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단으로 내려오는 삼부연폭포. 기암괴석에 둘러싼 모습과 물줄기가 수만년동안 끊어짐없이 흘러내렸다는 그 웅장함에 기가 죽네요.

강원도 철원으로의 탐방에 대한 글 두 번째입니다. 전에는 철원의 제일 명소인 고석정에 대해서 알아봤고요. 이번에는 9경 중에 속하는 비경을 쫓아가기로 하지요. 더운 초여름의 날씨를 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물이 있는 곳을 찾게 되지요. 이번에 들를 곳은 삼부연폭포라는 곳인데요. 

 

철원의 행정구역상 하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장소만 따로 뚝 떨어져서 한참을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고석정에서도 거의 40분 이상 또는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이지요. 그야말로 철원의 중앙에서 남하를 하여 아래로 관통해야 하는 코스입니다. 

 

가는 도중의 산세는 정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비경입니다. 강원도만의 조용하고 한적함 속에 왠지 나 혼자만 있는 세상에 툭 던져진 그런 느낌이 들죠. 때론 잠시 무서운 생각도 퍼뜩 듭니다. 낮이라 망정이지 어두운 밤에 혼자 드라이브하는 것도 머리가 쭈뼛 설듯하네요. 

 

▲  철원 팔경중 하나인 삼부연폭포에 이렇듯 전설이 있었다니 새롭습니다. 용 3마리가 승천했다니 용가리나 디워가 감히 생각나네요.

정말 차 없이는 어느 누구도 다니지 않을 그런 첩첩산중에 서 있는 폭포입니다. 약 20미터 높이인데 가느다란 물줄기에 아래에 널찍하게 물웅덩이가 메워져 있네요. 이미 비경인지라 몇몇이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열심히 하고 있네요. 앞쪽에 차 한두 대가 오른쪽 도로에 파킹 되어 있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자연 속에 쏙 쌓여있네요.

 

물 떨어지는 소리가 시원한 계곡임을 여실히 말해주지요. 물 아래쪽으로는 못 내려가도록 막아놓았습니다. 안전을 위한 거겠지요. 주변에는 온통 초록색 나무로 덮여있어서 다른 나라나 세상에 와 있는 듯합니다. 갑자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족들 한 무리가 굉음을 내면서 지나가네요. 

 

좋은 관광코스와 드라이브하기 좋은 도로라면 여지없이 나타나시는 바로 그 멋지신 분들, 오토바이가 멋있기는 하네요. 차 한 대 값보다도 더 비싸 보이네요. 더워도 폭포 물속에 들어갈 수는 없는 법. 눈도장을 확실히 찍고서 다음 장소는 순담계곡으로 향했습니다. 

 

▲ 겹겹이 괴석이 쌓여있는 순담계곡. 햄버거 사이에 고기를 얹어 놓은 듯 먹음직 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곳은 다시 북쪽 방향으로 철원의 중심인 철원군청을 지나 고석정 가기 전에 위치해 있네요. 철원의 넓은 들판에 펼쳐진 논과 밭의 풍경은 너무나 드넓었습니다. 이 곳에서도 철원쌀이 이름이 있지요. 순담계곡도 역시 예상외로 가슴이 탁 트이는 드넓은 풍경에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계곡 위쪽에 몇몇 카페와 먹거리를 파는 곳도 있어서 이미 관광객들이 북적이네요. 날이 덥고 비가 많이 안 와서 강물은 수위가 그리 높지 않고 물이 좀 빠진 듯한 모습입니다. 좌측에 펼쳐진 기암괴석으로 겹겹이 쌓인 듯한 절벽은 어떻게 만든 것인지 신기하기만 하지요. 


계곡을 내려가는 계단 중앙에는 보트들을 운반하도록 도르래 같은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어서 색다른 느낌입니다. 그야말로 협곡이라고 해야 할 듯 하지요. 물이 좀 더 채워지면 보트 래프팅 하면 그야말로 재미 백배일 듯합니다. 많이 가물어서 지금은 그저 고요함과 적막함만이 있지요. 

 

▲  오른쪽에는 카페가 있어서 좋은 명당자리 인듯 합니다. 물이 불면 저 바위들이 전부 비취색 한탄강에 잠길 것입니다. 

한창 성수기 때가 되면 아마도 이곳도 발 디딜 틈이 없어서 사람들로 바글바글할 것 같네요. 인터넷에서 물이 불었을 때 보니까 좀 무시무시합니다. 지금 이상태가 경치 구경에는 너무 좋군요. 다음 코스는 송대소 주상절리라고 하는 곳입니다. 내비로 이곳저곳을 돌고 돌아가다 보니 빨간색 다리에서 번지 점프하는 곳도 보입니다. 

 

양쪽 도로가로 차들이 엄청나게 늘어서 있네요. 주상절리는 희한하게 논두렁을 가로지르는 길을 안내하네요. 처음엔 잘못 안내하나 해서 가야 말지 했는데 제대로 가는 길이었네요. 그 끝자락에 역시나 캠핑장과 숙박시설이 있습니다. 말처럼 주상절리의 경치는 정말이지 철원에서 가장 보아야 할 장관의 모습입니다. 

 

거의 전망대 수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깎아지른 듯 병풍처럼 펼쳐진 양쪽 협곡의 경치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군요. 중앙에는 철로 된 다리도 있고 낚시꾼의 모습도 보입니다. 어떻게 건너간 건지 강 반대편에서 혼자만의 자리를 차지하고 낮잠을 주무시는 분도 계시네요.

 

▲ 송대소 주상절리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기암적벽. 중국의 영화 적벽대전을 찍어도 손상 없을 정도로 화면이 시원합니다.

 

 

천하태평 이런데가 또 어디 있을까요. 낚시하시는 분은 옷 입은 채로 그대로 강에 들어가서 몸의 열기를 식히고 있네요. 강태공이 바로 이런 생활을 한 게 아닐까요. 다리를 건너서 바윗돌 위에 앉아 있으니 정말로 집에 가기가 싫어지기까지 합니다. 낚시라도 할 줄 알면 텐트 치고 며칠 살았으면 좋겠네요. 

 

이 곳 캠핑장은 정말 천하 요새의 절경에 자리 잡은 최적의 장소입니다. 가족들과 모닥불도 피우고 고기도 구워 먹으면서 술 한잔 하면 세상 다 가진 것 같을 겁니다. 주상절리의 깎아지른 적벽의 높이는 30미터에 달한다고 하지요. 그와 맞닿은 한탄강의 비취색과의 조화는 그 신비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마련입니다.

 

▲ 캠핑장이 저 적벽 위 쪽에 위치합니다. 아래의 낚시하시는 분은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닌듯 합니다. 한없이 부러운 광경이지요.

정말 강추하고 싶은 장소 송대소 주상절리! 꼭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이렇게 삼부연폭포, 순담계곡, 송대소 주상절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다음에 나머지 비경을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 여주인공 미라와 그의 남친 파헤드. 처음엔 좋은 사이였는데 소환사의 등장으로 새남친으로 오해하게 되죠. 파헤드의 집요한 성격과 의심때문에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과연 어떻게 될런지요.

이번 <지니>라고 하는 드라마는 국적이 중동 필이 짙은 화면입니다. 실제로 배우들의 음성이 아랍어로 되어 있죠. 처음에는 영어로 말하길래 조금 보다 보니 이상하게 말과 입이 언밸런스 한 느낌이 확 들더라고요. 역시나 자막과 음성을 선택해보니 아랍어가 따로 있었지요.

 

아랍어로 하니 연기가 자연스럽게 보이네요. 넷플릭스는 전세계의 여러 나라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어느 한 국가에 편중된 작품만 보는 것보다는 다른 나라들의 문화도 접하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편식만 하면 건강에 안 좋듯이 골고루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중동이라고는 하는데 딱히 어느나라에서 제작했다는 나라는 표기가 돼있질 않군요. 여하튼 중동 하면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스라엘, 이라크 정도 되지 않을까요. 시리아나 이라크처럼 내전이 있거나 전쟁으로 불안한 나라에서는 안 만들었을 것 같고 이스라엘이나 요르단 정도 되지 않을 런지요.

 

▲ 페트라 유적지의 성스럽고 고즈넉한 밤 풍경의 모습. 학생들은 성스러운 유적의 전설을 들으면서 눈을 감고 각자의 소원을 비는 의식을 행합니다. 이럴때 꼭 살짝 옆으로 빠지는 인간들이 있지요. 

여하튼, 영화의 색감은 상당히 좋습니다. 황토색과 노란색 배경으로 물든 유명 유적지를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눈요기로는 그만입니다. 이야기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이 페트라(Petra)라고 하는 요르단의 유적지입니다.

 

바위를 깎아 만든 암벽으로 세워진 도시인데요. 거대한 절벽과 낭떠러지들로 구성되어 무언가 깊은 전설이 있을 정도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지요. 10대들이 등장하는 하이틴물에는 어김없이 동료간의 질투와 시기심 그로 인한 싸움이 있고, 잘 나가는 남녀끼리의 풋풋한 사랑 얘기가 있죠.

 

이 드라마도 당연히 그런 절차를 보여주고 있지요.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여배우의 극중 이름은 미라입니다.
미이라도 아닌 미라입니다. 이름 잘 지었네요. 한국의 여자 이름과도 같네요. 덕분에 기억하기 쉽습니다. 박미라. 왠지 친척분 중의 누님 이름 같네요.

 

 

역시 비주얼이 중동 배우스러우면서도 큰 눈을 가진 상당히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으로 나옵니다. 역시 그를 좋아하는 핸섬급의 거친 남성(파헤드)과 그 친구들도 있죠. 드라마 시작부터 학교에서 힘센 녀석(타레크)과 그 무리들에게 시달림을 받는 연약 하지만 나름대로 고집이 있는 캐릭터(야신)가 꼭 있습니다.

 

처음부터 시비 거는 무리들한테 많이 쪼임을 당하지요. 유적지에 가서도 계속 얻어맞다가 어느 커다란 동굴같은 곳으로 도망쳤는데 그만 구덩이에 빠져버립니다. 핸드폰을 빠트린 거지요. 구덩이가 너무 깊어서 혼자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정도입니다.

 

그걸 본 시비거는 짱(타레크)이 구해주기는 커녕 구덩이에다가 쉬를 갈겨버립니다. 그렇게 그냥 가버리고 말지요. 하나 구원의 여신이 등장하지요. 지나가던 급우. 그런데 이 여자는 코걸이를 했지요. 코걸이 여자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온 우리 허당이. 밤에 모두들 모여서 유적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과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 끝나고 각자 자유시간을 갖지요. 

 

▲ 추락사한 학생의 사인을 밝혀보고자 사고장소를 직접 찾아간 인솔교사. 술에 취했다고 해도 천길 낭떠러지 절벽 꼭대기까지 와서 일을 볼 수는 없으리라 생각하지요. 누가 그를 이곳까지 데려온걸까요?

이때 우리 친구들은 모여서 급기야 여주인공 미라가 가져온 술을 돌려 먹게 되지요. 그런데 시비 걸었던 짱(타레크)이 소변을 보러 간 후 갑자기 하늘에서 털썩하는 소리.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고 말지요. 삽시간에 수학여행의 분위기는 쑥대밭이 되고 모두 조기 귀환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여주 미라는 자기가 술을 가져와서 벌어진 사건이라며 심한 죄책감에 빠집니다. 집에 와서도 아버지의 고지식한 태도에 못마땅해하고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지요. 그럴 때 갑자기 나타난 터번을 둘러쓴 핸섬남. 연기와 함께 나타나지요. 초능력이 있는지 여주를 소리치지 못하게 목소리를 막는 재주가 있네요. 

 

과거에서 온 정체불명의 소년인데요. 추락해 죽은 친구는 살해된 거라 하고 이 모든 것을 여주가 해결할 수 있다는 믿지 못할 말만 남기면서 연기와 함께 다시 사라집니다. 지금 한창 상영 중인 알라딘 영화에서도 지니(Genie)가 나오잖습니까. 램프의 요정으로 불리죠. 

 

 

▲ 베일에 쌓였던 미지의 소년 바로 그분. 연기와 함께 들쑥날쑥하면서 여주 미라에게 무언가를 자꾸 주문하는데. 여주 미라의 친구 라일라의 먼 사촌이라고 속이고 태연하게 수업까지 듣는 센스. 왜 자꾸 나타나는 걸까요?

혹시 이 작품도 알라딘의 지니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이름도 같고 같은 아랍권인데 램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갑자기 연기를 뿜으면서 자기 나오고 싶을 때만 나오는데 말이죠. 다음날 학생들이 다 모인 강당에서 추모를 하려 하는데 갑자기 한 학생(나세르)이 걸어 나와서는 칼로 자기 목을 긋는 자해를 합니다. 

 

유적지를 다녀오고부터 증세가 이상했었는데 아마도 소환사의 령이 씌운 것이겠지요. 이렇게 1편 에피소드는 끝나게 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저예산으로 자기 회사만의 드라마를 최대한 빨리 제작해서 업로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작까지는 갈 수 없을 겁니다.

 

▲ 여주 미라의 친구 라일라에게 고백하지만 거절당한 나세르. 유적지에서 어떤 연기를 마시고부터 이상해진 상태. 급기야 대강당에서 자해소동을 일으키는데 과연 살아남을런지요.

어찌 보면 병맛스러운 면이 다분히 있지요. 그런데도 계속 다음 편을 보게 되는 그런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짧고 굵게 끝나는 블록버스터급의 매력과는 사뭇 다른 조금씩 조금씩 나눠 보게되는 그런 것 말입니다. 이번 지니도 총 5부작으로 약 30분씩 밖에 안되어 시간 내서 한 번에 주욱 볼만 하겠네요.

 

그동안 못 봤던 신선한 배우들을 보는 맛도 있고 중동스러운 배경과 알아들을 수 없는 현란한 아랍어의 소음도 느끼면서 가볍게 감상하기 좋을 듯합니다. 

 

 

지니 | Netflix 공식 사이트

페트라로 수학여행을 간 고등학교. 이곳에서 지니가 인간세계에 합류한다. 선한 지니와 악한 지니의 팽팽한 대립. 초자연적인 힘이 폭발하는 놀라운 싸움이 시작된다.

www.netflix.com

(사진=넷플릭스,Netflix)

▲ "책을 읽는다고 해서 돈이 되지는 않는다." <독서만담>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펴냄 / 북디자인 경놈 / 일러스트 오희령 

도서관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관심이 가게 되는 분야가 바로 독서와 관계된 책들입니다. 매주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다시 대여하는 일이 때론 즐겁기까지 하지요. 버릇처럼 돼버렸다고 할까요. 일주일에 한 번 가는 날이 항상 기다려지기까지 하니까 말이지요.

 

책을 왕창 빌렸다고 해서 다 읽는 것도 아니고 발췌독으로 하다보니 그렇게 부담이 가지는 않는 듯합니다. 예전에는 책을 빌리면 어떻게든 재미가 없더라도 다 읽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이 종종 있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다 보니까 굳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미있으면 다 읽는 것이고 보다가 도저히 못 읽겠다면 그 쯤에서 놓아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되는 것 같아요. 책의 목차를 보고 제일 관심 가는 챕터와 에피소드부터 읽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겁니다. 일단은 거부감이 들지 않다는 것이지요. 물론 소설 같은 장르는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어야 이야기를 알 수 있겠지만요.

 

▲ 대학 시절 첫 강의 때 받아쓰기만 2시간을 하였지요. 독서에 관한 글이었는데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답니다. 혹시 시험에 나올지 몰라서 그 누구도 항의하지 못했답니다 

너무 서두가 길게 갔는데요. 아무튼 이번에 고른 도서는 <독서만담>이라는 제목입니다. 독서로 만담을 한다? 그 옛날 코미디언들이 명절 때에 콤비로 나와서 끝도 없이 해대는 대화가 만담 아니던가요? 요즘 책 제목은 독자들의 이목을 잘 끌도록 잘 짓습니다. 

 

처음 접하는 저자이신데 책 내용이 상당히 유머스러움을 깔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필체는 일본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를 떠오르게 하지요. 곳곳에 숨어있는 위트와 피식 웃음짓게 만드는 묘사와 대사들이 장점이지요. 이 책에서도 그런 웃음기를 머금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아직 부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거지요. 그렇다고 독서가 읽는 즐거움과 마음의 양식으로만 그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필체 스타일이 바로 해학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지요. 똑같은 상황이라도 웃기게 묘사한다는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겁니다. 남 웃기는 게 어렵잖아요? 개그맨들이 시청자를 웃게 만들려고 얼마나 아이디어를 쥐어짜는지 아시잖습니까. 

 

저자는 이야기의 배경을 본인의 가족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소재의 대부분을 찾고 있고 그 상황에서 웃음코드들을 발췌해 냅니다. 또한, 그에 파생되는 생각거리를 본인이 독서한 책들을 열거하면서 부연설명들을 하고 있지요. 먼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챕터가 관심이 갔는데요.

 

저자가 학교에 발령을 받아 숙소를 결정할때, 학생 기숙사에서 학생들과 같이 기거하게 되고 그곳의 나이 드신 사감이 수시로 스피커 방송을 해대는 통에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요. 결국엔 스피커의 선을 살짝 끊어버리는 센스로 일단락 졌는데요. 

 

▲ 왜 행운은 나만 피해 다니는 것일까요? 왜 나는 항상 패배자가 되는 것일까? 라는 자책에 시달리시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을 깨울때는 10대 아이돌의 시끄러운 음악을 마구 틀지만 점심때 아무도 없을 때는 흘러간 옛 노래를 틀던 사감의 정감 있는 마음을 이해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저자 본인은 기러기 아빠의 바로 하위 버전인 갈매기 아빠라는 것도 재미있네요. 

 


게다가 영국인 코미디언인 이안 무어가 교통체증으로 꽉막힌 영국 도심에서 벗어나 프랑스 시골마을에 정착하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많이 부러워하지요. 하지만 편안하기만 할 것 같은 프랑스 전원생활도 예상치 못하게 더 힘들더라는 말은 역시 어딜 가나 새로운 환경에서는 잘 적응하는 적응력이 있어야 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 애주가들이 술을 마시면 두 개의 세상을 사는 것처럼 느낀다고 하지요. 그러면 긍정적 흡연가들은 비흡연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과연 경험할까요? 

 

담배가 뭐길래라는 에피소드는 저녁을 먹고 운동을 가자는 와이프의 권유를 은근슬쩍 뿌리치고 몰래 담배를 피러 나가려다가 와이프에게 걸려서 차에 뭐 가지러 간다는 거짓말로 당황하는 상황을 재미있게 묘사한 장면입니다. 집안에서는 가장이지만 그런 파워를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와이프에 절절매는 모습이 웃음을 참기가 힘들지요.

 

웃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요샛말로 웃프다고 해야겠지요. 그러면서 담배에 대한 숭배론자들이 쓴 책들을 소개합니다. 담배를 피우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그런 단점을 생각지 말고 담배의 장점만을 생각하고 맛있게 피우라는 거지요. 바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설을 저자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  한국 남자들이 왜 자동차에 열광하고 튜닝하는데 열중할까요? 집안에서 애완동물에게도 서열이 밀리는 불쌍한 이들이 자기가 하자는 대로, 가자는 대로 순종하고 따르는게 자동차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수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편도 있는데요. 집 현관에 있는 등이 고장이 났는데 전기에 감전될까봐 고치기를 망설이다가 결국은 용기를 내서 고친 후에 와이프한테 칭찬을 받는 얘기입니다. 남자라면 집안에서 고장 나거나 수리가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들은 스스로 고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자동차까지 고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요. 실제 일본작가가 쓴 자동차 수리에 관한 책을 보면 정비소에 가서도 맞짱을 뜰 수 있다고 하지요. 행복하게 패배하는 법도 있습니다. 아내와의 냉전 중일 때 저녁에 와보니 식탁에 김치볶음밥이 놓여있었지요. 

 

 

▲ 좋은 패배자를 곁에 둔다는 것은 느긋함과 배려심, 인정 넘치는 삶을 산다는 뜻이 아닐런지요.

 

덥석 볶음밥을 먹으면 아내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 같아 참다가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는 척하지요. 다시 방에 있다가 물을 먹으려고 나와보니 아뿔싸 볶음밥을 딸이 먹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 모두는 항상 무언가에 패배를 하고 삽니다. 

 

아내와의 싸움에서 항상 지고, 동료와 골프를 몇 타 차로 지고, 상사에 까이고 후배한테 시달리고 등등 이토록 패배의 연속입니다. 이와 더불어서 바로 위대한 위인들 중에서 1등이 아닌 2등의 패배자로 더욱 유명한 분들의 예를 듭니다. 앨 고어, 체 게바라, 루이 16세, 반 고흐, 롬멜 장군, 앨런 튜링 등 많은 위대한 패배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지치고 힘들더라도 다시 한번 힘을 얻고 살아가게 됩니다. 

 

▲ 하나도 쓸모 없는 책 이야기, 찌질한 아저씨의 위대한 패배, 하지만 오늘도 나는 괜찮다. !!


어려운 경제 사정에서도 한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도 아내를 위해, 아들 딸들을 위해 행복한 패배자가 기꺼이 되려는 한국의 아버지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는 착한 도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독서만담

『오래된 새 책』에서 헌책, 절판본에 얽힌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들려주었던 북칼럼니스트 박균호의 신작. 재치 있는 입담으로 페이스북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일상 이야기와 책에 얽힌 에피소드를 엮었다. 작가는 책에 미쳐 서재를 정원처럼 가꾸고, 정신적 사랑을 나누지만 흔히 예상되는 책벌레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희귀본을 손에 넣기 위해 판매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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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도서] 독서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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