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쭉 보다보니 언뜻 IT개발자의 자살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참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확 다가온다. 속칭 4D 업종이라고 까지 불리는 직업군인데 더럽고, 어렵고, 치사하고, 힘들고 뭐 안좋은 수식어는 죄다 갖다 붙일수 있을 정도이다. 

정말 이런쪽의 직업을 갖게 된 것이 숙명이라고 할까, 아니면 다른 직업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이 하나의 직업밖에 모르는 건지 알 수는 없다. 그 놈의 돈 때문인지도 모를것이다. 

자살자에 대해 청와대 청원이 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사회적으로도 좀 그 어려움과 고달픔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런지. 어떤 하나의 전산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서 프로젝트가 뜨게 되고, 이에 여타의 방식처럼 최저입찰경쟁에서 승리한 업체가 갑을병정의 방식대로 하청과 외주를 주게된다. 

개발자는 그의 경력과 이력에 맞추어져 적절하게 중간에 소개하는 업체를 통해서 몇개월동안에 얼마를 받고 계약을 하게된다. 실제로 일에 투입되어 일을 하게되면 업무정의와 기획에 따라 분석, 설계, 개발을 진행하게 되는데, 각 단계마다 각자의 능력과 나이와 경력에 따라 해당팀의 PM의 업무배분에 의해 일을 하게 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처음에는 어느정도 분석과 설계를 하게 되면 문서상으로 계속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숙지하고 화면을 어떤식으로 구성하게 될지를 고민하게 된다. 분석, 설계만 하고 빠질수도 있고 개발도 계속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현업의 요구사항은 항시 구현에 무리하거나 정해진 시간안에 할 수 있을 만큼만 주지는 않는다. 또 그렇게 되어 간다. 시스템 오픈일정은 왠만해서는 미룰 수가 없다.

못을 박아 놨기에 그 종료일까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끝내야 하는 것이다. 납기준수일 것이다. 오픈 날짜가 점점 다가오면서 설계 된 사항을 가지고 개발을 진행하면서 미처 보지 못했거나, 미리 발췌되지 않은 문제점들, 또 현업들의 중간 중간 심정이 바뀌어서 화면을 다시 엎고 새로 그려야 하는 경우 등등 물밑에서 점점 생각지 못했던 우발 요구사항들이 이어진다. 

코딩으로 컴퓨터에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말한마디에 척척 금새 고쳐지는 것처럼 인식하는 분들이 있으니 이 얼마나 통탄할 노릇인가.

이러니, 밤 8시 9시는 보통이고, 집에가면 거의 11시 12시가 되는 것이고 이렇게 몇개월을 생활하면 사람이 완전히 좀비화가 되어 지쳐만 가는 것이다. 

집에 와서도 내일 또 그 업무를 어떻게 고쳐야 욕을 먹지 않을지 계속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은 꿈속에서도 일을하는 공포와 두려움 가슴떨림 안정화 되지 않는 두근거림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런 압박이 계속되니, 건강이 좋아 질 수가 있겠는가? 

스트레스의 연속인 것이다. 그나마 일에만 신경을 쓸수 있다면 다행이다. 관건은 나를 둘러싼 상하 개발자와 관리자와의 관계이다. 나에게 일을 시키면서 일정을 쪼고, 결과물을 평가해서 계속 압박을 해대는 직책상의 윗사람. 이 사람이 나와 마음이 맞아야 행복해진다. 

그 반대라면 하루하루 출근하는게 큰 고통이다. 그야말로 지옥이나 감옥으로 기어들어가야 하는 심정인 것이다. 그 인간의 면상 자체를 보는게 고통이고 불행이다. 일단, 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 큰 행복이다. 돈은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IT 프리랜서 개발자가 돈을 다른 직종보다는 좀 받는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것도 1년 내내 일해야 그나마 난거지 나이가 들면서 고액을 부르는 사람을 누가 성큼 돈을 주고 일을 시키겠는가. 

한다해도 단기간의 몇개월짜리 땜빵식의 어렵고 하다가 중간에 나간 사람 대타로 들어가서 갖은 고생을 할 각오에 대한 대가다. 1년에 노는 날들이 점점 많아지면, 그나마 덜받는 정규직보다도 못할 수 있는것이다. 

이렇게 어려운데, 다른 일을 해야 함을 알면서도 선뜻 직업을 바꿔본다는게 솔직히 두려운 것이다. 여하튼 차장급의 외주개발자의 죽음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내가 곧 저지경 전까지도 생각이 퍼뜩 들때면 정말 우울해진다. 

앞으로 이쪽일을 얼마나 더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의 목숨까지 바꿔버리는 직업이라면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리라. 인간의 목숨을 바꿀정도로 그렇게 힘들었다면, 그 상황이 어떨지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아마도 모를 것이다. 

한 번 세상에 고귀하고 수십억분의 1의 경쟁을 뚫고 태어난 개개인이 좋은 일만 행복하게 느끼고 살다가도 시원찮을 판에 자살이라니 이 웬말인가. 진정 이런 삶을 살다 간다는건 너무 한 것아닐까. 

한국의 IT쪽의 근무환경과 갑질의 횡포 다단계식 하청업체의 쥐어짜는 빡빡한 일정 등 정말 고쳐져야 할 행태들이 너무나도 많다. 내가 두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동안 IT강국이라는 대명사가 무색하지 않게 정말 좋은 직업을 가졌다는 자부심을 갖게되는 날이 올런지 궁금해진다. 

그런 날이 꼭 좀 왔으면 좋겠다. 4차산업시대, 스마트폰의 시대, 코딩의 시대, 소프트파워의 시대,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가 다 연관되어 있다. 코딩… 참 열손가락 너무 아프고 마우스를 너무 돌려대서 집게손가락이 덜덜 떨리는 경험들, 이것도 산재가 될런지 모르지만,

세상을 규칙에 맞게 정확하게 움직이게 하는 모든것이 소프트웨어의 힘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내 생각대로 시스템이 움직이고 잘 풀리면 정말 입가에 미소가 확 번지지만, 그 반대라면 잠을 못이루게 된다. 

그 천당과 지옥을 하루에도 수십번을 교차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개발자들은 정말로 뭐라 결론의 말을 하기도 애매하다. 그 모든 것은 자기가 지고 자기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해야 된다고 본다. 

하루종일 앉아서 편하게 손가락만 두들기는게 뭐가 어렵냐고 대부분 느끼겠지만, 실상은 정신적 스트레스 덩어리를 항상 머리에 싸매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짐싸서 낮에 집에가는 길은 정말로 새가되어 날아가는 기분인 것이다. 

물론 그 즉시 실업자의 길로 들어가겠지만. 세상에 나에게 백프로 다 맞는 것은 없을 것이다. 백프로 만족할 수 있도록 나의 관점과 생각을 스트레스가 비껴가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그에 맞춰 사회적으로 건강한 IT 직장의 문화와 바람직한 일의 구조가 떠받쳐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야만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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