것처럼 더움을 견디면서 각 나라별로 전시된 그 나라의 식물들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구경을 하게 됩니다. 단연 이목을 집중시키는 식물은 빅토리아 수련(Victoria amazonica)이라는 식물이지요. 마치 초록색으로 된 대형 피자판을 연상시키는데요.
1837년 아마존강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영국 빅토리아 여왕을 기념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너무 큰 게 물 위에 떠있어서 상당히 희한했습니다. 지중해 관도 보이고 이층에 스카이워크라는 곳도 보입니다. 선인장만 모아놓은 곳도 있는데 개척시대의 미국 서부의 상징을 나타내고 있지요.
천장에는 조그만 열기구 모형도 떠있고 각종 식물의 대형 브로마이드 같은 현수막들을 줄줄이 걸어놓아서 상당히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네요.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할까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사이프러스라는 것도 있군요.
4천 년 전 이란의 이바쿠 지역에 조로아스터교 창시자가 심었다고 합니다. 곧게 자란 사이프러스는 십자가를 만들 때 쓴다고 하네요. 곳곳에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들이 많이 놓여있습니다. 정원사의 비밀의 방이라는 곳은 각종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모아놓은 방이라서 사진이 이쁘게 나올 듯합니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생명의 나무인 커다란 둘레의 바오밥나무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리톱스(Lithops)라고 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변에 흩어져 있는 돌과 비슷한 모양을 하는 특이한 식물도 있습니다. 참 신기하지요.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아래층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운데, 반면 느끼는 체온은 많이 덥다는 것을 유념해주세요. 이렇게 온실 주제원을 다 보면 바로 바깥에 있는 주제정원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처음 발권된 티켓은 바깥의 정원을 입장할 때 바코드를 찍게 되니 주머니에 넣고 다니셔야 합니다.
정원들을 여러 가지 테마별로 분류해 놓았는데요. 초대의 정원, 사색의 정원 등 천천히 걸어가면서 충분히 감상해 볼 수 있겠네요. 좀 더 꽃들이 활짝 펴서 만발한 시기에 온다면 더없이 좋은 관람이 될 것 같습니다. 졸졸 흐르는 개울가에 떠있는 노란색 나뭇잎들의 운치가 더욱 좋네요.
VR 카페 무료 체험관도 있는데 열기구 타는 것을 가상으로 느껴볼 수 있나 봅니다. 가족과 연인들끼리 대기하는 줄들이 좀 있네요. 2층, 3층에도 볼만한 소소한 전시물들이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우산들을 옥외에다 걸어놓은 곳도 인기 만점이지요.
바깥쪽으로 더 나가보면 호수원 가는 길이 있고, 어린이 정원학교라는 곳에서도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네요. 가느다란 비가 오락가락해서 멀리까지는 못 갔지만 호수를 끼고 천천히 걷는다면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네요. 주차는 시간당 1,300원 정도이고요, 입장료 5천 원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것 같습니다.
키즈카페와 기념품 판매점, 레스토랑도 있으니 가족분들과 같이 한나절 좋은 발걸음이 될 거 같아요. 서울 도심에 있으면서 가성비도 좋고, 식물과 꽃과 호수에 잔뜩 취해 볼 수 있는 그런 명소라고 생각이 듭니다. 안 가보셨으면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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