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해미읍성의 정문을 들어서면 연걸린 큰나무와 많은 관광객을 볼 수 있다. 

5월의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전후하여 동생네 식구와 간단히 식사를 하고서 해미읍성을 방문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먹는다는 것이 처음엔 순두부찌개 집을 갈까 했었는데, 또 하나의 선택지는 바닷가에 가서 회를 먹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정된 곳이 바로 서산이다.

서산은 고향집에서 내비로 거의 80킬로가 넘는 거리였다. 이 정도 거리면 서울에서 거의 천안까지 한번 가는 거리와 맞먹는 것이다. 같은 충청도 안이지만 꽤 먼 거리임을 틀림없다. 체감상 가깝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러니 서산의 바다횟집까지 80킬로가 넘고 거기에서 다시 해미읍성까지 40킬로가 또 넘게 된다.

녹록지 않은 이동거리이지만,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이기에 오히려 더욱 신바람이 난다. 하늘도 푸르고 바람도 솔솔 불어 오히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조금씩 솟구치는 정도다. 간단하게 먹는다는 점심이 회로 두둑이 배를 채우고 처음 가보는 해미읍성으로 액셀을 천천히 밟아 대었다.

가오리연, 독수리연, 캐릭터연도 해미읍성 하늘을 훨훨 날으니 마음도 뻥 뚫린다. 

 

 

어린이 전날이라서 목적지에 다가와 오자 이미 주차장이 만원인 상태이다. 어찌어찌 주차를 하고 보니 역시나 사람들이 꽤 많다. 성문이 몇 군데 되는 거 같은데 정문은 가히 위엄이 있어 보인다. 앞에서는 기타를 연주하는 풍경도 보이고, 오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정문 안을 들어가 보니 초록빛 잔디로 드넓은 대형 운동장을 연상케 한다. 하늘에는 수많은 연들 이 꼬리를 펄럭이면서 하늘을 향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조그만 주막집 같은 곳도 여럿 보이고, 무슨 축제를 하는지 음악소리와 방송소리등 정신을 확 빼놓아 버린다.

탁 트인 시야 주위로 노란색 유채꽃들이 만발하고 푸르른 아름드리나무들과 저 멀리 뒤쪽으로 소나무산길도 있다고 한다. 돌담으로 전체 약 1.8킬로 정도의 거리를 5미터 높이로 쌓아 올려져 있다. 바람이 제법 많이 불어서 연날리기에 최적의 기후이다.

읍성 돌담길 주변을 수놓은 노란 유채꽃이 더없이 싱그럽다. 

연은 오천 원부터 이만 원 정도까지 팔고 있었다. 오천 원은 가오리연이고, 호랑이연, 독수리연, 캐릭터 인형을 그린 연들도 있다. 비싼 연이 역시 비싼 만큼 위풍도 당당하고 커서 한번 띄우면 여타 가오리연을 단연 압도한다. 얼레와 실도  좀 더 좋은 것 같다.

싼 연은 가끔 나뭇가지에 몇 개씩 걸려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초등생 조카나 중학생 조카도 연을 날려 본 적이 없어서 인지 이번에 제대로 재미있어한다. 자연과 함께 뛰어놀고 하는데에 이보다 더 좋은 경우가 어디 있을까. 집과 학원과 숙제에 매일 파묻혀 있다가 이렇게 바람도 쐬고 하면 마음도 뻥 뚫리고 기분도 전환되고 참 좋은 것 같다.

더구나 여러 가족들과 함께 연을 날리니 이보다 더 좋은 친목도모가 또 어디 있을까 말이다. 이곳에 입장료는 없다. 뭔가 좀 밋밋하기도 하지만, 공짜라고 생각하니 또한 더 즐거운 느낌도 든다. 엿도 파는데 한 봉지 이천 원 정도 오랜만에 먹어보는 엿도 달콤하다.

혹시 이분은 베트남전 스나이퍼로 참전하신 캡틴설인이신지, 너무 더워 쓰러지지 않을지 걱정이네요

저 멀리 계단이 보이는데 그곳을 걸어 올라가면 전망대 같은 정자가 있고 그 뒤로 소나무들로 둘러싸인 숲길이 있다. 전망대에서 멀리 보면 바닷가도 보인다 하는데, 이 날은 조금은 흐린감이 있는지 바다까지는 보이지가 않는다. 소나무 숲길은 그런대로 볼만한 풍경이다.

빽빽하게 심어져 있는 나무 안에서 걷다 보니 기분이 정화되는 느낌이 있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길을 걸어서 나오면 활을 쏘는 장소가 보인다. 실제로 과녁이 있고 얼마를 내고 시위를 당겨 볼 수도 있다. 잔디밭에는 많은 가족들이 텐트를  친 곳도 있고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는 사람들도 많다.

조그만 어린이들이 잔디 위에서 비눗방울 장난감으로 방울을 만들면서 좋아한다. 이 얼마나 평화롭게 천진난만한 모습인지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그 옛날 조선시대 때 이곳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 진지 였다. 이순신 장군이 와서 근무했었고, 다산 정약용이 천주교의 박해로 귀향을 왔었다고 한다.

조랑말을 타고 초가집을 지나가는 마차는 고향의 푸근함과 정겨움을 더하게 하네요.

또한 근간에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티브이에서도 이곳 근처의 음식점이 맛집으로 방영되어서 더욱 유명한 곳이 되었다. 뛰어놀다 보면 배가 고프기도 하고 목이 마르기도 하다. 주막집에서는 식혜나 음료수 등도 있고 마치 정종 술 같기도 한 한잔의 간단한 술도 있다.

삼천 원에 커피잔 같이 찻잔에 나오는데 나름 운치가 있다. 넓은 잔디와 푸른 초목과 노란색 유채꽃이 있는 좋은 풍경 속에서 술 한잔 기울이는 맛이 또 일품이 아닐는지. 천천히 걷다 보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어느 정도 둘러볼 수 있다. 가끔씩 마차가 지나가기도 한다. 

아마도 요금을 받는 거 겠지만 말 한 마리가 끄는 소형 마차에 즐거워하는 가족들이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기도 한다. 이상하신 분도 한 명 봤는데 온몸에 수풀 같은 위장으로 어벤저스 모양의 프라이팬을 들고 다니는 설인 같은 사람이다. 사람들을 놀라게 해 주려는 관심종자 이신 듯한데, 이 더운 날에 온몸을 초록색 털 같은 걸 뒤집어쓰다니 용기 있는 분이시다. 

게임 캐릭터 같은 활쏘는 병사모형은 국궁장의 마스코트입니다. 나도 양궁 국가대표다 쏴라 쏴 !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라 생각된다. 해미읍성은 서산이라는 조금은 외지고 먼 곳에 있는 유원지이지만 나름 신선한 장소이며 체험해 보기에 좋은 곳이다. 읍성에 대한 역사적인 공부도 어린이들에게는 좋고 하루 나들이 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평일에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덜 있겠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있어서 내부에서는 나름 행사 준비를 하는지 거기에 더해서 관광객도 붐볐던 듯하다. 오후 6시가 넘어가니 먹고 싶었던 호떡도 영업을 종료하고, 주차장 근처의 호떡 파는 곳 또한 만들어야 할 호떡이 줄 서 있어서 먹어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쉽다. 

마음까지 편해지고 여유가 생기는 넓다란 잔듸밭은 어린이들의 놀이터이고 가족들의 쉼터. 

언제 한번 서산의 기억이 다시 날 때쯤 재방문해 볼까 생각해 본다. 그땐 제일 큰 호랑이연을 오랫동안 날려보고 싶다.  

 

해미읍성

충남 서산시 해미면 남문2로 143 (해미면 읍내리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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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

사적 제116호. 1963년 지정. 1491년(성종 22)에 축조된 것으로, 둘레 1,800 m, 성 높이 5 m, 성 안의 넓이 6만 4350 m2이다. 영장(營將)을 두고 서해안 방어의 임무를 담당하던 곳이며, 폐성된 지 오래되어 성곽이 일부 허물어지고, 성 안의 건물이 철거되어 그 자리에 해미초등학교와 우체국 ·민가 등이 들어서는 등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었으나, 1973년부터 읍성의 복원사업을 실시, 민가 및 관공서가 철거되었다. 본래의 규모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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