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휴게소에서의 김밥메뉴입니다. 4,500원인데 배를 왕창 채우기에는 많이 부족하지요. 간단하게 허기만 달랠정도라고 해야겠지요. 양좀 더 많이 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번 주까지 강원도 철원에서의 탐방길을 주욱 살펴봤었지요. 다시 일주일의 황금 같은 토요일과 일요일이 찾아왔습니다. 슬슬 밖으로의 끝없는 나들이의 유혹을 뿌리치려 했으나 굴복하고 맙니다. 일주일에 1박 2일 코스로 다녀올 적마다 아스팔트 길과 고속도로에 뿌리는 돈을 가만 생각해보니 결코 적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막 살아도 되는 건가 하는 불길함이 뇌리에 점점 흡수가 되는 것 같더군요. 고속도로 톨게이트비와 기름값만 해도 야금야금 통장의 숫자를 깎아나가는 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도 이번 한 번만이야 하면서 다시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약중독, 먹는거에 중독, 이처럼 주말마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도 혹시 중독 아닐까요. 중독을 넘어 병이 된 것은 아닐지 무섭습니다. 여하튼 뒷일은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골치만 아플 거는 당연할 것이고 그냥 다시 한번 냅다 액셀을 밟아버립니다. 이번에도 산세가 좋은 강원도를 택했고 그중에서도 안 가본 원주를 무작정 찍어버렸습니다. 

 

★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매표소에 있는 관광안내도입니다. 월악산 울산바위 만드신 분이 이 곳 계단도 만들었다고 하네요. 역시 전문가는 전국 어디에서나 부름을 받는군요. 404계단 튼튼하겠죠?

원주에 무슨 연고가 있는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은 더욱 없지요. 그러니 오히려 더 가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네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방문자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듭니다. 원주까지는 대략 120킬로 정도가 되고 중간에 양평휴게소에서 한번 쉬기로 했습니다. 

 

남들이 시식코너에서 맛있게들 음식을 먹고있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관계로 김밥 한 줄을 시켰는데 무려 4,500원이나 하네요. 옛날 식으로 따지면 두줄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가격일 텐데 이럴 때 먹어봐야지 언제 이런 비싼 김밥을 먹겠습니까. 합리화를 하니까 굴욕적이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네요.


이렇게 맛있게 먹는거라고 주문을 걸으면서 먹었는데 아뿔싸 출렁다리까지 가기도 전에 이미 아랫배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합니다. 휴게소 CU편의점에서 제일 큰 요구르트를 사서 먹었던 게 또한 뱃속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것일 수 도 있겠네요. 편의점에서 분명 1700원으로 보고 결제를 했는데 1800원이라네요. 

 

 

★ 드디어 출렁다리의 전망 좋은 곳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산속에 파묻혀있는 아기자기한 집들과 자동차가 흐믓한 미소를 짓게 만들지요.

왜 그런가요? 진열대에 있는 금액이 잘못됐다고 하네요. 흠. 참 100원이지만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군요. 틀렸으면 바꿔서 달아놓던지 해야할텐데 고객은 적힌 가격을 보고 고르는 거잖아요.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는지. 미안한 기색보다는 잘못 기재한 게 오히려 당당하다는 듯한 점원의 퉁명스러운 말투는 별로 달갑지가 않습니다. 

 

좀 더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100원이 제가 설마 아까워서 그런 거는 아니잖습니까. 여하튼 여행하면서 많은 재미있고 황당한 경우를 겪는 것도 묘미라고 좋게 생각합니다. 소금산까지 가는 드라이브 코스는 그야말로 초록색깔 빗자루로 온통 쓸어서 덮어놓은 듯하게 밝은 태양빛과 함께 마음을 투명하고 맑게 다스려 줍니다. 

 

워낙 관광객들이 많은지라 주차할 공간이 없나 봅니다. 주차안내 하시는 아저씨가 400미터짜리 다리를 건너서 공터에 주차를 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 하네요. 다리를 건너고 멋모르고 한참을 더 가다가 다시 빽했는데요. 그야말로 다리 아래에 있는 흙바닥으로 된 드넓은 하천 공터가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 2백미터의 최장거리를 자랑하는 소금산 출렁다리. 혼자 걸어가도 백미터 높이에 있어서 그런지 바람이 약간씩 일면서 똑바로는 못걸어가겠더군요. 손잡이를 잡아야 그나마 다리를 뗄 수가 있을 정도입니다. 

태양빛은 너무나 뜨거워서 그늘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가까운 대형주차장에만 대여섯대의 중형, SUV차만 있고 먼 곳에 있는 소형 주차장엔 딱 한대만 있네요. 무슨 사막 한가운데도 아니고 바로 전갈이라도 튀어나올 형세입니다. 일단, 그나마 가까운 대형 쪽 벌판에 세우고 도보로 좀 이동을 해야 하네요. 

 

물론 주차료는 없습니다. 사막이니까요. 그런데 400미터 다리의 끝쪽이 더 가까운지라 주차장이 있는데 바로 요금을 받아버리네요. 물론 좀 가다보니 화장실이 있어서 일단 급한 것부터 시원하게 해결을 했고요. 이 쪽 접근로는 바로 산을 하나 넘어가는 코스입니다.

 

생각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크게 힘들지는 않네요. 진입로를 따라 아치형 대교를 건너니 여스님들이 팔찌를 나누어 주네요. 공짜인줄 알고 받으려 했는데 아뿔싸 바로 가방을 다소곳이 여시면서 팔찌 금액시주를 하시라 해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역시 세상엔 아무리 싸도 공짜가 없네요. 

 

★ 삼상천의 물이 많이 빠진 상태인데도 물놀이 하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기암절벽에 지어진 다리를 보니 인간의 한계가 도대체 어디까지 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네요. 무거운 철근덩어리가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 말입니다.

 

각종 음식과 잡화들을 파는 상점거리를 지나니 드디어 매표소가 보이는군요. 지역주민 아니면 3,000원에 모십니다. 햄버거 가게처럼 카드하나로 무인기를 통해 표를 살 수 있고, 바로 왼쪽 손에 은팔찌를 차라고 하네요. 출렁다리를 왔다 갔다 쉴 새 없이 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조처이겠지요.


튼튼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무게가 누적되면 언젠가는 유효기간이 빨리 다가와 보수를 해야하므로 돈이 들 테니까요. 다리까지 올라가는 데크길은 정말로 쉽지는 않습니다. 계속되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보조를 맞춰서 눈치를 보면서 가야 되기에 중간에 적당한 곳에서 쉬려면 잘 살짝 빠져나가야 하지요. 

 

날씨는 덥고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땀이 금방 맺힙니다. 핸디선풍기가 이럴 때 필요한데 말이죠. 출렁다리가 시작되는 지점에 다다르니 경치가 그야말로 끝내줍니다. 소금산이 바로 조그마한 금강산이라고 하는데 저 아래의 강에서는 한 무리가 즐겁게 수영을 즐기고 있네요. 지금 제일 시원한 부류입니다. 

 

★ 하산길 쪽에서 바라본 출렁다리이지요. 뜬금없이 옛날 고전영화 콰이강의 다리가 생각나네요. 산과 산사이의 절벽을 이어주는 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다리의 길이는 2백미터, 높이는 백 미로 출렁거림이 상당합니다. 물론 튼튼하겠지만 오싹함은 당연 최고이네요. 파주에 있는 출렁다리보다 훨씬 스릴이 있네요. 일단 한번 건넌 후에 뒤쪽으로 하산길에서 다리 쪽을 보면 그 아찔함이 오금을 저리게 하고 그 주위에 하늘과 맞닿은 산들과 강들과 다리들의 배치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시간관계상 소금산 정상까지는 못 갔고 하산을 하고 간현관광지 주변을 좀 더 관찰했습니다. 레일 기차도 다녀서 아이들과 같이 타면 상당히 좋아할 듯하네요. 추후에 간현관광지 매표소에서 출렁다리  매표소까지 곤돌라가 구축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볼거리가 많은 명소가 될 것 같습니다. 

 

고공에 있는 출렁다리의 오싹함을 느끼기에는 국내에서 가장 좋은 시설임에 틀림없습니다. 강력 방문 추천드립니다.

 

★ 간현유원지 도로에 이어져있는 물놀이 시설입니다. 날씨도 더워졌으니 꼬마들을 위해서 물을 채워놓았네요. 수영장도 아니고 개울도 아니고 해변도 아니고 목욕탕도 아닌 그야말로 특이한 실외 물놀이장입니다. 여하튼 재밌으면 된거죠.

 

소금산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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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현관광지

강원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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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슨과 같이 있으면 항상 위험하다 보니 아들과 함께 떨어져 살것을 종용하는 와이프. 사립탐정이라는 직업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겠지요. 정말 대낮에 저렇게 총으로 벌집이 되면 누가 좋아할까요.

이번 영화 감상은 넷플릭스의 샤프트입니다. SHAFT. 검색을 해보니 2000년에 같은 이름으로 샤무엘 잭슨이 주연으로 찍었던 작품이 있더군요. 똑같은 이름인데 넷플릭스에서 2019년판으로 새로 찍은 영화인 듯합니다. 2천 년판에는 크리스천 베일이나 바네사 윌리엄스 같은 유명배우들도 참가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본적은 없어서 뭐라고 말씀은 못 드립니다만. 여하튼 넷플을 많이 애용하는 관계로 이번에 올라온 버전으로만 보게 되었네요. 잭슨은 흑인이면서 눈이 엄청 크고 머리털이 없는 게 매력이지요. 어벤저스에서도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서 그 존재감을 많이 드러낸 캐릭터였습니다. 

 

이런 류의 배우로는 매트릭스의 로렌스 피쉬번이나 덴젤 워싱턴, 프레데터2의 대니글로버가 있지요. 다들 나름대로 매력이 있고 개성 있는 배우들인데 특히나 잭슨이 외관상으로 더욱 흥미가 있습니다. 샤프트는 약 2시간의 러닝타임으로 마약과 연루된 이야기로 크게 세번 정도의 총격전으로 포장된 팝콘무비입니다. 

 

♣ 아들은 절친의 죽음을 캐기위해 혈혈단신으로 마약의 소굴로 쳐들어가지요. 총도 없이 겁도 없이 넥타이를 메고 전기검침 하듯이 생각했나 보군요. 이보게 여기는 할렘가야 !

미국식 유머를 간간히 집어넣어서 가끔씩 피식하는 웃음을 몇 번 유발하지요. 흔히 말하는 병맛까지 내려가지는 않고 적당히 2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무슨 큰 교훈까지는 바라지 않고요. 미국식 마약 총싸움 무비의 전형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지요. 음악도 흑인의 랩이 가미된 신나는 리듬이 괜찮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잭슨은 일명 사립탐정인데요. 할렘가의 마약 공급 총책한테 어느날 시내에서 총격을 받게 되지요. 당연히 차 안에는 아내와 갓난아기의 아들까지 있는데 말이죠. 역시 이런 상황에서도 개그를 날리면서 지독한 집중 사격을 받으면서도 용케 살아남아 적 세명을 유유히 무찔러주시는 우리 잭슨 형님. 

 

아내는 남편과 같이 있으면 항상 위험에 처해서 총싸움에 연루됨을 마구 지적해 대지요. 속사포같은 잔소리를 해대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잭슨은 자유분방한 삶을 사느라 아들과도 생일선물만 보내줄 뿐 도통 같이 살지도 않고 있지요. 아들에게 선물로 콘돔이나 야한 잡지책을 선물해대는 그런 대책 없는 아빠입니다. 

 

 

 

♣ 절친의 회사였던 재활 프로그램회사를 방문한 잭슨과 아들. 세대차이 인가요. 대화가 안통하는 건지, 아재 개그를 치려는 건지 아무튼 소통하는데 약간씩 어려움이 있군요.

세월이 흘러 아들은 MIT를 졸업하고 FBI의 분석전문가로 국가의 녹을 먹게 되지요. 실무 현장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해야 하는 직종입니다. 어느 날 절친이 마약 과대 복용으로 죽은 채 발견되면서 사생활이 건실했던 친구의 죽음을 의심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할렘가로 들어가게 되지요. 

 

역시나 책상에만 앉아있던 잭슨아들은 오히려 패거리들에게 상처만 입게 됩니다. 결국 아버지 잭슨을 찾아가게 되고 잭슨도 어쩔 수 없이 사건 추적에 몸을 담그게 되지요. 간간히 터지는 잭슨의 야한 개그성 유머가 나름 재미를 업해주고 있고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도 보완을 해줍니다. 

 

죽은 절친은 전쟁에서 부상을 당한 군인들이 재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를 설립해서 친구들과 운영을 하고 있었지요. 잭슨과 아들은 그곳을 운영하는 제대 군인들과 대면한 이후로 낌새가 수상한 한 명을 의심하기에 이르지요. 또한 식료품점이 이슬람 종교단체에 막대한 거금을 송금한다는 사실도 잡아내면서 그들의 뒤를 계속 캐내게 됩니다. 

 

♣ 전 아내가 다른 남자와 미팅하는 현장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왔는지 어쩔수 없이 마주치게 되는 현장. 당황한 아내를 그의 평소 모습대로 대책없이 대화하는 우리의 닉 퓨리 !

역시 식료품점 여자 사장이 자금세탁을 담당했었고 낌새가 수상했던 재활회사의 직원이 운반책이었고 죽은 절친의 친척임이 드러납니다. 스토리 중에서 당연히 잭슨과 아들의 갈등이 묘사되지요. 아기 때 이후로 처음 만난 아버지의 돌출 행동에 아들은 많이 실망하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지만 그래도 기꺼이 도와주려는 아버지의 실제 속마음은 아들을 이용해서 마약의 우두머리를 잡으려는 것이었지요. 

 

이를 알게 된 아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지만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허심탄회한 헌신과 사랑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게 됩니다. 영화에서 썸타는 장면이 없을 수 없지요. 아들의 정신적인 여친 사샤와의 사이를 자꾸 맺어주려 하는 잭슨의 노력도 보입니다. 


잭슨의 사고방식은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아버지입니다. 아내앞에서는 무조건 남자답고 호통 한 번에 와이프를 제압하는 그런 모습인 거지요. 하지만 아들은 현대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함부로 여자를 대하지 않고 배려를 많이 하지만 다소 숫기는 없는 스타일이지요. 

 

 

 

♣ 할아버지는 도대체 뭐하시는 분이던가. 총기 밀매를 하신건지 총포상을 하신건지. 급기야 악의 소굴에 같이 동행까지 하시겠다는 망발은 어디에 근거한 자신감인지. 정체가 무엇인가요?

이런 태도를 보고 잭슨은 문자질을 하지말고 당당하게 말로 하라고 하지요. 당당히 만나라는 겁니다. 겁먹지 말고요. 아버지 잭슨의 호탕한 성격의 장점과 아들의 배려하는 장점만을 잘 믹스한다면 정말 좋은 신랑감이 될 것 같네요. 요런 태도는 맘속에 새겨놓으면 좋을 것 같네요. 

 

이런 코미디, 액션 영화에 깨알같은 교훈까지 주려한 배려는 괜찮네요. 대나무 같이 뻣뻣하기만 할 것 같은 잭슨도 호텔에 묶고 있는 아내에게 문밖에서 미안하다면서 얘기하는 장면도 나름 미소 짓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그렇게 밤에 시끄럽게 떠드는데 옆방에서 계속 주의를 주러 들락날락하는 투숙객에게 허리춤에서 권총을 살짝 꺼내 보여 주면서 물리치는 장면도 피식 웃음을 나게 하는 장면이지요. 

 

일망타진을 위해서 난데없이 아들의 할아버지까지 등장하는 것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지요. 할아버지는 잭슨보고 자기보다 20년은 더 늙어 보인다고 대사를 날리니 안 웃길 수가 없군요. 할아버지의 비밀방에 웬 무기가 가득 차 있는지 전직 007 대원인지 의심스럽습니다. 

 

♣ 새로운 사건을 맡아서 떠나는 삼부자. 저렇게 하고 걸어다니면 누가봐도 서커스 단원인줄 알겠네요. 선글라스, 붉은색 바바리와 푸른색 목티까지. 아들이 수염만 좀 더 길르면 깔맞춤이군요.

게다가 노익장까지 발휘해서 사건해결에 중요한 대목을 차지하니 주인공이 바뀐 것 같기도 하지요. 대형 블록버스터급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소소한 재미와 짧지만 굵은 총격전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넷플릭스 영화 샤프트는 킬링타임으로 제격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닉 퓨리의 거침없는 입담이 뇌리를 스쳐갑니다. 

 

 

샤프트 | Netflix 공식 사이트

사립 탐정 아버지와 FBI 데이터 분석가 아들. 수십 년 만에 만났어도 부전자전 아니겠는가? 존 샤프트의 상상이 보기 좋게 깨진다. 손발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

www.netflix.com

(사진=넷플릭스)

■ 요키가 클럽에 처음 들어간 곳에서는 갈곳이 구석진 80년대 오락실입니다. 이 남자는 추근대는 사람으로 계속 나오는데 실패하네요. 추억의 아케이드게임 오락실이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늘의 감상 넷플릭스는 바로 센주니페로 입니다. 이미 시즌이 발표된지는 좀 되었죠. 현재가 시즌5가 시작된지도 꽤 되었잖아요. 하지만 명작은 오래도록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마련입니다. 제목 자체가 어느 지역명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이 곳은 주인공 두 여자를 가상세계에서 만나주게 하는 상징적인 장소이지요. 

 

또한 그들의 감정적인 우정을 넘어 사랑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압축해주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작품이 시작되자마자 등장하는 신나면서 소름이 쫙쫙 돋게 하는 멜로디의 노래는 무얼까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거나 귀에 쏙쏙 박히는 후렴구는 댄스와 록음악에 심취했던 제가 놓쳤던 주옥같은 곡이었나 의아심이 들었지요. 

 

바로 "벨린다 칼라일"의 "Heaven Is A Place On Earth"라는 곡입니다. 그녀는 58년 개띠이고 현재 60세가 넘으셨네요. 그룹 고고스의 리드보컬이었다고 합니다. 87년 작품인데 그때 관심이 갔을 만 한데 왜 깊이 알지 못했었는지 아리송합니다. 지금 들어도 어깨가 들썩할 정도로 리듬이 확 와 닿네요. 

 

■ 셀리는 남친을 따돌리기 위해서 요키에게 아는 척을 해달라고 하는데 6개월남은 시한부를 연기하라고 하죠. 하지만 요키는 5개월만 남았다고 한술 더 뜨는 센스. 퀘그마이어는 클럽이 더 업그레이드 된 버젼인듯 합니다.

 

이 곡이 마지막 장면에서도 흘러나오는데 정말 극한의 여운을 남겨주는 데에 딱 맞는 곡이라고 할 수 있네요. 처음엔 단순한 두 여자끼리의 짝사랑 같은 것이겠지 생각했었는데 노년이 되어 안락사라는 소재까지 얘기하고 있는 다소 진중한 작품입니다. 

 

등장인물인 두 여주인공인 요키와 캘리. 요키는 백인으로 키도 훤칠하지만 세상 물정 잘 모르는 범생이 스타일로 안경도 둥근 테를 끼어서 공부에만 빠져있을 것 같은 캐릭터이죠. 요키 역을 소화한 배우는 "맥켄지 데이비스"로서 캐나다 배우입니다. 차후 개봉 예정인 터미네이터6 에서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하네요. 

 

이 정도라면 그 가냘프고 다소 마른 소녀 같은 이미지인데 안경을 벗으니 약간 핸섬한 미소년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탁되기도 한 거겠죠. 얼마나 터프한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반면 흑인의 캘리 역에는 영국의 떠오르는 신인배우라고 하네요. 

 

■ 식물인간 상태인 요키를 바라보는 켈리. 그들이 행복했던 나날들을 요키도 기억하고 있을런지요. 비록 몸은 죽었지만 정신은 그 날들을 회상하고 있을 겁니다. 

나름 많은 영화에 얼굴을 보인 듯하고요. 요키는 80년대 풍의 나이트클럽에 놀러 왔다가 캘리를 만나게 되죠. 캘리는 이미 사귀는 남자 친구가 있지만 따돌려 버리고 범생이 같은 요키에게 이상하게 끌림을 느끼게 되지요. 하룻밤의 만남으로 끝내고 싶은 캘리인 반면 요키는 이상하게도 캘리와 계속 만나고 싶어서 그녀를 밤마다 클럽으로 찾으러 돌아다니게 됩니다.

 

캘리는 이미 결혼도 했고 딸도 있었던 여자였지요. 반면 요키는 범생이지만 약혼자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감정이 우정을 넘어서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게 되면서 결혼하기로 합니다. 뭐 이렇게 그냥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인가 했더니 웬걸 이들은 가상의 세계에서 만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요키는 이미 어렸을 때 불구가 되어서 식물인간으로 40년 이상을 살고 있는 할머니였지요. 그런데 그 사고가 바로 캘리를 만나고 난 후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했던 거지요. 그 당시에 가당키나 한 말인가요. 엄청나게 혼나고 자식으로 여기지도 않았겠지요. 

 

■ 두뇌접속으로 둘은 결혼하기에 이르지요. 다소 금기시되는 동성간 결혼이 가상세계에서도 금기시되어야 할까요? 행복해야할 그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게 상심하고서 차를 몰고 가다가 차사고로 그만 침대에 눕게 된 겁니다. 이 부분에서 정말 가슴이 미어지네요. 캘리를 좋아해서 고백했으나 거절당하고 다시 부모님에게 못된 자식으로 여겨지면서 사고에다가 식물인간이 되었다니 너무 기구한 운명입니다. 불쌍한 요키를 생각하니 너무 슬프고 울고 싶어 집니다. 

 

세월은 다시 흘러서 캘리가 할머니가 됩니다. 할머니인데 캘리 역을 맡은 배우가 아무래도 할머니 분장을 한 듯해요. 얼굴 형태가 거의 비슷하거든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의 브레드 피트의 분장술처럼 그런 느낌이 확 들지요. 식물인간인 요키 할머니는 끝내 안락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시행될 때 왼쪽으로 흐르는 한줄기 눈물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처음으로 좋아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던 그런 상황들이 스쳐간 것이겠지요. 요키 할머니와 캘리 할머니는 서로 간 접속을 위해서 관자놀이에 동그란 단추 같은 장치를 붙이지요. 무선으로 연결되는 미래의 통신장치랄까요. 

 

 

 

■ 서로 안락사가 되고 난 후 거리낌없는 행복감에 해변을 질주하려는 두사람. 죽음도 그들을 갈라 놓을 수는 없겠지요. 미래의 신기술은 젊고 행복했던 시간만을 사진찍듯이 계속 무한반복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형태는 블랙미러의 많은 에피소드들에서 주로 보이는 모습입니다. 눈도 회색 빛깔로 바뀌면서 무아지경의 세계로 빠지는 장면 말이지요. 캘리할머니도 결국 안락사를 시행하고 둘이 가상의 시스템에 접속하게 되고 결국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해변을 마구 달려가게 됩니다. 

 

이렇게 죽은이들의 행복했던 기억 속에서만 살도록 해주는 장치가 있는 거대 시스템이 보이게 되는데요. 단추 같은 칩들이 꽂혀있는 데이터센터 서버실 같은 곳이 비칩니다. 그곳에는 이런 단추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나열되어 있고 불빛이 반짝이면서 서로 간에 통신을 하고 있지요.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장면이지요.


마치 납골당에 묻혀있는 조그만 항아리들처럼 조그만 단추 하나하나가 바로 그것인 것이지요. 육신은 비록 죽어서 없어졌지만 가상 속에서 그들의 정신들이 그들이 행복했던 시간 속에서 계속 행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느낌 말이지요. 그러면 영원히 끝도 없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정신의 납골당과 같은 샌주니페로 시스템. 겉은 단추같은 기계지만 저 속에서는 각자의 기억들을 무한히 공유하는 축복의 세계일 것입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정말 저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는지. 장점이 더 많겠지요. 죽음도 없고 행복하고 젊은 시절만 계속되는 삶. 과연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일 것입니다. 벨린다 칼라일의 주제곡과 함께하는 엔딩 장면은 온몸에 소름과 함께 펑펑 울어버리고 싶고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이 에피소드의 여운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인가 봅니다. 행복감과 슬픔이 서로 교차되는 그런 감정 말입니다. 두 여배우의 사랑스러운 연기와 모습들이 많이 뇌리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에미상을 수상까지 한 작품이라고 해요. 그만큼 여운과 감동을 한껏 전달해준 특별한 소재의 에피소드입니다.

 

동성애와 안락사와 죽음, 행복을 고민해 보게 하는 좋은 작품이네요. 아직 안 보신 분들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블랙 미러 | Netflix 공식 사이트

눈부시게 발전한 첨단 기술. 하지만 인간의 어두운 본능이 그 기술을 이용하면서, 기이한 악몽이 시작된다. ‘디지털 시대의 《환상 특급》’이라 불리는 SF 시리즈.

www.netflix.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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