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원 도피안사의 중앙에 있는 보물인 삼층석탑과 불공을 드리는 사찰의 경내 모습입니다. 정적에 감싸인 분위기가 경건함과 엄숙함에 저도 모르게 빠져 들게 하지요. 

오늘로써 벌써 강원도 철원의 추천 명소 방문기 여섯 번째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저번에는 철원향교까지 둘러보았고요. 오늘은 향교 바로 맞은편 쪽에 있는 사찰인 <도피안사>부터 찾아가 보도록 하지요. 도피안사라고 하니까 일단 용어가 좀  낯선데요. 사찰 안내판을 읽어보니 "깨달음의 언덕으로 건너간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통일신라 경문왕 5년에 도선국사가 향도 천여 명을 데리고 경치 좋은 곳을 찾다가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하네요. 정말이지 푸르른 산속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 산세는 가히 최고의 명당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일주문 앞에 넓지는 않은 주차장이 있고 공용화장실도 갖추어져 있지요. 

 

도착해보니 일주문 앞에서 일반인 복장을 하신 분이 열심히 청소를 하고 계시네요. 대부분 스님들이 하실 법 한데 좀 특이하긴 합니다. 다른 사찰들은 경내로 가기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경우가 참 많지요. 물론 대형 규모의 유명한 사찰은 더 하지요. 이 곳은 백 미터도 안돼서 벌써 커다란 네 명의 수호신 캐릭터 상들이 보입니다. 

 

◆ 도피안사 중앙에 있는 6백년된 보호수 느티나무입니다. 다른 사찰보다 조금 두께가 여위여 보이는데 그만큼 세월의 풍파를 겪은 흔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부분적으로 많이 소실된 듯 보입니다. 

안쪽에 작은 연못과 함께 바로 스님이 무언가 작업을 하고 계시군요. 더운 날씨에 기다란 복장은 많이 덥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조그맣게 액세서리와 경품들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주로 팔찌와 머그컵 같은 것 위주인데요. 다른 손님들이 대화하는 걸 들어보니 카드결제는 안되고 계좌번호 가르쳐 줄테니까 나중에 계좌이체를 하랍니다. 

 

흠 요즘 세상이 어떤 곳인데 물건을 공짜로 그냥주고 계좌 이체하기를 바라시다니. 이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님의 자비로움인가 의아하게 되네요. 물론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 건지, 봉사의 정신으로 베푸시는 건지 여하튼 손님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은 경우이네요. 

 

사찰 중앙에는 6백년 된 보호수인 느티나무가 자리 잡고 있고 보물로 지정된 도피안사 삼층석탑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처님상을 모신 경내마다 천장에는 꽃등과 함께 소원을 비는 우리 중생들의 이름이 적힌 하얀색 리본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지요. 

 

 

◆ 보호수 건너편에 있는 스님들의 생활관이라고 할까요. 사계절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유리를 통해 그네들의 삶의 적나라한 풍경도 살짝 엿볼수가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니 중년의 두 남녀분이 독서하는 방법에 대해서 열띤 대화를 하고 있네요. 무조건 많이 읽는 것보다 천천히 좋은 책을 여러 번 읽으시라는 남자분의 컨설팅. 이런 곳에서 자기 계발 강의를 귀동냥으로 듣기까지 하니 정말 유익하네요. 


중앙에 있는 건물의 뒤쪽 벽으로는 사계절의 풍경을 담은 민화 정도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 관람객 남자분은 몇 바퀴를 돌면서 뚫어져라 감상하시는데 그런 쪽에 엄청난 관심이 있으신 듯하네요. 또 어떤 여성분도 보호수와 삼층석탑에서 한동안 계속 사색을 하시는 듯한 모습이 도피안사의 깊은 매력에 완전히 빠진 것 같아 보입니다. 

 

이건 바로 많은 관람객이 있어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간간히 10명 내외의 사람들만 오고 갈 정도가 되어야 천천히 음미하면서 관람을 할 수가 있는 거지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곳만 돌아다녀서 보는 게 무조건 좋은 여행은 아닐 겁니다. 한 곳을 보더라도 그곳에서 처음 맞닥뜨린 충격과 느낌,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 싫고 계속 머물고 싶은 그런 마음을  체감하고 싶은 것이 더욱 중요할 겁니다. 

 

◆ 국가수호의 일등공신인 당시 9사단의 희생정신을 심벌화한 백마의 모습이지요. 저멀리 대형 태극기 게양대와 위령탑이 우뚝 솟아있네요.

그것이 진정한 여행의 참맛 아닐는지요. 저렇게 오랫동안 서서 자기가 쳐다보는 대상을 마치 완전히 흡수하겠다는 고집 같은 집요함을 닮고 싶습니다. 도피안사를 완전히 내 것으로 들어오게 해서 영원히 잊혀지지 말아야겠다는 그런 심정 말입니다. 여하튼 관람의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완전히 몰입하는 저런 모습이 또한 색달랐습니다. 

 

스님들이 거쳐하는 건물 쪽에는 집 주변을 빙 둘러서 도피안사의 사계절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주욱 전시해 놓았습니다. 지금의 풍경도 더할 나위 없지만 눈이 올 때나 노을이 질 때나 단풍이 들었을 때의 사진들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또 다른 계절이 돌아올 때 어느 곳이든 다시 방문해 보면 색다른 느낌과 감동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다음 방문지는 <백마고지 위령비>가 되겠습니다. 월남전쟁에도 파병되어 이름을 떨쳤던 부대가 백마부대이지요. 당시 6.25 전쟁 때는 국군 9사단 소속으로 김종오 장군이 지휘하고 있었고 철의 삼각지대인 중요 요충지를 중공군과 열흘 동안 24차례나 전투를 벌여 승리한 곳이지요. 

 

 

◆ 철원군 철원읍 해발 215미터에 세워진 백마고지 전적지 충혼탑입니다. 10월 16일 전승 기념일을 맞아서 해마다 민관군 합동으로 위령제를 거행하고 있다고 하지요.

포탄을 하도 많이 떨어트려서 하늘에서 보면 산등성이가 하얗게 벗겨져 마치 백마가 누워있는 형상과 같다고 합니다. 양쪽 도합 25만 발 이상의 포격이 있었네요. 주차장은 상당히 넓습니다. 옆에 CJ편의점도 있고요. 간단히 철원에서 나는 생수 한 병을 8백 원에 사서 손에 들고 보니 주차장 끝쪽에 커다란 미사일 두대가 놓여 있습니다. 

 

사진 찍기에 좋겠지요. 중앙에도 하얀색 백마가 하늘로 솟구치려는 형상을 하고 있고요.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태극기들이 마치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어서 환영하는 느낌이 듭니다. 양쪽에 조그만 전시관과 대형 태극기와 위령탑이 높게 세워져 있지요. 

 

더 끝까지 걸어가면 커다란 종이 있는 정자가 있고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대 같은 곳을 볼 수 있네요. 전시관에는 그날의 치열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있는데 기관총의 총열이 위로 벌떡 휘어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전투당시 사용했던 기관총인데 살벌했던 상황을 느끼게 하지요. 당시 중공군은 백마고지와 유사한 지형에서 3개월간 예행연습을 한후에 정예전투부대요원으로 공격을 감행했다고 합니다. 

과연 저런 상황에 내가 있었다면 나라를 위해서 장렬히 싸울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쫙 돋네요. 저런 선열들이 있었음에 현재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을 다닌다고 생각하니 많이 숙연해집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백마 부대원들의 숭고한 정신을 느껴보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도피안사

도피안사 종교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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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고지기념관입구

백마고지기념관입구 도로시설 방면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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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간의 찌든 때와 피로를 날려주는 데에는 목욕, 사우나가 최고이지요. 혈액순환과 운동도 된다고 하니 일석삼조의 정신과 육체의 나른한 휴식은 인생 최고의 순간일 겁니다. 

강원도 철원 무작정 방문길의 다섯 번째 올리는 리뷰가 되겠습니다. 저번에 철원 막국수집까지 알아봤었지요.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이제 겨우 점심 겸 저녁으로 한 끼를 때우고 나니 어디선가 눕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해집니다. 타지방에 오면 마음이 들뜨거나 좀 싱숭생숭 해지는 그런 기분이 항시 생기지요. 

 

처음 가보는 곳에 대한 호기심과 낯선 느낌이 혼재된 그런 상태 말입니다. 역시나 더위와 걸음으로 보이지 않는 먼지에 뒤집혀 있을 터이니 근처의 사우나를 검색한 결과 최종적으로 <금강산 사우나> 또는 <금강산 타운> 이라는 곳으로 낙찰을 봤습니다. 일단 갈말읍사무소를 정점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고 겉보기에는 건물도 꽤 큰 편이라 괜찮을 듯했습니다.

 

아마도 건물이 오피스텔처럼 생겨서 장기로 숙박하는 방들이 많은 듯 같네요. 입장료는 타지와 비슷하게 6천 원이고요. 토요일인데도 최소한 저녁 9시반까지는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향해서 들어가니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너무 휑해서 좋기도 하지만 반면 잘못 온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살짝 듭니다. 

 

▲ 익숙한 집에만 있다가 외딴 곳에서 혼자 묶게되는 숙박은 야릇하면서도 큰 해방감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일 겁니다. 너무 자주하면 경제적으로 약간 힘들겠지요.

역시 맛있게 먹었던 저녁이 아랫배에 조금 약하게 신호를 주는지라 화장실로 향하기 위해 딱 쳐다봤는데 아뿔싸! 아저씨 한분이 바로 입에 담배를 물고서 들어가네요. 타이밍이 참 절묘하게 운이 없습니다. 한 5분만 일찍 오던지 5분만 늦게 왔어도 피할 수 있는 상황인지라 좀 기다리기로 했는데 영 금방 나올 것 같지 않아서 꾹 참고 탕으로 바로 들어가 버렸지요. 

 

그런데 탕 입구를 열고 들어가려 하니 탕 안쪽에서 굉장히 시끄럽게 웅성대는 소리들이 들리네요. 탈의실에는 사람이 없는 거 같은데 탕에 손님들이 많은가 하고 들어가 보니 헐. 탕의 벽에 커다란 티브이가 걸려있네요. TV 홈쇼핑 선전 프로그램 볼륨 소리가 그렇게 시끄럽게 났던 거지요. 

 

 

세상 어디 목욕탕을 많이 돌아다녀봤는데 탕 안에 벽걸이 TV가 걸려 있기는 처음입니다. 탕 속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는 것도 뭐 괜찮겠다 그런 생각도 합니다만 손님도 하나도 없는데 티브이혼자 떠들고 있는것도 영 분위기상 아닌것 같기도 합니다. 맞은편 뒤쪽의 출입문은 조금 빼꼼 의자를 걸쳐서 열어 놓았는데 그래서 탕내가 수증기도 없이 썰렁했었군요. 

 

▲ 요즘 인터넷이나 와이파이도 안되는 싼 여관도 많지만 시대의 흐름은 어느정도 맞춰주셔야 되지 않을런지요. 제발 담배 쩌는 냄새없는 룸으로 소개해 주세요!

 

혹시 티비 고장 날까 봐 탕내 수증기 안 생기도록 얄팍한 조치를 취한 건 아닐까요? 아무튼 저야 이용료 낸 만큼만 이용하면 되는 건데 조금 특이하기는 합니다. 화장실 갔던 아저씨가 들어오더니 <나는 전설이다>를 딱 고정시켜 놓고서 탕 속에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네요. 

 

아산의 도고온천에 있는 고온 사우나실에 TV가 있는 것 본 이후로 탕내 티브이는 어쨌든 처음입니다.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일박을 하기 위해서 신나게 여관방을 검색을 한 결과 몇 번의 실패를 딛고 갈말읍사무소 근처에 있는 <로열파크>라는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현금 4만 원을 받아야 하신다는데 열심히 없는 말을 해서 결국은 카드로 3만 7천 원 결제하는 걸로 했습니다. 별걸 다 깎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런 흥정하는 맛도 여행의 별미 아닐는지요. 인터넷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다 보니까 이곳까지 오게 된 건데요. 철원의 읍에 있는 여관들의 아주머니 사장님들은 와이파이나 인터넷을 좀 잘 모르시더라고요. 

 

▲ 철원향교 주위에 있는 이정표 안내판입니다. 유명한 철원의 주요 관광명소들이 주변에 포진되어 있어요. 

와이파이가 되는지 안 되는 지도 잘 파악을 못하세요. 아무튼 이곳은 그나마 IPTIME 와이파이 기계가 있어서 속도도 넷플릭스 영화를 볼 정도로 무난히 나왔습니다. 살이 그동안 많이 찐 관계로 오늘 밤은 맥주와 과자를 과감히 끊고 냉장고에  있는 맹물만 먹기로 했습니다. 

 

푸시업과 스쿼트와 윗몸일으키기도 조금씩 하면서 말이지요. 멀쩡한 집 놔두고 이 곳 먼 타지의 읍내 여관방에서 혼자 이게 무슨 청승인지 도대체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술기운이 없고 배가 더부룩 빵빵하지 않으니 정신이 좀 많이 맑아집니다. 이 상태에서 또 블로그에 포스팅할 글을 열심히 키보드로 두드리고 있지요. 

 

 

▲ 향교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담벼락으로 넘겨다 보는 철원향교의 모습입니다. 푸른 산이 둘러 쌓여 있어서 시원한 경치가 너무나 좋지요. 

아쉽게도 방에 책상과 의자가 없네요. 아뿔싸 그걸 체크를 못하고 방을 잡다니 좀 정신이 없는 듯합니다. 방안을 잘 살펴보니 전화기를 올려놓는 조그만 단상 같은 게 있는데 그 안에는 쓰레기통이 있어요. 가만 보니 그 단상을 옆으로 뉘이면노트북이 딱 올라가고 침대 옆구리를 등받이 삼아 앉으면 딱 맞겠더군요. 

 

이렇게 철원의 하룻밤은 저물어 갔습니다. 다음날 9시 넘어서까지 늘어지게 잠을 자고 나서 처음으로 향한 곳이 <철원향교>입니다. 갈말읍내에서 다시 북쪽으로 고석정을 지나서 좀 더 올라가야 했지요. 향교는 타 지역 어디에 가도 대부분 존재하는 곳인데요. 

 

▲ 향교의 정문이고요. 바닥이 전부 돌들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너무나 조용하고 고즈넉해서 천천히 거닐기에 좋습니다.

이 곳은 고려 태조 왕건의 사저로 건립한 것으로 추측되고 일제의 해방 후 공산치하에서는 고아원으로 존재했다가 6.25 때 소실되고 그 후에 다시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유생들이 공부하던 터이지요. 관리실 바깥에 신발 하나가 놓여 있어서 관리인은 계시기는 한 것 같은데 향교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게 잠겨 있네요.

 

주위의 조금 높은 뒷공간에서 내부의 풍경을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는 있네요. 주변이 <녹색길>로 명명되어 있고 조용하고 따뜻한 햇살과 함께 노란색 꽃들을 여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들의 모습들이 너무나 정겹습니다. 다음 회에 그다음 방문지인 <도피안사>부터 둘러보겠습니다.

 

 

금강산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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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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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PIXABAY)

▲ "악어 외" 책에는 단편 「악몽 같은 이야기」,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악어」 가 실려있습니다.

러시아 문학의 거장은 여러명이 있는데요. 단연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오늘은 바로 그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악어라는 작품을 우연찮게 보게되었습니다. 저자의 기존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지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지하로부터의 수기> <백치> 등등 19세기의 문학을 대표하는 그의 작품입니다. 

 

본 지가 꽤 오래되어서 언뜻 조금씩만 기억이 나지만 그가 구사하는 문체들은 톨스토이처럼 상당히 한 호흡이 대체로 깁니다. 톨스토이의 필체가 훨씬 더 길기는 하죠. 한 아이템이나 어떤 이의 심리상태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하는 그런 느낌이 많이 들지요. 

 

그의 작품중 악어 라는 단어가 워낙 궁금하기도 해서 보게 되었는데 중단편 소설이라서 몇십페이지 정도 됩니다. 과연 야생의 포식자인 악어 즉 크로커다일로 얘기를 쓸 수 있을 런지요. 생물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생물도감을 만들지는 않았을 테고요. 

 

▲ 순탄지 않은 삶을 산 대문호의 고뇌와 심리를 파고드는 소설기법은 그의 장점이지요. 

 

 

저자는 실제로 일어났다는 말로 시작을 해서 실화인가도 살짝 의심이 가더군요. 소설가가 과연 다큐멘터리를 쓴건지 상상해 보게도 되고요. 저자는 친구인 이반 마뜨베이치와 그의 아내와 함께 시내의 아케이드에 전시된 악어를 구경하러 가게 됩니다. 얼마간의 외국의 지식여행을 가기전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함일까요. 

 

19세기 당시에도 악어는 있었겠지요. 정글에서만 사는 녀석을 아마도 독일인이 돈벌이에 이용하기 위해서 가져온 것이지요. 현 시대에도 악어를 보려면 커다란 동물원 정도는 가야 볼 수 있을 텐데 당시 안전하게 전시할수 있는 장치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악어 전시장에 도착해서 구경을 하는 도중에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묘사가 되죠. 예상한대로 바로 친구 이반이 악어에게 잡아먹히고 마는 것이죠. 시식하는 과정이 좀 살벌하고 구체적으로 기술되어서 섬뜩하긴 합니다. 한번이 아니라 몇번 먹히는 과정을 거침없이 기술하고 있죠. 

 

▲ 악어는 그의 작품중에서 웃음을 유발할 정도로 기이하고 뜬금없는 이야기로 독자를 희롱합니다.

 

이건 소설이 공포 괴기소설인가 하고 읽다보니 악어 뱃속에 들어간 이반이 갑자기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제 진짜 소설이구나 하고 깜짝했습니다. 뜬금없는 만화의 세계로 빠지는 건가 하고 말이죠. 문학의 대가께서 농담을 섞은 허무맹랑한 얘기로 끝날 것인지 대단히 조마조마 합니다. 

 

톨스토이의 주홍글씨의 마지막 장면들에서 처럼 독자의 마음을 휘어잡고 심금을 울려서 실제로 눈물이 나도록 하는 감동을 기대했거든요. 악어는 그런 예상을 여실히 빗나가게 합니다. 악어 안에 갖힌 이반은 그 안이 예상외로 텅텅 비어있고 일반 고무제품과 비슷하다고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알도록 하겠다는 엉뚱한 말을 하지요. 

 

이 속에서는 모든 것이 분명해지고 반박하기가 아주 쉽다고도 합니다. 그가 말한 내용을 잠시 들어 보자면, "위대한 사상으로 이미 배가 엄청 부르다", "야만적인 사람들은 독립을 좋아하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질서를 좋아하지.", "인류의 운명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등 뭔가 사람이 변한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 잘 알려지지 않은 악어 작품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밑져야 본전으로 한번 읽독을 !

이 정도 진행되다 보니 무언가 저자가 얘기하려는 진의가 느껴지지요. 당시 사회적인 어떤 모순에 대한 비유를 들고 있습니다. 작가의 생명은 바로 거침없는 말투를 글로 옮겨서 일반인들이 체험하게 하는 것 아닐까요. 당시 러시아의 정치적 환경은 일명 급진주의자들(사회주의자들)의 입김이 세져 있었지요. 

 

그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작가가 쳬르니셰프스키인데요. 그는 당시 서구 유럽에서 나온 다양한 사회서적들을 탐독한 사회주의자였습니다. 바로 자유를 박탈하고 공산사회를 옹호하는 그런 사상과 이념으로 무장된 자입니다. 물론 말년에는 수용소에 감금되어 비참한 생을 마감했지만요. 

 

여하튼 소설에서의 이반은 이런식으로 저자에게 그의 사상을 계속 주입하고 자주 만나다 보니, 저자는 마치 이반의 비서가 되버렸다고 느끼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친구 이반이 악어에 잡아 먹힌 사태에 대해서 각종 언론과 신문들은 편파적인 내용들을 보도하기에 이르지요.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말이지요. 

 

 

 

▲ 악어의 내부는 작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의 폐쇄된 감옥에 불과한 것입니다. 급진주의자들이 얘기하는 유토피아는 악어내부 같은 폐쇄된 곳이라는 것이지요. (사진 = 픽사베이, pixabay)

결국에는 악어에 먹힌 이반보다는 오히려 악어를 동정하는 기사들이 뿌려집니다. 이반은 집에 있는 아내에게 같이 와서 악어 뱃속에서 살자는 편지까지 보내려 하지요. 이 말을 들은 아내는 펄쩍 뛰면서 정치나 철학같은 재미없는 말만 늘어놓으면서 파티와 흥미있는 것도 없는 그런 곳에서는 같이 살기 싫다고 펄쩍 뜁니다. 

 

아내의 심정도 십분 이해가 가기도 하지요. 이렇듯 허무맹랑하고 만화같은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긴 세태의 비판적인 기술은 바로 이 작품의 핵심사상일 것입니다. 바로 악어의 내부는 그 당시 급진주의자가 추구했던 완벽한 사회체계인, 즉 수정궁을 희화한 것이지요. 

 

과거 전통과의 유대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만을 주장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음을 도스토예프스키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시 같은 작가로서 서로간의 이념과 생각이 달라서 이러한 글로써 대항하는 모습들은 우리 일제시대의 문인들과도 비슷해보입니다. 

 

▲ 급진주의자 체르니셰프스키가 시베리아로 유형을 갔을때 도스또예프스키가 그를 조롱했다고 해서 비난을 받았지요. 바로 악어를 두고 한 말인데 당장 연재를 중단 할 것을 당시 "목소리 golos"지는 요구했습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힘으로 안되면 말로, 말로 안되면 글로 표현하는 정신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이런 노력에도 러시아가 아직도 사회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안타깝기는 하지요. 대문호의 글빨이 더 강한 영향력을 주었으면 어땠을까요.

 

"단결심이 없고, 서로의 사랑이 없고, 공동합치가 없으면 위대한 일은 아무것도 상상할 수가 없다. 이것이 없으면 사회자체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참 좋은 요약글이 되겠네요. 제목은 악어처럼 단순한 동물 이름이지만 역시 대문호가 매듭짓는 소설의 메시지는 그 깊이가 확실히 다릅니다. 

 

악어는 바로 급진주의에 대한 그의 삐딱한 시선을 느껴볼 수 있는 만화같은 짧은 소설이었습니다. 

 

 

악어 외

『악어 외』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의 131번째 책으로,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이다. 이 책에는 「악몽 같은 이야기」,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악어」 같은 작가의 중기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 점차 완숙해져 가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예술적ㆍ사상적 세계관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여름 인상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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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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