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SF 스릴러 넷플릭스 영화 <나의 마더> I AM MOTHER. 미래의 로봇엄마가 키운 딸이 엄마의 숨겨진 실체를 알게되는 극한 스토리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보이는 내용들에는 미래의 장소를 배경으로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가 꽤 됩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는 나의 마더라고 하는 영화인데요. 러닝타임 약 2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혹시 공포영화는 아니겠지 하는 믿음으로 클릭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유령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영화는 아니었고 자칭 엄마역할을 하는 기계 로봇이 등장하지요. 머리 모양이 마치 컴퓨터 데스크톱처럼 생겼고 움직임이 대체적으로 부드럽습니다. CG로 처리한 건지 사람이 뒤집어쓰고 연기를 하는 건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너무 동작들이 부드러워서 사람이 연기한다에 한표를 좀 주고 싶은데요. 어쨌든 추측일 따름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인원이 적지요. 로봇 엄마와 인간으로는 핵심 주요 인물 딱 두 명입니다. 정말 영화 찍기 쉬웠을 듯 하지만 딸 역을 한 여주인공은 연기하기에 어려웠을 듯합니다.

 

나중에 갑자기 쳐들어오는 여자 역할에는 힐러리 스웽크라는 배우가 열연을 하고 있지요. 예전에 몇 번 뉴스나 방송에서 비쳤던 것 같은데 그다지 크게 히트한 작품은 유달리 없는 듯합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지금은 좀 아줌마 티가 많이 나더군요. 

 

▲ 수많은 인간태아의 배아 중에서 선택많아 태어난 딸은 로봇의 지극정성으로 무럭무럭 자라게 되지요. 진짜엄마 같은 느낌이 들까요. 

약간 사이코 있는 여전사 스타일로 나오는데 여주인공 딸을 자기의 숙소까지 강제로 끌고 가는 무지막지한 묘령의 여인입니다. 때는 인류가 모두 사라져 커다란 벙커 같은 곳에 엄마 로봇만 남았습니다. 이 로봇은 조그만 인간의 배아들을 여럿 가지고 있는데, 이 중에서 하나를 배양해서 키운 것이 바로 이 여주인공 딸(클라라 루고르 역)입니다.

 

이 벙커 안에서 로봇의 지시에 의해서 먹고 자라면서 어느 정도 성년이 되었습니다. 역시 자기 혼자만 존재하는 것이지요. 인간으로는 말입니다. 로봇 엄마가 시키는 대로 교육을 받고 심리검사 같은 것도 주기적으로 시험을 치고 실내 운동도 하면서 그렇게 계속 무료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던 어느 날 벙커 외부에서 인기척이 들려오는데 부상을 입은 낯선 여자가 문을 두드립니다. 외부의 감염을 막기 위해 보호장구를 입게 하고 엄마의 출입 불가 명령에도 반하고 결국은 낯선 여자를 들여오게 됩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한애정이라고 할까요.

 

부상까지 당한 여자를 모른 척할 수 없는 딸의 따듯한 인간성을 발휘한 거지요. 낯선 여인은 로봇과 딸 둘만 있는 이곳이 위험하다고 하며 같이 외부의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것을 제안합니다. 딸은 이해를 못하고 반신반의하면서도 왠지 바깥의 세계에 가보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되지요.

 

▲ 로봇엄마의 행동에 점점 의심이 들기 시작하는 우리의 딸. 내가 이러라고 이렇게 애지중지 키웠단 말이냐! 로봇엄마도 열받을 수 있겠네요.

그와 동시에 로봇 엄마가 그동안 배아를 했던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도 전에 죽인 흔적들을 발견하고는 엄마를 의심하고 믿지 못할 존재로 생각을 굳혀가게 되지요. 낯선 여자가 지니고 있던 노트에는 외부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여러 명의  인물들을 연필 초상화로 그려놓았습니다.

 

이를 본 딸은 더욱 외부세계를 동경하게 되지요. 그렇게 생각을 굳히고 딸은 낯선 여인을 도와서 급기야 벙커를 탈출하여 여인이 살고 있다는 숙소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은 허허벌판 바닷가의 컨테이너 박스 안이었지요. 그곳엔 그 여인 말고는 다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여인의 거짓말이 들통나 버린 거지요. 딸은 다시 벙커 안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벙커 주위에는 이미 로봇 드로이드들의 삼엄한 경계로 죽음의 위험까지 느끼지만 다행히 로봇 엄마의 도움으로 입성하게 됩니다. 로봇 엄마는 새로운 아기를 다시 태어나도록 했는데 다시 돌아온 딸을 위해서 남동생으로 결정합니다.

 

갓 태어난 모습이 남자이긴 한데 백인은 아닌듯합니다. 벙커 밖에서는 드로이드들의 공격으로 철문을 레이저로 쏴서 녹여서 무너뜨리고 있지요. 하지만 딸이 겨눈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 밖의 위험도 멈추고 맙니다. 아마도 로봇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듯 합니다.

 

▲ 외부의 낯선 침입자 힐러리스왱크. 잘 살고 있는 딸을 꾀어서 자기의 안전한 숙소로 가자고 자꾸 보채는데. 왠지 믿음이 가는 듯 하면서도 꺼림칙 합니다. 

 

 

그 직후 낯선 여인의 컨테이너 박스에 로봇이 찾아와서 문을 닫아 버리는 장면은 어떤 경우인지 좀 의아스럽기도 하지요. 결국 딸은 어린 남동생을 스스로 키워야 하는 또 다른 엄마가 되는 듯 보입니다. 그동안 로봇이지만 엄마로서 딸이 아무 탈없이 크도록 다 돌봐 주어야 했는데 이제는 엄마가 없는 상황. 

 

얼마나 난감할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벙커 안이 철통 방호가 되고 내부에 충분한 식량들만 있다면 그야말로 1차적인 안심은 되겠지만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미래를 배경으로 일어날 만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독의 사이버펑크적이고 암울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런 환경이 온다면 정말로 살기가 싫을 겁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누구의 간섭도 없어서 불편한 일은 없겠지요.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인간의 태아들을 최대한 빨리 배양을 시켜서 많이 만들어내야 그나마 사람답게 사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요.

 

▲ 갓 태어난 남동생을 끌어안고 엄마와 대치하는 딸. 로봇엄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런지. 딸과 행복하게 살기를 꿈꿨건만 우리 악수하자 딸아!

로봇이 없고 인간들만이 존재하는 그런 사회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이겠지요. 지구 상에 인류가 아담과 이브에 의해서 계속 번성되가듯이 그런 것 말입니다. 딸의 책임감이 엄청날 듯합니다. 이 작품은 엄마의 역할을 했던 로봇과 실제 사람인 딸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입니다.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다시 엄마가 되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때 가져야 하는 상황도 고민하게 만듭니다. 과연 로봇이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런 로봇에 우리 인간은 엄마의 포근함과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을는지 의문입니다. 딸 역할을 했던 배우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많은 생각과 고민을 던져주는 넷플릭스의 이런 영화가 앞으로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나의 마더 | Netflix 공식 사이트

지구에서 멸종된 인류. 소녀에겐 자신을 키워준 로봇 ‘마더’가 전부였고, 마더 역시 ‘딸’인 소녀가 전부였다. 그들은 안전했다. 낯선 인간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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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NETFLIX)

▲ 책속에 등장하는 구술자들을 일일이 만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답니다. 면담과정은 노년에 접어든 그들의 전쟁과 사업화 시대를 살아내었던 지난한 여정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관심이 있어서 골랐던 도서는 베트남 전쟁에 관련된 책입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치러진 큰 전쟁은 아마도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일 겁니다. 특히나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패배한 유일한 전쟁이지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굳은 의지로 우리의 맹호부대, 백마부대 등의 군인들이 직접 베트남에 파병이 되었고 그와 같이 기술을 가진 근로자들도 파월을 했습니다.

근로자들이 외국에 나간 사례로는 독일에 간 광부나 간호사분들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로 간 노동자분들이 생각나는 게 다였지요. 그런데 전쟁에도 많은 기술자들이 일하러 갔다는 게 조금은 생소한데요. 잘 생각해보면 당연히 군대의 군인이 가서 전투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 추측이 되지요.

전쟁에도 직접적 전투외에도 그와 관계된 많은 군수물자들을 항구에서 실어 나르는 항만하역작업이나 운송작업은 관련 기술자들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그런 관계로 파월 기술자들의 경쟁률이 10대 1이 넘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임금이 상당히 많아서 일 겁니다.

▲  베트남 전쟁을 경험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때론 고달프지만, 그간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하는 학문적 여정입니다. 

당시 근로자 소득의 10배 이상 되었다고 하니 가히 몇 년 만에 큰돈을 만질 수 있을 정도이지요. 그렇게 번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 집도 새로 사고 큰 차도 굴릴 수 있는 기회가 인생에서 그리 흔하게 찾아오지는 않겠지요. 게다가 애국이라는 좋은 명분까지도 있으니 일석삼조입니다. 

당시 베트남에는 우리나라의 기업 60여 개 업체가 진출해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업이 바로 현재의 한진인 한진상사였습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한진의 회장님이 계시지요. 전쟁으로 인해 돈을 번 나라가 바로 미국이지요.

많은 전쟁과 관련된 무기와 군수물자를 팔아서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고 하지요. 베트남 전쟁도 바로 한국에 그런 기회를 준 셈입니다. 당시 한국이 무기를 팔아서 번 것은 아니고요. 지금도 대기업들이 잘 써먹는 방법이지요.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한 것입니다. 

▲ "한 다발의 삐라와 신문이 감추어진 가방을 메고 행운의 빛을 전하는 새처럼 잠든 사이공을 날아다닌다." 노래 <사이공의 흰 옷>의 가사.

그곳에서 군수 관련 일을 독점한 미국의 6개 컨소시엄 독점업체가 있었는데 한국은 당연히 그들의 하청업체로써 일하게 되지요. 일례로 빈 넬(Vinnell)이라는 미국의 군수지원 업체에서 일하는 정기 사원과 한국의 한진 소속으로 일하는 근로자와의 임금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지요.

미국 업체에서 실제 내려주는 1인당 임금은 천불 이상인데 실제 한진의 근로자들이 쥐는 돈은 3백 불 정도였다는 것이지요. 그 차이인 약 7백 불 이상을 한진에서 가져간 거지요. 이렇게 해서 초기 베트남에 트럭 몇대로 시작한 사업이 몇 년 만에 몇백대로 늘면서 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바로 파월 근로자들의 피땀 어린 노동과 임금착취의 결과로 인한 것이지요. 현재의 우리 근로자들의 모습도 이와 전혀 다르지 않지요. 하청에 재하청을 거치면서 현장에서 실제 각종 스트레스와 위험을 마다하고 묵묵히 일하는 근로자의 피를 빨아먹고 있지 않나요? 

▲ 초창기 파병시 열악한 주거환경인 24인용 천막에서의 생활과, 몇대에서 시작한 트럭이 점점 늘어나는 한진상사의 모습입니다. 

이런 구조를 시원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정말 안타깝습니다. 건설이건 IT 현장이건 대부분의 일하는 방식이 모두 하청 위주인지 심히 의심스럽고 실망이 큽니다. 이런 구조는 모두가 느끼고 또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은 현 일하는 구조의 전체적인 문제일 겁니다. 

아무튼 전쟁 당시에도 10배 이상의 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들에게도 그런 속 쓰린 아픔이 있었네요. 국내 사람들이 들으면 그 무슨 배부른 소리냐. 우리보다 10배나 벌면 나 같으면 하루 종일 일하겠다는 말이 나올 듯합니다. 하지만 당해  본 사람만이 그 현상을 이해할 겁니다. 실제로 체험을 해봐야 아는 것이지요.

거기에 간 근로자들도 돈을 많이 번다는 부푼 꿈을 갖고 찾아갔을 겁니다. 초기엔 24인용 막사에서 생활을 하다가 조금씩 개선이 되었고, 그래도 세끼 식사에는 고기가 빠지지 않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그렇게 하역과 운송작업을 하다 보니, 부두 쪽 보다는 육지로의 운송작업이 점점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 본연의 업무보다 총으로 경계까지 해야 하는 최악의 근무환경. 멋진 자세는 아니지만 선글라스가 한 몫을 합니다. 

곳곳에 베트콩의 표적이 되는 것이지요. 이에 운전을 하면서도 총으로 무장을 하고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릅니다. 결국엔, 근로자들 중 에서 자체 경비를 위해 경비를 서고 경계를 하는 일까지 도맡게 되지요. 원래는 호송과 보호 임무를 미군 쪽이나 한국 파병부대원들이 해주어야 정상인데, 미국은 자기들 인원이 아닌 제3세계 인원들로 대체시킨  겁니다. 

이렇듯 미국은 자국민 보호와 적은 임금과 비용으로 베트남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지금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행하는 내용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듯 악조건의 환경 속에서 일하는 동안 많은 불리한 행태들을 느끼게 되지요. 

외박과 여행 같은 것은 금지되었고 하루에도 12시간 이상씩 쳇바퀴 돌듯 행해지는 무지막지한 근무시간이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게다가 정규사원과 계약사원 간의 임금의 차이도 한 몫하지요. 이렇게 누적된 불만들은 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근로자들 사이의 모임에서 불거지게 되고 많은 초과근무에 대한 임금을 요구하는 미불임금투쟁을 벌이게 됩니다.

▲ 베트남전쟁의 이면에는 강대국과 대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착취와 대우가 도사리고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생사를 오가는 전쟁 속에서 사망자와 부상자들도 심심찮게 발생했었지요. 이런 투쟁에 대해 언론과 정부 한진에서는 배부른 자들의 과대망상의 현상이라고 일축하거나 그 마음을 이해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까지 주지는 않지요. 

이렇듯 갖은 민원과 재청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한진의 심장부인 칼 빌딩에 방화를 하는 사건까지 가고 말지요. 그동안 참고 참았던 울분이 한순간에 폭발해 버리고 만 것이지요. 이에 많은 주동자들이 잡혀 들어가 징역을 살게 됩니다. 베트남 전쟁이 미국이 주도한 전쟁으로 우방국인 한국이 어쩔 수 없이 참가했습니다만 그에 반사적으로 한진 같은 기업이 상업적으로 큰 이득을 보게 되고 그 이면에는 파견 근로자들의 역할한 환경에서의 고된 노동이 있었습니다.

그에 맞는 적절한 대우를 바라는 작은 저항의 소리를 가차 없이 짓밟아 버린 대기업의 이중적인 잣대를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도서는 이렇듯 베트남 전쟁에서 보이지 않게 희생했던 파견 근로자들의 노동 경험과 생활들의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제 참가했던 증언자들의 생생한 진술 내용들을 들을 수 있고, 그 전쟁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를 심히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베트남전쟁의 한국 사회사

최근까지 한국의 베트남전쟁 참전에 관한 많은 연구는 참전의 배경과 과정, 참전의 영향 등을 정치·외교·경제 등의 거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데 관심을 집중했다. 여기에는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 전쟁과 더불어 변해갔던 사회, 전쟁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개인적 회한과 사회적 갈등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이 책의 저자 윤충로(한국학중앙연구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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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서] 베트남전쟁의 한국 사회사)

▲ 한탄강 스파호텔의 전경. 고석정과 바로 붙어 있어서 관람후에 이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 이 곳 주차장이 아주 커서 편리합니다. 

안녕하세요. 국내에서 아직 안 가본 곳이 너무 많아서 결정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지난번에는 경북과 전남을 방문했던지라 이번에는 다른 도를 가는 것이 나을 듯했습니다. 편식만 하면 조금 지겨운 경우가 있잖아요. 매번 다양한 곳으로의 방문이 지루함도 없애고 매너리즘 같은 것도 제거해주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한국도 다녀보다 보면 경치와 풍경이 꽤 좋은 곳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강원도 쪽으로 잡았는데 바로 철원입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어서 마치 경기도에 있는 곳인가 착각하게도 되지요. 지도상으로는 중부전선을 맡고 있는 군사적 요충지 이기도 합니다.

철원이라고 하면 그 옛날 대학교 시절에 방학을 이용하여 체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3사단 백골부대인데요. 아직도 하얀 두개골에 뼈다귀가 엑스자로 받쳐진 모습의 커다란 형상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에도 철원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다 보니 몇 번 백골부대 형상을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의 흉상. 뭐라도 금방 무너뜨릴 저 런지자세는 근육남의 표본같기도 합니다. 워킹데드의 남자 미숀이랄까요.

 

부대 이름과 마크가 너무 강렬하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철원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면 첫번째로 고석정이 나오지요. 어감이 바다에서 전투할 때 쓰는 고속정이 언뜻 떠오릅니다. 철원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곳 아홉 군데의 제일 첫 번째 명소인 고석정이지요.

오랜 옛날부터 형성된 기이한 기암으로써 한탄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절경 중앙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그 위용이 어떨지는 처음 방문한 사람은 잘 상상이 안 가지요. 고석정까지는 차량으로 대략 2시간 거리가 되는데, 업데이트한 지 좀 된 아이나비 내비게이션과 다음의 카카오 네비를 같이 켜놓고 찾아갔지요.

가끔씩 아이나비가 경고창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고속주행 중에 뜨면 영 난감하지가 않지요. 그래서 네비를 두 개씩이나 켜놓는 이런 센스. 누구는 네비 없이도 목적지를 잘 찾아간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차원입니다.

▲ 고석정으로 내려가는 길에 바라본 경치입니다. 한탄강을 사이로 우뚝 솟은 바위가 정말 멋져 보이지요. 때마침 유람선까지 지나가주는 센스.

고석정에 도착하니 안내원이 주차할 곳을 다른 곳으로 가리키네요. 주욱 가다가 오른쪽의 빨간 표지를 보고 들어가면 넓은 운동장 같은 게 나온다고 합니다. 무슨 행사 때문인지 주차장이 있는데도 못 들어가게 임시로 폐쇄를 해 놓은 듯하네요.

알려준 곳으로 향하다 보니 공터가 있기는 한데 영 남의 집에 대놓은 거 같아서, 정문이 있고 넓은 곳에 주차를 해놓고 보니 호텔 겸 스파를 하는 곳이네요. 이름하여 한탄리버 스파호텔이라고 영어로 씌어 있습니다. 일단 상황을 보니 이곳에 주차해도 될 듯은 해 보입니다. 

곳곳에 무대 준비를 하는지 계속 드럼 두드리고 기타 조율하고 마이크 테스트를 쉴 새 없이 하는지라 귀가 따갑기도 합니다. 화장실도 쓸 겸 들어간 곳은 관광안내소라고 하네요. 1,2층에 전시관도 있어서 둘러보니 철원 전체에 대한 개략적인 관광명소들의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 고석정 아래 물가까지 갈 수 있어서 사진들을 많이 찍으시지요. 바위 꼭대기에 올라가면 더 좋겠지만 당연히 위험해서 출입금지이지요.

일단, 보기 좋게 지도들도 있고 해서 카메라로 저장을 해놓게 됩니다. 카운터에는 관광안내도라고 하는 커다란 팸플릿도 있어서 한 손에 쥐고 다니니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DMZ 안보관광 코스와 생태평화공원 코스는 출발시간들이 있는 것 같아서 일단 옆으로 제쳤습니다.

코스를 다 보는 것도 보통 3시간 이상이 걸리고 시간에 제약을 받는 것도 별로라서 가고는 싶지만 이번에는 제외를 하였죠. 또 언젠가 나중에 꼭 코스를 견학하리라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핑계로 말이지요. 아마도 오늘 이 곳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뮤직 페스티벌 같은 게 열리는 듯합니다.

오고 가다 현수막을 보니 혁오, 잔나비, 정태춘 등 가수들의 이름들이 써져 있더군요. 준비하는 외국인 스텝들도 보입니다. 광장 중앙에는 검은색 동상이 있는데 임꺽정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의적 임꺽정이 이 곳 고석정의 작은 동굴에서 기거하면서 활동했었다고 하네요. 이런 유래가 있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 고석정과 같이 있는 관광안내소 광장에는 각종 디즈니 캐릭터들과 탱크, 비행기 실물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이 즐겁습니다. 

곳곳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보이는데 군복을 입은 군인들도 가끔씩 있네요. 전방 지대라서 주변에 군부대가 많다 보니 그런 것이겠지요. 이 더운 날에 베레모에 전투화까지 신은 모습은 정말 더워 보입니다. 군복도 계절에 맞는 복장들로 개량을 했으면 합니다.

고석정에는 경치를 볼 수 있는 정자와 함께 유람선 보트를 탈 수 있는 선착장도 있습니다. 주위에는 기암절벽으로 한탄강이 흐르는 중앙 양옆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정말 신선들이 이런 곳에서 놀겠구나 생각이 들지요. 중앙 10미터 높이의 바위가 바로 이곳의 핵심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그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조그만 백사장처럼 바로 물가에 까지 다가갈 수 있죠. 물가에서 바위를 보면 겹겹이 쌓인 돌들을 칼로 자른듯한 형상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수천만 년 동안 자연이 이루어 낸 조각 작품 아닐는지요. 압도적인 경치에 경외감마저 들게 됩니다. 

▲ 고석정 옆에는 코스모스 십리길의 꽃밭이 펼쳐져 있지요. 꽃으로 둘러쌓인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꽃은 정말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하지요.

이런 대자연속의 우리네 인간은 얼마나 작은 미물이며, 백 년도 못 사는 기간이 찰나의 시간보다도 못한 기간이잖아요. 그 기간마저도 얼마나 많은 고통과 근심으로 아등바등 살려고 합니까. 인생의 무상함과 어떻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것인지 되묻게 되는 그런 광경입니다.

이런 절경을 마주하면 정말로 집이 있는 도시의 현실 속으로 가기가 정말 싫지요. 보트는 약 10명 정도 태울 수 있는 소형입니다. 모두들 빨간색의 구명조끼는 입은 듯 보이네요. 강 왼쪽에서는 구령에 맞춰서 노를 저으며 래프팅 하는 고무보트가 보이네요. 

고석정 주변에는 꽃들로 장식된 꽃길 가는 곳이 있습니다. 드넓은 대지에 갈대와 노란색의 보리들, 빨간색의 양귀비, 보라색의 수레국화 등 꽃 속에 파묻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바로 고석정 코스모스 십리길이라고 하고 고석정 꽃밭 가는 길 로도 써져 있네요.

▲ 꽃밭길을 일주할 수 있는 깡통열차. 뒷태가 정말 깡통이네요. 조그만 농기계가 끄는 이색체험 열차입니다. 후진은 어려울 듯 무조건 직진 앞으로 고고 입니다. 

중간중간에 나무와 캐릭터 인형들이 놓여 있고 트랙터가 운전하는 깡통 열차가 다니고 있지요. 모두들 빨간색 헬멧을 쓰고 움직이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 어린이 기차놀이하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지지요. 따듯한 햇살과 함께 이렇게 싱그러운 꽃밭을 거니는 호사로움은 복잡 다난한 한국을 사는 모든 직장인들의 바람일지 모릅니다.

철원의 고석정 얘기만 해도 분량이 많아지네요. 다음 편에 철원의 8경에 대해서 더 알아보겠습니다. 

 

고석정

한탄강의 중류, 신라 진평왕이 이곳에 고석정이라는 정자를 세운 이후로 주변 지역까지 통틀어 고석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강 한가운데는 높이 10m나 되는 고석암이라는 바위가 서 있어 절경을 만들고 있고, 강 언덕에는 바이킹과 관람차가 있는 고석정랜드가 있습니다. 고석정은 조선시대 의적으로 활약했던 임꺽정이 이곳에 숨어 활동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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