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 초판, 2008년 56쇄.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하루키의 단편은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신선한 상상력과 충격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1.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


오랜만에 하루키의 오래된 단편 걸작선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소설가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독자층이 많은 작가이지요.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로도 몇 번이나 거론되기도 했었지만 수상은 하질 못해서 다소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는 주로 장편의 소설들을 근래에 많이 써왔는데 단편으로된 소설들도 많이 썼네요. 솔직히 이번에 책을 골라보다가 알게 된 거지만요.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걸작선>이라는 책은 출간된 지 무척 오래된 도서입니다. 겉표지에서부터 이미 고전적인 디자인이 팍팍 느껴지는데요. 

 

 

첫 장을 넘겼을 때 하루키의 거의 젊었을 때의 컬러사진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매우 친근감 있게 생겼네요. 옆동네에 사는 예비역 형님 같기도 하고요. 뭉툭한 코와 두꺼운 아랫입술, 묵직하게 머금은 입 주변 모양새는 실로 무뚝뚝함의 표본을 보는 듯 합니다. 

 

◆ 카페사장을 하다가 갑자기 잘 할 것 같아서 작가로 전향한 소신가.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원동력일 것입니다.  

겉모습과는 다르게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신데에 존경과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요. 지금은 상당히 푸근한 스타일로 노년의 완숙함이 묻어나지요. 많은 작품 중에서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는데요. 

 

과연 유명작가가 도서관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겪었을지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지요. 이야기의 느낌은 환상과 공포감이 약간 가미된 SF소설 같다고 할까요. 위트와 유머적인 대화도 간간이 터지기도 하고요. 마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을 기술해 놓은 듯한 내용이지요.


작가의 상상력이 크게 한몫을 한 그런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집근처의 국립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고 다시 빌리기 위해서 대출 여부를 묻는데요. 책 내용은 "오스만 제국의 세금 징수 정책"에 대한 도서입니다. 내용도 참 상상을 뛰어넘는 듯 엉뚱하지요. 

 

◆ 많은 단편글들도 독자들에게 많은 상상거리를 제공합니다. 도서관의 이야기는 가히 호러영화를 방불케 하는 충격을 주지요.

 

대출을 담당하고 있는 노인은 관련된 책 세권이 있다며 도서관 지하실로 주인공을 인도합니다. 미로같이 어둡고 컴컴한 곳을 지나 마침내 감방 같은 곳에다 가둬놓고 세 권을 다 외우라고 하지요. 며칠의 기한을 주고 그때까지 외우지 못하면 뇌의 척수를 빨아먹는다고 협박하는 괴상한 노인. 

 

급기야 호러,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이 연출되네요. 머리에 양의 탈을 뒤집어 쓴 "양사내"라는 인물이 있는데 노인에게 버드 나뭇가지로 학대를 받으면서 주인공을 도망 못 가게 관리하게 되지요. 이야기가 점점 만화책에나 등장할 듯한데요. 

 

감방에 갇힌 동안 삼시세끼 먹을 것을 챙겨오는 아름다운 소녀도 등장하지요. 시간 내에 집에 안 가면 어머니한테 혼이 나고, 기르고 있는 찌르레기가 걱정이 된다면서 주인공은 하소연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소녀와 말이 통하고 양사내의 도움으로 초승달이 뜨는 날 밤에 도망을 칩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많은 작품중에서 과연 다 읽은 책이 얼마나 되는지.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감상했으면 합니다. 

도서관 가까이 다 왔을무렵 이미 낌새를 눈치챈 노인이 검은 개와 함께 입구를 딱 지키고 있지요. 검은 개가 찌르레기를 입으로 씹어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찌르레기가 점점 커지더니 개의 입을 찢고서 사자만 하게 커졌네요. 

 

이런 틈에 가까스로 도서관 밖으로 양사내와 탈출을 했는데 주인공 혼자만 덩그러니 놓였습니다. 아무 일 없었던 듯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 요즘 넷플릭스에서 기묘한 이야기 시즌3가 한창 유행인데 하루키의 기이한 이야기는 그에 버금가는 이야기 같습니다. 

 

 

몇십 년 전에 하루키는 이미 SF, 호러 이야기를 이토록 잘 만들었었네요. 가위에 눌린 한 편의 꿈과 같은 얘기를 거리낌 없이 서술했습니다. 상당히 허무하지만, 짧은 단편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스토리입니다. 젊었을 때의 작가의 상상력이 이토록 환상적이라는 데에 또 한 번 놀랐네요. 

 

◆ 어느땐가부터 장편은 사다만 놓고 쉽게 읽지를 못합니다. 짧은 단편이 오히려 더 좋네요. 짧게 함축된 내용이 간결하고 깔끔합니다.. 

오래간만에 집중하면서 기이함을 경험하게 해 준 짧은 단편이었습니다. 


2. 택시를 탄 남자


두번째 작품은 <택시를 탄 남자>인데요. 이 또한 제목이 뭔가 심오한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오지요. 일본에서 화랑을 하는 여자가 겪은 일을 회상하는 얘기인데요. 기이한 이야기처럼 뜬금없는 황당한 얘기와는 전혀 대조적이라 조금은 실망을 했습니다. 

 

기자인 주인공이 잡지에 낼 기사를 찾다가 화랑의 여사장님의 사연을 듣게 되는 설정이지요. 여사장이 미국에서 유학할 때 미술 바이어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택시를 탄 남자>라는 그림을 소장하게 되었지요. 그 그림에서 그녀는 진한 애착과 연민을 오랫동안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귀국할때에 그녀가 소장했던 모든 그림을 다 불태우게 됩니다. 그렇게 잊혔나 했지만 그리스의 아테네를 여행하는 도중 그 그림 속의 주인공이 실제로 탄 택시에 함께 동승을 하게 되지요. 그 남자는 헤어지면서 그리스어로 "카로 택시지"(즐거운 여행을!)라고 건넵니다. 

 

◆ 현대의 우버를 탄 택시타는 남자는 아닐까요? 고전적 소설의 소재가 되려면 클래식한 택시가 제격이겠지요. 우버를 탄 남자는 어떨지.

이 말에 그녀는 "나의 인생에서 많은 부분이 이미 상실하고 말았지만, 그것은 한 부분만 끝난것이고 지금부터는 무엇인가를 거기에서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심지어는 교훈도 얘기하는데요. 

 

"사람은 무엇을 지워버릴 수는 없으며, 지워져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라고 말합니다. 다소 짧은 에피소드인데 조금은 밋밋하게 끝을 내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애착하던 소품에 대한 추억과 생각지 못한 경우에 다시 그 추억을 맞이한 순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얘기하려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작은 물건이라지만 뜻깊은 의미가 있을 수 있음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었네요. 공포만화 같은 내용에 비해서 이처럼 잔잔하게 가슴에 여며오는 회상적인 이야기를 오고가는 하루키의 색다른 작품들을 감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듯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

일상의 여백을 가벼움의 미학으로 터치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문학의 정수를 모은 책. 중국행 화물선, 뉴욕탄광의 비밀, 빵가게 재습격, 택시를 탄 남자, 레더호젠 등 20여편의 작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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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도서<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 픽사베이)

♠ 입구에서 바라본 애니메이션 박물관 정문입니다. 갖가지 앙증맍은 캐릭터 인형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보기에도 흐믓하지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애니메이션 박물관토이 로봇관을 방문했던 리뷰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애니메이션 관련 전시관은 기존에 부천에 있는 곳은 한번 다녀왔었지요. 그곳도 나름 괜찮은 곳이었는데 춘천에도 로봇 관련 전시장이 있는 건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춘천은 아름다운 호반을 끼고있는 경치와 닭갈비, 소양강댐 등으로만 유명한 줄 알았거든요. 얼른 이 곳을 방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찾아가는 길은 그야말로 북한강을 끼고 멋진 풍경을 보면서 드라이브하기에 딱 좋은 코스였습니다. 

 

곳곳이 절경이라 경치를 보면서 운전하느라 눈과 발이 바빠지지요. 도착한 박물관은 주차장도 상당히 넓고 탁 트인 시야가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합니다. 주차료는 없습니다만 입장료가 11,200원입니다. 가격은 약간 비싼 편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 박물관의 최고 맏형인 대형 로버트태권브이의 위용입니다. 금방이라도 천장을 뚫고 발진할 것 같은 믿음직한 모습이지요. 

물론 옆의 로봇전시관까지 모두 포함한 거라고는 하지만 말이죠. 몇백 원까지 나오는 요금은 처음인 듯합니다. 입장하자마자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있는 움직이는 멧돼지 형상이 보입니다. 다리가 여덟 개라 특이하지요.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은 "영혼" 또는 "생명"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되었다 하네요. 

 

어렸을 때의 만화방들의 모습도 보이고요. 홍길동 극장 간판이 커다랗게 달려있네요. 이곳의 전시물 중 제일 큰 바로 로버트 태권브이의 초대형 형상이 우뚝 서 있습니다. 크기에 놀라서 그 옛날 태권브이의 주제가를 줄기차게 부르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관람객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네요. 

 

 

북한 애니메이션 코너에는 황소인지 악마인지 뿔달리고 이빨을 드러낸 캐릭터 인형들이 놓여있습니다. 한국의 우뢰매나 용가리 같은 분위기가 조금 풍기는 것 같아요. 북한 애니의 작품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내용은 어떨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2층에는 각 나라별 만화 작품과 캐릭터들이 전시가 돼있어요.

 

♠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인형입니다. 왼쪽의 로봇 에바는 다이어트를 너무 심하게 한 것 아닌가요? 한대치면 부러지겠네요.

애니 하면 역시 일본이 잘 만들지요. 요즘 넷플릭스에서도 공개가 된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인형엔 눈길이 많이 가게 되네요. 작품의 내용에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상당히 난해했던 기억이 듭니다. 감독의 심오한 철학이라고 해야 할지 역시 마니아도 많이 거느린 영화이지요. 

 

저도 한번 봐서는 무슨 소리인지 감이 잘 안 오는데 다시 한번 집중해서 봐야겠습니다. 어린이들이 역시나 제일 좋아하는 곳이네요. 많은 인파는 아니지만 곳곳에 자녀들과 같이 온 식구들이 대부분입니다. 내부의 시설도 시설이지만 바깥 뒤쪽의 공원 같은 잔디밭이 거닐기에 참 좋습니다. 

 

저 멀리 춘천시내 쪽이 보이고 강과 함께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합니다.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들도 이색적인데요. 사람의 해골 모습을 한 커다란 철로 된 조각품이 두 개나 있어요. 혹시 밤에는 좀 으스스하지 않을까요. 물론 혼자 거닐지는 않겠지요? 

 

♠ 모든 캐릭터들이 다 친숙한데 이 조형물은 왠지 꿈에 나올 것 같아 친근하기가 어려울 듯 하네요. 이것도 로봇인가요.

광장에는 자전거도 대여하고 미래 전투형 로봇같이 타고 움직이는 것들도 보이네요. 마치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이 조종하는 로봇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요. 스타크래프트에서 나오는 로봇 같기도 하고요. 여하튼 어린이들이 잘도 조종합니다. 어른이 타도 무척 재밌을 듯합니다. 

 

솔직히 저도 타고 싶었지만 꾹 참고 구경만 했지요. 옆 건물 토이로봇관은 움직이는 로봇들을 직접 조종해보는 체험관입니다. 미로를 찾아가는 자동차도 있고요. 축구하는 로봇도 조종해 볼 수 있습니다. 댄스를 추는 5인조 로봇도 있는데 이건 시간이 돼야 관람을 할 수 있네요. 

 

 

"로봇은 상상력이다"라는 말이 많이 와 닿습니다. 로봇을 뜻하는 말도 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 사이보그 이렇게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각각 뜻이 조금씩 틀린 말들이더군요. 안드로이드는 사람과 같아 보이는 인조인간, 겉모양만 사람과 닮은 것은 휴머노이드, 인공장기를 단 사람이란 뜻의 사이보그.

 

♠ 토이로봇관에서는 무선 리모콘으로 아이들이 직접 조작해 볼 수 있죠. 그런데 축구는 11명이 하는 거 아닌가요. 주장만 뛰게 된건지.

아무튼 이렇게 구분이 된다니 이해가 가고 재미있네요. 로봇의 진화되는 단계의 전시물에서는 역시 건담을 빼놓을 수가 없죠. 외관에서 풍기는 멋스러움은 건담이 최고인 것 같네요. 꼭대기 층으로 가면 커피숍이 있는데 전망이 상당히 좋고 좌석도 많습니다. 

 

마징가제트와 철인 28호의 커다란 모습이 들어서자마자 반겨주지요. 커피숍과 연결된 옥외로 나가면 대형 아톰 모형이 팔짱을 끼고 서 있습니다. 어딜 가나 만화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출몰하니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지요. 

 

건물 주변과 앞쪽 광장에도 많은 캐릭터 인형들이 곳곳에 있어서 보는 즐거움도 있고 카메라에 담기가 바쁩니다. 각종 완구와 액세서리 파는 곳도 있는데 가격이 다소 비싼 게 흠입니다. 인터넷과 비교했을 때 역시 많이 차이가 나네요. 하지만 눈요기는 잘했습니다.

 

♠ 커피숍 야외 옥상 전시관의 부끄러운 아톰의 모습. 팔짱을 낀 거겠죠? 아니면 부끄러워서 가린거 같기도 하고요. 아톰이 여자였나?

이 먼 곳까지 방문했는데 인터넷보다 더 싸게 팔면 잘 팔리지 않을까요? 정녕 그렇게는 안 되는 건지 말입니다. 박물관과 로봇관 두 곳을 다 관람하려면 어른은 14,000원, 어린이는 12,000원이네요. 그런데 20% 할인이 적용되어서 11,200원, 9,600원 이렇게 되네요. 정상가는 뭐고 할인가는 뭔지. 

 

할인하는 기간이 따로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말이죠. 다가올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들이 점점 등장할 텐데 과연 이곳의 박물관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로봇들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터미네이터와 같은 그런 암울한 세상을 지배하는 로봇은 말고요. 

 

만화와 로봇을 테마로 조성된 이 곳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잘 관람했습니다. 

 

 

애니메이션박물관

강원 춘천시 서면 박사로 854

map.kakao.com

 

▲ 러시아 넷플릭스 드라마 <마지막 차르> 러시아인데 대사는 영어로 말하네요. 준비 안된 약관의 니콜라이2세. 걷잡을 수 없는 러시아 역사속의 안타까운 희생양이 될 것인가.

안녕하세요 오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마지막 차르>를 소개하려 합니다. 최근에 올라온 드라마이고 시즌1 총 6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요. 예고편에서는 군함들의 포격과 폭발씬들이 눈길을 많이 사로잡게 하는데요. 

 

역사물인데 러시아쪽의 얘기라서 좀 졸리거나 식상하지 않을까 의심이 간 건 사실입니다. 26살의 나이에 니콜라이 2세는 얼떨결에 차르가 되는데요. 앞선 차르도 40대의 나이에 숨을 거두게 된 것이니 1800년대 후반에는 인간의 수명이 길지가 않아서 그런 것이지요.

 

지금 40대면 한참 가족을 위해서 돈 버느라 본인의 수명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시기인데 말이지요. 여하튼 이렇게 갑작스레 준비도 아직 안된 상태에서 러시아의 황제가 되다니 집안의 영광이면서 또한 엄청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겠네요. 

 

그의 부인은 특이하게도 독일 여자입니다. 차후 독소전쟁도 일어나는데 민중이나 내부 왕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당하기도 하지요. 이 황실의 부부에게는 딸이 네 명이나 있는데 아들이 없어서 전전긍긍하지요. 많은 노력과 바람으로 간신히 아들을 낳았는데 안타깝게도 혈우병이라는 병을 달고 태어납니다.

 

▲ 묘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묘승 라스코프. 신비한 치유력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는데. 그의 힘은 러시아의 왕가까지 미치게 됩니다. 

이렇게 러시아의 왕실가에서는 피치 못할 고민들을 안고 가게 되는데요. 반면 농촌의 어느 부락에서는 덩치 좋고 박력 있는 라스코프라는 사람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말을 훔친 혐의로 마을에서 추방을 당하게 되지요. 홀로 여행을 하다가 무언가 깨달음을 얻고는 묘한 승려가 되는데요.


한국의 승려 같지 않고 머리도 길고 수염도 엄청 길어서 이상한 마력을 지닌 중세 수도사의 모습을 풍깁니다. 게다가 심적으로 지친 일반인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면서 치료해 주는 데에 신기술을 보이곤 합니다. 점점 그를 따르는 대중들이 늘어가지요. 

 

 

이 묘승은 엄청난 술꾼에다가 정력가입니다. 죄를 져야만 죄를 치료할 수 있다는 묘한 이론과 함께 자신을 따르는 여 추종자들을 치료 목적으로 수시로 관계를 가지게 되지요. 이렇게 불법과 악행을 저질러도 그의 카리스마와 요상한 끌림에 모두들 넋이 나가게 됩니다. 

 

이 드라마도 청불이라서 심지어 남자의 심벌까지도 잠깐 보이니 참고하시고요. 드라마의 진행은 현재의 역사가들이 해설하는 장면이 간간히 나오고, 다시 드라마의 장면이 나오다가 실제 역사의 다큐멘터리 영상들이 보이는 구조로 진행됩니다. 

 

▲ 차르 왕가의 식구들은 프랑스어 가정교사와 첫 대면을 갖게 되죠. 막내 꼬마 여자애가 훗날 기억상실증에 걸리는데, 그녀의 마지막 진술을 과연 듣게 될지 궁금합니다.   

 

다큐와 드라마와 해설이 곁들여져서 나름 신선했습니다. 니콜라이 2세가 통치하는 동안 그의 곁에 있는 숙부는 정치적인 결정 때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자꾸만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유도하지요. 바로 갑질 정치라고나 할까요. 조선시대 때처럼 어린 세자를 앞에 내세우고 뒤에서 조종을 하는 그런 양상이지요. 

 

대관식을 할 때에도 많은 민중들이 몰려들어 일부 난간이 무너지는 바람에 수백 명이 압사까지 당하고 소란이 벌어지기까지 하지요. 이런 혼란한 상황을 무마하려고 군대를 이용해 무력으로 배고픈 민중들을 처치합니다. 철저히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정치를 일삼는 황실가는 끊임없는 잡음으로 골머리를 썩게 됩니다. 

 

외부의 환경이 변하고 있고 시대가 바뀌어 가는데 소심한 차르는 본인의 왕권과 집안의 유지를 위해서 주변의 권고도 아랑곳하지 않는 독재적 권력을 유지하지요. 이렇게 러시아는 몰락의 길을 향해 서서히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황실 부부의 마지막 딸이라고 주장하는 정신이상자가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가도록 당시 황실의 보좌관이 그 실마리를 풀어가는 여정이 핵심입니다. 황후의 자매들과의 만남과 증언을 통하고 옛날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그녀의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계속 노력하게 되지요. 

 

▲ 혈우병에 걸린 차기 왕세자를 잘 치료해주는 라스코프. 그의 마력에 눈이 멀어버린 황후. 이들의 만남은 러시아의 정국에 추문만을 남기게 되는데 선장을 잃어버린 러시아는 과연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이 드라마는 실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엮어낸 역사 다큐멘터리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묘승 라스푸틴의 행동들이 처음에는 신비롭고 지혜롭게 보였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본인의 욕구만을 위한 거짓된 위선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빨리 처단을 했으면 하는 기분이 간절해지지요. 

 

정말로 그의 악행들이 소문이 나고 황후와도 안 좋게 비치니 황실의 반대파 들에 의해서 결국 숙청을 당하게 됩니다. 아들의 혈우병을 유일하게 고칠 수 있다고 믿었던 황실 부부는 그의 운명을 안타깝게 여깁니다. 니콜라이는 정치에 대한 올바른 조언을 무시하고 전쟁의 최전선으로 도피 아닌 도피를 하지요. 

 

 

결국 황후가 국정을 책임지게 되는데 그녀는 정치인들과는 오히려 멀리하고 고립된 국정 생활을 계속합니다. 황실 부부 모두는 제대로 준비가 안된 채 국정을 맡은 것도 문제이고, 가족의 안위만을 위해서 묘승의 허수아비 노릇만 한 셈입니다. 

 

니콜라이가 그렇다고 전쟁에서 수완을 발휘해서 승리로 이끈 적도 없지요. 그야말로 무능 그 자체의 상태인 거지요. 어머니를 비롯한 주위의 충정 어린 충고에도 무슨 이유인지 귀를 닫아버리는 옹고집을 발휘합니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것이 오히려 영화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 와인에 독약을 타서 먹여도 마치 영양제를 복용한 듯 끄떡없는 라스코프. 사람인가 괴물인가. 러시아 황실을 들었다 놨다하는 요상한 인물.

러시아의 민중들은 혹한과 배고픔으로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레닌에 의해서 노동자들이 지배하는 세계를 주장하는 볼셰비키 혁명이 바로 코앞에 닥쳐오게 되지요. 안팎으로 수세에 몰린 차르 황실 부부와 그 가족들은 이제 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서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요. 

 

그 종지부는 넷플 <마지막 차르>에서 확인할 수가 있을 겁니다. 상세한 해설과 깔끔한 화면 구성이 괜찮았던 드라마이고 러시아의 역사도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영상입니다. 저도 <마지막 차르>의 마지막이 궁금해지네요. 그럼 좋은 감상 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차르 | Netflix 공식 사이트

다가오는 전쟁의 위협, 그리고 혁명의 기운. 세상은 급변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차르 니콜라이 2세는 그 파도에 저항하려 한다. 권력을 지키고자, 헛되이 몸부림친다.

www.netflix.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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