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악산 국립공원의 영원사 코스 입구에 있는 탐방 안내도입니다. 시간상 영원산성과 상원사까지는 무리이고 50분 거리의 영원사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지요.

강원도 원주시에서 가볼만한 곳을 주욱 살펴보니 상원사와 영원산성이라는 곳이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보니 이미 앞전에 원주 국립박물관을 세세히 훑다 보니 시간이 좀 빡빡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이미 해가 중천을 지나 뉘엿뉘엿 서쪽을 향해서 이동을 하고 있는 상태였지요.

 

사는 곳을 떠나 타지방을 여행하다 보니 제한된 시간내에서 최대한 많은 곳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은 항시 여행자의 마음을 옥죄게 만들지요. 이런 쫓기는 듯한 여행은 솔직히 아니다고 느끼면서도 더 많은 곳을 보고자 하는 행동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종합 안내지도를 펴보고 영원산성을 찍고서 열심히 내달리게 됐지요. 이름부터가 "영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이 더욱 끌렸다고나 할까요. 저기 가면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얼토당토않은 상상과 함께 말입니다. 차를 몰고 가다 보니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그런 느낌도 드네요. 

 

두서없이, 정처없이 그저 끌리는 곳과 제일 가까운 곳을 우선순위로 방문하려니 왔던 길도 다시 한번 역으로 가는 불상사가 생기네요. 아까운 기름값이 자꾸 떠오릅니다. 산속으로 많이 들어가야 하는지 다소 좁은 시멘트길을 한참을 가게 되네요. 

 

▲ 영원사 가는 길. 약간 오르막길을 보니 한숨이 먼저 나오지요. 왼쪽에 영원사를 알리는 대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근데 왜 사찰은 안보이나요.

2차선도로는 아닌지라 반대편에서 차들이 오게 돼서 잠시 옆으로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하기도 하고요. 산성이면 어느 정도 주차시설도 있는 그런 곳이리라 생각했는데 자꾸만 산골짜기 같은 곳으로 마구 데려가는 느낌에 오싹합니다. 밤이 아니라 참 다행입니다. 

 

더 이상 차는 갈 수 없는 곳인지 바리케이트가 쳐져있고 바로 옆에 조그만 주차장과 함께 안내원이 보이는데요. 일단 주차요금을 보니 세상에! 소형차가 5천 원이라는 사실. 지금까지 어디를 다녀봐도 2천 원 이상을 받은 곳은 없었는데 이건 도대체 황금으로 된 길을 깔은 것도 아닌데 어째서 5천 원까지 받는지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런 오지 같은 데에 있으니까 그런 걸까요. 약간의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영원산성을 갈 수 있는지 물어보니 지금 시간으로는 많이 늦을 것 같고 단순히 걷기 정도만 할 수 있는 성곽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상원사도 있는데 이 곳도 그보다 훨씬 더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너무 늦게 온 탓도 있는 것 같고요. 오후 4시가 넘어가니 그곳까지 왕복으로 갔다 오기에는 날이 어두워질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게다가 누구와 동행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산행을 하는 건데 괜히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을 것 같았지요. 

 

▲ 딱 50분 정도에 기적같이 나타난 영원사 대웅전의 모습. 너무나 한적하고 조용해서 발자국 소리가 경내에 쩌렁쩌렁 울려 퍼집니다. 

그래서 지도를 보니 영원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2.4킬로에 편도 50분 정도라서 이 정도면 갔다 올 수는 있을 것 같았지요. 영원산성과 상원사는 아쉽지만 포기하고 영원사만 방문하는 걸로 급변경을 하였습니다. 원주의 명소 중에 영원사는 목록에 없었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시점에서 이미 주차료 5천 원을 내고 주차를 한 이상 환불하고 돌아가기에도 참 애매한 상황인 거지요. 아마 다른 분 같으면 당당히 환불받고 바이바이 했겠지만, 이놈의 결정력 부족과 과감함이 미비한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보기로 합니다. 

 

과연 어떻게 한 것이 현명한 결정이었는지는 훗날 역사가 증명하겠지요? 영원사까지는 대체적으로 평탄하고 완만한 경사의 길로 보입니다. 이미 몇몇 등산객들이 하산을 해서 출구로 나가고 있네요. 주변을 보니 지금 등산을 하려는 사람은 전혀 보이지가 않습니다.

 

아! 이런 고독하고 분위기 오싹한 산행을 또 해야 하는 건가 생각하니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네요. 알고 보니 이곳은 치악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금대분소라는 곳입니다. 입구에 가족단위의 캠핑객들이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노닐고 있군요. 

 

▲ 대웅전 왼쪽에 종과 비석과 안내판과 좀 작은 건물. 종 왼쪽에 시원한 약수물(?)이 졸졸. 흐르는 땀을 식힐 수 있는 유일한 식수원입니다. 

산세와 계곡의 흐르는 물을 보니 캠핑하기에는 정말 좋은 장소입니다. 어린이들도 좋아라 마구 뛰어다니고요. 하지만 여기 있는 홀로 나그네는 마치 지옥에라도 끌려들어 가는 듯한 마음으로 그 첫발을 내디디려 하니, 얘들아 나 좀 붙잡아 주면 안 되겠니? 

 

제발 날씨만 화사하게 쨍쨍 내리쬐라고 하늘에다가 요구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봅니다. 이름 모를 새소리와 초록나무에 둘러싸인 산행길은 스타트가 일단 좋네요. 오가는 이가 하나도 없이 고요한 산길에 조금은 빠른 걸음을 재촉합니다. 

 

 

조그만 다리도 지나고 약간 오르막길도 오르다 보니 차들이 몇 대 주차되어 있기도 합니다.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는데 조명이 점점 어두워지네요. 역시 예언한 대로 산속의 날씨는 예측불가이지요. 뒤로 빽해서 되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몇 번 해보면서 이놈의 영원사는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건지 조바심이 납니다. 

 

슬슬 땀도 차오고 모자챙 때문에 시야가 가리니 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라 뒤로 돌려 써보기도 합니다. 다행히 어둠의 저편에서 등산객 두 명이 하산 중이니 그나마 반갑네요. 스마트폰 구글 지도를 보면서 가는데도 목표지점까지 파란 동그라미가 왜 빨리 닿지 않는 건지 원망스럽네요. 

 

▲ 바로 절 뒤쪽 산위에 4킬로미터에 걸친 영원산성이 펼쳐져 있다네요. 고지가 바로 코앞인데 영원사로 만족해야 하는 나그네의 마음은 아프네요.

뛸까 하다가 체면이 있지 그래도 걷기로 하지요. 간신히 머리 위쪽으로 사찰이 희끗 보여서 마음이 놓입니다. 상당한 오르막길을 오르니 그야말로 영원사의 대웅전이 나타나네요. 주위에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고 다행히 대웅전 바깥에 신발 하나 있어서 여자분 한 명을 보니 급 안심입니다. 

 

산속은 어두운데 넓은 마당에서 보니 태양이 너무나 강렬하고 5시인데 대낮같이 밝네요. 좀 더 일찍 와서 상원사를 가볼걸 하는 후회가 밀려듭니다. 지금 상원사를 가라고 하면 도저히 못 가겠네요. 하루 종일 먹은 것도 없어서 그야말로 기진맥진 상태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좀 먹고 다녀야겠더군요. 사찰에 차 두대가 모두 큰 타이어의 외제차인 거 같은데 이런 곳까지 오려면 경차는 못 오니까 저런 차를 타는 거겠지요? 커다란 종도 있고 옆에 식수도 있고 너무나 조용합니다. 

 

급 어두워질지도 모르니 얼른 하산으로 모드를 바꿔서 열심히 내려가기로 합니다. 영원사를 막 벗어나는 초입에 여자 두 분이 열심히 대화중이시네요. 누구나 만나면 이젠 반갑고 안심이 됩니다. 한분은 이곳 사찰에 계신 분 같고 또 한분은 등산객이신지 바로 인사와 함께 하산하시는군요.

 

▲ 신라 문무왕 16년에 의상이 영원산성의 수호사찰로 만든 영원사입니다. 뒤쪽의 푸른 산세와 대웅전의 풍경이 너무나 이채롭습니다. 

사찰의 고양이 인지 사람이 접근해도 온화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저도 앞에 하산하시는 분을 쫓아서 열심히 뒤에서 총총 내려갑니다. 내려갈수록 날이 점점 밝아지는 신기한 현상. 산속의 조명시스템은 왜 이리 여행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걸까요. 

 

이렇게 꿩 대신 닭이라고 영원히 머물 것만 같았던 영원사를 급 방문하고 무사히 목숨(?)을 건지고 귀환한 본인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아! 이제 오늘의 첫 끼니를 때우러 식당을 검색해 봐야겠네요. 평생 처음 멋모르고 와본 치악산의 풍경은 가히 명산이라고 얘기하면 입만 더 아픈 수준이었습니다. 

 

▲ 주차장쪽에서 바라본 치악산 금대분소 야영장입구. 에코 힐링 캠핑장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산좋고 물좋은 명당자리입니다. 

 

영원사

강원 원주시 판부면 영원산성길 685

map.kakao.com

 

◈ 러시아가 땅속 깊숙한 곳에 비밀리에 설치한 지하요새. 삼엄한 경비지만 우리의 더스틴과 알바생들이 교묘하게 침투하지요.

지금의 넷플릭스를 유명하게 했던 일등공신의 미드 드라마가 바로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이지요. 드디어 그 세 번째 시즌3편이 공개가 되었습니다. 약간의 스포가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고 대략 50분씩 이상씩 분량이 됩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오후5시 정도가 되어야 했었지요. 개봉 몇 달 전부터 상당히 홍보를 많이 한 탓인지라 영등포에 관련 건물과 전시장도 마련되었었지요. 시즌 1,2편 모두에서 아역들이 워낙 개성들이 있고 뇌리에 남는 연기들을 해서 또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습니다. 

 

특히나 여주인공인 일레븐역인 밀리 바비 브라운의 앳된 모습과 짧게 깎은 머리로 코피를 흘리면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장면들이 상당히 인상이 깊었지요. 그 후로 이번에 다시 돌아오게 됐는데요. 세월이 좀 흘러서인지 앳된 모습들이 조금은 많이 빠지고 청소년에 다가간 인상들이 역력합니다. 

 

◈ 얼떨결에 러시아의 무전 내용을 듣게된 더스틴. 4개언어를 하는 로빈은 알바보다는 러시아어로 된 전문의 암호해독에 골몰합니다.

일레븐은 요번에는 머리를 일자 가르마를 탄 전형적인 파마머리를 계속 고수했네요. 예고편에서도 보였듯이 이번에는 스타코트 쇼핑몰과 수영장과 지하요새, 놀이동산이 주배경으로 추가가 되었네요. 괴물의 모습은 다리가 여러 개 달리고 못생긴 얼굴을 한 전형적인 에이리언 같은 인상으로 CG가 흠잡을 데 없이 표현이 잘됐네요. 

 

 

판타지물은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CG가 제대로 받쳐줘야 볼맛이 나지요.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가끔씩 터지는 피식하게 하는 유머도 자주 등장해서 재미를 더합니다. 한바탕 액션을 한 후에 친구 간의 그리고 남녀 간의 깨알 같은 사랑싸움과 다시 서로 간에 용서하고 속마음을 터놓는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해 놓았죠.


일레븐을 좋아하는 마이크와의 밀당이 그렇고, 경찰서장 호퍼와 조이스의 관계도 그렇죠. 낸시와 조나단의 관계, 스티브와 로빈이 모두 그런 밀당으로 인한 언쟁과 용서의 장면들을 연출하지요. 로빈은 시즌3에서 새로 등장하고, 스티브와 같은 고등학교 친구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지하요새에서 맹활약을 펼칩니다.

 

◈ 괴물의 첫 숙주가 된 빌리와 헤더. 일레븐과 맥스는 의심차 방문하지만 증거를 못찾고 폭풍우를 맞으며 되돌아 가지요.

실제로 로빈은 스티브를 좋아한게 아니더군요. 이번에는 괴물 크리쳐뿐만 아니라 마치 좀비를 연상시키는 감염자들이 등장하는데요. 병원에서 낸시와 조나단을 쫓는 역할이지요. 두 분은 낸시가 근무하는 호킨스 포스트 잡지사의 사장과 간부들입니다. 

 

이들도 괴물의 숙주가 되어서 인간을 사냥하는 데요. 죽음을 당하면 몸이 젤리형태의 액체로 변하면서 대장 괴물에 다시 합체가 됩니다. CG의 승리라고 볼 수 있지요. 변신하는 과정이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이야기에는 러시아를 집어넣었는데요. 

 

역시 미국에 맞서는 악당 조직으로 러시아의 비밀군대를 등장시킵니다. 바로 쇼핑몰 아래의 깊고 깊은 곳에 지하요새를 설치하고 그 곳에서 비밀리에 실험을 하고 있지요. 가상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여는 열쇠인 원자로와 같은 장치에서 레이저를 쏘아대면서 말이지요. 

 

◈ 경찰서장 호퍼는 누군가와 접촉하는 호킨스 시장을 의심하며 완력을 휘두르지요. 쇼핑몰 입점으로 생겨난 실업자엔 안중도 없는 비열한 시장.

이런 식으로 호킨스 마을의 전력을 도둑질해서 쓰다 보니 마을 전체가 가끔씩 정전사태를 빚곤 하지요. 윌은 또다시 뒷목에서 잦은 소름으로 서늘함을 느끼는 것이 괴물 마인드 플레이어가 죽지 않고 다시 나타났음을 때때로 인지하지요. 

 

앞이빨 빠진 더스틴은 산꼭대기에서 묘령의 수지라는 여자와 무선통신을 한다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지요. 무선통신 중에 러시아어로 된 전문을 우연히 녹음을 했는데 이는 바로 러시아 지하요새에서 보내는 암호였지요. 

 

이를 쇼핑몰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알바하는 스티브와 로빈의 추리력에 의해서 해독을 하게 됩니다. 수영장에서 감시자로 일하는 빌리는 수영장 사모님과의 데이트를 가던 도중 괴물의 첫 숙주 희생양이 되지요. 같이 일하는 동료 여자 헤더 또한 감염시켜 버립니다.

 

◈ 새로 등장한 감초역할 여자꼬마. 후레쉬 달린 헬멧을 쓰고 환풍구를 종횡무진 누비며 지하요새 침투의 단초를 제공하지요.


지하요새의 좁은 환풍구를 통해 잠입을 시도할 때 새로운 10살짜리 흑인 여자 꼬마가 등장하는데요. 일을 해주는 대가로 평생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먹게 해달라고 거래를 하지요. 자본주의 운운하면서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하는 유쾌한 캐릭터로 연기를 맛깔나게 잘합니다. 

 

 

엘리베이터 위에서 스티브가 쉬하는 장면도 웃기고요. 경찰서장과 조이스를 뒤쫓는 러시아의 암살자도 상당히 터프합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뒤쫓는 경찰을 은근히 닮았네요. 아마도 비슷한 외모풍의 배우를  쓴 듯하네요. 

 

지하에서 붙잡힌 스티브와 로빈은 취조를 당하면서 실토를 하도록 주사를 맞게 되는데 그 영향으로 마치 술취하고 넋 나간 미친 사람 같은 연기들을 제대로 해내고 있습니다. 두 미친 남녀의 웃지 못할 연기도 볼만합니다. 

 

◈ 빌리의 과거의 기억속으로 들어간 일레븐. 그에게는 부모로부터의 강압적 학대로 인한 아픈 상처가 깊이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되지요.


괴물을 물리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적지않은 폭죽을 사용하고 있네요. 흑인 아역 주인공 루카스의 제안으로 폭죽에 불을 붙여서 그야말로 화공법을 씁니다. 폭죽에 죽을 괴물은 아니지만요. 일레븐의 초능력도 몇 번 사용하여 괴물을 물리치는데, 장딴지를 물려서 괴물의 일부가 파고 들어갔지요. 

 

장단지 속의 괴물을 빼내는 장면은 오금이 좀 저립니다. 두 눈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빌리의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학대받던 장면들을 보면서 그의 아픈 마음의 상처와 내면을 알게 되지요. 그렇게 괴물에 먹힐 뻔할 때 빌리의 마음을 차분히 돌리면서 일레븐은 구사일생되고 빌리 자신이 괴물의 희생양이 돼버리지요.

 

지하요새를 폭파시키려면 그 암호가 플랭크 상수인데 그 암호는 더스틴이 무선 통신하던 숫자에 똑똑한 수지라는 여자애 한테서 받게 됩니다. 수지는 상수를 알려주는 조건으로 먼저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지요. 긴급상황에서 무전기로 노래를 불러대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런 식의 유머가 아주 좋네요. 

 

◈ 취조의 후유증이 가실때쯤 그들의 좋았던 학창시절을 회상하고 있는 쇼핑몰 아이스크림 알바생인 스티브와 로빈.

더구나 이때 불렀던 노래가 기묘한 이야기의 주제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상당히 좋습니다. 검색을 해봐야 될 거 같네요. 결국은 조이스가 폭파 단추 2개를 동시에 누르면서 종결이 되는데요. 이때 러시아 터미네이터와 싸웠던 경찰서장도 조이스와의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하고 아쉽게도 퇴장을 하게 됩니다.

 

육중한 몸으로 많은 액션을 소화했는데 시즌4가 나온다면 등장은 어렵겠지요. 경찰서장 역 데이비드 하버는 헬보이2의 주인공 헬보이로 출연했었지요. 짐 정리 중에 호퍼의 주머니에서 메모지가 나왔지요. 일레븐이 마이크와 자기 방에서만 너무 가깝게 지내고, 아버지로서 소외감을 느끼자 조이스의 충고에 따라 일레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적었던 내용입니다. 

 

애절한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긴 마지막 유서라고 볼 수 있겠네요. 간단히 적어보면, "감정",  "요즘 네가 나와 거리감을 두는 것 같다. 삶은 변하지. 물론 너도 계속 자랄 거다. 살다 보면 아픔과 슬픔과 좌절과 행복과 두려움도 있지. 실패를 하면 거기서 배워. 그리고 실패를 꼭 기억해. 하지만 못난 아버지를 위해서 방문은 10센티만 열어둬." 

 

◈ 아버지 호퍼가 남긴 편지를 읽으면서 그의 따뜻한 사랑을 뒤늦게 느끼고 오열하는 일레븐. 살아계실때 더 잘 해드릴 걸 흑흑

울면서 아버지의 편지를 읽는 모습은 너무 짠하고 폭풍 감동적입니다. 시즌3은 이름에 걸맞게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한바탕 시원하게 탄 듯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마지막 러시아 감옥에서 또 다른 인간 같은 신체구조의 크리쳐물이 등장하면서 시즌4를 기대하게 만드네요. 

 

그때는 주인공들이 다 큰 성인이 되어 나올까요. 업그레이드된 괴물과 함께 또 그들의 멋진 연기를 벌써 보고 싶네요. 

 

 

기묘한 이야기 | Netflix 공식 사이트

인디애나주의 작은 마을에서 행방불명된 소년. 이와 함께 미스터리한 힘을 가진 소녀가 나타나고, 마을에는 기묘한 현상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들을 찾으려는 엄마와 마을 사람들은 이제 정부의 일급비밀 실험의 실체와 무시무시한 기묘한 현상들에 맞서야 한다.

www.netflix.com

(사진=넷플릭스)

♣ 아마존 고립마을에 당도하기도 전에 마주친 버스의 장벽. 앞으로 펼쳐질 난관이 이미 예견되기 시작합니다. 

이번에 저에게 선택받은 넷플릭스 드라마는 바로 <선택받은 자>입니다. 제작한 나라는 브라질이고 라틴아메리카 TV 드라마에서 방영된 상당히 도발적이고 긴장감을 많이 주는 시리즈입니다. 약간의 스포가 있으니 참고해주시고요.

 

썸네일 화면에서도 보면 중세의 수도복같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무언가 주술을 외우는 듯한 기이한 모습이지요. 브라질이라는 나라의 생활상과 그곳의 풍경 그들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과연 한국의 드라마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카니발의 나라는 어떻게 연기들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지요. 브라질도 꽤 치안이 안좋고 불안하기로 유명해서 영화에서도 그런 불안한 상태들이 반영될지 어떨지도 신기할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시청을 하다보면 화질도 꽤 괜찮게 만족스럽습니다. 한 달 9,500원짜리로 제일 낮은 등급이지만도 대체로 만족할 만하지요. 폰의 디스플레이 설정에서 아몰레드 영화로 놓고 보면 더욱 영화와 같은 상태로 시청할 수가 있는 것 같더군요. 

 

♣ 선택받은 주술사는 젤리같은 푸른 액체로 주민들을 치료하지요. 신비한 효험의 약물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요.

등장하는 배역과 인물들은 역시나 처음 보는 얼굴들이라 왠지 신선함을 느낍니다. 물론 그들의 나라에서는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들도 있겠지만 여하튼 한국에서는 처음 대하는 신인들과 같지요.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 하더라도 모든 영화에서 주인공 자리를 독차지하면 관객 입장에서는 언젠가는 좀 질리는 경우가 있지요. 

 

좀 신선한 마스크는 없을까, 왜 똑같은 얼굴의 배우가 모든 드라마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스타일의 연기를 지켜봐야만 하는지 싫증을 느끼는 것이지요.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참 반가웠습니다. 아무래도 대사가 브라질의 나라 언어인지 많이 적응하기는 힘들지만 한국자막에 집중하면 되니까요. 

 

 


아니면 영어대사로 선택해도 되지만 이왕이면 그 나라 그대로의 언어로 듣는 게 더욱 현실감이 있겠지요. 여주인공 팔로마 베르나르디는 이탈리아계 브라질인이고 34세 정도의 배우입니다. 브라질의 축제인 카니발에서도 호화찬란한 의상으로 축제를 빛낸 여인으로도 검색이 되네요. 

 

여주를 포함해서 남자2명은 국제보건기구의 의사들입니다. 브라질 아마존의 깊숙한 고립된 곳의 마을 아구아줄의 주민들에게 지카 바이러스를 예방 접종하도록 방문하게 되지요. 화면에 펼쳐지는 아마존의 구불구불한 S자의 강줄기를 따라 보트를 타고 가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존재가치를 보여주는 멋진 풍경입니다. 

 

♣ 주술사의 마법같은 눈매와 카리스마. 총을 들고 협박하는 원주민들과의 대치상황, 과연 그의 현란한 화법이 통할런지요.

다시 그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맹그로브 정글 숲은 신비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어둠의 적막함을 상징하지요. 가까스로 도착한 이곳 동네의 반응들은 냉랭함과 무심함이 가득차 보이는데요. 이 곳의 마을 이장과 같은 지위인 마테우스는 의사들의 방문을 겉으로는 환영하는 듯 하지만 빨리 떠나기를 바라지요. 

 

뭔가 비밀이 숨겨진 듯한 폐쇄된 마을의 분위기입니다. 어렵사리 주민들에게 예방접종을 하였으나 얼마안가 그들 모두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버리더니 모두들 어디론가 배를 타고 사라져 버립니다. 티격태격 대던 상황에서 남자 의사 다미앙은 목을 긋고 자해를 했던 마테우스를, 지역경찰과 보트를 타고 그를 찾으러 맹그로브 숲에 갔다가 묘령의 여인에게 돌을 맞고 기절을 당하지요. 

 

예방접종 부작용을 보였던 주민들은 말끔히 치료가 되어 다시 마을로 귀환했는데 그 치료자는 바로 선택받은 자라고 불리우는 묘한 느낌의 사이비 종교지도자 같은 사람이지요. 자해를 했던 마테우스도 깨끗하게 흉터 없이 정상인 상태로 나타납니다.

 
이렇듯 이곳 주민들은 그동안 죽은 사람도 없고 병에 걸린사람도 없으며, 약이라는 현대 의약은 본인들에게는 맞지 않는 독약이라는 것이지요. 현대 의약의 남용을 비판함과 동시에 신비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독의 설정이겠지요. 

 

♣ 푸른 약물의 근원인 우물같은 곳에 빠져버린 루시아. 동료의사들을 구하기 위해 주술사의 마음을 휘어잡아야 하는데요. 

치료자인 선택받은자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절대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주장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지도자의 치료법은 파란색의 약물인데요. 백열전구를 거꾸로 해놓고 그 안에 파워에이드를 담아 놓은 형상입니다. 지도자가 약물을 입에 삼킨 후 뱉어서 환자 입에 넣어 주거나 치료 부위에 바르면 말끔히 낫지요. 

 

인간적으로 좀 더러운 촬영이긴 한데 보기에도 좀 찝찝합니다. 지도자의 비밀을 파헤치다가 그들의 보디가드들에게 잡힌 남자의사 다미앙과 엔조는 알 수 없는 지도자의 세치혀와 마법 같은 말발에 넘어가고 맙니다. 그들의 반항적인 태도를 무마시키려 지도자는 이 남자둘과 각각 입맞춤을 시도해서 자기의 편으로 만들듯 혼을 빼놓지요. 

 

 

남자끼리의 이런 장면도 좀 찡그려지네요. 선택받은자의 축제에 초대된 여주 루시아는 술기운에 마을의 이장 마테우스와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당연히 이 사실로 그는 감금이 돼버리지요. 기존에 이곳 마을에도 파견된 의사가 있었는데 그도 지도자의 아래에서 심복 역할처럼 그의 지시를 따르고 떠받들고 있었습니다. 

 

숲 속의 흰옷 입은 묘령의 여인인 안젤리나도 지도자의 수하에서 놀아나고 있었지요. 밤마다 그의 숙소에서는 헌혈을 하는 건지 피를 이식받는 건지 그런 이상한 행태들을 보이고 있고요. 중세시대의 주술적인 행태를 보이는 지도자의 기이한 행동과 알 수 없는 종교적 철학적인 대사는 드라마에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 주술사의 심복 산티아고. 청년들의 팔뚝에 성스러운 뱀 모양의 마크를 칼로 새겨주는데 보기에 좀 혐오스럽지요.

의사 다미앙이 총까지 쏠줄 안다면서 내가 어디 출신인지 알면 놀랠 거라고 호통치자 지도자는 "당신이 어디 출신이냐는 중요하지 않아.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해"라고 시원하게 대사를 날려 버립니다. 유명 자기 계발 강사의 능력을 능가하는 저런 대사는 카타르시스가 온몸에 쫙쫙 돋습니다. 

 

역시 무리를 이끌려면 언변이 중요한 것 같네요. 남주 다미앙은 덩치도 제일 큰 흑인인데 이상하게도 지도자에게 쇠놰당하고 이끌려가는 모습을 보이지요. 남주 의사 엔조는 어떻게든 푸른 약물의 성분을 알아내려고 끝까지 동분서주하는 그런 타입이지요. 

안젤리나는 여주 루시아가 지도자와 가까워지자 그에 시샘을 하면서 괴로워하지요. 지도자의 수하 중 한명을 어찌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하면서 이들의 운명을 가르는 죽음의 심판을 거행하게 됩니다. 지도자도 가끔 거품을 물고 기절을 하는 모습도 보이고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예수를 빗댄 극적 효과를 위한 설정인지 섬뜩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마을 아구아줄이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하게 된 이유는 마지막 회 "치유하소서"를 보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우여곡절 끝에 루시아와 엔조는 다시 현대의 도시로 돌아왔습니다만 루시아는 의사면허를 박탈당하게 되고 엔조는 푸른 약물의 성분이 도료의 염료였을 뿐임을 알게 되지요. 

 

♣ 폐쇄적인 아구아줄에도 개방의 시대는 오는가. 하느님 아버지에게 구원의 힘을 요청하는 <선택받은 자>

또한, 루시아와 같이 그 곳으로 또다시 들어가야만 하는 떡밥을 제시하면서 끝나게 됩니다. 시즌2를 예상케 하는 마무리. 언제나 그렇듯 <선택받은 자>도 과연 그 날이 올 것인지 기대해 볼 수 있겠네요. 총 6부작으로 약 40분씩의 분량이라서 정주행 하기에도 딱 안성맞춤입니다. 


인간의 믿음과 나약한 마음을 의지하고 이를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절대적 지도자 자리를 유지하는 주술사와의 심리묘사를 잘 보여준 작품입니다. 비록 정글의 조그만 마을에서의 해프닝이라지만 도시화된 현대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택받은 자 | Netflix 공식 사이트

백신을 들고 오지로 떠난 세 명의 젊은 의사. 바깥세상을 거부하는 그 마을에는 신비한 치유의 힘을 지닌 남자가 있다. 그가 전파하는 기이한 신앙의 정체는 무엇일까.

www.netflix.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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